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구 풍경구 입구
옥빛 호수를 거니는 내내 가슴이 뜨거웠다. 눈앞에 펼쳐지는 자연의 경이에 감격해, 혹은 힘든 산행의 끝에서 받은 선물에 감사해서일 것이다.
그곳의 푸른 비경은 이렇게 구경하는 이로 하여금 자연과 삶과 시간에 대해 감사하도록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대륙 남서부 깊숙한 곳에 있는 쓰촨성(四川省)은 중국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지방이다. 매콤한 쓰촨 요리는 베이징과 상하이, 광둥과 더불어 중국을 대표하는 4대 요리로 꼽히고 2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청두(成都)는 중국에서 수위를 다투는 관광 도시다. 그들 역사를 통틀어 가장 사랑받는 인물인 유비와 제갈량의 흔적이 청두에 있고 대표적 불교 성지인 어메이산(峨眉山)도 있다. 무엇보다 주자이거우(九寨溝)에 있는, 세상에 없는 영롱한 빛깔을 가진 호수들이야말로 관광객을 쓰촨으로 끌어들이는 으뜸가는 매력이다. 자연의 작품이라고는 믿기 힘든 푸른 호수를 보기 위해 주자이거우로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유비와 제갈량의 회한이 서린 청두 행선지가 주자이거우쯤 되면 중국이 아주 큰 나라라는 것이 새삼 느껴진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중국의 여느 관광지와 달리 주자이거우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다. 비행기로 3시간30분을 날아 청두에 내린 뒤 1박을 하고 아침 일찍 국내선을 타고 40분을 가는 여정. 다행히 쓰촨의 관문 구실을 하는 도시인 청두는 1박의 기다림이 지루하지 않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다. 청두는 역사를 각색한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를 읽은 이에게는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름이다. 사실상 소설의 주인공인 유비, 관우, 장비와 제갈량이 비로소 나라의 기반을 갖추게 되는 곳이 바로 청두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두를 방문하는 이는 대개 청두의 우허우츠(武候祠)를 찾는다. 우허우츠는 제갈량의 시호를 딴 사당 이름으로 유비의 무덤인 한소열묘 안에 있다. 군신의 서열로만 본다면 제갈량의 사당은 유비의 무덤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현대인들은 이곳을 유비의 무덤이라 하지 않고 제갈량의 사당이라 부른다. 신의 경지에 이른 지략과 인간적인 매력, 그리고 출사표(出師表)에 깃든 뜨거운 가슴은 2000년의 시간을 흘려보내며 주군과 신하의 명성을 역전시켜버린 것이다. 그래서일까. 밤이 되도록 환하게 불을 밝힌 제갈량의 사당 서쪽에 있는 유비의 거대한 무덤은 쓸쓸한 느낌마저 준다. ▶신비로운 색을 담은 골짜기 주자이거우 해발 4000미터 깊은 골짜기 곳곳에 숨은 100여개 호수 이튿날 아침, 주자이거우로 가는 비행기는 몇 번의 지연 끝에 청두 공항을 날아올랐다. 청두에서 북쪽으로 460여 ㎞ 떨어진 장족(藏族)과 강족(羌族)의 자치구에 위치한 주자이황룽공항(줄여서 주황공항이라 부른다)으로 가는 국내선 비행기는 연착과 회항이 잦기로 유명하다. 현지 가이드는 열 번에 다섯 번은 비행기가 뜨지 못하거나 다시 돌아온다고 하지만 그 말이 과장인지 일행의 운이 좋은 건지 이번 비행기는 단지(?) 몇 시간의 지체로 충분했다.
해발 3500m 높이에 있는 주황공항은 뱀처럼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주자이거우로 이어진다. 아홉 `구` 자와 울타리 `채` 자를 쓰는 이름은 와이(Y) 자 모양의 골짜기 안에 아홉 개 장족 마을이 있는 데서 유래했다. 4000m를 훌쩍 넘나드는 산에 둘러싸여 있는 이 비밀스러운 장소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70년대에 나무꾼들에 의해서였다. 골짜기는 생각보다 훨씬 큰 규모를 자랑한다. 세 골짜기가 각각 13~17㎞ 길이로 모두 왕복할 경우 총거리가 98㎞에 달한다. 골짜기 곳곳에 숨은 100여 개 호수를 모두 돌아보려면 2~3일은 족히 걸리는 터라 방문객은 수시로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해 대표적인 장소 10여 곳을 하루에 둘러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입구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올라가면 아홉 개 장족 마을 중 가장 큰 수정자이(樹正寨)가 오른쪽에서 나타난다. 가장 크고 사람이 많이 찾는 마을인 만큼 화려한 깃발과 웅장한 정문이 활기찬 느낌을 준다. 마을 입구엔 높이가 수 m에 달하는 형형색색의 깃발이 빼곡히 도열해 있는데, 가까이 가서 보면 깃발마다 글이 빼곡하게 적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불교 경전으로 장족 사람들은 깃발이 바람에 펄럭일 때마다 거기에 적힌 글을 한 번 읽은 효과가 있다는 `아주 편리한` 믿음을 갖고 있다. 마을을 지나 개울과 호수를 따라 걷기도 하고 셔틀버스를 이용하기도 하면서 올라가면 세 개 골짜기가 만나는 갈림길이 나온다. 큰 식당과 장족의 물품을 파는 상점이 밀집한 이곳은 관광지 내에서 유일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자 주자이거우의 절경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장소다. 이곳에서 왼쪽 길로 올라가면 주자이거우 최대의 호수인 창하이(長海)와 물빛이 가장 아름답다는 우차이츠(五彩池)를 만날 수 있고 오른쪽 길로 올라가면 `공작호수`라는 별명이 붙은 우화하이(五花海)와 웅장한 눠르랑(諾日朗) 폭포가 나온다. 계곡 구석구석에 흩뿌려진 호수들은 신이 사용하던 거울이 깨진 파편들이라는 전설이 전해진다. 햇빛과 호수 바닥과 보는 각도에 따라 갖가지 색이 나오는 이곳의 호수들을 보면 그 이야기를 믿어버리는 편이 스스로를 납득시키기에 훨씬 편하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적 절경으로 소문난 캐나다의 루이즈 호수(Lake Louise)보다 더욱 푸르고 남태평양 바다보다 한층 더 투명한 우차이츠와 우화하이의 물은 그중에서도 하이라이트다. ▶주자이거우 이상의 풍광, 황룽 주황공항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지역의 매혹적인 볼거리는 주자이거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주자이거우의 호수들이 양 갈래로 펼쳐진 산자락 품에 아늑하게 안긴 비경이라면 황룽(黃龍)의 신비로운 물줄기는 용틀임하듯 솟구치는 산줄기를 휘감은 선경(仙境)이다. 주황공항에서 차를 타고 남쪽으로 두 시간 정도 달리면 나오는 황룽은 셔틀버스 대신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야 할 만큼 한층 더 험준한 산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의 고도는 해발 4200m 이상. 말로만 듣던 `해발 4000m`의 희박한 공기는 사람의 생각도, 행동도 한 템포 느려지도록 만든다. 쉬 가빠지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내딛기를 1시간 여. 졸졸 흐르던 밝은 에메랄드빛 개울은 아무도 찾을 것 같지 않은 고지에 거짓말 같이 솟은 절인 황룽쓰(黃龍寺) 뒤편에서 또한 거짓말 같은 장관을 연출한다. 이름도 주자이거우의 그것과 같은 우차이츠. 이 주변의 모든 물은 한 가지 색으로 규정하기가 힘들어서인지, 아름다운 모든 것에는 아낌없이 `오색`이라는 찬사가 따라붙는다. 물 속에 녹아 있는 석회 성분으로 인해 생긴 카르스트 지형 위에 수백 개 작은 호수가 층층이 쌓여 있고, 그곳에 담긴 물은 하늘을 풀어놓은 듯 한없이 푸르다. 다시 황룽쓰를 돌아 나오면 나무로 만들어진 길이 케이블카를 탔던 입구까지 4㎞ 정도 이어진다. 이제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푸른색의 물은 볼만큼 봤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황룽을 내려오는 그 길은 또 다른 선물을 안겨준다. 그것은 땅과 물에만 쏟아지는 사람들의 관심을 시기하는 듯한 하늘에서 시작된다. 아주 높은 고도에 걸맞게 황룽의 날씨는 수시로 바뀐다. 멀쩡하던 하늘에서 갑자기 세찬 빗줄기가 쏟아지고, 이윽고 다시 찬란한 햇빛이 쏟아지면서 하늘은 오만 가지 변화를 일으키고, 그에 따라 바뀌는 발 아래 풍경도 시시각각 변한다. 특히 인상적인 때는 촉촉하고 투명한 공기 사이로 갑작스레 해가 얼굴을 내미는 순간이다. 하산길 양쪽에는 하늘을 담은 호수가 있고 맞은편에는 오후 햇빛을 받은 초록색 산이 버티고 섰으며 머리 위에는 또 하나의 하늘과 눈부신 태양이 있다. 완벽한 구도의 풍경화가 펼쳐지는 듯한 이 길을 내려오다 보면 고산병 증세도 차츰 사라진다. 비로소 깊은 숨을 내쉬도록 허락해준 공기와 비에 젖은 몸을 데워주는 햇빛에 한 번 더 감사하게 되는 것도 이때다. ◆ 서울에서 주자이거우
서울에서 주자이거우까지 갈 때는 주로 주자이거우에서 가장 가까운 공항인 청두국제공항까지 연결되는 아시아나항공이나 중국 국제항공 또는 하나투어의 쓰촨항공 전세기를 이용해 청두에 도착한 후 청두에서 주자이거우까지 장거리버스를 타거나 항공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하나투어 청두ㆍ주자이거우 상품은 쓰촨항공 전세기를 이용하여 매주 월요일(5일 일정)과 금요일(4일 일정) 출발한다. 가격은 84만9000원부터다. 유네스코 지정의 세계자연유산인 `주자이거우`와 `머우니거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으며, 5성급 호텔을 사용하고, 여행의 피로를 풀어주는 전신마사지와 티베트민족의 다양한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몽환 주자이거우` 민족쇼를 관람하고, 쓰촨요리의 특미인 약선요리를 맛볼 수 있다.
황룽 [黄龙(황룡), Huanglong] 구체구(九寨溝) Jiuzhaigou 중국 쓰촨성[四川省] 쑹판[松潘]에 있는 관광지 구채구에서 남쪽으로 100km떨어져 있고 해발 약 3800m에 위치한다. 계곡의 전체길이는 3.5㎞이며 석회암이 용해되면서 침전물이 오랜 기간 퇴적되어 생긴 카르스트 지형이다. 계단식 논(다랑논)과 유사한 형태의 계곡이 형성되어 있고 계곡을 따라 웅덩이가 어어진 곳이다. 황룽 주변에는 5000m가 넘는 주봉들이 계곡을 둘러싸고 있으며 전나무 숲이 울창한 계곡이다. 석회암이 흘러내리면서 말들어진 웅덩이(Terraced Pool)가 약 3400개가 있고 황룽산(黃龍山)의 만년설이 녹아 흘러내리면서 오묘한 빛깔의 색을 연출한다. 특히 계곡 최상부에 있는 우차이츠[五彩池 오채지]가 가장 아름답다. 황룽향에 위치하며, 황룽본부와 머우니거우[牟尼沟]의 두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황룽본부는 황룽거우[黄龙沟], 단윈시아[丹云峡], 쉬에바오딩[雪宝顶] 등의 관광지가 있고, 머우니거우[牟尼沟]에는 자가폭포[扎嘎瀑布]와 얼다오하이호[二道海]가 있다. 주자이거우와 함께 중국 쓰촨성 최고의 관광지로 손꼽히는 곳이며 1994년에 발견되었다. 1999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과 세계생물보호권 보호구로 지정되었다. 황룽을 가기위해서는 중국 청두(成都), 중경(重慶)에서 항공기를 이용하면 1시간이 소요되며 청두에서 버스를 이용하면 약 10시간이 소요된다. 해발 3500m에 위치하는 주자이황룽(九寨黃龍)공항은 기상이변이 많은 곳으로 비행기 연착이 수시로 발생한다. 정시에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황룽계곡 좌측으로 케이블카가 있어 해발 3000m까지 오른다. 이곳에서 우측으로 약 1시간 산행을 하면 우차이츠로 이어진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이곳에서 고산증을 겪게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