김목의 호남 기행
-금강을 따라서 (14)
청양, 콩밭 매는 아낙네야
금강이 공주시를 지나니 청양군이다.
이 청양군의 한가운데서 차령의 지맥이 뻗어 솟으니 바로 ‘콩밭 매는 아낙네야’로 시작하는 노랫말의 칠갑산(561m)이다.
백제는 이 칠갑산을 사비성 정북방의 진산으로 성스럽게 여겨 제천의식을 행하였다. 칠갑은 생명의 시원을 뜻하는데, 칠(七)자는 만물생성의 7대근원이며 갑(甲)자는 싹이 난다는 뜻이다. 또 일곱 장수가 나올 명당이라고도 한다.
칠갑산은 또 충청남도의 한 가운쯤에 서서 동쪽의 자비성과 도림사지, 남쪽의 금강사지와 천장대, 남서쪽의 정혜사, 서쪽의 장곡사 등 천년 백제의 얼을 품고 있다. 그리고 치성천, 잉화달천, 지천 등은 금강으로 내려 보내는 칠갑산의 물길들이다.
공주를 지난 금강이 청양군으로 들어서며 맨 먼저 만나는 물길이 어천이다. 금강변에서 용봉어천길을 시오리쯤 어천을 따라 오르면 우목저수지를 내려다보는 모덕사가 있다.
모덕사는 면암 최익현의 사우다. 1906년 군내 유림의 발의로 1913년에 공덕사로 건립되었는데, 광복 후 사우를 중수하면서 고종이 최익현에게 내린 밀지중 그대의 큰 덕을 사모한다는 ‘모경숙덕’(慕卿宿德)에서 ‘모’자와 ‘덕’자를 따서 모덕사라 했다. 최익현이 태인의병을 일으킨 날을 기념하여 매년 4월 13일 이곳 목면 송암리의 모덕사에서 면암 춘추대의제가 거행된다.
금강이 청양군에서 두 번째 만나는 물길이 치성천, 세 번째로 만나는 물길이 잉화달천이다. 정산면은 이 두 물길 사이의 농경지에 생명줄을 이어온 고을이다. 이 정산면 소재지에서는 보물 제 18호인 고려 9층 석탑을 볼 수 있다. 고려시대의 석탑이 대부분 5층탑인데 비해 높이 6m의 키다리 석탑인 셈이다.
또 이곳 정산면에는 잉화달천이 모아놓은 천장호가 있다. 이 천장호의 명물은 2009년에 만든 우리나라에서 제일 길다는 207m의 출렁다리다. 이곳에 출렁다리가 생긴 것은 황룡과 호랑이의 전설이 있어서란다. 천년을 기다려 승천하려던 황룡이 자신의 몸으로 다리를 만들어 한 아이의 생명을 구했고, 이를 지켜본 호랑이는 영물이 되어 칠갑산을 지키고 있다 한다.
청양군의 마지막 금강 물길은 지천이다. 이 지천이 금강으로 흘러드는 왕진나루는 예전에 부여 논산을 잇는 관문이었고 금강 5경의 하나이며 백제보가 설치돼있다.
지천은 칠갑산의 서쪽을 휘돌아 청양읍을 지나온다. 이 지천이 대치면 장곡리 앞을 지나는데 이곳에서 황금자라를 발견하였다 한다.
옛 백제의 한 선비가 칠갑산을 오르던 중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서 거북 알을 나눠받는 꿈을 꾼 후 대대손손 장수했다고 한다. 이 설화를 살려 대치면 장곡리 백제문화체험관에 황금거북상이 있다.
대치는 큰 고개라는 말이다. 청양읍에서 칠갑산로를 타고 대치면 소재지와 칠갑저수지를 지나면 옛길인 한티고개길이 있다. 이 한티고개를 대여섯 번 구불거리면 칠갑광장이 나온다.
광장에 면암 최익현 동상이 있고, 이곳에서 칠갑산 산행을 하면 손쉽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칠갑산천문대 스타파크도 있어, 아이들과 함께 가면 아름다운 추억을 남길 수 있다.
청양은 역사의 고을이다. 산신제, 장승제, 동화제 등의 동제가 많이 남아 있다. 특히 동화제는 커다란 나뭇단을 쌓고 불을 지른 후 태평과 풍년을 기원하는데, 좀 특이하다.
정월 열나흘 밤에 집집마다 한 짐씩 가져온 땔감나무로 동화대를 세우고 불을 지른 다음 마을의 안녕과 태평, 농사의 풍작 등을 기원하는 것이다. 이때 타고 난 동화대가 어느 쪽으로 넘어지는가를 보아 어느 마을이 그해 불길한가를 점친다고 한다.
시간이 나면 청양읍 북쪽 방향인 운곡면 모곡리의 표절사를 참배하면 좋다.
표절사는 선조 때의 충신 양지를 모시는 사우이다. 양지(?∼1592)의 본관은 남원이며 눌재 양성지의 후손이다. 7년전쟁 때 경기도 관찰사 심대의 종사관으로서, 삭녕에서 왜군과 싸우다 순절하였다.
청양군은 구기자와 고추로도 널리 알려진 고을이다. 이곳에서 상서로운 황금자라며, 황금장어, 황금 두꺼비, 금줄개구리까지 발견되었고 황금자라는 복제를 추진한다고 한다. 맑고 깨끗한 청정자연과 청양 사람들의 순수한 인정에 하늘이 내린 복일 것이다. 청양의 맑은 정기, 아름다운 인정이 금강 따라 온 누리에 퍼졌으면 한다.
칠갑산 천장호
천장호 출렁다리
첫댓글 칠갑산을 지나~ 함께 금강을 따라 갑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