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일상에 필수품으로 자리잡은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톡'(이하 카톡)이 러시아 정보통신 당국(로스콤나드조르)의 관리 대상에 편입됐다. 긍정적으로 해석하자면, 러시아도 카톡의 영향력을 인정했다는 뜻이고, 나쁜 의미로는 카톡의 자유로운 소통을 감시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카카오톡 로고/사진출처:카카오
유력 경제지 코메르산트와 온라인 매체 rbc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정보통신 당국(연방 통신·정보기술·미디어 감독청, 로스콤나드조르, Роскомнадзор)은 19일 카톡과 왓츠앱 등 12개 서비스를 감독및 규제 대상 목록(정보유통조직 목록, в реестре организаторов распространения информации , ОРИ)에 새로 편입했다.
이 목록에 편입된 서비스는 사용자와 사용자의 음성 정보, 문자 메시지, 이미지, 기타 전자 메시지의 수신, 전송, 전달 및 처리에 대한 데이터를 러시아 영토(에 있는 서버)에 저장하고, 연방보안국(FSB) 등 당국의 요청이 있을 경우, 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이를 위해 당국이 사용자 및 사용자 활동에 대한 정보에 원격으로 액세스할 수 있도록 특수 장비를 설치해야 한다.
이같은 의무 조항을 따르지 않을 시, 벌금이 부과되거나 접속 자체가 차단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13일 바이버(Viber) 메신저 서비스가 러시아의 사회·정치적 상황을 불안정하게 만들기 위한 정보 게시를 막지 않았다는 이유로 접속이 차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텔레그램/사진출처:픽사베이.com
러시아 토종 SNS인 VK 서비스
러시아의 인터넷 서비스 감시및 규제 조치는 2014년 제정된 '정보, 정보 기술 및 정보 보호에 관한 연방법에 따른 것이다. '러시아판 페이스북'으로 알려진 브콘닥데(VK)는 법안 도입 첫해인 2014년부터, 세계적인 메신저 텔레그램은 2017년부터 등록부에 올랐고, 러시아 포탈 사이트 얀덱스(Yandex)와 관련 서비스도 모두 등록돼 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모기업 메타)은 2022년 러시아에서 '극단주의 조직'으로 분류돼 서비스가 금지됐다. 메타의 3대 서비스 중 유일하게 금지되지 않은 메신저 '왓츠앱'은 이번에 감시 대상에 편입됐다. 알렉산드르 킨슈테인 러시아 연방정보정책 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7월 "메신저(왓츠앱)가 계속 러시아 법률을 위반하고 당국과의 협력을 거부한다면 우리의 인내심은 끝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왓츠앱은 이미 러시아 사용자의 데이터 현지화를 거부한 혐의로 2021~2022년 두차례(400만 루블, 1,800만 루블) 벌금을 부과받았다.
모바일 게임 서비스인 'PUBG Mobile'는 게임 서비스로서는 처음으로 2023년 10월 감시 목록에 편입됐다. 인터넷 전화 서비스 스카이프와 블록체인 메신저인 크립바이저도 이번에 등록부에 이름을 올렸다.
로스콤스보보다 홈피/캡처
인터넷 검열에 반대하는 러시아 시민단체 '로스콤스보보다'는 관련 법안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데, 이번에 편입된 서비스 업체들이 러시아 당국과 협력할 의향이 있는지, 또 서비스가 목록에 오른 사실을 아는지도 불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이미 러시아에서 '외국 에이전트(대리인)'으로 지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