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미국의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진 지 올해로 16년째다. 이 길고 긴 경기 침체를 끝내는 방안은 무엇일까?
한 마디로 경기를 단박에 살릴 수 있는 마법은 없다. 지금의 문제는 정확한 원인을 찾아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우선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는 행정부가 자가(自家) 소유율을 높이려는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금융기관이 모기지 대출을 늘릴 수 있도록, 중앙은행이 저금리 정책으로 통화량(돈)을 늘린 데에 그 원인이 있다. 기업가는 통화량이 늘어난 이유를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린 것으로 판단하여 투자를 늘렸다.
예를 들어, 오늘 8을 소비하고 2를 저축하려는 소비자의 소비구조와 소비자가 오늘 5를 소비하고 5를 저축한다는 판단 아래 미래에 늘어날 소비에 대응하여 생산시설을 구축하려는 기업가의 공급구조가 어긋나 경제가 불황에 접어든 것이다. 늘어난 돈은 생산시설에 투자되지만, 이는 그저 프린트한 지폐로 이뤄진 것일 뿐, 경제의 생산물 중에서 남겨진 저축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므로 이룩될 수 없는 잘못된 투자(과오투자)가 되어 결국 폐기되는 것이다.
불황은 현재 상태로는 경제가 돌아갈 수 없으니 고치라는 신호다. 즉 돈을 풀어 무너진 경제 구조를 시장 조정에 맡겨 과오투자가 정리되고 소비구조와 공급구조가 다시 맞춰지도록 해야 한다는 신호다. 그러나 주요 각국은 이를 무시하고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또 돈을 풀고, 여기에 코로나19가 덮쳐 더욱 많은 돈을 풀었다. 물가는 오르고 불황의 골은 길고 깊어졌다.
따라서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는 길은 통화 공급 증가를 멈추고 과오투자가 정리되도록 시장의 조정 과정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가 금리 상승으로 물가가 잡히는 경향을 보이자 다시 금리를 내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그동안 금리를 올려 얻은 효과를 망가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금리 인하로 돈 조이기를 멈추면 물가 상승을 잡는 효과와 경제의 소비구조와 공급구조가 다시 맞춰지는 과정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화폐는 소비재나 생산재가 아니며 교환의 매개체일 뿐이다. 그래서 풀린 돈이 생산 부문으로 가지 않아 경기 회복이 안 된다는 주장은 틀렸다. 투자는 생산된 것 중에서 소비되지 않는 저축으로 이뤄지므로, 돈이 풀린다고 해서 경제의 투자 여력이 늘어나지 않는다. 돈이 풀리면 투자 자금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누군가가 그 자금으로 자본재를 구입, 투자하면 다른 사람은 그만큼 자본재에 투자하지 못하므로 전체 투자에는 변화가 없다. 소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누군가가 풀린 돈을 소비에 사용하면 다른 사람은 그만큼 소비를 줄여야 한다. 서로 소비하려는 과정에서 물가는 오른다.
결국 지금의 경기 침체는 잘못된 경제학 지식의 문제로 귀결된다. 주류 경제학은 화폐량을 조절하여 경제를 미세 조정할 수 있다고 하지만,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풀면 붐(boom)을 이뤘다가, 물가 상승을 우려하여 돈 풀기를 중단하면 거품이 터지는(bust) 경기순환이 되풀이될 뿐이다. 기온 상승과 같은 자연적 재해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이 경기 침체에 일조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주요 원인이 아니다. 잘못된 경제학 지식과 정부가 거대 경제를 관리할 수 있다는 잘못된 지식이 고쳐져야 고질적이고 고통스러운 경기 침체도 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