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한동안 로마 열풍을 이끌었던 ‘로마인 이야기’시리즈에서 중요하게 다뤘던 주제 중의 하나가 바로 길이다.
이 책은 열린사회와 갇힌사회를 나누는 기준으로서 길에 대해 말한다.
어떤 길이든지 시작하는 지점이 종착점이 되고, 종착점이 또 시작점이기도 하다.
길을 연다는 것은 누군가 이 길을 통해서 들어올 수 있으며, 또 이 길을 통해 미지의 공간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사람이 푯대가 되어서 다시 이어지는 알프스의 길...이 길은 괴테를, 바이런을, 멘델스존을 취하게 했던 길이다.
체르마트 역에서 산악열차를 타고 체르마트의 마지막 여정인 고르너그라트로 향하였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세 계절을 거슬러 올라갔다.
초여름 날씨인 체르마트를 출발해 산악마을을 오르다 보면 끝없는 야생화 밭이 펼쳐진다.
목초지에 방목한 소떼들과 전통가옥 샬레풍의 목조주택이 만들어 내는 봄 풍경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만년설 덮인 겨울이 나타난다.
기차 안에서 세 계절을 보내고 맞이하는 동안 어느새 고르너그라트 역에 닿았다
고르너그라트(Gornergrat 3,089m)는 일생에 적어도 한 번쯤은 꼭 가보아야 할 곳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고르너그라트 전망대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알프스 고봉들의 뛰어난 풍광은 여행자들의 기억에서 평생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이곳은 체르마트에서 등산열차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봉우리다.
높이는 마테호른 글라시아 파라다이스보다 낮지만 케이블카가 아닌 기차를 이용해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전망대다.
가는 길에 초록의 하이킹 코스들이 많아 다채로운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마테호른도 잘 보일 뿐 아니라 스위스의 최고봉인 몬테 로사(Monte Rosa 4,364m)까지도 보인다,
고르너빙하는 수천 년 동안에 걸쳐서 서서히 지형을 조각해 왔다.
거대한 얼음의 강 빙하는 지금도 흐르고 있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자연. 산을 감아 돌며 이룬 빙하의 살결은 수십만 년 흘러온 산의 역사다.
만 년 전에는 더 높은 위치까지 빙하가 차 있었다.
긴 세월 동안 빙하는 녹고 얼기를 반복하고 굽이쳐 흘러 그대로 자연이 되었다.
그러나 이 위대한 자연도 지금 위기를 맞고 있다.
빙하가 녹기 시작한 것은 이천년 전 로마시대부터라고 한다.
그러나 지구온난화가 그 속도를 부추겨 이제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다.
인간이 짐작할 수 없는 시간을 건너온 자연은 이제 그 기나긴 여정의 끝자락을 구슬프게 맞이하고 있다.
삶은 어디에나 있다.
머리 위 설산의 그것처럼 유구하진 않아도 제 나름의 당당한 산들이 길섶의 나직한 곳에서도 반짝인다.
낯선 자연은 때로 모르는 언어로 쓰인 책과 같아서 그 풍경을 읽어주는 이가 곁에 있을 때 더욱 아름다워진다.
고르너그라트 전망대는 일년 365일 방문이 가능하다
고르너그라트의 파노라마 경관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훌륭하다.
전망대에 오르면 마테호른의 동쪽 벽을 실감나게 바라볼 수 있다.
스위스의 최고봉 해발 4,634m의 몬테로사(Monte Rosa), 알프스에서 두 번째로 큰 고르너 빙하를 비롯해 마테호른을
포함한 4,000미터가 넘는 총 29개의 알프스 명봉들이 한 눈에 보이는 파노라마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3,000m가 넘는 이런 산봉우리에 아담한 성당이 있다
제대에는 촛불이 밝혀져 있었으며, 고백소까지 갖추어져 있었다
성스러운 설산 앞에 서서 주님의 고통과 사랑을 되새겨 보라는 무언의 메세지를 전해주었다
우리는 여기서부터 들꽃이 만발한 산길을 따라 2,582m에 있는 리펠베르그까지 걸어서 내려가기로 했다
리펠제(Bifelsee) 호수에 당도하여 물속에 비친 마테호른을 오래오래 바라보았다
알프스의 빙하가 내려놓은 말간 거울이 하늘을, 산을, 그리고 곁에 선 이의 마음까지 가만히 비추고 있다.
인간이 닿기 힘든 신들의 세상도, 신들이 궁금해 하는 인간 세상도 모두가 환상인 듯 아름답다.
이 햇살과 이 바람, 이 순간만큼은 알프스의 모든 것이 나를 위해 빛나고 있는 듯하다.
며칠씩 산중에 머물며 목적지를 향해 가는 것이 우리네 산꾼들이 하는 종주와 비슷한 알프스 트레킹..
봉우리에서 봉우리로 능선 산행을 하는 종주와는 달리 알프스 트레킹은 마을에서 마을로, 기차역에서 기차역으로 그 궤적이 그려진다.
굴곡진 산허리를 지키는 작은 역은 산객들의 쉼터가 되기도, 또 다른 여정을 위한 출발지가 되기도 한다.
고르너그라트(Gornergrat) 정상에서 목적지 리펠베르그(Riffelberg)까지 걸어 내려왔다
다른 코스에 비해 평범한듯 하지만 목적지에 다다랐을 때 리펠베르그 간이역에서 볼 수 있는 예배당이 아름답다.
리펠베르그(Riffelberg)역에 있는 레스토랑에선 여유로운 휴식도 취할 수 있어 잠시 쉬어가기 좋다
우리는 이곳에서 트레킹을 마치고 산악열차에 탑승하여 체르마트로 내려갔다
무려 1898년부터 운행되고 있는 고르너그라트 산악열차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는 열차다
오직 전력을 이용해 작동하는 세계 최초의 톱니궤도 열차이다.
회생제동 시스템이 장착된 현대적이고 친환경적인 고르너그라트 열차는 내려갈 때 전력을 자가 생산하여 에너지를 절약한다.
우리가 가야할 길은 아득하다.
어느 지점에선가 가야할 길의 끝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세상 모든 것이 무심해 보인다.
바쁠 것도 없는 걸음으로 터벅터벅 그 길을 걷는다.
노랑, 빨강, 파랑, 보라...... 지천으로 널린 야생화들은 차라리 축복이라고 말해야 한다.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아득했던 지점에 다다른다.
그때 잠시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본다.
이제는 한참 전 내가 섰던 곳이 아득하게 멀어져 있다.
언덕을 넘어온 바람이 등을 떠밀고 들풀은 천천히 손짓을 한다.
그렇게 또 남은 길을 걷는다
체르마트에서 맥도날드 햄버거로 간단한 점심식사를 하였다
호텔에서 운반해온 짐을 가지고 체르마트 역에서 타슈까지 왕복하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타슈에서 내려서 프랑스 샤모니행 버스에 옮겨타고 약 3시간 동안 달려 샤모니에 도착하였다
스위스에서 프랑스 국경을 넘을 때까지 가파른 산에 끝없이 펼쳐지는 포도밭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아무런 제지나 체크 포인트도 없이 국경을 통과하는 모습이 무척 신기하였다
프랑스 몽블랑에서 우리가 묵을 LE REFUGE DES AIGLONS 호텔에 당도하였다
겨울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샤모니 몽블랑은 성지와 다름없다.
세계 최초의 동계 올림픽을 개최한 곳이기도 하고,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알프스의 최고봉인 몽블랑의 하단부에 위치하고 있다.
그런 덕분에 마을의 해발고도 자체가 이미 1,000미터를 넘는다.
샤모니에 입성하니 3년 전에 히말라야의 남체바자르에서 만났던 아가씨가 생각났다
20대의 젊은 처녀가 혼자 왔었는데... 샤모니에서 왔다길래 모두가 환호성을 질렀던 기억이 있다
어디에서나 몽블랑의 기운이 느껴지는 샤모니에서 자랐으니 충분히 그런 열정이 있었으리라 믿어진다
이름도 모르고 얼굴만 어렴풋이 떠오르는 그 아가씨가 혹시 지나갈지 몰라서 두리번거렸다 ㅋㅋㅋ
첫댓글 장면 하나하나가 예술 그 자체입니다.
평생 잊지 못할 감동의 여정..
미리 공부해 두겠습니다. 덕분에~~ㅎㅎ
알프스의 곳곳엔 산악열차와 케이블카가 촘촘히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어린 아이들까지도 문제없이 올라갈 수 있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걸 타고 올라가 둘러본 다음 내려와버리지만 우린 그렇지 않았습니다
빙하와 초원과 자갈길을 속속들이 걸으며 대자연을 흡입했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