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동결. 인하 기조는 분명하나 급할 게 없다
— 7월 18일, ECB는 주요 정책금리를 동결했다 (DFR 3.75%). 최근 지표들은 ECB의 중기 인플레이션 전망과 대체로 일치하며, 기업의 이익 마진 감소가 임금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영향을 완충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5월에 일시적인 요인으로 일부 기저 인플레이션 지표들이 반등했고, 대내 서비스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높아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9월 회의에서의 결정이 불확실 (wide open)하다고 언급하면서 기존의 data-dependent 기조를 유지했다.
ECB가 급하지 않은 이유 네 가지
— (1) 유로지역 인플레이션의 특징은 헤드라인이 전월비 +0.1%~0.2%로 빠르게 낮아진 반면, 근원은 0.5%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서비스 및 대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큰 상황이므로 인하에 급할 이유가 없다
— (2) 서비스 산업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서베이에 따르면, 3개월 후 가격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는 응답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기업의 가격 결정력과 이익 마진이 감소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기업의 이익 마진 축소는 임금 상승 압력을 낮춘다. ECB도 이를 근거로 임금 상승률 지표들이 내년으로 갈수록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 하에 6월 첫 인하를 단행했다. 하지만 임금 상승률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고, 채용공고 사이트인 Indeed의 Wage Tracker도 기존 3%대에서 6월 4%대로 반등했다.
— (3) 7월에 발표된 2분기 은행 대출 서베이는 금융환경이 조금씩 완화되고 있다는 신호들이 나타났다. 은행의 대출태도는 중립 수준까지 완화되는 추세이며, 기업의 대출 ‘수요’는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작년 4분기 성장률이 전기비 -0.1%에서 1분기 +0.3%로 회복했는데, 향후 (+) 성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 (4) 유럽 의회 선거로 촉발된 정치 리스크도 완화됐다. 유로화 스왑 금리와 독일 국채 금리 간 스프레드는 지난 6월 프랑스 정치 리스크로 확대되었으나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로 수요가 쏠린 영향), 7월 들어 안정됐다. 또한 소버린 (이탈리아, 프랑스)과 회사채의 크레딧 스프레드도 안정을 찾았다.
9월과 12월 인하 전망. 라가르드보다 레인과 슈나벨의 입에 주목
— 기존 9월과 12월 추가 인하 전망을 유지한다. 다만 9월 인하의 불확실성이 소폭 높아졌다. 9월 연준의 인하를 확인한 이후에 인하한다면 다음 시기는 10월이다. 한편 ECB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와 폭은 라가르드보다 레인과 슈나벨 이사의 스탠스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레인 이사는 임금 상승률이 2025, 2026년에는 빠르게 안정될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과한 긴축을 오래 동안 유지하면 중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목표를 하회할 수 있고, 이 경우 기준금리를 중립 수준 이하로 내려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으므로 기준금리 인하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 반면 슈나벨 이사는 상대적으로 매파적이다. 인플레이션의 상방 리스크가 여전히 높다고 평가하며, 기준금리 인상 기간 중에 병행했던 양적완화 정책이 기준금리 인상의 효과를 약화시켰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6월 회의 이전에도 6월에 기준금리 인하가 가능하지만, 그 이후 인하는 매우 조심스럽다는 점을 강조했다.
출처: KB증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