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에서의 삶은 예상보다 아주 많이 불편하고 어려운 상황들이 많았다.
한달 식비는 10만원 정도면 충분했는데... 한달 대중 교통비는 30~40만원 정도 들더라.
버스 환승도 두번 밖에 안되고.. 버스비도 비싸다. 인천을 왔다 갔다 해야 하고...
새벽 마다 숙소로 돌아 가는 방법을 고민해야 했다..
그나마 비가 많이 오거나 날씨가 많이 춥거나 국경일 같은 날에는 밤 10시가 넘으면 카카오 택시도 콜 택시도 없다.
이상한 동네다....
가까운 곳에 가려고 하면 카카오 택시를 불러도 안 오거나 본인들이 취소를 한다. 돈이 안된다고.. 이상한 동네다.
비가 오면 마을에 들어 갔다 나오는 게 거의 불가능했다.
갈 때 마다 어르신들이 엄청 걱정하신다.. 외진 동네라 한 시간 반을 사람 얼굴 구경 못 하고 걸어 갈 때가 태반이다.
어느날 대화 중에 내가 험악한 일을 당할까봐 내가 다녀간 후에는 내내 엄청 걱정을 하신다는 말을 듣고... 걱정을 끼치지 않기 위해
마을에 들어갈 때마다 차를 렌트하게 됬다... 돈이 줄줄 샌다.
숙소를 나서서 터미널에 가려고 해도 버스 한대 놓치면.. 길면 한시간 반에서 두 시간 시내버스를 기다려야 한다.
그나마 비가 좀 많이 오면 버스 정거장 부근의 하수도가 넘쳐서 버스도 못탄다...
그래서 버스 한대 놓치면 그냥 한시간 가량을 걸어 간다...
약도.. 콩나물 한 봉. 두부 한 모도 터미널까지 버스를 타고 나가야 살 수 있다.. 버스비가 더 비싸다..
재정이 필요해서 알바를 해야 하는데 서산에서는 어림도 없다. 그래서 평택까지 알바를 다녀야 했다...
숙소 근처 산책을 하려고 하면 해가 뜬 오전부터.. 저녁 이전까지만 가능하다. 그나마도 산책할 때 사람 한 명 만나면 잘 만나는
거다..
왠만한 식당은 다 음식이 맛이 없다. 먹고 나서 후회한다.. 생각해 보니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외식할 일도 없으시다.
뼈해장국을 주문했는데 멀건 국물에 뼈만 앙상한 돈등뼈 세 조각이 나오더라...
가장 심각한 건... 난 그곳에서도 복음을 부끄러워 하는 기독교인들을 만났다...
여튼 그런 불편함 중에도 행복해지기 시작하더라... 내가 행복했던 이유는 그곳이 하나님께서 나를 보내신 곳이었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시고.. 기뻐하시니.. 내가 덩달아 기뻐질 수 밖에 없는거다.
해외 선교지의 깊은 오지에서 살아가는 것 같이.. 그렇게 내주교통하시며 나를 도우시더라..
서산에서 하나님은 내가 원하는 상황을 열어 주시지 않았다. 나는 하루 종일 일정 때문에 머리를 싸매고 골똘하게 고민해야 했다.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해 주시지 않았다.. 그러나 나와 늘 동행 하시고. 나의 힘이 되시고.. 나의 피난처가 되시고.. 나의 방패가 되어 주셨다.
하나님은 내가 원하는 상황. 도움을 허락하시지는 않았지만 그 안에서 하나님을 발견하고 , 하나님의 임재와 동행하심을 누리게 하시며.. 어려움 가운데 더욱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를 채우셨다.
하나님을 대접하는 것..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것은.. 감사와 순종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감사는 순종의 삶을 통해 내 심령 안에 차곡차곡 하나하나 배워 나가게 하시고.. 채워 주시는 은혜 같다.
하나님은 나에게 무엇인가 하라고 서산에 보내신 게 아니다.
그곳에서 그곳의 삶을 통해.. 만나는 영혼들을 통해 내게 선교하시려고 나를 서산에 보내셨다.
하나님을 알아 가게 하시려고..
하나님의 마음을 품게 하시려고.. 나를 보내셨다.
그리고 나의 마음은 여전히 서산 그 마을에 머물러 있다..
지금 난 주님의 긍휼과 도우심이 필요하다.
여튼.. 내가 떠난다면 그곳의 어르신들이 모두 소천할 떄까지 섬길 누군가를 주님이 보내시도록. 기도해야겠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