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유경환
나래를 쳐라 나래를 쳐, 청산 가는 나비 훨 훨훨 벌 지나 남빛 강 건너 또 계곡을 날고.
나래 아프면 청무우밭 쉬고
나래 지치면 절벽을 찾고
나래 부러지면 남빛 강에 떨어져 죽고……
나래- 그 부드러운 나래 한 쌍으로 하늘치며, 하늘로 거슬러 오르는 나비의 꿈, 눈부신 햇덩이 훈장으로 붙이고 하늘로 녹아버릴 나비의 가슴.
비바람 가려서 달밤을 날고 달밤을 나를 땐 전설 꽃무늬, 노을 속 지날 땐 불꽃 무늬, 남빛 강 건널 땐 청동 무늬, 모래처럼 쏟아진 별무리는 밤하늘에 흘리고 간 나비의 눈짓.
끝없는 잠, 숨 죽은 밤하늘 어디서든지, 반드시 고운 여인이 죽어 가리라는 어지러운 춤 하늘에서 흩뿌리는 나비의 눈물 하늘에서 흐느끼는 나비의 시.
뉘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그 작은 목숨을 걸고 나래 치는 아름다운 넋, 풀잎에 이슬지듯 소리도 없이 남몰래 나래 치며 사라질 너 너에게도 끝 있음을 노래 부르고 나에게도 끝 있음을 노래 불러라.
나래를 쳐라 나래를 쳐라 청산 가는 나비 훨 훨훨 벌을 지나 남빛 강을 건너 또 계곡을 날고 청산에 불 붙으면 나래에 불 당기고 불보래 속에서도 나래를 쳐라.
===[한국 대표 명시1, 빛샘]===
유경환(劉庚煥)
출생 1936년 11월 23일
사망 2007년 6월 29일 (향년 70세)
학력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데뷔 195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입선
경력 1998.~ 한국아동문학교육원 원장
수상 2005. 제4회 시인들이 뽑는 시인상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후 미국 University of Hawaii의 East-West Jefferson Fellowship으로 수학했고 연세대 신방과 언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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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는 꽃이나 풀잎에 날개를 천천히 움직여 앉을 때나
가만히 날개를 펴고 있을 때 아름답습니다.
화려한 나비, 수수한 나비, 고상한 나비, 상처 난 나비.....
늙은 나비, 어린 나비, 가날픈 나비...
나약한 나비이지만
작디 작은 날개로 하늘과 청산을 날아 갑니다.
하늘의 푸른색과 강(江)도 남빛이면 희망의 색인데
떨어져 죽는다라고 하였으니 이는 인생을 살다 보면
희망과 절망이 공존한다고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는 것은 아닌지.
희망이 있는 그곳으로 나래를 펴고 훨훨 날아가는 오늘 되시길 바랍니다.
=적토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