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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그믐날 날씨 - 흐리고 비 오락가락
집을 나서다 달력을 보니 오늘이 벌써 6월의 마지막날이란걸 알았습니다
시계가 고장나서 시침이 멈추어도 세월은 나 몰라라 하고 잘도 간다더니만 올해도 벌써 절반을
휘딱 넘어서는 세월이네요
다시 걸어보는 서울둘레길 - 둘레길 걷는다고 집 나선지 여드레(걸어온 날수)만에 오늘은 울 동네
앞산, 관악산 기슭을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삼십년 가까이 사당동에 살면서 날만 새면 마주보는 관악산 - 둘레길이란 이름으로 걸어보는건
두번째지만 지난세월 돌아보면 참 많이도 찾아갔던게 관악산 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시사철을 찾아갔고 낮에도 가고 밤에도 갔고 비가와도 갔고 눈이와도 찾아
갔던곳이 관악산이다 보니 사람으로 말한다면 아주 오랜 친구이기도 합니다.
올라가기전 산밑에서 인사했습니다
관악산 - 당신을 사랑합니다
며칠전 우면산을 지나오고 나서 둘레길은 잠시 사당역 3번출구가 있는 동네 마실까지 내려왔었지요.
그리고 오늘은 다시 관악산 북측사면을 따라 약간의 오르막길을 가게 됩니다.
관음사 오르는 길은 아침부터 오락가락 하는 빗줄기에 길바닥과 나뭇잎들이 모두 젖어 있고 좀전 까지
비를 뿌리던 하늘은 금새 구름이 벗어져 산벚나무 잎새엔 밝은 햇살이 반짝입니다.
사당역에서 아주 쪼금만 다리품을 팔면 관음사라는 산사를 만납니다.
동네가 가깝다보 '산사'라는 말이 약간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도 들지만 구비진 길을 돌아
일주문을 지나 경내를 들어서면 갑자기 동네풍경과 소음은 싹 가리워 지고 사위는 산과 숲으로 둘러져서
말 그대로 시끄러운 세상을 벗어난 속리심산(俗離深山)의 고즈녁함이 느껴지는 곳입니다
관음사 마당에서 관세음보살상도 사진에 담고 큰법당 부처님께 합장으로 인사도 드리며 몇 마디 묵언담소
(默言談笑)도 나누었습니다.
나 : 안녕 하세요 부처님 - 요 아랫동네 사는 중생입니다
부처님 : 알고 있다
마당에서 사진찍을때 부터 너 인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은 왠 일로 반바지 차림으로 절에 왔네 ~
나 : 아이고 죄송합니다. 옷 매무새도 살피지 않고 부처님을 뵈었네요 불경 스럽게.....
부처님 : 괜찮다. 내사 보니 시원하고 좋구만
사람의 근본이 중요 한거지 옷 잘입고 못 입고가 훙이 될게 없거던.....
나 : 저 오늘 서울둘레길 걸으러 가요. 열심히 살께요.
부처님 : 그래라. 오늘 가끔 비 온단다. 산길 조심해라
나 : 예 - 부처님
경내를 돌아서 나올때 바라본 관음사풍경 일편 - 관세음보살상 미간에 걸린 여름빛이 참 곱기도 했습니다
절 뒷편을 돌아 오르다 신갈나무 숲을 바라봅니다.
진초록 여름위에 오똑하게 솟아오른 2층석탑 -
2층석탑 ?? - 아닙니다. 저 탑은 불교방송국개국기념 9층석탑인데 숲에 가려져 있어 두개의 층계석과
상륜부만 보입니다
[멀리서 숲을 보고 숲을 보았다고 말하지 말라.가까이 가 보라
수많은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그 숲을 의지하고 산짐승들이
살아가고 숲을 적시는 물도 흐르고 있어서 티끌먼지 자욱한 풍진도 저 숲을 지나고 나면 맑은 청풍이 되어
온세상을 숨 쉬게 하느니라 ]
언젠가 산사에서 들었던 좋은 말씀을 다시한번 생각하며 관음사를 뒤로하고 서울둘레길을 따라 숲을 들어
섭니다
오우 !! 초록 숲속으로 멀어져 가는 여성 세분의 풍경이 아주 다정하고 평화롭게 보입니다
저분들도 나 처럼 둘레길 걷고 있는가 봐요
방향표시가 약간 애매한 갈림길에서 [어느쪽으로 가면 되지요] - 하고 나한테 물어 봤거든요
이 곳은 내가 달빛산행 이라는 이름으로 밤길을 가끔씩 걷는 [달밤길]입니다
네갈래도 자란 신갈나무가 서 있고 그 옆을 동그랗게 돌아 예쁜길이 이어지는 달밤길......
길위에 솟은 돌뿌리 까지도 눈에 익었지만 달밤에 이길을 걸어보면 전혀 낯선길 처럼 느껴 지기도 하지요.
지인은 말합니다 - [ 아 ~ 낮에 그렇게 싸돌아 다녔으면 됬지 왜 밤에까지 산에 가나 -
달밤에 체조하나 이사람아 ? ]- ㅋㅋㅋ - 내 맘이지 뭐 ~~
달빛산행 하는날
발빛을 등에지고 능선길을 오를때면 이은상님이 남기신 글 한편,[이 마음]이 생각납니다.
거닐다 깨달으니 송림에 들었구나.
고요히 흐른 달빛 밟기 아니 황송한가
그늘져 어두운 곳만을 골라 딛는 이 마음
나무에 몸을 기대 눈 감고 섰노랄제
뒤에서 나는 소리 행여나 그대신가
솔방울 떨어질 적마다 돌아보는 이 마음
달빛밝은 밤,송림속으로 이어지는 길을따라 걸을때 밤길에 내린 달빛을 함부로 밟기가 황송 스러웠다는
시인의 마음자락..... 님도 달빛산행을 즐기셨던가 봅니다
오늘은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습니다
비 예보 덕분에 내 배낭이 조금은 가벼워졌습니다 - 아주 쪼금....
스켓치 도구와 은실이(플루트)를 집에 두고 왔기 때문이지요
제대로 무게를 줄이려면 디식이(카메라)를 집에서 쉬게 하면 적어도 4킬로그램은 무게가 줄텐데
아무리 우중이라도 뭔가 담을게 있을꺼라는 미련때문에 이 뚱단지를 끌고 나온거 있지요
그쳤다 내렸다 하는 비 때문에 사진도 제대로 못 찍으면서 말입니다 - 완전 애물단지예요
어머나 ! - 리본으로 만든 길표시가 두어길 높이의 나뭇가지에 걸려있습니다
둘레길객을 위해 저 높은곳에 리본을 걸었던 분은 누구실까 - 키가 엄청 큰 사람일까 ??
나는 아예 키가 작아 까치발을 해도 턱없이 높고 펄쩍 뛰어도 닿을수 없을것 같은데 어떻게 달았을까요.
아무튼 그분들의 수고로 우리는 이렇게 안전하게 길을 찾아갑니다 - 감사 합니다
이 길에서 ~~
봄이오면 꽃을 만나고 여름이면 그늘을 찾고 가을이면 황홀한 단풍을 함께 바라보던 지난 세월....
...........아직은 떠날 나이가 아닌데
...........아직은 둘이서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는데.....
혼자서 이 길을 걸을때면 떠나버린 인연이 알찌근히 생각나 울컥 목이 뜨거워 옵니다
[봄이오면 고목에도 잎이 돋고 꽃이 피고 새들도 다시 지저귀 지만, 한번 이승을 떠난이는 다시는
돌아오지 못함이니 인간사 만사중에 이일이 가장 애석한 일이다]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세월이 야속하고 세월이 원망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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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촉하니 서울둘레길이 비에 젖는날
이것 저것 살피며 생각에 젖어 길을 걷다보니 어느덧 오늘의 종점이 가까워 옵니다.
낙성대 뒷 능선 전망좋은 쉼터에서 잠시 숨을 고릅니다
길은 다시 낮은지대로 이어져 산기슭마을인 낙성대동에 닿게 되고 고려의 명장 강감찬장군의 위패와 탑을 모신
사당인 안국사를 만나게 됩니다
아득한 옛날 고려조에 이곳에서 강감찬 장군이 탄생하던날 큰 별이 이 마을에 떨어졌다고 하지요.
그래서 이곳을 낙성대(落星垈)라 한답니다
영정 앞에서 향 하나를 사르고 묵념도 드린후 서울대쪽으로 이어지는 둘레길을 걸어 관악산 산문 근처에 있는
둘레길스템프에서 도장을 찍은후 오늘길을 마무리 했습니다.
오늘 서울둘레길걷기에서 만난 풍경 몇가지를 실어봅니다.
둘레길이 지나가는 관음사 담장밑엔 세개의 곧고 우람한 아름드리 나무가 길옆에 서 있습니다.
봄에 돋아나는 이 나무의 새순은 날것으로 고추장에 찍어 먹기도 하고 장아찌로도 만들며 특히
찹쌀풀 바르고 볶은 참깨를 뿌려 부각을 만들면 최고의 반찬이 되지요
바로 참중나무 입니다.
흔히들 이 나무를 두고 가죽나무, 참죽나무라고 합니다만 참중나무가 맞습니다.
여기서 가죽은 [죽]이 아니고 [중], 즉 스님중(僧) 이며 참중이나 가중나무는 모양이 비슷 하지만
참중은 맛있게 먹을수 있지만 가중은 독이 있고 노린내가 나서 먹지 못합니다.
한자로 쓰면 참중나무는 진승목(眞僧木), 즉 진짜 중이 나물로 해 먹는 나무이고 가중나무는
가승목(假僧木) 즉, 가짜 중 나무라 해서 모양만 비슷할 뿐 먹지를 못합니다
왼쪽은 참중나무와 잎의 모양으로 껍질이 거칠고 잎가장자리가 톱니형입니다.
오른쪽은 가중나무이며 껍질이 매끈하고 잎은 톱니없이 민자형입니다.
참중나무는 재질이 단단하고 뒤틀림이 없어 스님의 밥그릇인 발우나 과자접시같은 공예품을 만드는데 쓰이며
색깔도 짙은 자주빛으로 곱습니다
낙성대에서 찍은 계수나뭇잎 -
달에도 계수나무가 있다는데 ....
절구찧는 토기도 있다는데 ..... 다음 달빛산행 할때 목이 아프도록 고개들고 잘 살펴봐야겠습니다
달에서 혼자 살아가는 토기 - 먹는거나 제때 챙겨 먹는지......
쪽동박 열매입니다.
하얀 진딧물이 잔뜩 붙어서 제대로 여물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이 열매엔 기름기가 많아 예전엔 그 기름을 짜서 접시불을 켜는데 썼다 합니다.
꼭지가 있는 호롱불이 아니고 접시에 심지를 담궈 불을 켜는 접시불......
낙성대 근처에서 만난 접시꽃입니다
아랫쪽에서 하나씩 피기 시작한 꽃이 이제 위에 몇개만 남겼군요.
단오무렵 젤 아랫쪽에서 피기 시작해 가장 윗쪽의 꽃송이가 피고 나면 드디어 삼복더위가 시작됩니다.
그때가 칠월 중순경이고 올해는 7월 17일이라니까 며칠 안 남았네요.
아 ~ 나는 더위는 정말 싫은데 어떻게 넘길까 고민중 - 그래도 둘레길은 걷는다
ㅋㅋㅋ
아무리 봐도 웃깁니다.
인증샷 한다고 스마트폰으로 셀카사진을 찍었는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해 확인을 안 해봤거든요.
집에와서 열어보니 이렇게 망신스러운 사진이 찍혔습니다.
이상으로 여덟번째 둘레길 이야기를 마칩니다.
- 다음글에 계속 -
게시자 가인재 김학수
첫댓글 늘 즐겨찾던 관악산입니다. 특히 인헌동소공원에서 시작하여 사당능선을 즐겨 찾았지요. 그래서인지 요즘은 서울둘레길을 걷다 만나면 반답더군요. 그림도 좋고 특히 후기가 항상 즐겨봅니다. 감사합니다.
즐겁게 잘~감상합니다.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