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주식당>
이 가격에 이같은 찬과 맛이라니, 믿을 수 없는 밥상이다. 값이 싸면 품질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상식을 뒤집는다. 박리다매가 상업적 비결일 테지만 사람을 중시하는 마음이 인간적 비결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손님은 빨리 먹고 일어서는 것으로 착한 운영을 도와줄 수 있을 거 같다.
1. 식당얼개
상호 : 현주식당
주소 : 경기도 군포시 광정로 70(산본동 1144-1)
전화 : 031-391-7577
주요음식 : 북어국 및 찌개류
2. 먹은날 : 2022.6.15.점심
먹은음식 : 청국장 6,000원. 순두부찌개 6,000원
3. 맛보기
집밥같이 알뜰한 음식이 순식간에 차려진다. 이 가격이면 식탁의 재료 사기에도 부족할 거 같은데, 양념과 맛과 양과 상짜임, 어느 하나 거슬리는 것이 없는 훌륭한 식탁을 만들어 준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에서 숙성이 필요한 음식까지 모든 찬이 다 때를 맞추고 있고, 신선하고 제맛을 담고 있어 연신 감탄하며 먹게 된다.
음식은 6천원, 8천원으로 나누어진다. 이 정도 솜씨와 정성이라면 어떤 음식이라도 만족할 거 같다. 식당의 신화를 쓰는 식당이다. 빨리 먹고 일어나야 하는 패스트푸드점이 한식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순두부찌개. 순두부찌개를 주문하며 예상하고 기대하는 맛, 딱 그맛이다. 아니 그 이상이다. 진한 국물에 부드러운 순두부에 너무 맵지 않은 국물맛, 음식에 붙은 자신감까지 함께 담겨 있다.
청국장. 청국장만큼 냄새도 조리도 별난 음식이 있을까. 그만큼 맛내기도 어렵다. 잘 만들면 최고의 음식이지만 잘못하면 본전도 못 건지는 것이 청국장. 그래서인지 왠지 한끗 부족한 느낌, 물론 그래도 먹을 만하지만, 다른 찬의 완성도에 비해 부족하다는 말이다.
4. 맛본 후
"식사와 커피의 공간분할과 빨리빨리 음식문화와 상하층 음식문화의 단일성"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 맛 내는 식당 찾기 쉽지 않다. 이렇게 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부지런히 먹고 일어서서 다음 손님에게 자리를 내어줘야 박리다매로 겨우 유지될 거 같다.
우리는 대체로 밥은 빨리 먹고 일어서서 대화는 커피숍에서 하는 걸로 음식문화의 황금분할을 이루고 있다. 식당만큼 커피숍이 성업중이고, 동네마다 빼곡한 커피숍의 존재 이유다. 불란서는 대개 한 테이블에 두 팀을 받지 않는다. 커피까지 그 자리에서 해결하는 것이 다반사다. 불란서 식당이 빨리빨리의 케밥에 밀리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처럼 식당의 빠른 회전이 식사문화여서 케밥에 밀릴 일은 없을 거 같다. 별개의 또하나의 음식으로 음식문화를 풍성하게 하는 데 기여하지 않을까 하는 정도.
커피와 식사의 분리 문화 배경에는 음식간 편차가 크지 않다는 것도 큰 몫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6,70년대의 어려운 시절을 공유하고 있는 세대는 가난음식을 웰빙음식으로 바꾸어 인식하며 음식의 상하 균질화를 만들어낸다. 상하 음식문화의 차이가 우리만큼 없는 나라도 드문 거 같다. 청와대 들어가서 겨우 칼국수 대접을 받고 나오는 문화도 이처럼 상하음식의 편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현주식당의 저렴한 음식도 싸다고 외면받지 않고 집밥의 수수함을 더 칭송받게 되는 것도 음식문화의 균질성 때문일 것이다. 거기다 빨리빨리 문화도 고급음식을 찾는 것을 막고 있다. 빨리 먹어야 하는데 언제 한가하게 비싼 음식을 먹고 있나. 밥은 빨리 먹고 대화가 필요한 팀은 +커피숍하면 서로 좋은 것이다.
식사와 커피의 공간분할과 빨리빨리 음식문화와 상하층 음식문화의 단일성이 빚어낸 식당 중 하나가 현주식당이라면 지나친 분석인가. 결론은 그래서 이 식당이 우리 음식문화를 이어가면서 롱런할 거라는 거다. 저렴한 가격에 지나친 환대를 받고 감사하는 마음을 이 자리를 빌어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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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먹은 날 : 2022.7.14.점심
먹은 음식 : 오징어볶음 8,000원, 고등어구이 8,000원
오늘은 이 집의 소문난 오징어볶음이다. 고등어구이와 함께 주문, 너무 맵지 않도록 조정한다. 여전히 깔끔하고 맛있는 곁반찬과 함께 나왔다. 오징어볶음도 소문만큼 맛있다. 쫄깃거리고 탱탱하고 적당하게 맵다. 자신있게 살짝 볶은 것도 좋다.
오징어를 잘 데쳐서 싱싱한 맛과 육질의 탱탱한 기운이 선명하게 살아난다.
고등어구이. 집에서 못 먹는 거 먹을 수 있어 좋은 정도.
어묵과 무를 넣은 국이다.
미나리무침. 향긋하고 미나리에 고소한 참기름이 좋다. 간도 맞아 더 좋다 미나리도 적당하게 딱 고만큼을 맞추어 잘 삶아내 질기지도 않고 싱싱한 맛만 건졌다.
김치는 따로 사가고 싶을 정도의 맛이다. 이 가격에 이런 김치를 낼 수 있다니 비결이 뭔지 궁금하다. 겉절이 수준인데 양념이 너무 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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