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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도자기엑스포가 열리는 도자의 명가, 여주. 지금 그곳은 천년을 이어온 흙과 불의 도예축제가 열리고 있다.
물론 이웃해 있는 조선 도자문화의 메카였던 이천과 광주에서도 트라이앵글로 함께 가을을 물들이는
축제가 열리긴 하지만.
여주하면 떠오르는 것은 세종대왕과 효종대왕을 모신 천하명당 영릉과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을 바라보며
자리한 신륵사일것이다. 물론 명성황후생가나 고달사지, 목아불교박물관 등등 넘치는 역사와 문화,
예술의 향기가 살아 숨쉬는 고장이다.
요즘에는 4대강사업으로 세곳의 커다란 보와 지천의 개발을 위한 공사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기도 하다.
치수와 홍수예방, 관광과 생태환경을 위해 만드는 보공사를 이왕 국책사업으로 시작했다면 역사에 길이
남을 시설로 만들었으면 한다. 국민과 인근 주민에게도 삶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함을 줄 수 있었으면 하고.
오늘 가본곳은 삼국시대 전략적 요충지로 남한강을 바라보고 높지 않은 산중에 있는 파사성이다.
파사성, 이름은 생소하지만 치열한 세력 다툼과 정복전쟁이 한창이던 삼국시대 신라에 의해 축조된
유서깊은 성이다. 옛부터 강은 삶의 젓줄이요 교통의 중심이자, 국방의 중요한 거점이었기에 파사성의
위치는 삼국 모두에게 아주 경제와 군사, 정치 등 전략적인 요새로서의 위치와 역할이 중요했을것이다.
여울이 형성됐던 이포나루. 강원과 경상, 경기를 잇는 남한강 줄기의 뱃사공들과 상인들의 쉼터요 정거장
이었던 이포나루는 오간데 없지만 파사성에 올라보니 그 생생한 모습을 한눈에 봐도 떠올릴 정도로 경치가
좋았다. 이천과 양평, 여주의 경계에 있는 파사성에 오르면 이천 금사, 여주 대신, 양평 개군땅이 사방으로
눈에 들어온다. 멀리 용문산도 보이고 이천 설봉산, 원주 치악산 자락까지도 보이는 곳이 바로 이곳
파사성이 있는 천서리의 꽃봉이다.
그저 자그마한 산이 있을 뿐이다. 이포대교를 건너 천서리막국수촌 사거리에서 좌회전 하면 100여m 앞에
안내판이 있다. 성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은 듯, 황폐하고 낡아 흔적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그동안의 발굴과 관리로 옛 성곽의 자취를 읽을 수 있다. 산 정상에 성곽이 있는데,
화성의 당성이나 연천의 호로고루성, 단양의 온달산성처럼 공격과 방어를 위해 사방이 잘 보이는 곳을
택하여 만든 곳이다. 아쉬운 점은 성벽만이 남아있을 뿐, 그 시대를 알 수 있는 건물들이 하나도 없음이다.
다행히도 동문과 남문터만 그 흔적을 보이고 있다. 230여m에 불과한 파사산 정상을 둘러싼 파사산성.
투둑하고 떨어지는 살짝 입을 벌린 밤들이 가을을 느끼게 해준다. 키가 크고 잎이 넓은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줘 오르는 길은 상쾌하고 즐겁기만 하다. 하지만 흙길을 어느정도 지나자 시멘트로 포장한 길이 보여
조금 파사성의 분위기와 맞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다. 길섶에는 홀로 아름답게 피어있는 야생화와 여행자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는 산새들의 지저귐에 마음은 새털마냥 가볍고 뒷덜미를 흐르던 땀도 식은지 오래다.
여주의 3개보 가운데 가장 아랫편에 있는 이포보의 모습이 보인다.
이천 금사와 여주 대신을 있는 이포대교 바로 아래에 있다.
여주 오학리의 학마을의 학알을 본떠 만든 보의 수문개폐기의 지붕이다.
둥근 알을 긴날개로 감싼 하얀 학의 모습도 보인다. 처음엔 비행기나 잠자리인 줄 알았는데.
예전에는 이곳 이포대교 아래가 여울이 생겨 견지낚시도 하고 쏘가리나 끄리 등을
잡는 낚시꾼들도 많았는데 지금은 강바닥을 준설하여 수심이 좀 깊어졌다고 한다.
20여분을 오르자 파사성의 성벽이 보였다. 총 940여m의 성벽중 지금은 일부만이 복원되었고
앞으로 모든 성벽을 원형에 가깝게 축조할 계획이란다. 왜 파사성일지 궁금했는데, 신라의 5대왕인
파사왕때 만들었다고 한다. 파사왕이라 잘 들어보지 못한 왕의 이름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강줄기를
따라 넓은 평야와 구릉들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이곳이 천혜의 요충지였겠다. 그때 당시에는 번듯한
성루와 건물들이 있고 군사들도 철통같이 방비했겠지. 임진왜란 때에는 무너지고 비바람에 씻겨
볼품없이 되버린 옛 성터에다 다시 성곽을 수축하여 왜적에 대한 방어를 했다고 한다.
신라시대 이래로 성곽을 보수하기를 얼마나 반복했을까.
시대별로 다양한 돌들이 성벽에 겹겹이 층층을 이루고 있을것이다. 원래의 규모를 알수는 없겠지만
더 큰 규모였을 것이라는 짐작만 해본다. 숲길을 거닐다 내려쬐는 강렬한 정오의 햇볕을 받으니 조금은
더워지지만 남한강과 인근 높은 고봉들이 보여주는 탁트인 전망과 아름다운 경치에 짧은 감탄의 탄성을 한다. 이런 경치는 단양 온달산성에서도 봤었다. 물론 온달산성이 더 높은곳에 있고 전망도 더 좋았지만.
날이 좀 흐려 멀리까지 보이지 않음이 좀 아쉬웠다. 남한강을 바라보니 이포대교와 이포보가 보인다.
마애여래불 아래에서 흘러내리는 시원한 청정 옥수와 마애여래불의 모습.
파사성으로 오르는 길에 앞쪽 산을 바라보면 바위사이로 나오는 옥수와 여장군 모양의 마애불이
커다란 바위에 5m 크기로 조각되어 있다. 이곳의 옥수를 먹으면 몸이 건강해지고 어여쁜 아기를
낳을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몸에 바르면 피부병도 순식간에 없어진다는데.
보통 산성과는 다소 다른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보아왔던 산성들이 대부분 조선시대 것이라
축조방식이나 모양새가 이채롭다. 돌을 공들여 쌓아놓은지라 걷기에는 다소 불편하다.
특히 굽높은 구두나 샌들을 신고왔다면 넘어지는데에 조심해야 할듯하다.
가는길에 올려다본 성벽의 모습은 보은의 삼년산성과 닮아있다.
하루 아침에 이런 성을 만들 수 있었겠는가. 2000년의 역사의 무게가 고스란히 쌓여 만드어진 파사성.
맨처음 이 산성을 쌓았을 신라인들의 땀과 노고가 느껴지는 듯하다. 신라인들의 숨결을 잠시 느껴본다.
중앙에는 신라, 고려, 조선때까지 쌓아올린 돌들이 남아있고 바깥쪽에는 최근 발굴과 보수,
복원공사를 거쳐 쌓은 반짝반짝하는 돌들이 있다. 복원된것도 전체의 1/4정도이고 보면 아직 완전한
마무리를 위해서는 갈길이 멀다. 아직 복원을 하지 못한 성에 놓인 돌들에 잡풀이 무성하다.
성에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과연 이런 모양의 성곽에서 전투를 하기에 괜찮았을까. 잠시 의문을 가져본다.
정상으로 가는길 소나무가 만들어 준 그늘 아래에서 바라본 남한강 물길의 여유로운 자태.
굽이굽이 물은 흘러 바다로 가나니. 산너머 양평읍내가 보이고 매년 봄이면 산수유가 곱게 피어나는
개군면이 바로 아래에 있다. 개군에서는 한우도 유명하고 고구마도 알아준다고 한다.
양평하면 떠오르는 것은 역시 경치좋은 곳의 전원주택이다.
세월이 만들어놓은 시간과 전설의 역사가 투영된 성벽의 돌길을 따라 정상으로 올라간다.
사방 무엇하나 거리낄것 없는 너른 시야를 제공해주고 지나가는 새들만이 펄럭이며 길손을 반겨준다.
오르는 길 성벽 옆에는 고사리도 피어 있고 가을쑥도 성큼 자라 쌉싸름한 향이 자뭇 진했다.
안쪽은 흙길로 갈 수 있지만 바깥쪽은 높이가 6m 정도되니 조심해야 한다.
현재 파사성의 북서쪽만 복원되었고 동남쪽은 발굴과 복원이 진행중이다.
올라올때엔 북서쪽의 산성길을 따라 올라오고 내려갈땐 동문지를 따라 흙길로 내려가는 것도 좋겠다.
동문지길을 따라 가다 조그만 오솔길로 빠지면 천서리막국수촌이 있는 동네까지 갈 수 있다.
해발 235m의 파사성의 정상. 30여분 정도를 오르면 정상에 닿으니 가벼운 트레킹 코스로 좋다.
이곳은 일몰과 일출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성이고 새벽안개가 낀 날에 오르면 마치 대관령이나
지리산처럼 운해가 깔린듯한 장관이 연출된다 하니 그때에 맞춰 오른다면 멋진 사진을 건질 수 있겠다.
정상부에 오르면 탁트인 전망은 좋지만 약간은 성곽터에 맞지 않게 썰렁하다. 남한산성 수어장대나
수원 화성의 서장대처럼 앉아서 잠시 불어오는 바람과 상쾌한 풀내음을 맡으면서 쉴 수 있는 건물이
있었음 더 괜찮겠다. 동문지를 따라 내려가도 파사성주차장에 갈 수 있고 마애불이 있는 곳까지는
10분이면 갈 수 있다. 아래에서 정상쪽으로 쉴새없이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온다. 덥지도 차갑지도 않은
따듯한 바람이 온갖 사방에서 정상을 향해 그리 불어오던 바람이 서로 만나 회오리가 되듯 돌면서
성을 돌고있다. 바람은 말없이 하늘을 향해 힘차게 올라간다.
정상에서 바라본 양평과 홍천방향. 멀리 용문산이 보였고 홍천의 팔봉산은 흔적만 살짝 뇌리에
스쳐갈 뿐이었다. 높지 않은 산이었지만 시원한 전망이 여느 높은 산들 못지 않았고
강변과 평야, 마을이 조화를 이룬 모습이 멋졌다.
완연한 가을 날씨인 요즘, 단풍이 물들고 밤과 도토리가 알을 통통하게 살찌울 때, 이곳 파사산성에 올라
가을 느낌을 흠뻑 잡아오는것은 어떨까. 온몸에 실어온 가을향은 방 한쪽에 놓아둔 호리병에 고이 담아두고.
가을하늘을 바라보며 잠시 눈을 감고 산정상을 향해 불어오는 감미로운 미풍이 전해준 노래를 듣다가
툴툴 마음의 때를 조금이나마 씻기고 길을 내려왔다. 자연이 만든 천연세탁기에 몸과 마음을 맡기고
두팔을 강변을 향해 벌리고 있으니 가슴이 뻥 뚫리는듯한 기분이다. 한결 마음과 몸이 가벼워졌다.
두 어깨에 놓여진 삶의 보따리들의 무게가 약간은 얇아졌다.
마음에 여유를 준 여주 파사성.
한적하고 조용하니 그리 멀지도 않고 약간의 다리품을 팔면 이렇게 멋진 공간이 있으니 한번 떠나볼만 하다.
가을이 온다. 점점 차가움이 더 진해지는 바람과 더 높아져만 가는 하늘의 비색, 색색이 물들어가는
나뭇잎의 속삭임으로. 신라의 대표적인 성이 파사성이라면, 백제는 공산성, 고구려는 온달산성으로
비교할 수 있다. 삼국시대 세곳의 성 모두 한강과 금강, 남한강을 굽어보며 오늘도 촘촘히 쌓아올린
성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이렇게 역사의 숨소리를 들으며 걸어보는 성곽여행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옛 선인들과의 조용한 대화를 나누기에 좋을것 같다.
성벽 한가운데 우뚝 솟은 소나무 형제 아래 그늘에 앉아 콧바람을 쐬었다.
오를때엔 몰랐는데 이것도 등산이라고 배가 출출해졌다.
간만에 한 산행이라 그런가. 230여m가 산행이라 말할 수 있나 그냥 동네 뒷산 산보겠지.
신라인들의 땀과 힘으로 쌓아올린 파사성. 수원 화성이나 순천 낙안읍성, 고창읍성 같은 기품있고
잘 정돈된 깔끔한 맛은 덜하지만 우리민족의 정감있고 서민적인 여주의 질그릇처럼 소박함이 있는 산성이다.
가을을 맞아 1시간여면 갈 수 있는 파사성에서 잠깐이나마 삶의 휴식을 취하면 어떨까.
천서리에서 바라본 파사산의 모습. 야트막한 야산 아래 옹기종기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파사성은 파사산의 숲의 무성한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1시간여의 파사성 트레킹을 마치고 인근 이포대교 근처 천서리막국수촌의 홍원막국수집에서
막국수와 수육을 먹었다. 작년에는 신륵사 근처 홍원막국수 오학점에서 먹었는데, 오학점이 좀 더
최근에 오픈해서인지 실내와 외부는 깔끔했다. 맛이야 뭐, 비슷하고. 간만의 산행에 뱃속이 출출했던지
수육의 맛은 더없이 좋았고 매콤했던 비빔막국수도 슝슝 비벼서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이 흡입해줬다.
한잔 같이했던 막걸리의 맛도.. 아! 가을을 담은 배낭만이 좀 무거워졌다. 올땐 이천 테르메텐에서
독일식 온천욕을 좀 해주고.
위 치 : 경기도 여주군 대신면 천서리 산 8 - 10
문 의 : 031 - 887 - 3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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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늘 올려주신 팬션정보도 그렇고 이 파사성도 그렇고 좋은 정보네요~ 파사성 첨 봅니다.
가벼운 나들이 코스로 좋을거 같네요~ 막국수도 먹구요~ ㅎㅎ
네, 여주에서의 나들이 코스에는 빠질 수 없겠지요.. 정말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한 기분이 들더라구요, 거리도 좋고 막국수와 함께라면 더 즐거울듯합니다.
여주에 파사성이라,,,
바지런하게 요기조기,,잘 다니시는군요, ㅎ
이천,테르메텐,작년에 가보려다 놓쳤다는,,,,
네,, 가을이니 부지런히 다녀야겠쥬..겨울이면 추워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