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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15일 삶는족족 가게 앞에서 현판식에 앞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밥천국 사거리부터 희망약국 사거리까지 기울어진 인도에 전동휠체어도 기울어진다.
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병석 활동가(37)는 “수동휠체어는 옆으로 넘어질 위험에 지나가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희망약국 사거리에서 보건소로 가는 길목에 놓인 편의점에는 경사로가 설치돼있다. 김병석 활동가가 휠체어를 틀어 진입하다 높은 경사에 뒤로 넘어질 듯 기울었다.
김 활동가는 “경사로가 있어도 각도가 높아서 위험한 곳들이 많다”고 말했다. 뒤로 넘어질 듯한 김 활동가를 보고 놀란 읍내 편의점 점주 A씨는 “편의점 본사에서 경사로를 지원해주거나 그러진 않는다”며 “만든다고 만들었는데, 경사로가 높아서 더 위험할 줄은 몰랐다”고 무안한 듯 말했다.
김 활동가가 보건소를 찍고 제이마트 사거리까지 그리고 다시 김밥천국 사거리까지 오기까지 들어갈 수 있는 1층 점포는 다섯 손가락에도 채 들어오지 못했다. 대다수 점포는 경사로가 없었고, 경사로가 있어도 폭이 좁거나 자동문이 아니라 손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은 김 활동가는 혼자서는 진입할 수 없었다.
누구나 드나들 수 있어야 하는 공공기관도 들어갈 수 없었다. 보건소 앞 옥천고용복지플러스센터는 3층에 위치해 승강기를 타야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승강기로 진입하기 전 경사로 앞이 여닫이로 돼 있어 손으로 문을 열 수 없는 김병석 활동가는 진입할 수 없었다. 또한 정문에는 승강기 앞이 계단이라 주차장을 통해 후문으로 진입해야 한다.
옥천군이 정비했던 금구교나 중앙교 경사로 각도가 높아 휠체어 장애인들은 오르내릴 수 없었다. 김 활동가는 몇 번이고 “여기는 못 내려간다”며 왔던 길을 되돌아 도로로 휠체어를 끌었다.
21일 아침 9시30분부터 10시30분까지 1시간가량 읍내를 돌아본 김 활동가는 “건물내 쓸 면적을 줄이면서 경사로를 설치해야 하는데 그런 인식은 없는 상황이다”라며 “읍내에 휠체어를 탄 채 다니는 사람들이 적은 이유는 이런 이동권 문제와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휠체어 1층 진입이 불가능한 읍내 상가들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모두에게 ‘1층이 있는 삶’을 확산시키기 위해 ‘같이가게’ 운동에 돌입했다. 센터는 올해 경사로를 설치해 휠체어 진입이 가능하고, 장애인 자조모임 지원을 해온 삶는족족·시장피자·맥우·CU문정주공점을 2020년 ‘같이가게’로 선정했다. 센터는 ‘같이가게’ 운동을 시작으로 휠체어 장애인의 1층 있는 삶을 확대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에 군 역시 소규모 점포 경사로 확보에 대한 필요성을 공감한다고 밝혀 실제 지원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임경미 소장은 “장애인들이 진입할 수 있는 건물들이 거의 없다”며 “읍내 상가들은 대부분 1998년도 이전에 만들어졌거나, 면적 기준에서도 벗어나 있어서 경사로가 의무인 곳들이 없다, 이에 읍내 휠체어 장애인들에게 1층 있는 삶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안에 따르면 면적이 300m² 이상이거나 1998년도 이후에 만들어진 건물이어야지 경사로 확보가 법적 사항이다. 따라서 면적이 300m² 이하이거나 98년도 이전에 지어진 건물들은 장애인 접근권의 사각지대다.
2010년 개소한 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장애인 이동권 투쟁의 연장선으로 2013년경 군내 휠체어 장애인 진입이 가능한 가게들을 모은 책자를 발간했다. 이번 ‘같이가게’ 역시 2013년경 발간한 책자의 연장선이라는 해석도 내놓았다. 이외에도 센터는 장애인 이동권 투쟁에 대해 목소리를 계속해서 내왔다. 이번 ‘같이가게’ 운동 역시 1층 진입이 가능한 점포에게 현판을 달아주는 형태로 장애인들의 ‘1층 있는 삶’을 독려하는 운동으로 보인다.
임 소장은 “현재는 4개로 시작하지만, 내년, 내후년에 계속해서 추가해 늘리는 방법으로 진행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렇게 현판을 달아내면서 장애인들이 진입하고, 드나들 수 있는 점포들이 많길 바란다”고 말했다. 덧붙여 “BF(배리어프리) 인증에 대한 주민 관심도 높아지는 것이 느껴진다”며 “힐링센터나 새로 짓는 공공기관에 BF인증에 앞서서 옥천군이 센터를 찾아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 군내 BF(배리어프리) 인증을 받은 곳들은 △국립해양측위정보원 △구일소류지 공중화장실 △향수애 커뮤니티센터 △옥천 전통문화체험관 △군서면 금천리 공중화장실 △군서면 금산리 공중화장실 △군서면 은행보건진료소 △금구 공영주차타워 △수변 체육공원 화장실 △옥천군 장애인보호작업장 등 10곳으로 지난 1월 5곳보다 늘었다.
■ “경사로 없는 곳 태반”… 개인비용 써 경사로 설치한 가게들
실제 우리고장 면 소재지를 비롯한 읍 시가지에는 경사로가 설치돼있지 않은 점포가 대다수였다. 경사로를 설치한 점포들 역시 지원을 받은 게 아닌 개인 비용으로 만든 경우들이었다.
군서면 만복식당 김복임(59)씨는 “자립센터 사람들이 주로 와서 밥을 많이 먹었는데, 먹을 때 경사로가 없어서 불편했다”며 “이번에 앞으로 확장 이전하면서 플라스틱으로 두고 쓰던 경사로를 고정식 경사로로 만들기로 결정해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번에 ‘같이가게’에 선정된 삶은족족 임성빈 사장도 “경사로 만드는 것 어렵지 않았다”며 “오히려 이동식이라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못들어간다고 생각하고 그냥 지나쳐버리지는 않았을까 마음이 쓰인다”고 말했다.
출입문 앞 설치된 경사로는 휠체어 장애인을 포함한 약자 대다수에게 호응을 받고 있다.
경사로가 설치된 청산면 신숙경 헤어샵 신숙경(45)씨는 “(휠체어 장애인뿐 아니라) 무릎 아픈 할머니들도 드나들 때 훨씬 수월하다고 하더라”며 “3년 전에 자비로 경사로를 만들었는데, (군에서) 지원을 해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옥천군은 소상공인 점포 개선 사업을 해오고 있다. 앞서 소상공인 점포 개선 사업에 경사로 설치등과 같이 휠체어가 진입 가능한 점포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었다. (2020년 1월10일자 ‘휠체어는 못가는 맛집, 장애인 접근성 열악한 읍내 식당들’ 참고) 소상공인 점포 개선사업은 2016년부터 군이 자부담 20%에 최대 2천만원씩 점포개선을 위해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올해까지 약 160여개 소상공인 점포가 개선사업을 받았다. 경사로 지원사업을 완료한 타 지자체들에 따르면 경사로 예산은 100만원 안팎이다.
경제과 김태수 과장 “경사로가 외부 기자재여서 안된다는 것은 아니고, 건물주나 도로 점용등의 문제로 조금 복잡한 것”이라며 “경제과에서도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고,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 경기 구리시•대구시•강원 춘천시 ‘경사로 설치 지원’
춘천시는 2020년 10월 ‘장벽없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번화가인 명동을 중심으로 경사로 설치 지원사업을 진행한다 밝혔다. 법적 의무대상이 아닌 소규모점포들 64곳에 약2천만원으로 경사로를 설치해주는 것이다.
춘천시 장애인복지과 장애인권익증진팀 김대유 팀장은 “춘천시는 물리적으로 장애인들의 사회참여와 이동을 제한하는 장벽들을 없애나가는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1차적으로는 64곳으로 정했지만, 이후에는 춘천시 전역에 소규모 점포들을 대상으로 점차 넓혀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사로 설치 지원 사업의 경우 타 지자체에서도 시범사업으로 진행한 바 있다. 경기 구리시에서 2018년, 대구시에서 2019년 소규모 점포들을 대상으로 경사로를 설치했다. 대구시는 2019년 한해동안 1억2천여만원을 들여 168개 소규모 점포에 경사로•호출벨•난간 등을 설치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대구시 장애인복지과 장애인시설팀 최문숙 담당자는 “경사로는 비싸지 않다, 한 점포당 100만원 정도 잡았다”며 “지금은 각 기초지자체(구단위)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옥천군은 타 지자체 사례와 함께 실태조사를 우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주민복지과 강호연 과장은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공감하고 있고,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한다”며 “우선 1층 진입로가 어느정도 확보가 되는지를 실태조사부터 하겠다”고 말했다.
*BF(배리어프리, Barrier Free)?
고령자나 장애인들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운동. 1974년 국제연합 장애인생활환경전문가회의에서 ‘장벽 없는 건축 설계’에 대한 보고서가 나오면서 쓰이게 된 용어다. 건축물이나 도로·공공시설 등에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없앤 것을 의미한다. 실제 물리적으로는 경사로 설치, 손잡이 설치 등으로 표현된다.
출처 : 옥천신문(http://www.o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