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게 누운 철길 위로 시베리아 횡단열차 달린다 세계 최장 9334km, 59개 역 거쳐 … 러시아 역사, 문화와 ‘짜릿한 만남’ |
글·사진=허용선 여행 칼럼니스트 yshur77@hanmail.net |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올라타는 순간 순백의 대설원을 달리는 ‘시베리아 문화’ 체험은 시작된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동(東)시베리아의 울창한 산림과 광야 그리고 초원지대를 감상하는 낭만 여행길 중에 우리와 외모가 비슷한 부랴트 족이 사는 울란우데, 세계 최대의 호수인 바이칼 호, ‘시베리아의 파리’라 부르는 이르쿠츠크, 러시아의 심장부 모스크바 등을 만날 수 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9334km를 달린다. 지구 둘레의 4분의 1, 기차로 꼬박 6박7일이 걸린다. 주요 역(驛)만 해도 59개. 7번이나 시간대가 바뀌는 세계 최장의 기찻길이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동방에 얼지 않는 항구인 부동항을 건설하고 나아가 시베리아의 철, 석탄, 목재, 모피 등 자원을 조달하기 위해 건설했다. 유럽에서 들여온 차관을 이용, 착공 25년 만인 1916년 완성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시발점이자 종착점으로 시베리아의 가장 큰 항구인 동시에 러시아 연해주의 주도(洲都)이기도 하다. 블라디보스토크는 과거에는 군사도시라 외국인은 항구 부근에서 사진촬영은 물론 출입조차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자유롭게 오갈 수 있으며 사진촬영 역시 특별한 곳을 제외하곤 어디서든 가능하다. 해변에는 레스토랑이 많아 갓 잡아온 신선한 해산물과 바닷가재 요리를 먹을 수 있다.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한 기차는 자작나무 숲과 드넓은 스텝 지역을 번갈아 지나며 시베리아의 광활함 속으로 달려간다. 아름다운 장관을 담으려고 기차 창문을 열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복도의 창틈 사이로 카메라를 들이대며 풍경에 빠져들었다. 객차마다 러시아 구리 주전자 사모바르 물통이 있는데 항상 뜨거운 물이 준비돼 있다. 러시아 사람들은 뜨거운 물을 받아다가 차나 커피를 마시고, 한국 사람들은 컵라면을 먹는다. 서쪽으로 서쪽으로 잠들지 않은 6박7일 횡단열차에선 차장이 아침, 저녁 식사를 가져다주는데, 흑빵에 치즈나 베이컨을 섞은 것이 꽤 괜찮았다. 매운 것이 먹고 싶을 때에는 흑빵에 고추장을 발라 먹으면 된다. 열차가 중간 중간 역에 정차하면 밖으로 나가 사진촬영을 하고 현지 주민들이 만들어 파는 음식물을 사먹을 수도 있다. 보드카와 음료수, 찐 감자, 말린 물고기, 빵 등 다양하다. 열차에도 식당이 있지만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이었다. 차창 밖 풍경에서 점차 호기심이 사라지면 많은 사람이 독서나 음악 감상을 하거나 맞은편 사람들과 보드카를 나눠 마신다. 맨정신에 대화를 하면 10분 정도밖에 못할 사이도 보드카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면 밤을 새운다. 러시아 남자들은 보드카를 벌컥 들이마신 후 타는 목을 달래기 위해 맥주를 마시곤 했는데, 안주로는 바이칼 호수에서 잡는 ‘오물(omul)’이라는 생선과 소시지를 특히 좋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