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ubert Piano Sonata D.960
슈베르트는 좋아하기가 영 까다로운 작곡가이다.
듣고있자면 모든 곡 하나하나가 다 좋다만 뭔가 담백하고
각 곡마다 뚜렷한 개성이 없는것같이 느껴져서말이다.
그런데 슈베르트를 듣고있으면 정말 버릴것 하나없이 전부 다 좋다.
이건 정말 놀랍다고밖에 표현할 길이없다...;
비발디처럼 자기가 자기곡을 표절한 그런류의 '개성없음'이 아니라
항상 공통된 정서로 일관한다는 느낌이 든다고 해야하나.
이런걸 '개성없음'이라고 표현한다는게 맞는 표현일런지도 잘 모르겠다.
위에서 '공통된 정서'라고 말했는데
슈베르트의 음악에서 느껴지는건 고독과 슬픔이다.
제 아무리 선율이 발랄하고 아기자기해도
아예 그 선율자체가 역설로 보일정도로 그 밑바닥은 씁쓸하기 그지없다.
특히 슈베르트의 후기 피아노 소나타들은
죽음을 앞두고 쓰여진 곡들이라서 그 우울함의 정도가 더욱 그렇다.
그중에서도 가장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 21번이 특히 그런데,
선율 자체는 정말 소녀스럽고 아기자기하다.
그런데 정말 슬프고 외로워진다.
클림트의 그림중에 Schubert at the Piano라는 그림이 있는데
피아노를 치는 슈베르트 주위에 몽환적인 분위기의 아름다운 여자들이 둘러싸고있다.
그런데 슈베르트는 사람들에 둘려쌓여져 있으면서도
혼자인것처럼 굉장히 외로워보인다.
'공허한 군중' 사이에서 피아노를 묵묵히 치고있는 슈베르트의 모습이
얼마나 그의 음악과 닮아있었던지.
음악이건 문학이건, 미술이건 영화이건, '고독과 우울'이라는 감정은 참 단골손님이다.
벌써 몇백년 전으로부터 꾸준히 인기있는 감정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저 감정들이 흔한만큼 그걸 잘 나타내는 것도 힘들다고 생각한다.
잘못하면 억지스러운 신파극이 될 수도 있기때문이다.
슈베르트는 그런면에서 본다면 정말 자연스럽게
모든 고독과 우울함을 자신의 음악에 '토해낸다'.
하지만 절대 과장스럽지않고 덤덤하게,
남의 일을 말하는것 마냥 의연하게 그렇게 나타낸다.
리히터의 슈베르트 D.960은 굉장히 느릿느릿하다.
1악장의 경우만봐도 호로비츠,페라이어가 19분대, 브렌델은 14분대인데
리히터는 25분대에 육박한다.
왠만한 피아노 소나타 전악장을 연주해도 슈베르트 1악장에 못미친다는 말이다.
교향곡 중에서도 20분대를 넘는건 말러나 브루크너밖에 없는데
정말 무지막지하다고 볼수도 있을테다.
게다가 비슷한 선율이 반복되고 베토벤처럼 멋지고 웅대한 부분도 없고
쇼팽이나 리스트처럼 화려한 맛도 덜하다.
지루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하지만 제발 끝까지 들어보라고 말하고싶다.
나도 맨처음엔 이런걸 어떻게 들어, 싶었는데 정말 중독된다 '-' b....
개인적으로 무거운 연주는 그닥 선호하지는 않는다.
무거운 연주야 좋긴하다만 듣고있자면 내 정신의 안위를 보장해주질 못해서말이다.
그런데 리히터의 연주는 아주 무거우면서도 정결한 느낌이다.
듣고있으면 머릿속이 깨끗해진다.
어쩔땐 무언가 성직자같은 느낌이 나기도?ㅎ_ㅎ
호로비츠의 모스크바에서의 '진짜' 은퇴 콘서트 실황이다.
호로비츠는 은퇴를 4번 했다말았다해서
호로비츠를 싫어한 글렌굴드가 그의 복귀콘서트 레퍼토리를 똑같이 배껴서 음반을 내려고했는데
굴드와 호로비츠의 소속사가 같아
관계자 전원이 말려서 좌절되었다는 후문도있고~ㅋㅋ
일단 돌아와서, 난 호로비츠를 그닥 많이 들어본건 아니다.
장인사위 콤보의 차이콮 피협하고 라흐피협 3번 정말 대충 들어보고
여기 슈베르트 피소를 들어본것밖에 기억이 안난다-.-;
일단 평부터말하면 리히터 연주와 정말 대비된다. 정말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조금 더 가벼운 느낌이 산뜻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연주는 브렌델인데 (사정이 있어서 브렌델은 못올림;)
브렌델은 무거움=가벼움 정도이고 리히터는 무거움>>>>가벼움,
호로비츠는 무거움<<가벼움 정도?
그래봤자 전부 다 좋기는 마찬가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