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님이라고 부르기도 부끄럽던 새색시 시절
세상을 떠난 당신께
편지 한 장 고이 적어 보내고 싶었습니다
혼자 남겨진 세상살이 어찌 살아왔는지
적어보내야지, 적어보내야지 하다가
여든다섯이 되었습니다
사진 속 당신은 늘 청년인데
나는 어느새 당신을 영감이라고 부릅니다.
늦깎이 공부를 하니
어깨 너머로 배운 글이 너무 서툽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정갈한 편지 한 장 써 보내겠습니다
―이경례, 〈영감님께 보내고 싶은 편지〉 전문
“사진 속 당신은 늘 청년인데/ 나는 어느새 당신을 영감이라고 부릅니다.” 이 구절에 한 사람의 인생이 실려 있습니다. 무거워서 들 수 없는 세월이 들어있습니다. 그 무거운 인생을 들고, 지고, 이고 여기까지 오셨습니다. 그 무게를 누가 짐작이나 하겠습니까? 여든다섯이라는 나이가 느껴지지 않는 깨끗한 마음이, 그 순결한 마음이 여기 이 글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똑똑한 글씨로 또박또박 써보세요. ‘사랑하는 나의 서방님’이라고. 세월이, 그 많은 세월의 무게가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것입니다. 사랑하는 서방님이 웃고 계실 저세상까지 날아갈 것입니다.
* 이경례 님은 군산시 늘푸른학교에서 글을 배우셨다.
< ‘엄마의 꽃시, 100명의 어머니가 쓰고 김용택이 엮다(김용택, 마음서재, 2018)’에서 옮겨 적음. (2019.07.22. 화룡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