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Asian Correspondent 2013-11-20 (번역) 크메르의 세계
[종합] 태국 헌법재판소 여당의 헌법개정안 위헌판결 : 내용과 반응, 그리고 의미
Thai court quashes changes to Senate, spares Pheu Thai Par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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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AP) 태국 헌법재판소의 헌법개정안 위헌 심사 판결을 앞두고, 폭동진압 경찰들이 수요일(11.20) 헌재 앞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
기고 : Saksith Saiyasombut & Siam Voices
태국의 '헌법재판소'(Constitutional Court)는 오늘(11.20 수) 선고공판을 열어, 상원의원 전체를 선출직으로 바꾼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회(=하원) 제출 헌법개정안(=상원의원 선출제도 개정안)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그러한 일이 집권 '프어타이 당'(Pheu Thai Party) 및 연립정권 참여 정당들에 대한 벌칙을 부과하기엔 충분하지 않다고 판결하는 데 머물렀다.
9인의 재판관들로 구성된 '헌법재판소'는 정부 여당이 상원의회 구성에 관한 방식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태국 상원은 현재 선출직 상원의원 76명과 임명직 상원의원 74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당의 헌법개정안은 여러 조항들을 다루고 있지만, 그 중에는 상원의원 수를 200명으로 하며, 전원 선출직으로 구성한다는 조항도 들어 있다.
헌재의 판결문 낭독은 예정보다 2시간 정도 늦게 시작됐다(현지시각 오후 2시 전후).
헌재는 재판관 5대4의 판결로 헌법개정안이 헌법 제68조([역주] 입헌군주제 전복시도에 관한 조치 규정) 위반이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위헌 결정의 이유로서, 상원 의회를 전적으로 선출직 상원의원만으로 구성하는 일은 "국왕을 국가수반으로 하는 민주주의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셈"이 된다고 말했다.
헌재는 또한 그러한 헌법개정안은 [하원의] 국회의원들이 상원을 직접 운영하는 일을 허용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상하원 양원에 관한 "남편-아내" 규정이 "[국회의] 권력 우위를 허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헌재는 국회의 법안 심의과정에서 발생한 기술적 결함들도 지적하면서 위헌 결정의 주요 이유로 제시했다. 그러한 결함들에는 국회 및 상원에 각기 형태가 다른 문서가 제출된 점부터, 여당 의원들이 부재 중인 동료의원들의 신분증을 이용하여 대리투표해준 점까지 다양했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재판관 6대3의 판결로 불법성이 인정됐다.
'헌법재판소'는 "다수에 의한 독재"(dictatorship of the majority)에 대해 강력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잉락 친나왓(Yingluck Shinawatra) 총리가 연립정당들과 더불어 안정적인 다수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것을 두고, 정치인들이 의회를 "적적으로 장악"(total control)하여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타협시킨 것과 마찬가지란 것이다.
하지만 헌재는 집권 '프어타이 당' 및 여타 연립정권 제휴 정당들의 해산 명령은 내리지 않았다. 헌재는 명확한 이유를 제시하진 않은 채, 이번 헌법개정 움직임이 정당해산 명령을 내릴만큼의 헌법적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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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The Nation) 정부 여당측의 암누워이 클랑파(Amnuay Klangpha) 국회 원내총무 및 끄릿 아띠깨우(Krich Attikaew) 상원의원 등 312명의 의원들은 수요일(11.20) 헌재 판결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헌법 개정은 의회의 고유한 권한이므로 헌재의 판결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하고 있다. |
헌재의 이번 판결에 관한 초기 반응은 소속된 정파에 따라 확연히 달랐다.
이 사안을 가장 헌재에 제소했던 고소인 중 한명인 러사나 또시뜨라꾼(Rosana Tositrakul) 임명직 상원의원은 만족한다고 보도됐다([역주] 러사나 상원의원은 2006년 군사쿠테타 후 군부정권에 의해 임명됐으며, 전통의료 및 유기농 부문에서 활동하면서 친-탁신 정권에 대한 다양한 저격수 역할을 해온 인물임). 그녀는 헌법개정안이 파기된 것에 만족하지만, 이 개정안에 찬성 투표를 한 국회의원 312명 및 잉락 총리가 "책임지는 모습"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레드셔츠'(UDD: 반독재 국가민주 연합전선) 운동의 지도자이기도 한 나타웃 사이끄어(Natthawut Saikua) 상무부 부장관은 방콕 '라차몽꼰 경기장'(Rajamangala Stadium)에서 있었던 레드셔츠 운동의 집회장 연설을 통해, "민주세력과 초헌법적 세력 사이에 새로운 투쟁의 라운드가 시작됐다"며 반항적인 선언을 했다.
여당측은 어제 헌재의 판결문 낭독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헌법 제291조([역주] 헌법 개정 조건에 관한 규정)의 개정에 관해서는 국회와 상원이 고유한 권한을 갖고 있어, 헌재가 판단할 권한이 없다면서] 헌재의 판결내용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판결 이후 정부측 인사 중 짜루퐁 르엉수완(Charupong Ruangsuwan) 내무부장관은 여당의 그러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짜루퐁 장관은 발언에서, 상원의원 전원을 투표로 선출하자는 것이 어떻게 부분적으로 임명직 상원의원을 갖고 있는 것보다 더 나쁠 수 있는가라며 헌재의 판결에 의문을 제기했다. 잉락 총리는 보도진 앞을 빠르게 지나가면서 미소를 짓는 것으로 논평을 대신했다.
집권 '프어타이 당'과 잉락 총리 정부는 이번 판결로 [정당해산 및 정권붕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면했지만, 짧은 기간에 또 한번의 패배를 맛봐야 했다. 그것은 정부 여당이 이달 초에 사면법 추진에 지나치게 몰두하면서 서투른 모습을 보인 탓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움직임이 대규모 역풍을 맞으면서, 결국 상원에서 부결시켜야만 했다. 따라서 정부측은 헌재의 이번 판결로 다시 한번 국회 내 주요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고 좌절해야만 했다. 하지만 완전히 붕괴한 것은 아니다.
헌재의 오늘 판결은 태국의 '헌법재판소'가 대단히 정치적 성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헌재 자체가 정치적 편향성이나 결점이 없지 않은 상황이면서도, 그들은 선출직 의원들 및 의회를 통한 통치에 관한 경시풍조를 감추지 못했다.
헌재는 이번 판결에서 헌법 제68조를 인용함으로써, 잠재적으로는 향후 들어서게 될 그 어떤 선출직 정부도 <2007년 제정 헌법>을 개정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는 선례를 만들어버렸다. 현행 헌법인 <2007년 제정 헌법>은 '2006년 9월 19일의 군사 쿠테타' 직후 초안이 마련되어 승인 된 것이다. 2006년 쿠테타는 이후 태국의 정치적 양극화를 더욱 지속시키고 말았다.

* 필자 소개
삭싯 사이야솜붓(Saksith Saiyasombut)은 태국인 블로거이자 프리랜서 특파원이다. 그는 2010년부터 태국 정치 및 정세에 관해 글을 쓰고 있으며, <채널 뉴스 아시아>(Channel NewsAsia) 같은 국제적인 보도매체에 기고한다. 삭싯의 상세한 프로필은 '여기'를 참조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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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태국 헌재가 작년에 이어 벌써 두번째 사고를 치는군요,,
작년에는 헌법개정안에 관한 반대자들의 제소를 헌재가 수용할 권한이 있다고 했었고,
이제는 마구잡이 헌법개정 금지가 가능한 근거를 확보해두는군요..
요즘 한국의 군부 동향을 살펴보다 보니..
한국의 사법부도 언젠가 태국 사법부의 행보를 좇게 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부분이 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