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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길 유럽여행★ 카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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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맛집 와인 맥주 스크랩 뱅 무스 한잔과 피자로 마무리한 봄날 휴일의 마당정리와 대청소
카페여행 추천 0 조회 43 18.06.24 17:14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오늘은 월요일. 이번주는 오늘이 제 비번날입니다. 그리고 무척 아름다운 봄날이기도 합니다. T.S.엘리엇이던가요?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지요? 그리고 보면 우리 역사에서 4월과 5월은 그 계절이 갖는 아름다움보다는 역사가 저희에게 안겨준 잔인한 시험들이 참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인간이 만들어 놓은 어떤 역사에도 상관없이, 4월의 신록은 변함없이 나무 위에, 그리고 그 연록색 잎들이 만들어내는 그림자로, 혹은 화사한 벚꽃의 모습으로 다가와 대기와 시야를 가득 채웁니다.

 

 

마침 아이들도 짧은 봄방학 중입니다. 저는 모처럼 정원일을 했습니다. 침을 맞기로 약속한 날이어서 한의원 가서 뭉친 곳 풀고 침 맞고, 그리고 집으로 들어와 잔디를 깎고, 잔디밭 옆을 깨끗하게 기계로 파내주는 엣징과 트렌칭도 끝내고, 너무 길게 자란 꽃나무들을 쳐주고... 아이들이 방학인데다 애들 친구들까지 집에 와 있어서 간단하게 피자 한 판으로 때우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음료수를 마시는동안 넘실넘실 뭘 좀 가볍게 마실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흠, 차고에 스파클링이 세 병 굴러다니고 있네요.

 

그리고 보면 샴페인처럼 세간에 잘못 알려진 와인도 드물 것 같습니다. 일단 거품만 나는 와인이면 다 샴페인으로 부르는 경향이 없잖아 있지만, 그것은 모든 막걸리를 '두견주'라고 부르는 것에 비유하면 된다고 할까요. 그러나 샴페인이 스파클링 와인의 대명사라고 하는 데는 별 이견을 달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니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모든 스파클링 와인을 '샴페인'이라고 부르는 거겠지요.

 

 

노스웨스트 와인 아카데미에서 스파클링에 관해 배울 때, 샴페인의 당도를 가장 드라이한것부터 단 것 까지 나열하라는 문제는 시험에 꼭 나왔습니다. 보통은 Extra Brut -> Brut -> Extra Dry -> Demi Sec -> Sec -> Doux 의 순서입니다. 지난 학기까지 치른 시험에서 이 문제는 지금까지 여섯 번인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스파클링 와인 하면 달콤할 거란 선입감을 갖기 마련인데, 아마 80% 정도는 Brut, 즉 전혀 달지 않은 게 스파클링 와인입니다. 달콤한 스파클링의 숫자가 더 적은 거지요.

 

 

국가별로 부르는 이름이 다른 것이 스파클링 와인입니다. 정작 프랑스 안에서도 샴페인은 상빠뉴 지방에서 생산된 것만을 이렇게 부릅니다. 스페인에서는 카바, 이태리에서는 스푸만테, 독일에서는 젝트, 하는 식으로 이름이 다릅니다. 그리고 샴페인이 이런 스파클링 와인의 원조도 아닙니다. 원래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와인의 원조는 남프랑스의 리무 지역에서 만든 '블랑께뜨 드 리무' 입니다. 이 와인엔 샤도네 대신 모작이라는 포도가 사용되지요.

 

 

이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프랑스에서 샴페인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만든 스파클링 와인은 '끄레망'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웁니다. 그것도 전통과 격이 있는 경우에나 그렇게 불리우고, 별 특별한 거 없는 지역에서 편안하게 즐기라고 만들어내는 스파클링 와인은 '뱅 무스'라는 이름으로 나옵니다. 가끔 이런 뱅 무스가 5-7 달러 선에서 대량으로 쫙 깔리는 때들이 있는데, 호기심에 한두병 집어들게 됩니다. 워낙 가격이 싼 데다, 아무 음식에나 다 잘 맞는 스파클링 와인의 특성 때문에 집에 놓아두면 아무 때나 부담없이 마실 수 있기 때문이죠.

 

 

폴 베르나르라는 이 스파클링, 정확히 '뱅 무스'는 $6.99에 구입했고, 레이블엔 Demi-Sec 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당도가 꽤 있다는 것이죠. 가격과 지명도, 그리고 미국에 나와 팔리고 있는 정도를 감안할 때 아마 프랑스 본국에서도 그냥 편안하게 막 마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코스트코에 전화를 해서 피짜를 맞춰 놓은 다음 15분 후에 픽업을 합니다. 아이들은 음료수를 마시는데, 저라고 '음료수'를 안 마시면 되겠습니까? 아무튼 차고를 어정거리다가 발견한 것이 미리 사 놓았던 이 뱅 무스였는데, 궁금하기도 하고 해서 한 병 땄습니다.

 

 

그래도 미국 안에서 겁없이 '샴페인'이란 이름을 달고 팔리는 싸구려 스파클링 와인들과 비슷한 가격대면서도 완전히 질적으로 틀립니다. 일단 거품의 크기가 다릅니다. 말만 샴페인이라고 구라를 풀었지만 실제로는 개스를 나중에 집어넣는 완전 콜라 사이다 만드는 방식의 '쿡스'나 '앙드레' 같은 미국산의 스파클링과는 질적으로 틀립니다. 물론 이런 저렴함에서 보통 트래디셔널 방식으로 블렌딩하고 이를 숙성시키는 과정이 오래 걸리는 샴페인에서 나는 오묘한 빵 굽는 내음 같은 거야 전혀 기대할 일도 없지만, 치즈 피자 한 쪽과 함께 하기엔 참 좋습니다. 딱히 이런 맛이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도 없을 것이, 피자가 내재적으로 갖는 짭짤함과 이 와인이 갖는 적당한 달콤함이 어우러지면서 대비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봄날입니다. 바람도 적당히 솔솔 불어 줍니다. 이렇게 가볍게 한 잔에 한 쪽 하고 나서는 다시 차고 청소를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집에 손봐야 할 것들이 하나둘이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아무튼, 그런 '할 일'들이 내 존재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듭니다. 집은 손보고 돌보고 가꾸어야 합니다. 그냥 들어가 사는 집이라고 해서 가만히 있으면 금방 손봐야 할 문제들이 생깁니다. 그리고 보면 우리가 누려야 할 '민주주의'도 참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합니다. 그 가치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그냥 정치꾼들의 손에 맡겨 놓다가 보면 이렇게 대대적으로 뜯어고쳐야 할 일들이 생깁니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이제 1주일 정도만 있으면 국민들이 모두 대대적으로 함께 봄맞이 대청소를 함께 하게 되겠군요. 낡은 것들, 구세대의 악슴들을 털어버리고 새롭게 확 단장하는 대한민국, 선거라는 청소를 통해 맞으시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나면 저도 이곳에서 함께 또 한번 즐거운 마음으로 스파클링 와인, 혹은 샴페인을 한 병 따겠지요.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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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8.06.24 17:56

    첫댓글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입니다
    즐감하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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