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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유 - 학교 2015] 03
#1. 영은의 인터뷰. 교정 일각. 낮
영은 : 일진이요? 요즘 고등학교에 그런 게 어딨어요! 셔틀.....삥...? (고개 갸웃, 웃음) 그런 것도 없을 걸요?
시킨다고 당할 애들도 없죠. 서로 신경 안 써요. 각자 자기 공부하느라 바빠서.
영은 : 유독 혼자 지내는 애들? ......반마다 꼭 있죠. 걔네는 둘 중 하나거든요. 선택했거나, 은따거나.....
근데... 다 난 혼자 있는 게 좋아! 라고 하지 은따 당해서! 라고 말하는 애는 한 번도 못 본 것 같아요.
사실.... 당연히 그렇겠죠.
영은 : 저요? (웃음기 가시고) 만약에 저라면.... 네... 인정하기 싫을 것 같아요.
(서둘러 옆에 놓인 책 챙겨 들며) 죄송해요. 가도 되죠? 학원 숙제 열라 많은걸 깜빡 했어요.
쌩하니 자리를 뜨는 영은의 모습에서.
#2. 2-3반 교실. 오전 (2회 #70과 동씬)
은별의 사물함 문이 저절로 열린다.
텅 비어 있는 사물함 안에, 작은 보석함 들어 있고.
은비, 놀라서 꺼내 본다. 뚜껑 열어보면 화려한 목걸이 등이다.
영은 : (눈치 살피며) 저거..... 우리 엄마 거 맞아요....
학주, 얼굴 차갑게 굳는다.
아이들, “뭐야, 저거?”, “진짜 보석 맞아?” 웅성웅성.
태광과 송주 시진도 할 말 잃고 우두커니 서 있다.
이안, 불길한 예감에 걱정스런 눈으로 은비를 본다.
김준석 : (낮지만 차갑게) 고은별! 따라와!
은비, 우두커니 그냥 서 있고,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고요 속에 반 전체의 눈이 은비를 주시하고 있다.
김준석 : (표정 더 굳어져) 고은별! 선생님 말 안 들려?
이안, 안쓰럽게 은비를 본다.
은비 떨리는 손을 진정시켜 보려 주먹을 꼭 쥔다.
김준석, 은비에게 다가가 “고은별!” 부르며 팔을 잡으려 하면
한 발 먼저 은비의 손목 낚아채는 이안.
어리둥절한 은비, 이안의 힘에 못 이겨 교실 밖으로 이끌려가고
화난 김준석, 뒤에서 소리 지른다.
김준석 : 한이안! 한이안! 거기 안 서!!!
이안과 은비를 바라보는 태광과 송주의 표정.
아이들 “오오오오!!!” 환호하면
김준석 : 서영은 따라오고! 반장 고은별 오면 상담실로 보내라!
민준 : 네!
김준석 : 나머진 조용히 자습하고 있어! (나간다.)
민석 : 뭐야아! 아침부터 분위기 좋아!!
윤재 : 의자로 빡!! 했더니 보석이 딱!! 캬!
송주 : 지금 뭐가 어떻게 된 거냐?
시진 : 은별이 사물함에서 저런 게 왜 나와?
태광 자리로 가 엎드리면.
윤재 : 하나 깨 뿌셨으니 또 편안히 주무셔야지요? 네네!!
민준 : (아이들 소란스럽고) 야! 담임 말 들었지? 이제 공부 좀 하자!
해나 : 야! 한이안 오늘 뭐 잘못 먹었나봐?
기태 : 아... 새끼! 진짜 오글거리지 않냐?
해나 : 아니! 완전 멋있어!
기태 : (바로 일어나 해나 팔목 잡고 끌고 나가며) 나와! 매점 가자!!
은비처럼 끌려가는 해나.
#3. 교정 일각. 오전
은비의 손을 꽉 잡고, 거침없이 걸어가는 이안.
은비 : 이거 놔! (이안의 손 확 잡아떼며) 놓으라구우!!! 무슨 일인지, 어떻게 된 건지 알아야 할 거 아냐!
이안 : 알면?
은비 : 잘못한 게 있으면 벌 받고, 없으면 오해를 풀어야지!
이안 : 어떻게? 그 목걸이 뭔데? 니가 훔쳤어? 아니면 뺏었어?
은비 : ...... (대답할 수 없고)
이안 : 뭐라고 할 거야? 아무것도 기억 못하면서 어떻게 오해를 푸냐!!!
은비 : 피하면, 해결 되구?
이안 : 누가 피하래?
은비 : 그럼 뭔데?
이안 : (성질나는) 답답해서 그랬다!! 뭔 일인지 확인하기도 전에 쫄아가지구! 너 답지 않게 왜 그러냐 진짜!!!
은비 : (버럭) 나다운 게 뭔데에!!
이안 : (안쓰럽게 보다가) ......이 사람 저 사람, 막 떠들어대니까, 누구 말 믿어야 될지 모르겠지?
잘 들어! 지금 니가 믿어야 할 사람! 다른 누구도 아냐. 고은별! 너야!
은비 : ......
이안 : 너! 싸가지 없고, 가끔 재수 없고, 패주고 싶을 만큼 미운 짓도 많이 하는데, 겉으로 보이는 그게 다야.
사물함에 남의 물건 숨기는, 한심하고 치사한 짓, 죽어도 못해!
은비 : 정말? 나....나 믿어도 돼?
은비 달래주려, 이안 애써 웃으며 고개 끄덕끄덕하면
은비 불안한 표정으로 보다가 힘없이 뒤돌아 간다.
미소 짓던 얼굴 굳으며 걱정에 싸이는 이안의 얼굴에서.
#타이틀 <후. 아. 유>
#4. 상담실. 오전
김준석과 마주 앉아 있는 영은.
김준석 : (설마하며) 그러니까 고은별이 유흥비를 마련해오지 않으면 가만 안두겠다 협박을 했고,
그래서 엄마 패물에 손을 댔다. 맞니?
영은 : 네!
김준석 : (푸념이 툭) 니들 정말 나한테 왜 이러냐... (하다 멈칫) 그래! 근데 현재 은별이 상태가,
양쪽 얘길 모두 들어보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거 알지?
영은 : 고은별이 그랬을 리 없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구요? 성적 1등에 모범생이니까!
김준석 : 난 그런 말 한 적 없다! 부모님 모시고 와! 말고는, 당분간 해결할 방법이 없단 얘기지!
영은 : 할 수 없죠 뭐. 아까 박형사님께 들었는데요. 가족끼린 절도죄가 성립 안 된다면서요?
어차피 훔친 것도 저고, 남은 물건도 돌려받았으니까 없던 일로 해주세요! 저도 애들한테 알려지는 거 쪽팔려요!
김준석 : 니 말이 사실이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영은 : 엄마한텐 제가 잘 말하면 돼요!
김준석 : (개운치 않은 얼굴로 보는)
#5. 상담실. 오전
난처한 얼굴로 말없이 마주 앉아 있는 김준석과 은비,
김준석 : ...... (노트에 볼펜 콕콕 치며) 그래.... 음.... 아직 기억난 게 없지?
은비 : 자꾸 문제 일으켜서... 죄송해요.
김준석 : (애써 미소로 끄덕끄덕)
#6. 운동장. 낮
남학생들 축구하고, 은비 시진 송주 수돗가 쪽으로 가며.
시진 : 담임이 뭐래? 오해가 있었대지?
은비 : (김준석이 한 말 그대로 읊으며) 너한테 물어본들 무슨 소용 있겠니? 일단 교실로 가라! ......그랬어!
송주 : 뭔가 일이 벌어지긴 했는데, 너무 조용하단 말야. 찝찝해!! 자꾸 걸려 그 국화도!! (하다가 입을 막는)
시진 : 영은인 만나봤어?
은비 : 아직. 아프다고 보건실에 가있대.
송주 : 피하는 거 아니구?
저만치 건물에서 다급하게 달려 나오는 영은을 발견하는 송주.
송주 : 어? 쟤 서영은 아냐?
학교 쪽으로 들어가려는 영은모와 펄쩍 뛰며 엄마의 진입을 막으려 애쓰는 영은을 보는 셋.
시진 : (걱정되는) 영은이 엄마 출동한 것 같아!
은비 : 물어볼 게 있는데, 나 사실 저번에 좀 이상했어. 영은이가 돈을 너무 많이 쓰는 것 같더라구. 혹시......
송주 : (약간 찔리긴 하지만) 어우 야! 그런 거 아냐! 우리가 삥이나 뜯구 다닐 애들이냐?
은비 : (안심하고) 그치? 아니지?
송주와 시진 손 씻으며 물장난 한다.
은비, 불안함 떨치려는 듯, 물 확 틀어 세수하다가 문득!!
<플래시 백 1회 #4. 누리여고 운동장 수돗가. 낮>
얼굴, 머리카락, 목까지 박박 닦다가 주저앉아 울음 터뜨리는 은비.
떠오르는 기억에 젖은 얼굴 그대로, 낯설게 학교를 둘러보는 은비,
그 때, 축구공 은비의 어깨를 툭 맞추고 떨어지면.
시진 : 괜찮아?
은비 : 어!
송주 : 야! 조심 못하냐?
태광 : 알아서 좀 피해라! 가만 있길래 헤딩하는 줄 알았거든? (건성으로 보내라는 손 짓 하며) 야! 공이나 내놔!!
송주 : 공태광! 아까부터 봤는데 넌 책상은 뻥뻥 잘 차면서, 공은 왤케 못 차냐? 잘 봐라! (보란 듯이 뻥 찬다.)
공, 기태 머리 정통으로 맞히면 송주 헉! 놀라 재빨리 뒤돈다.
태광 : (공가는 방향 보며 박수 치는) 오호오!!! 나이스!! 브라보!!!
태광, 박수 치며 좋아하는 얼굴 그대로 기태와 눈 마주치면
기태, 인상 구기고 태광을 보다가 주먹 한 번 들어 보인다.
#7. 교무실 앞. 낮
엄마와 실랑이 하고 있는 영은.
영은 : 집에 가서 얘기하자고 했잖아!!!
영은모 : 이미 다 듣고 왔어! 멀쩡한 딸래미 도둑 만든 애를 어떻게 그냥 넘어가주니? 은별이 걔 그렇게 안 봤는데!
영은 : 그런 거 아니라니까!!
영은모 : 아니면? 달라는 대로 다 주는데, 왜 용돈이 모자라서 니가 패물에 손을 댔겠어? 이유가 없잖아 이유가!!
영은 : 암튼!! 학폭위는 안 돼! 절대 안 돼애!
교무실 문을 열고 나오는 학주와 눈 마주치는 영은, 불안함에 어쩔 줄 모른다.
학주 : (목례하며) 서영은 어머님 되십니까?
#8. 교무실. 낮
학주와 김준석 앞에 나란히 앉아있는 영은과 영은모.
김준석 : 예. 일단 고은별 사물함에서 목걸이가 발견 된 건 맞습니다.
영은모 : 허! 기막혀! 정식으로 학폭위 요청합니다!
영은 : 전 싫어요! 절대! (엄마에게) 걔 아무 것도 기억 못해! 소용없다니까! 제발 조용히 (넘어가자)
영은모 : 엄마가 다 알아서 한다는데 얘가 왜 이래 정말?
영은 : (짜증 성질내며) 학폭위 열면 얻는 게 뭔데? 서영은! 애들 지갑 노릇이나 하는 찌질이 왕따다! 공식 선언 하는 거거든?
김준석 : (목소리 줄이란 제스처 하며) 서영은! 여기 교무실이다!
영은모 : (이마 짚으며) 어우 머리야! 아니 이건 또 무슨 얘기야? 니가 뭐? 찌질이 왕따 취급을 받았어?
걔들은 누구야? 명단 불러 빨리이!! (버럭) 누구냐고!!!
선생들 시선 일제히 집중 된다.
영은 : (창피하고 화나 영은모 노려보며) 진짜 가식 쩐다! 언제부터 내 걱정 그렇게 했다고
(폭발하며, 일어나) 그냥 하던 대로 해!!!! 왜 갑자기 좋은 엄마 코스프레하는데! 재수 없게!
김준석, 학주 놀라서 얼굴 하얗게 굳고.
학주 : (일어나 버럭 호통 치며) 너 이 자식 엄마한테 무슨 말버릇이얏!!!!! 당장 용서 빌지 못해!!!!
영은모 : (일어나 학주에게 삿대질하며) 아니 왜 우리 애한테 소릴 지르세욧? 평소에도 학교에서 애들 이런 식으로 잡나요?
김준석과 교무실의 선생들 어이없는 표정으로 보고 있다.
학주 : (허탈하다. 낮게) 어머니! 선생이 이럴 때 야단 안치면 학생한테 뭘 가르쳐야 됩니까?
영은모 : 가정교육은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요. 선생님이나 당장 우리 애한테 사과하세요!
영은, 눈물 핑 돌아 엄마 노려보다가 밖으로 확 뛰쳐나가 버린다.
우두커니 서서 씁쓸한 미소 짓는 학주와 한숨 내뱉는 김준석.
#9. 교정 일각. 낮
은비, 영은에게 핸드폰 걸고 있는데 안 받는다.
사서함(E) : 전화를 받지 않아 음성사서함으로 연결....
은비, 통화종료하고 문자 메시지 찍는다. <영은아! 잠깐 얘기 좀 해>
#10. 포장마차. 밤
학주와 준석 안주와 소주병 놓고 앉아 있다.
취기 어린 두 사람.
김준석 : 이런 말씀 드리기 부끄러운 거, 저도 아는데요. 요즘은 적당히 모른 척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최선생님!
학주 : 김선생! 교권이 뭡니까? 교사의 권리? 교사의 권위? 아닙니다. 난 교사가 가르쳐야할 권리! 라고 생각해요!!
애들 잘못도 야단 안치는 건, 스스로 교권을 포기하는 겁니다아!!!!
김준석 : 그냥 쬐끔만 포기하세요오!!! 제발! 징계 받고 소송 걸리기 밖에 더해요? 교사도 밥은 먹고 살아야 될 거 아닙니까?
학주 : (빈 잔에 술 따라주며), 허허 참 그나저나 서영은어머니!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 걱정은 걱정이네요.
포장마차로 들어오는 안주리, 옆 테이블에 앉으며.
안주리 : 이모! 여기 닭발이랑 쏘! (주! 하려다가 김준석과 눈 딱 마주치면) 세지 볶음 하나 주세요!
김준석 : (반갑게) 어? 안샘!! 이 근처 사세요?
안주리 : 아! 네(목례하는)
아줌마 : (물병과 컵 가져다주며) 닭발이랑 쏘주 아니고 쏘세지 맞어?
안주리 : (정색하고) 네에! 배가 많이 고파서요. 두 분 다 오늘 많이 속상하셨을 텐데, 술잔 나누시면서 확 털어 버리세요!
학주 : 네에! 그래야죠!
김준석 : 안새앰! 이리 오세요.
안주리 : ...... (괜찮다는 몸짓하고, 살짝 등지고 않는데)
김준석 : 오세요오! 선생님들끼리 이렇게 모였는데 허심탄회하게.... 한잔 안할래요?
안주리 : (O.L 미소로) 안할래요!
김준석 : (기분 좋게 웃으며) 에에이! 그러지 말고 합석해요!
안주리 : (O.L 미소로) 안해요!!
김준석 : 저희가 그 쪽으로 갈까요?
안주리 : (일어나며) 아줌마! 제 꺼 포장이요!!
김준석, 입을 떡 벌리고 쳐다본다.
학주 : 안샘... 나... 조...좋아하나?
#11. 영은의 방. 밤
발신인 ‘은별’로 핸드폰 울리면 통화 거절 누르는 영은 불편한 마음으로 생각에 잠긴다.
#12. 버스 정류장. 영은의 회상. 낮
영은 버스 기다리고 있으면, 은별 알아보고 다가간다.
은별 : 너 우리 반 맞지? 나 3반인데!
영은 : (어색한) 어! 안녕!
은별 : (웃고, 담백하게) 잘 지내자!
그 때, 은별을 부르며 다가오는 송주와 시진 등.
은별 주위를 에워싸고 시끌벅적 떠드는데, 버스 도착한다.
아이들과 함께 가며, 은별 영은에게 뒤돌아 가볍게 잘 가란 손짓 한다.
부러운 눈으로 아이들을 보는 영은.
#13. 3반 교실 학기 초. 영은의 회상. 오전
자리에 앉아 있는 은별을 중심으로, 아이들 모여 수다 떤다.
영은 몇 번이나 의자에서 엉덩이를 들었다 놨다 망설이다가 가까이 가는데,
아이들 “배고파”“난 스파게티”“난 고기!!” 메뉴 부르며 왁자지껄 떠들고 있으면,
분위기에 슬쩍 끼며
영은 : (당당하게) 이따 패밀리 레스토랑 갈래? 내가 살게!
아이들 “진짜?”, “오예!!” 각자 환호한다.
은별 영은에게 눈길 주지 않고 가볍게 웃고 있다.
#14. 영은의 방. 밤
영은 핸드폰 확인하면 문자메시지 떠 있다.
은비(E) : 영은아!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아! 전화나 문자 좀 부탁해!
영은, 마음 무겁고, 두렵고, 엄마가 미워서 돌아버리겠다.
이불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아아아악!!!!!!”소리 지른다.
#15. 영은의 방 앞. 밤
영은모, 안에서 들리는 비명소리에 걱정이 태산이다. 잠긴 손잡이 흔들며.
영은모 : (절절매며) 영은아!!! 영은아??
영은(E) : 내 이름 부르지 마!!!! 엄마 목소리만 들어도 짜증 나 미칠 것 같으니까!!!
영은모 : (달래며) 영은아! 카드 정지 풀었으니까 엄마 좀 봐줘! 근데, 그동안 너한테 신경 못써준 거 미안해서라도
학폭위는 절대 양보 못한다!
#16. 은별모 가게 앞. 밤
은비, 가게 입구로 들어서려는데, 마주오던 수인모 알아보고 다가오며.
수인모 : 너 은별이 맞지?
은비 : 안녕하세요? 근데 누구..세요?
수인모 : 초등학교 때 우리 집에 자주 놀러왔었는데 나 모르겠어? 수인이 엄마야!
은비 : 아.... 수인이요?
은별모(E) : 은별아!
은비 : (돌아보며) 엄마!!
은별모 : (가게 앞으로 서둘러 나오며) 안녕하세요?
수인모 : (미소로 목례한다.)
은별모 : (걱정으로) 왜 가게로 왔어? 10분이면 간다니까!
은비 : 엄마! 10분 더 보고 싶어서!! 나 밖에 없지?
은별모 : 그래! 우리 딸 밖에 없다.
은별모, 은비 다정하게 감싸 안고 얼른 가며 표정 굳는다.
행복한 은별모녀를 부럽고 속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수인모.
은비 : 엄마 수인이 알아? 나랑 친했다는데?
은별모 : 어? 어..... 초등학교 때!
은비 : 지금 우리학교 다녀?
은별모 : 아닐 걸? (말 돌리며) 너무 늦었다! 나중에 얘기하고 얼른 들어가 저녁부터 먹자!
#17. 은별의 집 앞. 오전
이안 조깅중이다. 뛰어서 은별의 집 앞을 휙 지났다가 다시 뒤로 달리기하며 되돌아 왔다가, 다시 앞으로 뛴다.
은비가 나오나 슬쩍 대문을 살피며 다시 뒤로, 뒤로 달리는데.
은비(E) : 너 뭐하냐?
이안, 뒤 돌면 바로 뒤에 서 있는 은비 보고 깜짝 놀란다.
이안 : (애써 침착하게) 뭐하긴! 운동하지!
은비 : 난 벌써 한 바퀴 돌고 오는 길이야! 잘 하고 가라!
은비 대문으로 들어가려는데,
이안 뒤에서 후드 죽 잡아당기면 은비 넘어질랑말랑 공중에 팔 휘저으며 버티고 있다.
은비 : 아아악!!! 뭐야!!!
이안 : (뒤에서 은비 어깨 밀며 달리는) 야! 한 바퀴 더 뛰어!
은비 : 싫어! 내가 왜?
이안 : 너 요즘 너무 먹더라! 좀 있으면 달리는 게 아니라 굴러가겠어!
은비 : 야! 나 힘들어!!!
아옹다옹 달려가는 은비와 이안.
#18. 산책로 일각. 오전
이안 은비 함께 걸으며.
이안 : 어제 나 오후 훈련 간 사이 별 일 없었냐?
은비 : 아직까지는 조용해! 그게 더 답답하긴 하지만!
이안 : 괜찮을 거야! 내 말 믿어!
은비 : 근데 어제 니가 한 말! 첨엔 쫌 고맙다가 생각할수록 기분 나쁘더라?
이안 : 뭐가?
은비 : 내가 뭐? 싸가지 없고, 재수 없고, 패주고 싶다고? (이안 찍 노려보며) 넌 그런 애랑, 왜 친구 하냐?
이안 : 내 말이!! (앞장 서 걷다가 웃으며 돌아보는데)
은비, 더워 손부채질 하다가 머리카락 쓸어 올려 묶으면 흉터 하나 없이 하얗게 드러나는 목.
이안 : 상처 다 낫네? (자신의 목 가리키며) 이쪽! 꽤 깊어 보였는데.
은비 : (목 짚으며) 여기? 상처 없었는데? 언제 다쳤어?
이안 : (수학여행 때) ......났으면 됐지!
고개 갸웃하는 이안.
#19. 세강고 전경. 오전
#20. 여자화장실. 오전
은수 예지 성연 거울 앞에 모여 있다.
은수 : 우리 도우미 아줌마가 그러는데, 서영은네 엄마가 그 집 아줌마 도둑으로 몰았다가 된통 당했대.
예지 : 웬일이야! 근데 그걸 어떻게 고은별이 갖고 있었어?
은수 : 이상하지? 우리 딸 협박해서 돈 뜯은 애들 가만 안둔다고 학교 와서두 난리 쳤다는데...혹시!
성연 : 설마... 고은별이 센캐이긴 해도 그런 짓 할 애는 아니지 않냐? 서영은이 뒤집어씌운 거 아니고?
예지 : 야! 증거가 있잖아! 무섭다. 걔 기억상실증도 진짜 뻥 아냐?
아이들 화장실 빠져나가고 나면,
안에서 힘없이 걸어 나오는 은비 화장실 거울에 비친 얼굴을 뚫어져라 본다.
은비(E) : 고은별! 너 대체 어떤 애니?
여학생1 : (E) 3반 얘기 들었어? 사물함에 숨겨 논 도난품 걸렸대!
두 세 명의 아이들 화장실로 들어서자 시선 피하는 은비 아이들 피해 서둘러 화장실 밖으로 빠져 나간다.
#21. 세강고 옥상. 오전
은비, 옥상 난간에 기대 운동장 내려다보며 숨 크게 들이쉬는데.
발에 와서 툭 부딪히는 RC카!
태광(E) : 야! 타!
은비 돌아보면, 개구지게 웃으며 태광 열심히 조종 중이다.
버리는 나무들 늘어 만든 미니 레이싱 경기장도 있다.
은비 : (발로 툭 차버리며) 이거 말고! 나도 여기서 줄 타고 내려가 보고 싶다. 전에 병원에서 너 처음 봤을 때처럼!
그럼 답답한 게 좀 시원해지려나?
태광 : 그거 입구? 오호오!!!
은비 : (교복 치마 내려다보며 질겁하는) 야!! 공태광! 넌 나랑 친했냐?
태광 : 설마!
은비 : 웃기지? 만나는 사람마다 제일 먼저 이렇게 물어봐야 된다는 거!
태광 정문으로 들어오는 공재호의 자동차 보고 있다.
태광 : 이걸 말해줘야 하나? (진지하게) 기억을 상실해서 뭘 모르나본데... 내가 받아주지 않아서 그렇지,
예전에 니가 나 엄청 따라다녔어! 문자에 전화에 얼마나 귀찮게 했는데!
은비 : ......그랬어?
태광 : 그렇다니까.
은비 : (쓰게 웃고)
태광 : 그리고 내가 비밀 하나 알려줄까?
은비 : 뭔데?
태광 : 나 사실 저 사람 아들이다.
은비 태광 아래를 내려다보면, 차에서 내려 건물로 들어가는 이사장.
태광 : 존경받는 세강고 이사장의! 또라이 아들! (자기 가리키고 큭큭 웃으면)
은비 : (얼굴 굳고, 나지막이) ......재밌지?
태광 : (분위기 파악 못한) 뭐 가?
은비 : 나 말야....
태광 : ??
은비 : 니가 아무렇게나 지껄여도 그게 진짠지 가짠지 알 수가 없으니까. 가지고 놀기 차암 재밌을 거 같아서.
태광 : .......!!! (그건 아닌데, 당황해서) 아니거든! 너 진짜 재미없거든!
은비, 태광을 못마땅하게 보다가 쌩하니 가면,
태광 : 야! 고은별! 알았어. 진짜로 말해줄게! 니 사물함 그거 문짝 날아간 거 내가 한 짓 맞는데! 이번이 아니라 예전에 부서진 거야!
확실한 건! 나 그때 이미 너한테 욕먹을 만큼 먹었다! 그리고 그게 너랑 말 섞은 유일한 기억이고! 끝!!
은비 : (한심하게 돌아보면)
태광 : 그래! 지금 그 표정! 한마디로 넌 날 사람 취급 안했다는 거지! 이게 팩트!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지나가버리는 은비.
#22. 교무실. 오전
교무회의. 교감, 학주, 김준석, 안주리 등 모여 있다.
학주 : 서영은 어머님이 학폭위 요청하셨습니다.
안주리 : 학폭위가 잘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건 좋은데, 발생 건수가 점차 잦아지네요!
교감 : 아이들 당사자 의견은 아랑곳없이, 행정적으로 일만 크게 벌이려는 학부모들 때문에
(흥분하다가 골치 아픈 표정 지으며) 이게 진짜 애들 문젠지 어른 문젠지 헷갈립니다.
김준석 : 그런데 아시다시피 고은별은 사건에 대한 기억 자체가 없는 상태인데, 어떡하죠?
교감 : 공정해야죠! 이번 일 계기로, 걸리는 애들마다 다 기억 안 난다고 버티면 그만이게요? 반 아이들은 대충 알거 아닙니까?
김준석 : 일단 학교폭력실태조사 설문지 돌리고, 관련 학생 모아 상담조사 시작하겠습니다.
#23. 3반 교실. 낮
학주 설문지 들고 문 옆에 서 있고, 교탁 앞에는 김준석 있다.
김준석 : 3반! 학교폭력전담교사이신 최우성샘이 진행하시는 절차에 모두 적극 협조하도록!!
학주 들어오고, 김준석 목례하고 나간다.
학주 설문지 나눠주면 작성하는 아이들.
아이들 ‘없음’, ‘관심 없음’, ‘고은별’, ‘고은별 사물함에서 서영은 엄마 목걸이 나옴’ 등등 적고,
태광, ‘1짱 권기태!’라 적는다.
은비, 고개 들지 못하고 풀죽어 있고, 이안 안쓰럽게 은비를 본다.
아이들 각자 의심, 궁금함, 걱정으로 은비의 눈치 살핀다.
#24. 교무실. 낮
걷어진 설문지 심각한 얼굴로 보고 있는 김준석 휙휙 넘기다가 멈추면 태광이가 쓴 설문지다.
<1짱 권기태 하지만 공태광 한테는 발림> 이라 적혀 있으면.
김준석 : (한숨 쉬며, 메모하는) 권기태 공태광 추가!
교감 : (어깨너머로 보다가, 기태 태광 가리키며) 얘들이야 원래 그렇다 치고 고은별은, 아무 문제없이 공부만 잘하던 학생 아닙니까?
왜 김샘 반이 되더니 이렇게 조용할 날이 없을까요?
눈치 보던 김준석, 교무실로 학주 들어서는 게 보이면 교감 눈 피해 슬쩍 다가가며.
김준석 : 최선생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학주 : 말씀하세요!
김준석 : 아직 교감선생님께 보고를 안 드린 사안이라... (난처한 듯 머리 긁적인다.) 일전에 저희 반 아이들이
사고를 친 적이 있는데요, 이 사건과 연관이 있는지 확인이 좀 필요할 것 같습니다.
#25. 상담실. 몽타주. 낮
학주 앞자리에 아이들 차례로 한명씩 따로 불려와 앉으며 영은의 얘기를 한다.
학주 : 그 날 가라오케에서 거래 정지 되었다는 카드가 누구 꺼니?
시진 : ......서영은이요! 같이 놀 때 영은이가 돈을 좀 많이 쓰는 편이에요. 내가 영화 보여줄게.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평소에 그런 얘기도 많이 하구요.
/효은 : 영은이한테 화장품 선물 받은 적 있어요.
학주 : 평소에 친하게 지냈나보구나?
효은 : 그건....아닌데....아주 가끔 어울려 놀긴 해요.
/해나 : 돈 쓰는 게 서영은 취미예요. 반애들 중에 용돈으로 치면 재벌 1위?
/학주 : 음..... 강요한 적은 없다?
송주 : 당연하죠. 많이 받으니까 많이 쓰나보다! 다 그렇게 생각했을 걸요?
학주 : (끄덕끄덕)
송주 : 근데 은별인 진짜 아니에요. 영은이가 주는 선물도 절대 안 받는 앤데. 그런 짓을 시켰을 리가 없어요.
학주 : 사물함은 고은별 게 확실하고?
송주 : 그건...... (끄덕끄덕) 네!
/학주 : 고은별이랑 무슨 얘기 했냐?
이안 : 특별한 얘기 안했는데요.
학주 : 그럼 왜 끌고 나갔어?
이안 : 멍 때리고 있길래, 정신 차리라고 소리 몇 번 질러주고 데리고 왔습니다.
#학주, 못마땅한 표정으로 보고 있다.
기태 : 샘! 저 요즘 진짜 조용히 살거든요? 제 이름 적은 거 공태광이죠?
학주 : 그건 알거 없고!
기태 : 걔만 없애주시면 전 앞으로도 쭉 조용히 살겠습니다!
/학주 : (설문지 내밀며) 이거 니가 쓴 거지?
태광 : 그걸 어떻게! 작성자 보호하려고, 익명으로 내는 거 아닙니까?
학주 : 가해자 란에 지이름 써 놓고 무슨 보호!!? 이 자식아!!
#26. 세강고 옥상. 낮
태광 옥상 난간에 기대 운동장 내려 보고 있는데
기태 저벅저벅 위협적으로 다가가 태광의 목에 팔 걸어 돌려세운 뒤 누르면
태광의 몸 옥상 아래로 떨어질 듯, 난간 밖으로 쏠려 위태로워 보인다.
기태 : (여유 있게) 공태광! 너 편히 쉬라고 내가 옥상 출입도 끊었잖냐!
태광 : 에이! 안 그래도 돼애! 난, 너 하나도 안 불편하다!
기태 : (픽 웃으며) 그렇다 치고! 근데 오늘은 꼬옥 알려줄 게 있어서 왔거든!
태광 : (목 졸려 목소리도 잘 안 나오는) 잘왔어... 언제든.. 환영이라니까...
기태 : 너나 나나 폭탄이긴 한데, 종류와 질이 좀 다르잖냐? 넌 던지면 기냥 터지는 수류탄이지만!
난 시간 정해놓고! 나름 계획적으로다가 터지는 시한폭탄!! (한 손 태광 멱살 잡은 채, 나머지 한 손 자신의 눈썹께 가리키며)
근데 지금 빨간 줄 따악!! 여까지 왔거든? 잘해라!!
기태 태광 당겨 원래 자리에 돌려놓고 손 확 놓으면 숨 몰아쉬며 콜록대는 태광.
태광 : 야!! 넌 나 알면서, 그런 고급 정보를 알려주면 어떡하냐아아!! 곧 터질 때 됐다는 얘기네? (씩 웃으면)
기태, 분이 안 풀리지만 꾹 누르고 태광 쳐다보다가 휙 돌아서 가며
바닥에 놓인 RC-카 발로 한번 콱!! 밟으며 “아우!!” 소리 지르고 간다.
태광, 바닥에 털썩 앉아 조종리모콘으로 움직여 보면 ‘끼잉’ 다 죽어가는 소리 내며 제자리에서 꿈틀거리는 자동차
손으로 툭 치우며 ‘에잇!’ 드러누워 버린다.
#27. 카페 안. 오전
은별모를 제외한 민준모, 시진모, 엄마들 모여 있는데.
설레발맘 : 은별이 또 1등 했다며? (뼈 있는) 시진 엄마 얘기 듣던 거랑 결과가 좀 다르네?
시진모 : (찔려서) 내가 뭐 그럴 것 같댔지! 꼭 떨어질 거다! 그랬나? 우리 학교 때도 보면 놀 거 다 놀고 공부 잘하는 애 꼭 있잖아!
제일 얄미운 스타일!
민준모 : 근데, 아무래도 한 팀 짜긴 좀 무리일 것 같아.
엄마들 놀라서 쳐다보면.
민준모 : 중간고사 결과 따라 결정하기로 해놓고, 말 바꾸는 것 같아 좀 걸리긴 하는데...... 은별이 사물함에서 도난품이 발견됐대!
곧 학폭위 열린다는데?
시진모 : (흥분해서) 뭐어? 어쩜 걔 그렇게 안 봤는데!
민준모 : (당신도 그럴 상황 아니라는 듯 보며) 참, 우리 남편이 시진이 봤다는데, 말 안 해?
시진모 : 아... 학교에서? 민준아버님 학교 전담이시잖아!
민준모 : 학교 전담 맞는데, 시진이 만난 건 경찰서!
시진 : 왜? 우리 시진이를 경찰서에서....
시진모 당황하는데, 카페 안으로 들어서는 은별모.
은별모, 엄마들 있는 곳으로 밝게 다가가는데 분위기 어색하다.
은별모 : 좀 늦었지? 우리 매장에 급한 일이 생겨서. (앉으면)
민준모 : 바쁜 거 아는데 은별이한테 신경 좀 써라! 이 중요한 시기에 적어도 다른 애들한테 피해는 주지 말아야지?
은별모 : 그게 무슨 뜻이야?
민준모 : 우리 다 서로서로 잘하자는 뜻! 그럼 강사리스트 보강 되면 다시 연락드릴게요!
민준모 일어나자 엄마들 후루룩 빠져 나간다.
시진모 : (미안하지만, 마음 급하고) 자기야! 나두 약속 있어서 먼저 가볼게!
은별모 : 그래! 알았어!
카페 앞으로 나가는 엄마들, 뭔가 분주히 문자와 눈빛 주고받으며 각자의 차로 흩어진다.
#28. 도로 일각. 은별모 차 안. 낮
은별모 신호대기 중에 문득, 창밖의 카페를 보는데 자신을 제외한 엄마들 모두 모여 수다 떨고 있다.
속상하고 자존심 상해 외면한다.
#29. 교실 앞. 낮
교실을 나오는 은비 송주 시진.
해나와 효은 다가오며.
해나 : 야! 고은별 사물함에서 목걸이 나왔는데 왜 자꾸 우리 가라오케 간 얘기가 나오냐?
송주 : 어. 강요한 적 없다고 말하긴 했는데, 학주 표정 완전 구기고 있더라.
효은 : 서영은이 뭔 말 했겠지? 걔 뭐야 진짜?
은비 : (둘러보며) 근데, 그 목걸이 아는 사람 정말 아무도 없어?
아이들 다 고개 젓고.
영은 교실에서 나오자 시진을 제외한 아이들 영은을 차가운 눈으로 보는데.
시진 : (영은 못보고) 은별이 사물함은 진짜 이상하긴 한데, (찔리는) 우리가 공짜 지갑 취급한 건 사실이잖아!
일동 : (O.L, 영은을 의식하며) 야!!!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영은 고개 숙이고 지나간다.
해나 : 어우 답답해! 암튼 둘 사이에서 우리 뭔가 상당히 잘 못 엮인 느낌이다.
#30. 급식실. 낮
영은 혼자 구석에서 밥 먹고 있다. 옆의 아이들 떠드는 소리 들린다.
초원 : 둘 중 하나겠지! 고은별이 뭔 짓 해놓고 잊어버렸거나, 서영은이 뒤집어씌웠거나.
하윤 : 하나 더 있지! 고은별이 잊어버린 척 하거나. (웃는데)
초원 : 암튼 고은별 인생의 수치다! (웃으면)
송주 : (식판 들고 지나가다가, 테이블 손으로 한 번 팍 치고) 야! 니네 말 그렇게 할래?
#은비와 시진 앉아있는 자리로 송주 다가와 식판 팍 놓는다.
은비, 멀리 혼자 풀죽어 밥 먹는 영은의 모습 안타깝게 보는데.
영은, 통영의 은비로 오버랩 된다. 문득 떠오르는 기억.
#31. 누리여고 급식실. 은비의 기억. 낮
은비 구석에서 혼자 밥 먹고 있는데
은비의 식판으로 아이들이 남긴 잔반과 김칫국물들이 주루룩 떨어진다.
여학생(E) : 우리 따순이! 많이 먹어!
(E) (깔깔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환청처럼 들려오다가)
시진(E) : 은별아!! 고은별!!
#32. 급식실. 낮
정신 차리고 송주와 시진을 바라보는 은비.
은비 얼굴 두려움에 가득 차 있으면.
시진 : 어디 아파?
송주 : 요즘 스트레스 받을 일이 좀 많았냐?
시진 : 보건실 가서 좀 쉬는 게 어때?
은비 : 아냐! 잠깐 어지러웠는데 괜찮아졌어!
#33. 은별의 집 거실. 저녁
은별모와 은비 얼굴 가득 오이 붙이고 누워 있다.
은별모 : (은비 옆구리 쿡 찌르며) 몇 분 지났니?
은비 : (까르르 웃으며) 엄마! 그만 좀 찔러! 자꾸 떨어지잖아!
은별모 : 이러고 있으니까 좋다! 엄마랑 너랑 예전에는 이렇게 오이마사지도 자주 하고 목욕탕도 같이 가고,
밤새 수다도 떨고 그랬는데.
은비 : 그랬는데?
은별모 : 사실 너 기억 잃기 전에, 지금처럼 큰 소리로 웃은 적 별로 없다!
은비 : 정말? 난 엄마랑 매일매일 재밌게 지낸 줄 알았지?
은비와 은별모 일어나 앉는다. 오이 그릇에 담으며.
은별모 : 너 사라졌을 때, 나 반성 많이 했어. 공부 신경 쓰느라 우리 딸에 대해 몰랐던 게 너무 많았구나.
은비 : .......
은별모 : 다 들었어. 영은이 엄마한테. 왜 말 안했어?
은비 : 만약 진짜 내가 그런 거면 어떡해? 엄마 실망시키는 거 그게 제일 겁나.
은별모 : 잘못했으면, 다신 안 그러면 되지! 엄만 엄마대로 너 도울 방법 알아보고 있으니까 걱정 말구 씩씩하게 부딪혀! 알았지?
은비, 씩씩하게 고개 끄덕이고, 행복하게 웃는 두 사람.
#34. 영은의 방. 오전
영은 교복 입은 채 웅크리고 앉아 있다.
#35. 영은의 방 앞. 오전
영은모 문 앞에 바짝 붙어서, 애타는.
영은모 : 너 자꾸 엄마 속상하게 할래? 이게 다 너 학교 편하게 잘 다니라구 하는 짓인데 왜 학교를 안 가? 응? 영은아!
영은 : ........
영은모 : 엄마 바빠서 나가니까 이따 다시 얘기하자! (방문에 귀 대보다가 시계 보더니 서둘러 나가는)
#36. 영은의 집 주방. 오전
텅 빈 휑한 식탁에 오만 원 권 하나 덩그러니 놓여 있다.
가방 메고 나온 영은, 오만 원 휙 집어 주머니에 구겨 넣고 나간다.
#37. 교무실. 낮
학폭위 전담기구 회의 중이다. 교감 학주 김준석.
학주 : 서영은 같은 경우를, 말하자면 자발적인 삥이라고 하죠!
교감 :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돈을 쓴 거니, 책임을 묻기도 애매하긴 하네요!
학주 : 하지만 따돌림을 피하기 위한 최후의 방편이었다고 한다면 또 얘기가 달라지죠.
김준석 : 그렇긴 한데 아시다시피 고은별은 기억이 없어서 사전조사 자체가 의미가 없는데 어떡해야 될까요?
학주 : 하지만 피해자 측이 강력하게 피해사실을 주장하고 있고, 증거도 확실해서 개회를 하긴 해야 할 것 같은데요?
김준석, 난감하다. 곰곰 생각하고 있으면.
교감 : 그럼 그렇게 정리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38. 게시판. 낮
게시판에 ‘학교폭력자치위원회 개회/대상 2학년 3반 고00’ 공지문 붙어 있다.
구경하는 아이들 틈으로 내용을 확인한 영은 얼른 자리를 뜨려는데,
송주 시진 해나 효은이 막아선다.
송주 : 서영은! 이제 그만 피하고 우리랑 얘기 좀 하자!
#39. 교정 일각. 낮
영은과 아이들 대치 중 이다.
송주 : 서영은! 은별이 자리에 국화꽃 갖다놓고 죽은 사람 취급하더니, 사물함은 또 무슨 꿍꿍이냐?
해나 : 학주한테 우리가 가라오케 돈 너한테 몰빵 했다고 꼰질렀지?
영은 : (억울하다. 노려보는)
시진 : 우리랑 얘기 하고 풀자. 너 같은 반 친구들한테 대체 왜 이러는 건데?
영은 : (비웃고) 니들이 언제부터 날 같은 반 친구라고 생각했어? 너도 인정했잖아? 니들이 날 3반 공식 지갑으로 여긴 거!!
시진 : 나.. 아니 그건!!
해나 : 우리가 언제 너한테 돈 내라고 한 적 있냐?
영은 : 없지. 하지만 평소엔 투명인간 취급하다가, 어쩌다 한 번 같이 갈래? 물어보는 거! 돈 내란 뜻이잖아.
정말 나랑 같이 가고 싶단 게 아니라!
송주 : 피해의식 쩐다. 그럼 싫다고 하지!
효은 : 싫어! 한마디면 끝날 일을 이게 뭐냐?
영은 : (울컥하는) 그래! 니들한텐 쉬운 일이겠지! 같이 갈래? 물어보면 싫다고 하라고?
같이 갈래? 그 말 들으려고 내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는데에!
아이들 : !!!
영은 : 니들은 전부 내가 아니라, 돈이 필요한 거 뻔히 알면서도 난 싫다는 말 못해! 왠지 알아? 싫지 않으니까!
그렇게라도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으니까!!
아이들, 아무 말 못하고 보고 있으면.
영은 : 정말 쪽팔려서 마지막까지 학폭위는 안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생각이 바뀐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고은별뿐만 아니라 니들 다 벌 받았으면 좋겠어!
영은, 울먹이며 멀리 뛰어가 버리고,
남은 아이들 뭔지 모를 미안함에 우두커니 서있다.
#40. 3반 교실. 낮
김준석 수업하러 들어왔는데 영은이 자리 비어있다.
김준석 : 서영은! 어디 갔어? 아는 사람? (기다리다가) 아무도 없어? 반장도?
민준 : (관심 없다) 모르겠는데요?
대답 없는 아이들 잠시 둘러보다가.
김준석 : 책 편다.
이안이 없고, 송주와 시진 해나 효은 한 번 씩 영은의 빈자리 흘끔 본다.
김준석 : 자, 지난 시간엔 미정계수를 이용해 함수의 연속성에 대해 확인하는 법을 배웠다.
거기서 함수가 불연속인 조건이 세 가지 있었지?
민준 : (바로 나오는) 극한값이 존재하지 않을 때, 함수값이 존재하지 않을 때, 극한값과 함수값이 같지 않을 때.
김준석 : (민준에게) 오케이. 이 대답은 1초도 안돼서 딱 나오네? 너무 쉽지?
“어려워요!!” “꺅” 짜증내는 아이 “뭐래!!! 짱나!!” 혼잣말 하면서 태광과 뒷자리 아이들 주르르 엎드린다.
김준석 : 수학이 아무리 어려운들 니들만큼 어렵겠냐?
김준석, 돌아서 문제 적기 시작한다.
모든 실수 에 대하여 연속인 함수 는 를 만족시키고, 폐구간 [0, 4]에서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41. 교무실. 낮
김준석 앞에 와 서 있는 은비.
김준석 : 내일 학폭위 열리는 거 알고 있지?
은비 : ...네.
김준석 : 학폭위 개회를 어떻게든 잘 막아보고 싶었는데 영은이 어머님 쪽이 워낙 완강해서 어쩔 수가 없었다.
은비 : 네. 알고 있어요.
김준석 : 그치만 니가 사건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는 걸, 위원들이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아마 큰 징계 받을 일은 없을 거다. 가 봐.
#42. 세강고 전경. 낮
삼삼오오모여 하교 하는 아이들 사이에 송주와 시진 있다.
시진 : 학폭위 때문에 은별이 많이 심란하겠다.
송주 : 응! 근데 서영은은 교실에 놔두고 간 가방 찾아 갔나?
시진 : 니가 웬일로 영은이 걱정을 다 하냐?
송주 : 미쳤냐? 걱정은 무슨!
시진 : 나는 영은이 마음 쪼끔 알거 같애. 그 비슷한 기분 종종 느끼거든!
송주 : 니가 왜?
시진 : 그런 게 있어!
시진, 송주 옆으로 해나와 효은이 지나간다.
해나 : 야! 나 하루 종일 서영은 때매 기분 열라 꿀꿀한 거 아냐?
효은 : 나두나두!!
시진 : 오늘 영은이 얘기 하는 사람 많네!
#43. 2-3반 교실. 저녁
어둡고 텅 빈 교실에 들어서는 사람, 영은이다.
영은, 핸드폰 불빛에 의지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살피다가 구석 자리의 사물함 열고 짐을 꺼내는데,
은비(E) : 서영은!
영은, 깜짝 놀라 사물함 닫고 돌아보면 은비 서있다.
은비 : 뭐해?
영은 : (당황한 기색 감추며) 뭐하긴! 니들 마주치기 싫어서, 아무도 없을 때 가방 가지러 왔다!
은비, 다가가 목걸이가 나왔던 사물함 문을 연다. 멀쩡해 보이는데,
가볍게 툭 치니 한쪽이 쑥 빠지며 기울어진다.
은비 : 이 문짝 이번에 떨어진 게 아니었더라구. 공태광이 예전에 망가뜨렸고, 그래서 내가 아무도 안 쓰는 자리에
잠깐 짐을 옮겨뒀었는데. 수학여행 직전에 말야. 내 짐 니가 다 버렸니?
영은 : 너! 기억 다 돌아온 거야?
은비 : ......!!
영은 : 잘됐네! 가서 말해! 서영은 혼자 쇼하다 열폭한거라고!
은비 : (설마 했는데) 맞아? 맞구나?
영은 : (불안함으로 쏘아보면)
은비 :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그럼 나 가해자로 몬 거, 사물함 때문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거야?
아님 내가 정말 싫어서 그런 거야?
영은 : 어! 니가 싫었어!
은비 : (충격이고)
영은 : 할 수만 있다면 니 생활기록부, 니 자존심, 전부 다 망가뜨리고 싶었어!
너도 남들 앞에서 창피하고, 비참한 기분 드는 게 뭔지 꼭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
은비 : 왜? 왜 그런 건데?
영은 : ...... (상처가 깊은, 낮게) 너... 기억... 돌아왔다며?
영은, 교실 밖으로 쌩하니 나가버린다.
충격으로 우두커니 서 있는 은비.
#44. 버스 정류장. 밤
버스를 기다리는 영은.
영은 옆으로 웃으며 재잘재잘 수다 떠는 여학생들 서있다.
여학생들 바라보는 영은, 영은의 회상으로 이어지며.
#45. 패밀리 레스토랑. 영은의 회상. 밤
테이블에 식사 마친 빈 그릇들 가득하다.
시진 : 영은아! 잘 먹었어! (걱정) 근데 너무 많이 나오는 거 아냐?
영은 : 괜찮아!
송주 : 다 같이 영은이에게 감사의 박수 세 번!
아이들 장난스럽게 박수 세 번 ‘짝짝짝!!’ 치고 일어난다.
은별, 지갑에서 2만원 꺼내 테이블 위에 놓으며.
은별 : 내껀 이걸로 해! (대답도 듣지 않고 쌩하니 가버린다)
영은 : 은별아! (뒤에서 부르지만 이미 갔다.)
#46. 멀티플렉스. 영은의 회상. 낮
영은 영화관 매표소 앞에서 영화표를 예매하고 있다.
은별 다가가 지갑을 열면.
영은 : 은별아! 괜찮아! 내가 할게!
은별 : (차갑게) 난 안 괜찮아! (현금 내밀며) 한 장은 이걸로 해주세요!
은별과 영은 표 받아 돌아서는데.
은별 : (앞서 걷다가 우뚝 멈추고 영은 보며) 근데 니가 맨날 돈 주고 사는 건 뭐야? 밥? 영화표? 친구? 아니면 시간?
영은 : 무슨 뜻이야?
은별 : 맞네! 돈 쓰는 동안만 니 옆에 있어주는 사람들의 시간! (표 흔들며) 난 내 10분도 너한테 팔기 싫어!
영은, 상처 받아 우두커니 은별의 뒷모습을 본다.
#47. 버스 정류장. 밤(#44에서 연결)
쓸쓸한 얼굴로 서 있는 영은, 그 앞으로 기다리다 그냥 지나가 버리는 버스들.
#48. 수영장. 밤
수영장 끝에 발만 담그고 앉아 있는 은비와 트레이닝 복 입은 이안.
은비 : 니 말이 다 맞는 것 같더라!
이안 : 어떤 말?
은비 : 나는 정말 싸가지 없고, 재수 없고, 패주고 싶은 애가 맞나봐!
이안 : (풋) 이제 알았냐?
은비 : 다행히 목걸이 혐의는 벗게 된 것 같은데..... 마음은 더 무거워!
이안 : 학폭위 때문에?
은비 : 응! 아무것도 기억 못하면서.... 사과해봤자 아무 소용없겠지? 이런다고 오늘 밤에 당장 기억이 돌아올 리도 없고!
은비 침울해 보이면, 이안 얼굴 장난스럽게 바뀌고.
이안 : (물 사정없이 뿌리며) 야! 누명 벗었으면 됐지! 뭐가 이렇게 심각해!
은비 : (물 튀기는 거 막으며) 야! 씨!! 하지 마!!
이안 : (멈추며) 하지 마? (다시 마구 뿌리며) 싫어! 그래도 할 건데?
은비 일어나 도망가다가, 바닥에 물 뿜어져 나오는 긴 호스 발견하고 집어 든다.
은비를 본 이안도 도망치며 호스 하나 집어 든다.
호스 끝을 손으로 막아 서로 정신없이 물 뿌리고 도망치다가.
이안 : 야!! 우리 딱 3초간 공격 후 휴전이다!
은비 : 좋아!
이안,은비 : 하나, 둘, 셋! (하지만 둘 다 멈추지 않았고)
이안 : 야! 고은별 실망!
은비 : 그러는 너는? 이 배신자!!
수영장 위로 치솟는 물줄기 사이를 행복한 얼굴로 뛰어다니는 두 사람, 웃음소리 울려 퍼지는 가운데
뒷걸음치던 은비 호스 끝을 밟고, 수영장 물속으로 주욱 미끄러져 들어간다.
#49. 물 속. 밤
첨벙! 물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은비.
#50. 플래시백. 1회 79. 다리 위. 낮
발아래 일렁이는 물결을 바라보며, 다리 위에 우두커니 서있는 은비.
바람에 나부끼는 머릿결,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 보이는 표정.
다리 바깥쪽으로 한 걸음 발을 옮기는,
#51. 플래시백. 1회 80. 물속. 낮
짙푸른 물 속, 두 눈을 감은 채 평온한 얼굴의 은비.
온 몸에 힘을 빼고 천천히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는데
그 때 은비의 손을 잡는, 누군가의 하얀 손.
이안(E) : 고은별!! 고은별!!
#52. 수영장. 밤
은비가 가라앉는 모습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이안 물속으로 뛰어 든다.
#53. 물 속. 밤
이안, 은비를 안아 물 위로 올려주면 기침하며 가쁜 숨을 몰아쉬는 은비.
이안 : 고은별! 괜찮아?
은비의 어깨를 잡고, 괜찮은지 살피는 이안.
은비 두려운 눈으로 이안을 본다.
떨리는 손을 들어 조심스럽게 이안의 손을 치우고 일어나는 은비. 휘청휘청 위태롭게 걸어가면
갑작스럽게 달라진 은비의 태도에 당황스런 이안, 걱정 어린 눈으로 본다.
#54. 수영장 앞. 밤
젖은 채로 걷고 있는 은비.
이안 저벅저벅 다가가 은비 앞을 막아선다.
이안 : 야! 이 꼴을 하고 어디 가는 거야?
가지고 나온 긴 점퍼 입혀주고 모자 뒤집어 씌워준다.
표정 없이 이안의 얼굴 가만히 들여다보는 은비.
#55. 거리 일각. 밤
자전거 뒷자리에 탄 은비. 이안의 등에 기대 눈물을 참고 있다.
#56. 은별의 방. 밤
방에 들어서는 은비. 또다시 낯설게 느껴지는 은별의 방.
사진과 물건들을 둘러보다 책상의 책들을 우르르 쏟아내 정신없이 뒤지다가
‘김선생 시크릿 노트’에서 빠져나온 신문기사 발견한다.
‘사랑의 집’과 자신의 얼굴이 담긴 사진 보는 순간 깜짝 놀라 신문조각 놓치는 은비, 두려움과 충격에 뒤로 뒤로 뒷걸음치다
떨리는 손끝이 카프라 성에 닿으면 위태롭게 흔들리던 조각들 결국 와르르 무너져 버린다.
#57. 플래시백. (1회 #50. 공사장 일각. 밤)
은비, 높이 쌓인 자재를 쿵 들이받고 바닥에 쓰러진다.
놀라는 소영의 얼굴, 무너지는 자재더미 올려다보는 은비.
은비 : 소영아!!! (온 힘을 다해 소영의 몸을 감싼다.)
꼼짝 못하고 깔려 있는 소영과 은비, 은비의 이마가 찢어져 피가 흐른다.
#58. 은별의 방. 밤
천천히 이마에 손을 갖다대보는 은비 화장대 거울로 보이는, 옆 이마의 확연한 상처 자국.
은별모 방문 열고 들어오면, 소스라치게 놀란다.
은별모가 책상 위에 떨어져 있는 신문기사 보게 될까 두려워지는 은비.
은별모 : 뭘 그렇게 놀래? 왜 이렇게 젖었구? 밖에 비 오니?
은비 : .......
은별모 : (걱정스런) 안 좋은 일 있었어?
은비 : ....... (말없이 굳은 얼굴로 보고 있으면)
은별모 : 묻지 말라는 거지? 으유! 한동안 안 그런다 했더니 (다정하게) 알았어! 나갈게! 담부터 꼭 노크도 할게!! 엄마가 미안!!
은별모, 돌아서서 가려하면, 은비 달려가 와락 은별모 허리 안는다.
은별모 : (이뻐서) 얘가 왜 이래? (그러다 이상한 예감에) 은별아! 너...... 괜찮아?
은비, 주체할 수 없이 쏟아지는 눈물. 은별모의 등에 얼굴 묻고 소리 없이 흐느낀다.
#59. 세강고 전경. 오전
#60. 2-3반 교실. 오전
수업중이다. 학생주임 앞문을 노크하고 들어와.
학주 : 예! 고은별 좀 데리고 가겠습니다. 고은별! 나와!
수업 듣던 은비 담담하게 일어나면,
이안 송주 시진 등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본다.
영은은 자리에 없다.
#61. 회의실. 낮
학폭위원들 둘러 앉아 있고, 학주와 은비 서 있다.
학주 : 말씀드렸던 것처럼 고은별 학생은, 아직 기억을 제대로 회복하지 못한 이유로 사건에 대한 사실 확인이 어려운 상태입니다.
은비 : (말 자르며) 아니요! 선생님.. 완전하진 않지만 저 기억 찾은 것 같아요.
학주와 위원들 놀란 눈으로 본다.
#62. 상담실. 낮
김준석과 마주 앉아 있는 영은.
영은 : 빈 사물함에 잠깐 넣어 둔건데, 갑자기 박형사님이 학교로 찾아오시니까 너무 겁나서 그랬어요. 죄송해요. 거짓말해서....
김준석 : 아냐! 이제라도 용기 내줘서 고맙다. 아직 진행 중이니까 지금 가서 전하면 될 것 같은데!
영은 : 제가 직접 얘기 할게요.
김준석 : 괜찮겠어?
영은 : 네.
#63. 회의실. 낮
조심스럽게 회의실 문을 열고 영은과 김준석 들어온다.
은비 영은이 들어온 것 보지 못하고.
위원1 : 기억을 찾았다고 했으니 얘기해 보세요! 서영은학생 말이 사실입니까?
은비 : 네! 맞습니다!
김준석과 영은 놀라서 은비를 보는데.
위원1 : 서영은에게 협박한 사실 인정하는 건가?
은비 : 네!
위원1 : 무슨 협박을 했지?
은비 : 제가 아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말이요.
영은 : !!!
은비 : 이제... 나... 너랑 친구 안 해!!
<플래시 백. 1회 #5. 누리여고 교실. 낮>
수업중인 교실, 책상 창문 쪽에 뚝 떨어져 앉아 있는 은비.
반 아이들의 차가운 시선, 외로워 보이는 은비의 얼굴.
은비 : 교실 안의 모든 사람이 나를 싫어한다고 느끼는 것만큼 끔찍한 일은 아마 없을 거예요.
전 그 마음이 어떤 건지 너무나 잘 알거든요.
영은 : (은별이가 맞나 싶은)
은비 : 많이도 필요 없이 딱 한명이면 되는데 왜 아무도 내 옆에 와 주지 않을까? 영은이를 두렵게 만든 건, 제가 맞습니다!!
#64. 세강고 정문. 낮
하교하는 아이들.
#65. 복도. 낮
아무도 없는 텅 빈 복도 걷고 있는 영은.
그때 ‘끼이이잉’ 힘겨운 소리 내며 #26에서 망가진 태광의 RC-카가 영은에게 다가간다.
곳곳에 테이핑 되고 방향도 잘 못 찾는다.
영은의 발 앞에 와서 겨우 멈추면 그 위에 화살표 모양 포스트잇 붙어 있고, ‘FOLLOW ME!!’ 써 있다.
영은 두리번거리지만 아무도 없다.
#66. 3반 교실 안. 낮
RC-카를 따라 교실 안으로 들어가는 영은.
RC-카가 사물함을 쿵쿵 박으면 영은 고개 갸웃하다가 자신의 사물함 열어보는데, 작은 상자 하나 들어있다.
영은 조심스레 상자 열어보면 스프링 끝에 매달린 손바닥 장난감이 훅 튀어 나온다.
깜짝 놀랐다가, 뒤이어 상자 뚜껑에 적힌 메모 발견한다.
<마음에 박힌 가시를 빼주는 것은 친구의 손 밖에 없다. - C. A. 엘베시우스
영은아! 내 손 잡아 줄 거지? - 은별>
영은 살며시 눈가가 촉촉해진다.
#67. 복도. 낮
복도 창밖으로, 교정을 걸어가는 영은이 보인다.
태광 :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RC-카를 바라보며) 아... 얘 완전히 운명하셨네....
은비 : 떠나기 전에 좋은 일 했음 됐지.... (자동차 집어 쓰다듬어주며) 애썼다!!
태광 : (휙 뺏어 들고 가면)
은비 : 어디가?
태광 : 묻어 주러 간다!
복도 끝으로 걸어가는 태광, 은비 창밖에 멀어지는 영은을 본다.
#68. 세강고 주차장. 영은모의 차 안. 낮
운전석에 앉은 영은모. 보조석에 앉은 영은.
영은모 차 시동을 걸려는데.
영은 : (지갑에서 신용카드 빼 엄마에게 내밀면)
영은모 : 왜? 망가져서 안 긁혀?
영은 : 나 이제 이거 필요 없어. 용돈도 아주 조금만 받을게.
영은모 : 별일이네.....
영은 : 나 전학갈래. 새롭게 시작해보고 싶어. 친구랑도 엄마랑도..... 이제 돈 말고 다른 방법으로...... (영은 미소로 보면)
영은모 : (미안해지는)
#69. 은별의 방. 오전
깨끗이 정돈 된 책상 위에 편지와 핸드폰 올려놓는 은비.
편지봉투에 ‘이은비 드림’이라 적혀 있다.
은별모 : (문 열고 들여다보며) 은별아! 다 했니?
은비 : (밝게) 응 엄마! 나가!
은별모 먼저 나가고, 은비 텅 빈 방을 한 번 둘러본다.
#70. 3반 교실. 오전
김준석 조회중이고, 영은의 자리만 비어 있다.
김준석 : 오해로 시작된 고은별 학폭위는 화해로 잘 마무리가 되었다.
김준석 은비를 보면, 은비 미소 짓는다.
송주 : 샘! 근데 오늘 서영은 왜 학교 안 와요?
시진 : 오오오!!! (하며 송주 보고 웃으면)
송주 : (쑥스러워, 내가 뭐! 윽박지르는 표정 지어보이는)
김준석 : 아쉬운 소식을 하나 전하게 됐는데, 서영은은 어제 날짜로 전학 처리 됐다.
‘네?’ 반 아이들, 미안함 아쉬움 놀람 각각의 반응 보이는데.
김준석 : (안심시키는) 강제전학이 아니라 본인이 원해서 간 거야!
은비 : 인사도...... 없이요?
김준석 : 어? 영은이는 이미 인사 했다고 하던데? (이마 긁적이는) 오늘 조회는 이상! (출석부 들고 나가다가, 걸음 멈추고)
참 근데 니들 그거 아냐? 영은이가 만화를 정말 잘 그리는 친구였다는 거?
아이들, 처음 듣는 얘기다.
수업 종 울리고, 몇몇의 아이들 책 꺼내러 사물함으로 몰려가는데 문 열고 다들 “이거 뭐야?” 웅성웅성 거린다.
사물함마다 한 장씩 각자의 얼굴 캐리커처가 담겨 있다.
<인서트1> 전 날, 빈 교실에서 친구들 얼굴을 그리고 있는 영은
<인서트2> 사물함 틈으로 한 장 한 장 그림을 넣는 영은의 미소 띤 얼굴.
송주 : 야! 얘는 마지막까지 이렇게 짜증나게 구냐? 미안하게.... (눈물 핑 도는) 사과할 기회도 안주고!
태광 : 아씨...... 내 얼굴이 이렇게 막 생겼냐? 어?
그림마다 ‘00아 안녕? 친구에게 마음으로 다가가는 나의 첫 걸음!’ 이란 메모 작게 남겨져 있다.
#71. 세강고. 낮
떠나기에 앞서 은비, 교정을 둘러보며 걷고 있으면 훈련 마치고 다가오는 이안 보인다.
이안 : 오늘 전화를 왜 이렇게 안 받냐?
은비 : 집에 두고 왔어!
이안 : (은비 머리 흩뜨리며) 으이그!! 칠칠맞기는!
은비 : (미소로 보며) 전화 왜 했는데?
이안 : (은비와 마주본 채 뒤로 걸으며) 고은별! 나 오늘 훈련에서 비공식 신기록 세웠다!
은비 : 그래? 오오.... 축하해!
이안 : (김새는) 야..... 진짜 적응 안 된다 너!
은비 : 뭐가?
이안 : 옛날의 너라면 이랬을 걸? (퉁명스런 말투로) 어쩌라구? 야! 난 비공식 같은 거 안쳐줘! 공식 기록 세우면 그 때 다시 와라!
은비 : (피식 웃는, 언니 생각하며) 어우 고은별, 멋진데?
이안 : 성질 좀 죽이라고 맨날 구박했더니, 너 내 말을 너무 잘 듣는 거 아니냐?
은비, 정문 앞에 다다라 걸음 멈춘다. 고마움과 아쉬움으로 이안을 본다.
은비 : 나 갈 데가 있어서, 오늘은 여기서 헤어지자!
이안 : 응!
은비 : 나 그동안 너무 답답해서 기억 찾으려고 무지 애썼는데...... 그러지 말걸......
이안 : 왜?
은비 : (애써 밝게) 그냥! 아무것도 기억 못했던 시간이 많이 그리울 것 같아.
이안 : ......
은비 : 한이안! 잘 가라! (손 내밀면)
이안 : 뭐야아! (웃으며 손잡아 흔드는) 너도 잘 가라!
은비, 뒤돌아 걷는데, 아쉬움에 울컥 쏟아지는 눈물.
은비 뒤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밝게 웃고 있는 이안의 얼굴이 한 화면에 잡히면서 <3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