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살롱] 신십승지(新十勝地)
‘정감록’(鄭鑑錄)에서는 십승지(十勝地)를 이야기한다.
풍기(豊基), 봉화(奉化), 변산(邊山)을 비롯한 피신처 10곳이다.
난리 났을 때 여기로 피란가면 목숨을 보전하고 자급자족을 할 수 있다고 여겼다. 그래서 정감록 신봉자들은 집과 전답을 판 돈과 가족을 이끌고 십승지로 이사를
갔다. 십승지로 가기 위해 집을 팔고 전답을 파는 행위는 일대 결단이었다.
요즘에도 전 재산을 처분하고 해외의 십승지로 가는 사람이 적지 않다.
첫 번째는 ‘유학십승지’(留學十勝地)에 해당하는 사례이다. 자녀 교육을 위해서 집과 전답을 파는 경우이다. 자신의 봉급을 거의 다 송금해야 하는 기러기 아빠들도 이 범주에 속한다. 미국의 뉴욕, 워싱턴, 로스앤젤레스와 캐나다의 토론토 같은 도시가 대표적인 유학십승지다. 미국에 가 있는 한국 유학생의 숫자가 약 8만 명이라는 통계가 있었다. 8만 명이 유학비로 쓰는 돈은 적어도 수조원이 될 것이다.
하지만 십승지로 가야 산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꺼이 전답을 팔아서
그 비용을 댈 수밖에 없다. 특히 로스앤젤레스는 한국인의 ‘부동산십승지’(不動産十勝地) 가운데 첫번째로 꼽힌다.
한국의 많은 투자가들이 LA의 부동산에 투자했다고 들었다.
두번째는 ‘노후십승지’(老後十勝地)이다. 퇴직을 한 뒤 어디에 가서 살아야 큰 걱정 없이 남은 인생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피지, 인도네시아, 네팔 같은 나라가 노후십승지에 꼽힌다.
이들 지역은 한결같이 물가가 싸서 생활비가 적게 든다. 한 달에 200만원이면 가정부 2~3명을 고용하고 살 수 있다는 점이 노후십승지의 최대 매력이다.
세번째는 ‘환경십승지’(環境十勝地)이다. 뉴질랜드와 호주가 환경십승지의 우선 순위이다. 이 나라는 자연환경이 오염되지 않고 깨끗하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네 번째는 ‘낭인십승지’(浪人十勝地)이다. 직장과 조직의 구속에서 벗어나고, 꽉 짜여진 틀 속에서 산다는 것이 지긋지긋하게 느껴져서 인생을 한번 방랑해 보고 싶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인도가 바로 낭인십승지이다.
거지로 살아도 부끄럽지 않은 곳이 인도이다.
[조용헌살롱] 토종음식
비만, 심장병 등을 유발시키는 ‘트랜스 지방’ 문제로 세계가 시끄럽다.
감자튀김, 케이크, 햄버거, 마가린 발라 구운 토스트, 핫도그 등등에 포함돼 있다고 하니 무엇을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 ‘트랜스 지방’ 사태를 겪으면서 적어도 음식문제에 있어서는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의식주(衣食住) 가운데 의(衣)와 주(住)는 외국 옷도 좋고, 첨단 주택에도 거주하면서 진보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도 괜찮겠지만, 음식만큼은 섣부르게 진보(?)를 받아들였다가는 수명이 줄어들 수 있겠다는 교훈이 그것이다.
매일 먹는 음식은 사람이 직접 먹어보는 검증이 필요하다.
검증의 관건은 바로 시간이다.
시간이 걸려야지 검증이 되는 것이다. 트랜스 지방이 처음 등장한 시기는 1900년대 초라고 한다. 검증되는 데에 무려 100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했다.
100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그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다. 적어도 1세기는 지나봐야 그 실체가 드러나는 셈이다.
그렇다면 1세기뿐만 아니라 수세기 동안 검증된 식품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그 나라의 토종음식(土種飮食)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한국의 3대 토종음식을 꼽는다면 김치, 된장, 젓갈이 아닌가 싶다. 김치, 된장, 젓갈은 적어도 수백년 동안 한국 사람들이 직접 임상실험을 해본 음식들이다. 한국 사람은 세계 어디에 가든지 이 3대 식품을 일주일에 1~2번이라도 섭취해야 정서적인 안정감을 갖는다.
이 3대 한국 토종음식의 공통점이 있다. 발효음식(醱酵飮食)이라는 점이다.
한국은 발효음식의 왕국이라 할 만큼 다양한 발효음식이 발달되었다.
이게 한국음식의 특징이다. 발효란 무엇인가. 다양한 개체들이 오랜 시간 동안 서로 엉겨 붙어서 발생하는 화학변화 아닌가. 자기를 녹여 타인과 하나가 될 때 발효가 일어난다. 이 발효성분이 약이 되는 것이다. 발효음식의 단점은 냄새가 고약하다는 사실이다.
김치, 된장, 젓갈에서 풍기는 냄새는 한결같이 고약하다. 트랜스 지방 들어간 음식들이 냄새는 훨씬 좋다. 냄새는 고약하지만 몸에는 좋은 반면에, 냄새는 좋지만 몸에는 나쁘다.
발효되는 과정에서 반드시 발생하기 마련인 냄새는 감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