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 논란,
어느 아버지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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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8일, 식물인간으로 누워있는 아들의 인공호흡기를 뗀
한 아버지가 살인혐의로 경찰에 입건됐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을 편하게 보내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비정한 아버지인가, 마지막 선택인가?”
사건 이후 ‘존엄사’ 논쟁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존엄사’는 소생 가능성이 없고 연명 가능성이 짧은 경우,
인공호흡기나 심폐소생술과 같은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것입니다.
소생 가능성은 없지만, 연명 가능성이 긴 환자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단축시키는 ‘안락사’와는 다릅니다.
현행법으로는 안락사는 물론이고, 존엄사 역시 불법입니다.
문제는 최근 말기암 환자와 뇌졸중 환자가 급증하면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고민이 더 이상 특별한 사람들의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논란의 중심에서, < 추적60분>은
대학병원 중환자실 2곳을 1주일동안 관찰했습니다.
일반인 5백여 명을 대상으로 존엄사에 대한 긴급 설문조사도 실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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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내용】
■ 아버지와 아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나
사건 발생 3일 후, 담양의 한 작은 사찰에서 취재진은 아버지 윤씨를 만났다. 아버지는 죽은 큰 아들의 영정 앞에서 불공을 드리고 있었다. 올해 스물아홉인 큰아들 석천씨는 10살 때부터 근육이 점점 사라지는 희귀병을 앓아왔다. 그런데, 지난 7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전혀 거동 할 수 없는 석천씨가 변기에 앉아 있다가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 당시 이미 호흡이 멎었던 아들은 약 30분 후, 심폐소생술을 받고 살아났지만, 식물인간이 됐다.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로 생명을 유지해야 했다. 아버지 윤씨는 오랫동안 투병해온 아들을 편하게 보내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은 아들이 뇌사상태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병원 측은 아니라고 했다. 아버지 윤씨와 가족들, 사고 직후 출동한 119 구조대, 그리고 해당 병원의 증언을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한다.
■ 사투(死鬪)를 벌이는 사람들 - 대학병원 중환자실 2곳 밀착취재
취재진은 서울시내 대학병원 2곳의 중환자실에서 생사의 경계에서 사투를 벌이는 환자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환자들은 인공호흡기로 호흡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환자의 몸에 연결된 각종 감시 장치는 환자의 상태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기록하고 있었다. 생후 9개월 된 아기는 응급 심폐소생술을 받은 후 이틀만에 눈을 뜨기도 했다. 중환자실 의료진들은 인공호흡기와 심폐소생술 같은 연명 치료 장치는 이곳에서 생명을 살리는 일등공신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그로 인한 환자 보호자와 의료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병상 머리맡에 가족 사진 한 장이 붙어있는 중년의 박모씨는 중환자실 의료진들이 가족이라고 부르는 환자다. 심한 뇌손상을 입은 그는 1년 3개월째 의식 불명 상태로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삶을 이어가고 있다. 하루에 두 번 남편을 만나는 아내는 이렇게라도 살아 있어주는 것이 고맙다고 하면서도, 광주 사건에 대해 묻자 그 아버지를 100% 이해한다고 했다.
■ 어느 노부부의 선택
서울대 의대 호흡기 내과 교수였던 김건열 박사의 거실에는 눈길을 끄는 것이 있다. 자신이 의식이 없어지고 소생 가능성이 없다는 진단이 내려졌을 경우 연명치료를 하지 말아달라는 뜻을 명시한 한 장의 문서다. 정상적인 상태에서 본인이 작성했다는 사실을 공증까지 받아두었다. 김 박사가 이런 선택을 한 것은 대한민국 최대의 의료송사의 재판결과 때문이다. 지난 1997년 보라매 병원에서 퇴원을 요구하는 환자 보호자를 막지 못하고 인공호흡기를 뗀 의사 2명에게 법원은 살인방조죄로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 후 의료 현장에서는 소생이 불가능한 환자라고 할지라도 연명 치료를 시작하면, 환자 보호자가 중단을 요구해도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 설문조사, 일반인 87.9% 존엄사 찬성
만약 당신에게, 그리고, 당신 가족에게 이런 선택의 순간이 온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추적60분>이 KBS 방송문화 연구팀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513명 가운데, 87.9%가 존엄사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눈 여겨 볼 대목은 본인이 연명 치료가 필요한 경우와 가족 중 누군가가 연명 치료를 받아야 할 경우, 각각 찬성율이 달랐다. 이번 조사에서는 희귀병 아들의 연명치료를 중단한 아버지 처벌에 대해서도 설문도 실시됐다.
첫댓글 난 존엄사에 한 표 던집니다. 지금 중환자실에 두 달째 있는 이종사촌 동생도 소생 가능성이 없는데 산소호흡기만 ... 환자도 보호자도 너무 힘들고 불쌍해 ㅜ.ㅜ;;;
내가만약 아들처지에놓인 환자라면 기꺼이 호흡기를 떼어달라고 하고싶은데 글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