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의 풀꽃 외 2편

[애지사랑]

풀꽃 외 2편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산수유꽃 진 자리

나태주

사랑한다, 나는 사랑을 가졌다

누구에겐가 말해주긴 해야 했는데

마음 놓고 말해줄 사람 없어

산수유꽃 옆에 와 무심히 중얼거린 소리

노랗게 핀 산수유꽃이 외워두었다가

따사로운 햇빛한테 들려주고

놀러온 산새에게 들려주고

시냇물 소리한테까지 들려주어

사랑한다, 나는 사랑을 가졌다

차마 이름까진 말해줄 수 없어 이름만 빼고

알려준 나의 말

여름 한 철 시냇물이 줄창 외우며 흘러가더니

이제 가을도 저물어 시냇물 소리도 입을 다물고

다만 산수유꽃 진 자리 산수유 열매들만

내리는 눈발 속에 더욱 예쁘고 붉습니다.

시 1

나태주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꽃 한 송이 피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마음속에 시 하나 싹텄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졌습니다.

1945년 충남 서천 출생—시집으로는『대숲 아래서,『풀꽃』,『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꽃을 보듯 너를 본다』 등이 있고, 소월시문학상, 흙의문학상, 충청남도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2014년부터는 공주에서 ‘나태주 풀꽃문학관’을 설립·운영하며 풀꽃문학상을 제정· 시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