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군수물자 전용부두 '위상' 여전, 그리고 '새 시대' 준비
안세희 기자의 현장 출동-부산항 8부두를 가다
- 국제신문
-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
- 2014-02-10 13:14:53
"부산항 8부두를 아시나요." 138년 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대외적인 뱃길을 연 항구인 부산항(1876년 2월 27일 개항)의 재래부두 가운데 유독 부침을 거듭한 '감만동 8부두'는 인근 신선대부두 등 컨테이너 전용부두와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다.
북항재개발 등으로 부산항 재래부두는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지만, 이곳 8부두는 미군 군수물자 전용 부두로의 독특한 역할을 하고 있다. 부산 지역 내 미군 부대 이전 등에도 여전히 그 역할을 담당하는 부산항 8부두에서 지난 7일 오전 미국의 군수 물자가 하역됐다. 그 현장을 직접 살펴봤다. 더불어 한국 현대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부산항 8부두의 역사와 현주소를 짚어본다. 이 부두의 미래상은 훗날의 몫으로 남긴다.
이날 오전 8부두는 분주했다. 이미 지난달 부산항에 도착해 대기 중이던 두 척의 선박에서 이날 M1A2 탱크, M2A3 브래들리 장갑차 등 미군 제1기갑사단의 장비가 부두로 하역되고, 국내 미군 부대에 보내기 위한 분류 작업이 한창이었기 때문이다. 이들 장비를 철도 수송을 통해 국내 미군부대로 옮겨진다.
미군 측에 따르면 이번 수송 작업은 미 육군 전력 재구조화에 따라 이뤄졌다. 미 국방성이 제1기갑사단 텍사스 포트 후드 부대의 한반도 캠프 호비(동두천)와 스탠리(의정부)로의 순환 배치를 발표했고, 그에 따라 800여 명의 병력과 추가 장비가 태평양을 건너 한반도로 들어왔다.
이날 수송을 담당한 837 수송 대대의 크리스토퍼 사령관은 이번 하역 작업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군의 새로운 기준에 맞춰 진행됐을 뿐 키 리졸브 훈련이나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비 차원은 아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여기서 시민 누구에게나 생소하고, 동북아시아 허브항만을 지향하는 부산항에서 특이한 위치를 점한 8부두의 역사가 궁금해진다. 공식적으로는 1980년 정식 준공한 것으로 돼 있는 부산항 8부두의 군사 물자 수송 역사는 6·25 전쟁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쟁 이후부터 줄곧 미군 물자는 이곳 8부두를 통해 들어왔다. 그런데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이곳에서 흘러나온 물건들이 부산 서면의 공구상가를 토대로 한 부산 기계공업과 국제시장, 깡통시장 등의 주요 거래 물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들 물품은 부산 경제의 한 축을 구성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아직도 그 흔적이 일부 남아 있는 곳에서는 부산의 이야기를 꾸린다는 명목으로 스토리텔링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8부두는 당당히 부산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금은 신선대 매립지로 이전한 우리 해군 제3함대를 비롯해 국군수송단, 해경 등이 나눠 사용한 8부두는 전통적으로 특수화물을 취급하는 군용부두여서 시민들에게는 더욱 낯선 곳이다. 게다가 부산에서 오랜 기간 주둔한 미 하야리아부대가 2006년 부산시로 반환되면서 물자 수송을 담당하던 미군 837 수송사령부가 대구로 옮겨가자 이 부두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재검토의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해양수산부는 부산항 기능 재배치를 골자로 한 '부산항 마스터플랜' 용역 착수를 발표하며 8부두 인근의 부대 이전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더불어 반입된 물자를 보관하고 배분하는 8부두 인근 범일동 일대의 미군 55 보급창의 이전 논의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하야리아부대 반환 이후 시설 활용빈도는 낮아졌지만, 원도심 가운데 위치해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꾸준히 지적받고 있다.
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8부두의 위상을 가타부타 따질 계제는 아닌 것 같다. 논란의 상황이 현재진행형인 탓이다. 그러나 부산의 미래를 그리는 북항 재개발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고, 정부 주도의 '부산항 마스터플랜'이 적극적으로 검토되는 상황에서 8부두는 이번 지방선거의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부산항 8부두에서 파생된 '역사 이야기'는 부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현대사의 주요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 8부두의 존재와 위상에는 앞으로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시대 흐름은 새로운 역사를 쓴다. 시대가 풀어낸 이야기도 역사다. '역사는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