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림 얘기를 할까 합니다.
얼마 전에 제가 미국에서 보내온 그림(화물) 뒤처리 얘기를 하지 않았습니까?(아래 글, '지난 그림에 대한 회상')
그와 관계된(이어진) 얘긴데요,
반복된 내용이기는 하지만,
그건 지난 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거고,
이제는 그 일로 인한 현재 얘기를 하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지난 얘기를 다시 할 수밖에 없어서 그런 것이니,
양해 바랍니다.
제가 옛날(1996-7년) 멕시코에서 지낼 때 그렸던 그림들을, 나중에 귀국하면서(1998) 바로 가져올 여력이 없어서,
현지 멕시코 시티에 있던 한국 수녀원에 제 그림을 맡겼었는데,
곧 찾으러 간다던 그림을 그 뒤 12년이 지나도록 방치해뒀더니,
결국, 그 수녀원에서 연락이 왔는데,
그림에 이상이 생겼다며 찾아가던지 아니면 아예 포기를 하던지(?) 하라는 최후 통첩을 받았던 게,
2008년 말이었습니다.
'화가'로 살면서 가장 비참한 경우가 그럴 때인데요,
그 당시에도 저는 정말 절망적인 심정으로... (살 맛도 안 났답니다.) 걱정만을 했을 뿐,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전전긍긍하다가,
그게 우연인지 운명인지(?) 그 다음 해인 2009년 미국을 가게 되었고(난생 처음으로),
'뉴욕'을 거쳐 '텍사스'에 가서 머물다가 현지 신부님의 도움으로 한 일을 맡아, 제가 거기 한 저택에 그림을 그려주는(그 집 실내 인테리어?) 일을 해서 목돈을 만지게 되었는데,
그제야 바로 멕시코로 날아갈 수 있었답니다.
(그 멕시코 시티에 있던 그림 문제를 해결하러요.)
그래서 가 보니,
수녀원에 맡겼던 그림이 너무 오랫동안 쌓아두기만 해서, 쥐가 파먹기도 했던 것 같고 또 빗물에 젖기도 했던 것도 있는 등... 확실히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멀쩡한 것도 제법 됐는데,
그 그림 중에서 몇 갠가(확실히 기억나진 않지만, 아마 어딘가에 그 리스트가 있기는 할 텐데요.) 없어진(?) 걸 알게 되었는데,
저는 그림을 맡겨두기만 하고 제 때 찾아가지 못했던 죄인(?)이었기 때문에,
아무 소리도 못한 채, 그 그림들을 일부는 포장해서 미국 텍사스로 보내게 되는데요,
(그 당시만 해도 그 그림들을 미국에서 어떻게든 처리할 작정이었는데요. 그건 생각이었을 뿐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았답니다.)
(그리고 미국으로 보내지 못했던 그림도 몇 점 있었는데(벽화 실습작과 회화 몇 점), 그것들은 또 현지 멕시코 시티에 있던 한 교포(지인)에게 맡겨두기도 했는데, 그 작품들은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도 모르는 상태랍니다. 그 몇 년 뒤 그 분들이 멕시코를 떠나 미국으로 이사했다고 하는데, 연락이 닿지가 않아서요.)
아무튼 제 멕시코 시절 그림들 대부분이 그렇게 텍사스에 가게 되었는데,
최근에 제가 화물로 받았던 그림들은 그 그림들과, 2009년 제가 미국 텍사스에 머물 때 그렸던 그림 몇 점도 포함돼서 왔기 때문에, 멕시코와 미국 두 곳의 그림들이 함께 온 것이긴 했지만요,
아무튼, 그 멕시코 시절의 그림 중, 제가 어쩌면 가장 대표적으로 꼽았던 '기타 치는 사람'(아래 그림)은 그 수녀원에서 없어졌기 때문에,
저는 그 당시도 그랬지만, 그 그림만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는 얘기도 지난번에 했었잖습니까?
(근데요, 이 '기타 치는 사람'은, 제가 좋아했던 그림이기도 해서, 그 당시(1997년 말) 독일에 가서 '함부르크'에 머물면서는, '시리즈'로 '종이 꼴라지(찢어붙이기)'로 조그맣게 하나를 더 했는데요(아래 사진), 그건...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서(종이에 했기 때문에 한국으로 가져올 수 있어서) '강남'의 한 아파트에 팔았는데, 그 작품은 지금도 그 아파트에 존재하고 있을 겁니다.)
근데요, 지금까지는 그 '기타 치는 사람'(그림)에 대한 얘기였는데,
작년엔가?
제가 어느 날 이 까페에,
제 멕시코 시절 때, 제가 신세를 졌던 S라는(지금 '몬떼레이'에 살고 있는 K씨와도 잘 아는) 한국분을 오랫동안 찾다가(그 분이 귀국해서 한동안 사람들 연락을 끊고 살고 있어서),
우연히 '카톡 친구'에서 그 분을 찾았다는 얘기를 했던 적이 있는데요,
너무나 고맙고 반가워서, 그 분(S)과는(지금은 한국에 돌아와서 살고 있습니다.) 요즘도 가끔 한 번씩 만나 막걸리를 마시기도 하는데,
얼마 전에 그 분이 그러드라구요,
"근데, 그... 남궁 선생 멕시코에 있을 때 그렸던 '기타 치는 사람'은 잘 있나요?" 하고 묻는 거 아니었겠습니까?
물론 그 분은, 그 당시에도 가난한 떠돌이였던 저를 안타깝게 여겨 표시나지 않게 도움을 주곤 했던 분이었는데,(평소에도 그 분이 그림을 좋아해서 그러기도 했다더군요.)
그렇게 구체적으로 그 '기타 치는 사람'을 지목하면서까지 물어오니,
저는 깜짝 놀랐을 뿐더러, 제 그림까지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얼마나 고맙고 좋았는지 모른답니다.
그 그림을 잃고, 그 그림을 그렸던 장본인인 저는 당연히 그 그림 때문에 여태까지 가슴앓이를 하면서 지내왔는데,
저의 없어진 그림을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답니다.
그래서 제가 그 얘기를 해주었지요. 그 그림은 이미 없어졌다고.
그랬더니 그 분이 깜짝 놀라면서,
"아, 그럴 줄 알았다면... 그 당시, 내가 그 그림을 사는 건데......" 하면서, 여간 안타까워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저는 또,
"그 당시에, 그럴 생각이 있었나요?" 하고 묻게 되었고,
"예! 그 그림이 너무 내 맘에 들었는데, 작가인... 남궁 선생이 그 그림을 너무 아끼는 것 같아... 차마 얘기를 꺼낼 수가 없어서, 아무 말도 못했거든요?"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아!
(이 건 아무 짝에도 쓸데없는 얘기지만) 저는,
'만약, 그 당시에 그 분이 그런 뜻을 내비쳤다면... 내가 그림을 그 분께 팔았을까?' 하는 생각을 아니 할 수가 없었답니다. 물론 그 분은 그 당시엔 상당한 재력가이기도 했기에 어쩌면 가능했을 수도 있고, 그랬다면 지금도 그 그림은 잘 보관돼 있었을 테니까요.
글쎄요, 근데 어쩌면 저는 그 그림을 팔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그 가능성이 더 큽니다. 제가 좀 그런 편이거든요. 제가 너무 아끼는 그림은 팔지 않는......)
그렇지만, 그 당시의 저는 너무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 분 정도라면(평소에도 나를 많이 도와준 분이라)... 어쩌면 팔았을 수도 있었을지 몰라......' 하기도 했는데요,
그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었을 거라는 얘기지요.
아무튼, 그 그림 '기타 치는 사람' 때문에... 제 애가 많이 탔는데요(가슴이 아픈데요),
최근에 불현듯 저는,
'그 그림을 다시 그려?'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심사숙고 끝에,
'그 원본엔 미치지 못하겠지만, 이 경우는 특별하니까... 그 그림을 재생산하기로 하자.'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답니다.
(저는 한 작품의 '유일성'을 강조하는 화가거든요? 그래서 아무리 좋은 그림이라도 베낀다는 건(그런 행위는) 용납을 하지 않는 사람이거든요. 물론 '시리즈'는 다른 개념이고, 저는 '시리즈'는 아주 많이 이용하는 사람이기도 한데, '한 작품을 베낀다'는 건 여태까지 해본 적이 없거든요? 그렇지만 이 작품에 한해서는 그렇게라도 하려고 한답니다. 너무 가슴이 아파,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 다시 베끼는 식으로요.)
그래서 며칠 전, 그 원본과 크기도 엇비슷한(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60호 캔버스에 밑칠(하얀색)을 했답니다.(아래 사진)
원본은요,
캔버스에 그린 건 맞은데 '유화'가 아니고, 멕시코 시절에 배웠던(캔버스 준비 과정도 열심히 가르쳐 준 '삐메'라는 멕시코 강사의 도움으로) '캔버스 위(천)에 수채물감(먹물도 사용)으로 채색한 그림'이거든요.
그러니, 이번에 새롭게 베낄 그림 유화와는 느낌의 차이도 크겠네요......
그렇게, 지금 당장 그 작업에 돌입하지는 못하겠는데... 아무튼, 조만간 새로운(베낀) '기타 치는 사람'을 그리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