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8일 목요일
파업
김미순
병원에 안 가는 날이다. 새벽에 빨리 일어나 새벽에 하는 일(평화방송 보며기도하기, 영어 공부하기, 안마의자 에 몸을 풀고 자전거 돌리기) 을 무사히 마치고, 아침 여섯 시부터 식탁에 밥을 먹으면서 독서대 위에 책을 읽는다. 밥을 다 먹으면 성경을 쓴다. 그날 분량의 성경을 다 쓰면 약을 먹는다. 한, 한 시간 반정도 걸린다. 설거지를 하고 아침 운동을 하고 병원으로 출발!
그러나 오늘은 마음이 느긋하다. 병원에 안 가는 수요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어째~~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아침 상을 비운 설거지를 그냥 두고 지금껏 앉아 있다. 내 루틴이 깨어지는 순간이다. 여섯 시부터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만 흐르고 있다. 아침 운동도 재끼고 티비도켜지 않고, 점심 때 먹을 고구마도 거부하고 늘어져 침대에서 뒹굴뒹굴거리고 싶다. 그야말로 파업이다.
행복한 것은 엊그제 남편이 끊어온 청매실꽃이 하얗게 꽃병에 꽂아져있어행복하기 이를 때 없다.
어제도 매일 해 오던 한자공부를 안 했다. 또 안마의자를 한 차례 넘겨버렸는데 당 수치는 그럭저럭 정상이었다. 방금 전에는 안 먹던 약과를 입에 털어 넣었다. 밥을 먹고도 간식에 손을 대다니~~
후회를 먼저 하지는 말자.<당뇨의 날> 이라는 말이 있다. 당뇨인들이 그동안 엄격한 식이 요법으로 힘들었던 날을 해소하기로 하고, 먹고 싶은 것을 엄청 먹어 버리는 하루를 말한다. 앞으로 설 명절이 있으니 언니 집에서, 시누이 집에서 맛난 것을 먹지 않을까? 더구나 아들이 왔으니 자칫 과식을 할 것도 같은데 ㅠㅠ
성격상 설거지 감이 쌓이는 것을 못보니 일단 치우자. 그런 다음, 할 일을 생각해 봐야지. 꽃 보며 음악을 들을지, 티비를 보며 운동을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