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일요일은 문경새재 주흘산을 갔습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쉬는 날이면 꼼짝도 않고 방에 틀어박혀 있는 것을 즐깁니다만
그날은 고향 초등학교 동창모임에서 관광버스를 대절해서 문경새재로 간다기에 따라나서 보았습니다.
사실, 문경 새재에서 지근의 거리인 중부내륙고속도로는 거의 매일 다니지만 새재를 직접 가보지는 못했거든요.
단풍이 절정은 조금 지나 있었지만 아직 고왔고 볼만 했습니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몇방울 내리다가 말았고 산행에 지장은 주지 않았습니다.
가슴은 무엇인가로 가득찬 느낌이었고 눈은 한없이 즐거웠고 발길은 내내 가벼웠습니다.
가끔 자연 속으로 나를 빠뜨려 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예천 쪽에서 문경으로 가는 국도인데 요즘 이런 도로 많이 생겼죠?
상주 가산간 25번 국도와 똑 같이 생긴 4차선 아스팔트 포장길이던데 시멘트 포장길인 고속도로보다 승차감은 더 좋았습니다.
문경새재 IC에서 문경새재 쪽으로 가는 길인데 산을 절개를 하지 말고 터널을 뚫었으면 좋았을텐데.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보면 절개면이 흉물스럽게 보입니다. 개발을 하더라도 최대한 상흔을 남기지 않는 방법을 강구했으면.
아직 된서리가 내리지 않아 나뭇잎들이 그대로였지만 그날 저녁 기온이 급강하했지요?
가을서리가 하얗게 내렸던데 모두들 추상낙엽이 되고 말았겠지요?
문경새재 주차장에 거의 다 온 지점입니다.
단풍 색감이 참 고급스럽습니다. 어느 색조 마술사가 저런 작품을 연출해낼 수 있겠습니까.
마지막 단풍을 보고 싶어서 일까요. 그날은 참 많이도 문경새재를 찾았습니다.
관광버스는 요즘 신종플루로 울상을 짓고 있는데 그날만은 표정이 밝아 보였습니다.
단풍 터널길! 아침에 내린비에 낙엽이 길에 달라붙었습니다.
바람에 뒹구는 낙엽이었다면 운치가 더욱 좋았겠지요? 발아래 바스락거리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겠고.
제 1관문인 주흘관입니다. 옛날 같으면 성벽위에 군줄들이 보초를 서고 있고
아래 문 양쪽으로는 검문을 하고 있었겠지요. "잠시 검문이 있겠습니다!"란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소나무와 단풍, 멋진 조화입니다.
청솔이 곁에 있어 단풍이 더욱 고와보이고 또 옆에 단풍나무가 있어 소나무의 존재감도 돋보입니다.
저 단풍이 지고 나면 자연은 무채색으로 바뀌고 맙니다.
청솔가지가 비록 푸른색을 띠고 있다고는 하나 겨울산은 무채색이 되고 맙니다.
네가 있어 내가 있고 내가 있어 네가 있네. 요즘 흔하게 쓰는 상생이란 말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겠지요.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필요한 사람이어라! '조국이 나에게 해준게 뭐 있다고?'라고 따지지 말고.^^
그림 좋지요? 구도도 잘 잡혔네요. 제가 찍어도 잘 찍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한편의 사진이 가을의 정취를 대변하는 듯합니다. 클릭하면 원본 사진이 뜨니까 즐감하시길.
여궁폭포를 오르다가 계곡의 암석을 찍었습니다.
각기 모양이 다른 돌, 물기를 머금은 푸른 이끼, 그 사이를 졸졸 흐르는 물 무엇하나 넘침도 모자람도 없습니다.
한창 단풍을 뽐내는 나무옆에 고사목은 쓰러져 있습니다.
저 쓰러진 나무도 한때는 저런 화려한 시절이 있었겠지요. 피고지고 피고지고...
여궁폭포입니다. 갈수기라 떨어지는 물줄기는 가늘었지만 제법 높은 곳에서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나무가지에 달린 리본은 무슨 산악회에서 기념으로 매단 것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말하고 싶군요, "됐거든! 너들이야 왔다가 가든 말든."
폭포를 보니 김수영 시인의 '폭포'라는 시가 생각나는군요.
한수 읊고 지나갈까요? 어느 이발소 거울 아래 이 시를 붙여놓았더군요.
폭 포
김수영
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규정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하여 떨어진다는 의미도 없이
계절과 주야를 가리지 않고,
고매한 정신처럼 쉴 사이 없이 떨어진다.
금잔화도 인가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폭포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번개와 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취할 순간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
나타(懶楕)와 안정을 뒤집어 놓은 듯이
높이도 폭도 없이
떨어진다.
자, 이제 그만! 여기까지.^^ 일행들은 혜국사를 거쳐 정상으로 향했지만 저는 폭포까지 오르고
산장 방향으로 틀어 하산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저는 누구보다도 산을 살 타지만 산에 오르는 것을 지극히 싫어합니다.
팔공산 갓바위를 남쪽방향으로 주차장에서 45분만에 오르는 준족을 지녔지만 잘 올라가지는 않습니다.
히말라야나 에베레스트를 등정하는 산악인들을 저는 이해를 못합니다. 왜 쓸데없는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는지.
하산하면서 맞은 편 등성이를 보고 찍었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소나무가 죽어간다는데, 귀한 우리들의 소나무들입니다.
정상 쪽을 보고 찍었습니다. 정상에 오르면 더 많은 볼거리를 사진에 담을 수 있었겠지만
멀리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했습니다.
꽃잎은 바람결에 떨어져 강물을 따라 흘러가는데~~ 전영의 '어디쯤 가고 있을까'라는 노래 가사가 생각납니다.
단풍잎이 계곡물에 떨어졌습니다. 나뭇잎이 꽃잎보다 더 예쁠 수 있다는 사실 단풍잎을 보고서 알았습니다.
저 부근에서 한 동안 머물러 있었습니다.
계곡물이 참 맑았습니다. 사진에는 단풍잎을 클로즈업해서인지 물이 흐리게 나왔네요.
거의 다 내려와서 찍은 사진입니다. 인공의 시절물들은 자연을 거스르지 말아야 합니다.
무엇을 설치할 때는 전문가의 자문을 얻어 자연친화적인 방향을 모색해야겠습니다.
조경이 어려운 것은 그 어느 유능한 디자이너가 있다해도 자연의 연출을 도저히 따라갈수 없기 때문입니다.
귀경 잘 하셨는지요? 계속해서 2편을 올리겠습니다.
첫댓글 점촌이 아버지 고향이라 문경새재를 자주 가는데 가면 갈수록 더 정이 드는 것 같네요. 울 아이들도 참 좋아하구요. 단풍이 들기 전 9월 말에도 다녀왔었는데.. 즐감하고 갑니다.^^
"새재의아침"처럼 상큼한 가을구경 잘 하였습니다.... 새재의 옛길을 걸어보는것도 큰 추억이 될듯 싶네요..저는 이날 단양에서 충주호를 지나 월악산과 이화령을 넘어올려고 하였는데 마 소주 두잔에 운전대를 놓았더니 어느세 차는 중부내륙을 달리고 있더군요....
풍경사진 넘 좋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