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서예[3275]이백40, (대주억하감·對酒憶賀監) 2首
古文眞寶(고문진보)
술을 앞에 놓고 하지장을 생각함(對酒憶賀監) 2首-이백(李白)
▶ 賀監 : 하지장(賀知章,677~744). 字는 季眞이며 월주(越州) 영흥(永興) 사람. 성격이 광달(曠達)하고 평이(平夷)하였으며 담소(談笑)를 잘하였다. 태상박사(太常博士)·비서감(秘書監) 등의 요직을 거쳤고, 만년에는 더욱 방탄(放誕)하게 세상을 오유(遨遊)하였다.
스스로 四明狂客 또는 秘書外監이라 호(號)하였다.
현종(玄宗)의 천보(天寶) 초, 辭官하고 향리로 돌아와 修道하다 죽었다.
이때 현종은 鏡湖 剡川(섬천)의 한 골짜기를 그에게 내렸다 한다.
이백(李白)이 처음 장안(長安)에 갔을 때 하지장은 그를 보자
'적선인(謫仙人)'이라 불렀다.
이 시는 하지장이 죽은 뒤 술을 대하고 앉아
이백이 지기(知己)의 풍류객인 그를 추억하며 부른 노래이다
. 《이태백집(李太白集)》에는 권23에 이 시가 실려 있다.
四明有狂客, 風流賀季真.
사명산에 狂客이 있으니, 풍류쟁이 하계진일세.
▶ 四明(사명) : 산 이름. 절강성(浙江省)에 있으며 280봉이 있다 한다.
도교의 제9동천(第九洞天)이라 알려져 있는데,
산 위에 네 굴이 있어서 안으로 일월성신(日月星辰)의 빛을 통하게 한다고 하여 사명산(四明山)이라 이름붙였다 한다.
하지장은 만년에 이 산에 은거하며 스스로 사명광객(四明狂客)이라
호(號)하였다.
▶ 狂客(광객) : 세속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분방히 사는 사람.
▶ 風流(풍류) : 행동에 멋이 있는 것. 멋있는 놀이를 또 풍류라 한다.
▶ 季眞(계진) : 賀知章의 자(字).
長安一相見, 呼我謫仙人.
장안에서 처음 만났을 때, 나를 귀양온 신선이라 불렀지.
▶ 長安一相見 : 이백이 장안으로 가서 처음 하지장을 만났을 때를 말함.
▶ 謫仙人(적선인) : 귀양온 선인(仙人). 곧 세상에 내려온 신선(神仙).
昔好盃中物, 今爲松下塵.
옛날에는 술잔깨나 좋아하더니. 지금은 소나무 아래 진토가 되었구려.
▶ 盃中物(배중물) : 잔 안의 물건. 곧 술을 뜻한다.
▶ 松下塵(송하진) : 지금은 죽어 산에 묻히어 소나무 아래
塵土가 되어 버렸다는 뜻.
金龜換酒處, 却憶淚沾巾.
금거북으로 술을 사놓고 보니, 추억으로 눈물이 수건 적시네.
▶ 金龜(금귀) : 관리들이 禮服의 띠에 매는 주머니.
본시는 물고기 모양으로 金·銀의 魚袋가 있었으나
측천무후(則天武后)가 거북으로 바꿨다. 금귀는 3품 이상의 高官,
은귀는 5품 이상의 관리들이 지녔다.
▶ 却憶(각억) : 추억, 회상의 뜻.
狂客歸四明, 山陰道士迎.
광객이 사명산으로 돌아가니, 산음의 도사들이 그를 마중했네.
▶ 山陰道士 : 앞에 이백의 <王右軍> 시에 보인 山陰의 羽客.
사명산(四明山)이나 회계(會稽) 산음 땅에는
입산수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勅賜鏡湖水, 為君臺沼榮.
칙명으로 경호의 물을 내리시니, 당신을 위한 누대와 연못으로
영광된 일이었지.
▶ 鏡湖(경호) : 절강성(浙江省) 소흥현(紹興縣)에 있는 호수 이름.
▶ 臺沼(대소) : 하지장의 누대와 못. 하지장은 은거하는 집을
천추관(千秋觀)이라 하였는데, 그 집과 근처의
경호(鏡湖) 및 섬천(剡川)을 현종(玄宗)으로부터 하사받았다.
人亡餘故宅, 空有荷花生.
사람은 죽고 옛집만 남았는데, 공연히 연꽃만 피어 있으리.
▶ 荷花(화) : 연(蓮)꽃.
念此杳如夢, 凄然傷我情.
이를 생각하면 아득하기 꿈만 같으니, 처연히 내 마음 슬퍼지네.
▶ 杳(묘) : 아득하다.
▶ 凄然(처연) : 여기서는 '悽然'과 통하여 슬픈 모양.
해설
李白과 賀知章은 두보(杜甫)가 <飮中八僊歌〉에서 읊었듯이
주선(酒仙)이라 할만한 사람들이었다.
더욱이 처음으로 이백이 장안에 나타났을 때 하지장은
그를 보자마자 '적선인(謫仙人)’이라 불러준 지기(知己)이다.
이백은 지금 금귀(金龜)를 잡히고 술을 받아왔다.
중국의 옛 속담에 '여인은 자기를 사랑해 주는 사람을 위하여 治粧하고,
장부(丈夫)는 지기(知己)를 위하여 목숨을 바친다.'라고 하였다.
이백의 광달(曠達)한 성격으로도 술을 대하니 시로써 술로써
또는 성격으로써도 통하던 지기 하지장이 그리워진다.
그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담소하고픈 마음 간절하지만,
그는 이미 고인(故人)이 되어 산속의 흙이 되었다.
하지장이 은거하던 사명산(四明山)과 鏡湖 등이
머리에 꿈결처럼 떠오르며 추억은 이백을 슬프게 하였다
이하=동아일보-은인을 그리며[이준식의 한시 한 수]〈2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