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경쟁할 수 없는 큰 공양[게송 177]²²⁾ 어느 때 꼬살라 국왕 빠세나디가 아주 장대한 규모로 부처님과 제자 비구들에게 공양을 올린 적이 있었다. 그러자 꼬살라 백성들도 왕에게 지지 않으려고 전국적으로 힘을 모아 왕보다 더 장대하게 부처님과 아라한들을 공양했다. 이에 왕은 다시 더 큰 규모로 공양을 올리게 되어 왕과 국민들 사이에 공양 경쟁이 벌어졌다. 그러던 중에 말리까 왕비는 왕비 나름대로 공양 계획을 세웠다. 왕비는 왕에게 큰 누각을 새로 지어 달라고 청하는 한편, 왕실에서 쓰는 흰 일산 오백 개와 잘길들여진 코끼리 오백 마리도 함께 요청했다. 왕비는 흰 일산과 코끼리를 오백 명의 아라한에게 각각 한 조씩 배당하여 아라한들을 모셨고, 따로 공주 이백오십 명을 동원하여 공주 한 사람이 아라한 두 분을 모시면서 부채질을 해드리도록 했다. 그리고 누각의 한 가운데에는 배 열 척을 준비하여 거기에 향수와 향을 가득히 채웠다. 일반 백성들은 도저히 이 같은 방식으로 부처님과 아라한을 공양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백성들에게는 공주도, 흰 일산도 코끼리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왕비는 이런 초특급의 공양으로써 백성들이 왕실과 경쟁하려는 의도를 꺾어 버리려 했던 것이다. 왕비는 이같이 장엄하게 준비된 외적 규모에다 그에 걸맞는 좋은 음식을 충분히 준비하여 부처님과 오백 아라한들에게 정성스럽게 올렸다. 그리고 그 공양이 끝난 뒤 거대한 누각과 공양에 쓰여진 코끼리와 일산 등 많은 물품들을 값으로 계산하여 일백사십만이나 되는 황금을 교단에 시주했다. 이때 공양 의식에 왕실의 장관 두 사람이 참석하고 있었다. 이들 두 장관 가운데 준하라는 이름을 가진 장관은 왕이 자기 재물을 아낌없이 부처님과 교단에 올리는 것을 매우 기뻐하며 찬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이같이 성대한 공양을 올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국왕뿐이며, 왕이 아니고서는 아무도 이런 공양은 올리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그는 국왕은 이 같은 공양을 통해서 얻어지는 공덕을 모든 국민들과 함께 나누는 사람이므로 장관인 자기에게도 공덕이 돌아오리라 여겨 매우 기뻐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또 다른 장관인 깔라는 왕이 단 하루만에 일백사십만이라 되는 황금을 부처님과 비구 교단에 바친 것을 지나친 낭비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렇게 실컷 먹고 난 비구들이 수도원에 돌아가면 모두 누워서 잠이나 잘 뿐 아무런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는다고 여겨 비구들을 비난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공양을 끝내시고 청법 대중을 둘러보시다가 깔라 장관이 지금 어떤 마음을 일으키고 있는지를 아셨다. 부처님께서는 만약 여래가 이런때 공양으로 받게 되는 이익에 대해 지나치게 길게 찬탄하게 되면 깔라 장관은 불만이 더욱 커져서 마침내 공양 공덕 자체를 의심하게 되어 그 과보가 다음 생애에 큰 고통으로 나타나리라는 것도 아셨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깔라 장관을 가엾게 여기시고 법문을 짧게 마치신 다음 곧 제따와나 수도원으로 돌아오셨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공양공덕에 대한 법문을 길게 해주시리라고 기대하고 있던 빠세나디 왕은 매우 당황했다. 그는 이것은 자기가 부처님께 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했기 때문일지 모른다고 생각하여 부처님 뒤를 따라와 제따와나 수도원으로 갔다. 부처님께서는 국왕이 오자 이렇게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당신은 이번에 그 누구도 경쟁할 수 없는 장대하고 장엄하며 풍부한 공양을 매우 성공적으로 잘 올렸소. 이 일은 모든 사람들이 매우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찬탄해야 마땅한 일이었소. 이 같은 공양은 흔히 있는 것이 아니니, 오직 한 부처님이 출현하실 때 단 한 번씩 있을 뿐이오. 그러나 대왕이여, 대왕의 장관인 깔라는 이번 대왕의 공양에 대해 아무런 의미도 없는 낭비라고 여기고 있으며, 매우 못마땅하여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 없었소. 그런데 이때 여래가 만약 공양 공덕을 찬탄하여 긴 시간 동안 설법하게 되면 그는 더욱 불만이 커져 마음이 편안치 못할 것이오. 그리하여 그는 대왕과 여래에게까지 착하지 못한 마음을 일으킬 것이고, 그 결과 다음 생에 큰 고통을 받게 될 것이오. 그 때문에 여래는 오늘 설법을 짧게 한 것이오.” 부처님께서는 계속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어리석은 자들은 다른 이들이 공양 베푸는 것을 즐겨하지 않음으로써 가난하거나 낮은 세계에서 태어나게 되는 것이오. 그러나 지혜로운 사람은 다른 사람이 공양을 베푸는 것을 자기 일처럼 즐거워하고 기뻐하여 함께 하는 마음을 갖기 때문에 그 공덕을 나누어 가질 뿐만 아니라 마음이 너그러워지며 덕도 쌓게 되는 것이오. 이것은 탐심과 시기심이 없는 마음으로 큰 공덕을 이루는 근본이 되오. 그는 이 같은 공덕으로 복 있는 생활을 하고, 나아가 다음 생에 천상에 태어나게 되는 것이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13-11-177 인색한 자는 천상에 가지 못하고 어리석은 자는 남의 베풂을 찬탄할 줄 모른다. 그러나 지혜로운 사람은 남의 베풂을 기꺼워하나니 그리하여 그는 이 세상에서 행복하고 다음에 천상에 태어난다. 22) 설법장소 : 제따와나 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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