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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6·2, 어느 ‘바람’에 표심 실을까? |
[6·2 관전 포인트] ⑤ 북풍에 추모…안산은 단일화 바람 불고 |
10-05-20 09:05
제5회 동시지방선거가 5월 20일 0시를 기해 공식선거운동에 불을 지폈습니다. 오는 6월 1일 자정을 향해 스타트를 끊은 후보자들은 이른 아침부터 아파트 입구에서 역전에서 사거리에서 마치 게릴라처럼 유세전을 펼치느라 눈빛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대로변에는 출마자들을 알리는 홍보 펼침막이 시민들의 눈길을 붙잡아 두려고 용을 쓰고 있습니다.
이번 지방선거에 안산에서는 안산시장 후보 5명, 경기도의원 후보 20명, 경기도의원 비례대표 2명, 안산시의원 후보 41명, 안산시의원 비례대표 후보 9명 등 모두 77명이 후보 등록을 했습니다. 광역단체 선거에서는 경기도지사 후보 3명, 경기도교육감 후보 4명, 경기도교육위원 후보 3명(안산 시흥 부천 권역의 제4선거구), 경기도의원 비례대표 후보 35명이 일전을 불사하고 있습니다.
안산지방선거 후보 공약…철학이 빈곤하다
6·2 지방선거를 맞아 본보는 일찌감치 ‘지방선거 기획연재’와 ‘후보 소개’를 통해 안산시민들의 이해를 돕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남은 것은 선택과 투표. 안산시 전체 유권자 520,541명(상록구 275,033명에 부재자 수 10,150명 / 단원구 245,508명에 부재자 수 9.000명)이 각각 69개의 투표구에서 누구를 뽑을 것이냐로 귀착됩니다.
때가 때인지라 기자도 모처럼만에 유권자의 한 명으로 안산을 톺아봤습니다. 시장 후보의 홈페이지부터 홍보물까지 제법 찬찬히 훑었습니다. ‘손을 잡으면 힘이 되는 사람(한나라당 허숭)’, ‘가슴으로 듣고 발로 뛰는 사람(민주당 김철민)’, ‘힘내라 서민경제, 웃어라 무상교육(민주노동당 정연철)’, ‘Bravo안산! Again 박주원!(무소속 박주원)’ 등.
캐치프레이지만으로는 안산이 어떻게 변하고, 시민들은 어떤 안산에서 살게 될지 분명치 않았습니다. 물론 정 후보의 ‘무상교육’처럼 눈에 꽉차오는 드문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여, 안산시의 가장 뜨거운 감자인 안산 돔구장 건립 찬반을 놓고 후보들을 비교하자 비로소 확연해 졌습니다. 허 후보와 박 후보는 찬성, 김 후보는 재검토, 정 후보만이 전면 백지화로 갈라졌습니다.
시의원과 도의원 후보도 들여다 보았습니다. 출사표도 읽고 공약도 다시 챙겼습니다. 공약은 거창한데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실사구시의 정책과 대안은 눈에 잘 띄질 않았습니다. 감성적 접근이 주류를 이뤘으나 철학이 빈곤하다 보니 전시성 공약과 구호성 공약이 범람했습니다. 한 마디로 돔구장과 같은 핵심 이슈를 제외하곤 죄다 비슷비슷해 보였습니다.
천안함과 북풍과 노무현 추모가 맞붙으면 누가 이길까?
이러다 보니 고개가 갸우뚱거려졌습니다. 그럼 유권자들은 어떤 기준으로 후보들을 선택해야 한단 말인가? 이번에도 ‘그 놈에 바람’타고 찍어야 하나? 지방선거를 비롯해 국회의원 총선거까지 ‘바람’은 동창회 바람부터 각종 친목회 바람을 거쳐 “우리가 남이가”라는 지역 바람까지, 선거판만 벌리면 바람은 단골 메뉴가 되어 싸가지 없는 짓을 버젓이 저질러 왔습니다.
이번에는 천안함 ‘북풍’ 바람과 노무현 ‘추모’ 바람이 맞붙을 형세입니다. 일찍이 예견은 했지만 이렇게 한 치도 비켜가지 않고 여야가 사생결단하며 ‘바람’에 목매는 꼴을 또 다시 지켜보게 됐습니다.
천안함 북풍의 노림수는 간단합니다. 보수유권자의 대동단결입니다. 비상한 선거 시기에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 대국민담화를 예정할 정도로 북풍은 역대 선거 판세를 좌지우지한 일등공신이었습니다. 이번 북풍은 여기에다 4대강부터 한명숙 후보 무죄판결에 한나라당 안상수 전 원내대표의 좌파주지 발언과 검찰 스폰서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뜨거운 감자 물타기’ 라는 감미로운 ‘약발’까지 가세했습니다.
북풍으로 휘청거리는 야당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 바람이 버팀목이 되고 있습니다. 추모 바람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표를 끌어 모으는 동력이 되길 고대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끌어 모은 표가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으로 나뉩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바람에는 반드시 역풍이 따르기 마련. 추모바람으로 표가 결집하면 그 반대편에서 보수층 유권자도 결집합니다. 물론 천안함도 비슷한 역풍을 낳을 수 있지만 승부를 갈라놓는 적극적 투표층의 투표율에서 ‘북풍’은 ‘추모’를 앞지를 것으로 보입니다.
야권의 후보단일화 선공, 한나라당의 반격은?
안산에서도 바람이 붑니다. 다행히 싸가지 없는 바람이 아닙니다. 후보단일화 바람입니다. 19일 김철민 후보와 함운석 후보가 후보단일화를 선언했습니다. 애초 예상했던 대목인지라 새롭지 않습니다. 모양새도 옆 동네 시흥과 비슷합니다. 지난 18일 시흥시에서는 시장 후보로 나선 민주당 김윤식 후보와 국민참여당 조성찬 후보가 단일화를 이뤄냈습니다.
두 후보 간에 단일화가 성사되면 남은 것은 민주노동당 정 후보와의 단일화에 공을 들이는 것. 사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단일화에 팔을 걷어붙인 정당은 민주노동당이었습니다. 대를 위해 소를 접을 줄 정치적 유연성이라고 할까? 정 후보는 “민주당 측에 단일화를 제안했었다. 중간에 끊기기는 했지만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전향적인 결과를 기대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렇다면 한나라당발 단일화 바람도 불까요? 무소속으로 출마한 박주원 후보가 본디 한나라당이 고향인지라 허숭 후보와의 단일화가 마지막 변수로 남습니다. 하지만 박 후보가 옥중 출마의 변으로 결백과 명예를 주장한 만큼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애써 ‘박주원 효과’를 무시하고 있지만 야권 단일화가 상징하는 상승효과에 대적하려면 맞불을 놔야 합니다. 허 후보로서는 속이 바싹 타는 대목입니다.
가능성이 없지는 않습니다. 박 후보가 당선을 전제로 출마한 것이 아닌 이상, 비록 자신을 내쳤지만 본가를 위해 백의종군한다면 피차간에 ‘정치적 고려’는 소통됩니다. 그렇게 되면 검찰도 고집피울 순 없습니다. 다만, 단일화 효과의 극대화 방안과 함께 이를 박 후보의 명예회복과 정치적 재기를 위한 발판으로 어떻게 전환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남습니다.
허 후보와 김 후보 간의 지지율 차이가 작게는 0.3%에서 많게는 15%까지 널을 뛰는 형세에서 후보단일화 효과를 톡톡히 맛보는 후보는 누가 될까요? 기존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여야 각각 10%의 지지율을 단일화를 통해 나눠 갖는 것으로 나타나 ‘지지율의 균형’을 이루는 것으로 보입니다. 즉, 산술적으로는 제로(0)가 된다는 얘깁니다.
그러나 여기서도 어느 쪽의 적극적 투표층에 바람이 붙어 조직적 결속력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성패는 갈라질 것입니다. 그와 함께 30%에 육박하는 부동층의 표심을 어느 ‘바람’이 솎아 가느냐에 따라 최후의 승자는 가려질 것입니다. 결국 안산지방선거는 자신의 속내를 꽁꽁 숨기고 있는 30%의 유권자들이 어느 바람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판가름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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