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온의 명상이야기 100
몸은 정직하다
최근 부평에서 도수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말초신경병증으로 손끝 발끝이 저리고 움직임이 둔하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선 발가락을 비롯한 발의 건강이 신체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며, ‘스키마 도수치료’로 명명하고 있습니다.
항암제의 여파로 손가락 발가락 말초신경이 다 파괴된 것은 이미 아는 사실인데, 발뿐만 아니라 다리와 팔, 목에 이르기까지 모든 근육과 뼈, 신경이 모두 단단하게 굳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치료사가 누르는 곳곳이 모두 심하게 아픕니다. 아마도 아주 오랫동안 긴장하고 산 까닭에 속 근육, 뼈마디, 신경까지 얼음처럼 굳어 있는 것 같다고 치료사는 말합니다.
제가 긴장형이라는 걸 아는 까닭에 명상도 하고, 마음공부도 하여 많이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하였는데, 저의 몸을 보니 아주 오랫동안 긴장이 쌓이고, 지금도 그런 무의식의 습관은 그대로인 것만 같습니다. 왜 그런 것일까, 하고 마음속 깊이 질문하였더니, 바로 이런 답이 나오더군요. ‘버림받지 않으려고!,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어서!’
체면을 중시한 어머니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잘난 남편에 버림받지 않기 위해, 엄한 시부모의 눈에 들기 위해, 그리고 무서운 남들 눈에 들기 위해 얼마나 부단히 긴장하며 살아왔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려서부터 개성이 강했고, 별난 데 관심이 많았고, 커서는 4차원이라는 소릴 심심찮게 들어왔던, 제가 택한 생존 방식은, 남의 잣대에 ‘나’를 짜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었습니다.
부평에서 기진맥진 피곤해 집에 돌아왔더니, 문 앞에서 큰 택배 상자를 발견했습니다. 상자를 여니 전목사님 사모님이 정성껏 담은 선물꾸러미였습니다. 상추, 가지, 고추, 단호박부터 소금, 쑥가루, 들깨가루, 콩, 녹두, 미역에 이르기까지 온갖 것이 담겨 있었습니다. 사모님의 깊은 사랑과 정성을 한눈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늘의 축복과도 같았습니다.
그렇습니다. 비로소 저에게 눈물을 그렁그렁하며 속말했습니다. ‘그렇게 긴장하며 살지 않아도 돼. (남의 눈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도 돼. 너는 사랑받고 있잖아. 과분할 정도로 큰 사랑을 받고 있어!’
* 2년여에 걸쳐 매주 쓴 명상이야기가 100회를 맞이했습니다. 그동안 아파서 여러번 입원도 하고 어려움이 많았는데 한 주도 빠짐없이 글을 쓴 저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