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일본 여행기
1. 인도 대신 일본
우리 문화 뿌리 찾아 여행 나선지 24년이 되었다. 그 출발이 1994년 1월 일본이었다. 이후 60회 이상 아시아를 여행하였고, 올해는 인도 남부 타밀나두 주를 찾을 계획이었다. 지난해 1월에 인도 티루치로 가는 왕복 항공권을 예매해 놓았고, 적당한 시간에 비자를 신청하고 떠나면 되었다.
2017년 11월 15일 포항에서 일어난 지진은 흥해에 살던 우리 삶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한 달 남짓 대피소를 전전하고, 동가식서가숙 하는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집은 부서지고 생활 리듬은 깨졌다. 이런 와중에 여행이 과연 필요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상처를 아물게 하고 공포를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도 멀리 떠날 이유는 충분했다.
12월 중순 인도 e비자 신청서를 작성했다. 2014년에 처음 인도를 방문한 경험이 있기에 비자 신청을 대수롭잖게 여기면서 인터넷으로 신청서를 보냈다. 그런데, 비자비 결제 요구도 없이 종결되는 게 약간 찜찜했다. 12월 말이 지나 신년이 되어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우려한 일이 생겼다. 비자 없이 인도에 갈 순 없다.
내가 에어아시아에서 예매한 항공권은 쿠알라룸푸르를 경유하여 티루치로 간다. 인도 비자가 없으므로 티루치까지 가지 않고 쿠알라룸푸르에서 내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를 돌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1월 12일, 새벽에 리무진 버스를 타고 김해공항까지 갔다.
그렇게 많이 다녔다고 자신만만했던 일이 그냥 무너졌다. 스탑오버가 아니라 단순 경유편은 경유지에서 절대 내릴 수 없다고 한다. 일단 상황을 빨리 파악하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인도로는 비자가 없어서 가지 못한다. 인도로 가는 항공편은 그냥 날리던가, 다른 날로 연기하고 다시 비자를 받아야 한다. 어느 쪽이건 상당 금액 손해가 발생한다.
공항에서 밥을 한 그릇 사먹고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좀 허탈했다. 3주간 일정을 비워두었는데 아무 일없이 지내기엔 너무 답답했다.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며칠 정신을 가다듬은 뒤에 항공권이 가장 싸고, 엔 환율이 점점 내려가고 있어 일본을 잠시라도 다녀오기로 했다. 간사이 국제공항으로 가는 표를 구했다. 오사카, 교토를 중심으로 몇 군데 찾아보면 되겠다.
그동안 일본 어디를 가봤는지 살펴보았다.
1994년 도쿄, 닛코, 나고야, 오사카, 교토, 나라, 니가타, 야마가타, 요코하마
1997년 오사카, 교토, 나라
2000년 쓰시마
2001년 나라
2002년 오사카, 나라, 교토
2005년 도쿄
2008년 오키나와
2012년 2월 후쿠오카 나가사키 유후인
2012년 4월 후쿠오카 구마모토
2013년 도쿄
2015년 2월 후쿠오카, 도쿄, 오사카, 나오시마, 히로시마
2015년 6월 후쿠야마
2015년 10월 후쿠야마
2016년 10월 후쿠야마
2016년 12월 다카마쓰, 쇼도시마
2017년 후쿠야마 구라시키
총 16번 일본에 다녀왔다. 주로 대도시와 유명 관광지 그리고 국제교류 업무 관련된 곳이다. 혼슈, 규슈, 시코쿠 그리고 오키나와와 쓰시마를 다녔고, 홋카이도는 아직 가보지 못했다.
이번에 돌아보고 싶은 곳은 교토, 오사카, 나고야, 구라시키, 다카마쓰, 가나자와, 마이즈루, 히메지, 요코하마 등이다. 부부 여행이라 일정을 여유롭게 잡고 상황에 따라 코스는 변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