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짧은 만행을 하였습니다. 安居를 끝낸 수행자는 아니지만 俗人의 雲水行脚이더라도 만행이라고 불러봅니다. 김성동의 소설 ' 만다라 '의 주인공인 法雲과 같은 구도의 길은 아니지만 접해보지못한 山河와 사람들을 만나서 예기치 못한 것에 대하여 눈을 뜰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기대도 없지는 않았습니다.
어제는 정선 장날 이었습니다. 봉평에서 정선은 60 km 정도 되고 자동차로는 1 시간 정도 걸립니다. 진부에서 정선에 이르는 길은 오대천을 따라 구비구비 이어져 있는데 주변의 경치가 아주 좋았습니다. 여름에 수목이 우거지고 굽이치는 물을 보면 더욱 좋을것 같았습니다. 정선장은 봉평장에 비하여 규모도 크고 , 물건도 때깔 좋은것이 많았으며 , 활기도 더 넘쳤습니다. 아무래도 군소재지와 면소재지의 차이 인것 같았습니다.
거기서 의외의 수확이 있었습니다. 올봄에 심을 옥수수 씨를 구했습니다. 손바닥만한 자루에 까만 열매가 달리는 재래종 옥수수 씨앗을 찿으려고 여기저기 수소문 했지만 지금까지 못구했는데 정선장에서 발견한 것입니다. 그런데 너무 작아서 관상용이 아닌가 의심이 가는데 초봄에 다시 가서 뒤져볼 작정입니다. 마침 점심때가 되어서 국밥을 사먹었습니다. 장터에서는 역시 국밥이 제격입니다.
집을 나설때 돌아오는 길에는 바다를 보고 오리라 생각하고 길을 나섰습니다. 정선을 떠나 아우라지를 지나 임계에 도착했을때 갈등이 생겼습니다. 바로가면 백봉령을 지나 동해에 이르고 왼쪽으로 가면 삽당령을 지나 강릉으로 가는길입니다. 강원도는 산이 많으니 고개도 많아 무슨재 , 무슨령 하는 고개의 이름도 무척이나 많습니다. 강릉쪽으로 길을 잡았습니다. 강릉 성산에 이르렀을때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 이순원 씨의 고향인 우추리에 가보고 싶었습니다. 차를 세우고 길을 물었더니 우추리의 지명은 위촌리이고 일단 강릉 시내로 들어가서 다시 외곽으로 나가야 된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봉평으로 돌아오는 길이 너무 멀어져 아쉽지만 포기하고 대관령 옛길로 들어섰습니다.
아흔 아홉 구비라는 대관령을 넘어 마루터기에서 멈추어 선자령 가는 길을 잠깐 걸었습니다. 횡계에서 고속도로에 접어 들었을때 오늘 지나온 길에 취했는지 다시 속세로 들어왔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