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중 빠져나가는 수분-에너지 보충… 1시간 이내 운동 땐 물만 마셔도 충분
축구 선수 한 명이 사이드라인 쪽으로 달려온다. 감독의 지시사항을 듣고 있는 그의 손에는 ‘물병’이 들려 있다. 터프하게 몇 모금을 마신 그는 이내 ‘물병’을 사이드라인 밖으로 던져 놓고 다시 경기장 안으로 뛰어든다.
우리나라의 다른 프로스포츠에서도, 바다 건너 미국의 프로농구(NBA)나 프로미식축구리그(NFL)에서도 선수들은 틈만 나면 마신다. 실내와 실외를 가리지도 않는다. 무엇을 그리 마시는 것일까. 그리고 운동 중에 마시는 ‘그것’은 정말로 선수들의 기량을 높여주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마른 목을 축여주는 정도의 역할만 하는 것일까.
○ 스포츠음료의 기본 골자는?
‘정답’을 가르쳐 주기 전에 먼저 이것 한 가지만 짚어보자.
우리가 운동으로 에너지를 소비할 때는 몸에서 과다한 열(운동의 ‘부산물’)이 생긴다. 이 열을 식히기 위해 나오는 것이 바로 땀이다. 땀은 우리 몸 안의 수분을 고갈시킨다. 운동 강도가 강하면 강할수록, 운동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에너지 소비량과 수분 손실량이 커진다.
에너지가 모자라거나 몸속의 수분이 빠져버리면 선수들은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학계에서는 개인 체중의 약 2%에 해당하는 수분 손실이 기량을 떨어뜨리는 역치(threshold value·외부자극이 주어졌을 때 신체가 반응하는 최소한의 자극강도)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것이 선수들이 시도 때도 없이 수분을 보충하는 이유다. 동시에 에너지도 운동으로 소비되는 만큼을 바로 보충해주어야 선수의 기량이 유지된다.
앞서 축구선수가 마셨던 ‘그것’, 즉 스포츠음료의 주성분은 물과 에너지, 즉 탄수화물로 이뤄져 있다. 탄수화물을 대표하는 것이 바로 설탕이다. 그렇다. 스포츠음료는 물과 설탕의 혼합물이다. 이것이 기본 뼈대다.
○ 4∼8% 농도의 탄수화물이 포함된 물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운동 중에 섭취하는 음료의 이상적인 구성에 대해 참으로 많은 연구를 해왔다. 그들은 물었다. 에너지와 물을 보충하는 것이 스포츠음료의 목적이라면, 많은 탄수화물을 한꺼번에 섭취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렇다면 스포츠음료를 마시기보다 초콜릿을 먹고 물을 함께 마시면 더 좋은 것이 아닐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답은 ‘No’이다. 인간의 소화기는 특히 운동을 할 때 흡수력이 상당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운동 중에는 대부분의 혈액이 근육으로 이동한다. 따라서 소화·흡수 기능이 상대적으로 저하된다. 결과적으로 운동 중 고밀도의 탄수화물 섭취는 도리어 피해를 줄 뿐이다.
4∼8% 농도의 탄수화물을 포함한 물! 이것이 수많은 연구 결과들이 말하는 이상적인 ‘스포츠음료’다. 운동 중에는 순수한 물보다 흡수율도 더 높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거의 모든 스포츠음료의 탄수화물 농도가 약 6%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콜라와 오렌지주스가 스포츠음료가 아닌 이유도 여기에 있다. 콜라와 오렌지주스의 탄수화물 함유량은 약 12%다.
때론 스포츠음료의 효과가 물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경우도 있다. 짧은 운동에서는 소비되는 에너지양이 크지 않다. 따라서 약 1시간 이내의 운동이라면, 굳이 비싼 스포츠음료를 마시는 것보다는 물을 마시는 것이 더 경제적일 수 있다. 운동 중에 에너지가 소비된다지만 보통의 식단에서 얻은 에너지만으로도 최소 한 시간은 버텨낼 수 있기 때문이다.
○ 이온음료와 스포츠음료는 쌍둥이 형제
대표적인 스포츠음료 중 하나로 인식되는 이온음료는 어떤 효과가 있을까. 이온이라고 하면 대개 나트륨, 칼륨, 염소, 칼슘 등을 말한다. 그런데 이것들은 운동능력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는 않는다. 앞서 설명했지만 운동할 때 보충해야 하는 것은 수분과 에너지뿐이다.
누군가는 “그러면 땀에 포함된 ‘소금기’는 어떻게 보충하느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온을 섭취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운동으로 심하게 땀을 흘린다 해도, 2시간 정도 흘리는 땀으로 인해 손실되는 ‘소금기’는 인체의 기능을 저하시키지 않는다. 이는 훈련이 잘된 운동선수는 말할 것도 없고, 평범한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균형 잡힌 식단만으로도 최소 2시간까지 지속적으로 흘리는 땀에 포함되어 있는 이온을 ‘저장’해 놓을 수 있다.
따라서 이온 보충이 필요한 경우는 주로 마라톤이나 축구와 같이 2시간 넘게 진행되는 운동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이온음료 대부분의 주성분도 물과 탄수화물이란 사실이다. 즉, 이온음료는 물에 이온만을 첨가한 순수한 ‘이온 물’이 아니고 스포츠음료에 이온을 첨가한 음료다. 스포츠음료에 이온이 첨가돼 있는 경우도 많다. 결국 그 내용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흔히들 말하는 스포츠음료와 이온음료는 ‘쌍둥이 형제’와 다를 바가 없다.
○ 스포츠음료 만드는 비법
스포츠음료는 다른 음료에 비해 값이 비싼 편이다. 하지만 의외로 간단히 만들어 먹을 수 있다. 그 비법을 지금부터 공개해볼까 한다.
1.5L짜리 페트병 하나를 구한다. 그 안에 든 내용물을 깨끗이 비우고 마실 물을 담는다. 설탕 90g을 넣고 뚜껑을 닫는다. 마구 흔든다. 혹시 그래도 소금기가 걱정이라면 약간의 소금을 넣어도 무방하다.
다른 방법도 있다. 콜라나 오렌지주스를 물과 1 대 1의 비율로 섞는다. 이것도 스포츠음료다. 맛도 그리 나쁘지 않다.
마시는 양은 운동 중 땀으로 인해 빠지는 체중의 양만큼이면 된다. 이는 운동선수나 일반인 모두에게 적용된다.
이대택 국민대 교수(체육학) dtlee@kookmi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