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오늘 아침을 여니, 건너편 비탈 언덕바지에서 들려오는 밭 갈며, 소모는 소리에 아침을 깨운다. 농부가 봄씨앗 봄보리 등을 뿌리기 위해, 밭 가는 달구지 소리가 내 귓가에 가까이 들려온다.
“봄이 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올봄은 어서 빨리 왔으면 좋겠다.
농부는 봄의 씨앗들을 뿌리기 위해 땅을 일구고, 뒤집어 식물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토양을 섞어준다.
봄에 일찍 밭을 일구지 못함은, 가을에 추수할 것이 없다. 그리하여 봄이 되면 밭을 갈고 씨를 뿌리는 것은, 농부들에게는 자연스럽게 몸에 익숙해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일 년 지게는 재어 춘 이요, 일일 지게는 재어 신이라 했다.(一年之計는 在於春이요 一日之計는 在於辰이라) 일 년의 계획은 봄에 세우고, 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세운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농부는 자연과 함께 호흡하면서 살아왔다.
어쩌다 보니, 앞산에 진달래꽃이, 앞마당서는 봄을 알리는 눈속에서도 꽃을 피운다는 매화(雪中梅)꽃과 산수유(山茱庾)등이 이미 보름전에 꽃을피워 열매를 맺고 있다.
길가엔 개나리가 살포시 고개를 내밀고 있고 나무에서 연꽃을 피운다는 목련도 개화시기를 앞 당기고 있다.그리고 이맘때면 새들도 찿아와 지지배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지지배배 거리는 노래소리에 께어 아침을 재촉한다.
그리고 개나리, 버들강아지, 봄의 전령들이 앞을 다투어 자기의 아름다움을 뽐내기라도 하듯, 하루가 다르게 다투어 꽃봉오리를 터트린다.
자연은 그렇게 새롭게 태어났다가 고작 1년의 자기 모습을 보이자고 약속이나 한 듯이 잠을 자기 위해 사라지는 것 같다.
나는 이 자연의 순리에서 질서를 배운다. 이성이 없는 식물들도 질서가 정연하다.
그런데 하물며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들은 질서를 어기고, 개인의 감성대로 살아가는 것 같다.
나는 봄에 피어나는 새싹의 푸르고 맑은 미소짓는 꽃들을 보면서, 봄이 오는 소리의 아름다움을 듣는다.
그리고 가을 벌판에 고개 숙인 벼 이삭을 바라보면서 겸손을 배운다.
이 자연의 이치는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너무나 질서가 있고 조용히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어서 빨리 왔으면 좋겠다.
봄이 오는 소리가 귓전에 가까이 들려온다.
자연은 그렇게 새롭게 태어났다가, 고작 1년의 자기 모습을 간직하나 보다. 올해는 어느 해 보다도 더 봄이 오기를 기다려진다.
어서 빨리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에는 나만의 이유가 있다. 손녀인 아름이, 주은이가 고등학교를 입학하는 해이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 둘째가 초등학교 교감에 승진하여 부임하는 해이기도 하다.
사람은 꿈이 있어야 행복할 수 있다고 한다. 꿈이 없는 사람은 희망이 없다.
나이가 들어서도 꿈이 있으면 청춘이라 한다. 아름다운 꿈을 꾸며 익어가는 삶이, 우리 내들의 바라는 늙음이 아닌가 싶다.
봄은 꿈을 꾸는 계절이다. 우리가 모두 아름다운 봄 꿈을 꾸며 살아 갈 적에 우리네 보통사람들의, 가치 있는 행복한 아름다운 저녁노을이 될 것 같다.
제비 한 마리로 봄은 오지 않는다.(“with one swallow,
spring does not come.”)
봄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겨우네 수 많은 설경과 인고의틈에서 버티어내고서 봄이 소리를 전한다.
노래가사 말처럼,꽃피면 봄이 오면 내 곁으로 온다고 말했지, 노래하는 제비처럼, 당신이 생각나서 한 마리 제비처럼 마음만 날아가네, 당신은 제비처럼 반짝이는 날개를 가졌나, 다시 오지 않는 님이어서, 사람들은 꽃피는 봄이면 그리운 사람들이 더욱 생각나는 계절 이기도 하다.
내 인생의 봄은 갔어도 네가 있으니, 나는 여전히 봄의 사람 너를 생각하면 가슴속에 새싹이 돋아나네,
시간이 지날수록 봄꽃들의 만개 시기가 빨라지자. 숨소리가 달라지고 있다. 그것은 꽃내음 그윽한 향기가 온통 코를 찌르고 있기 때문이다. 봄은 모든 생명의 탄생에서 비롯하는가 보다. 이처럼 봄이 오면 온 산야에 만물들이 기지개를 켜고, 새 생명 탄생을 노래한다.
겨우내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물이 올라 연두색에서 차츰 연초록으로 색깔이 바뀌고 있는 것은, 만물의 생동이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봄날의 꽃과 숲이 아름다운 것은 진실의 처녀성(處女性)으로 눈부시게 빛나기 때문이다. 그 빛으로 살아 오르는 꽃의 아름다움을 피우기 위해 겨울 숲은 봄이 올 때까지, 매서운 칼바람 속에서도 긴 침묵을 앓고 진실의 길을 향해 걸어온 것 같다.
그냥 늙어가지 않고 예쁘게 익어가는 사람이 우리네 삶이다.
나는 오늘 아침 소소한 꿈을 안고 아침을 연다…
(후봉 한 동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