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국회의원 전원 선출제로 해야한다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여,야가 직년말까지 선거구 획정안 마련에 실패하면서 대한민국은 국회의원 선거구가 없어진 채로 새해를 맞이했다. 이렇게 된 데에는 국민들을 전연 의식하지 않는 정치인들의 독선적인 정치의식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2월 31일까지 최대, 최소 인구편차를 3:1에서 2:1로 조정하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여,야 대표간 막판 협상도 허공에 날아가면서 현행 선거구 획정은 법적 효력을 상실했고 현역 의원들은 의원직은 유지하지만 대표할 지역이 사라지고, 정치 신인도 예비 후보등록이 불가능해지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대의민주주의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심각한 정치적, 사회적 혼란이 우려되는 이런 사태를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은 어떤지 궁금하다. 정치권은 선거제도에 따른 의석의 득실 계산에만 몰입하면서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정치권의 모습은 참으로 가관이다.
정 의장은 선거구 획정 기준으로 우선 현행 의원정수 300명과 의석 비율(지역구 246석, 비례대표 54석)을 유지토록 한다는 대전제를 세웠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정치권의 행태를 보면 우선 문제가 적지 않는 비례대표를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다. 비례대표제의 문제점은 정당이 멋대로 명부를 정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 후보가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 국민들은 정당에 투표를 하기 때문에 누가 후보인지 되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문제를 일으키는 의원들을 보면 거의 비례대표 출신이다. 현재 비례대표는 총 54명이다. 특히 여성의 문제를 고민하는 여성비례대표, 각자 속해있는 직업군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직능대표가 존재한다. 이는 여성과 직업군에서의 문제가 사회 전체의 문제로 받아들여진 결과이다.
문제는 학력이나 자질 또는 국가관 등 자격에 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국회에 입성하면 상대 정당에 대한 지나친 비방이나 반국가적인 언행 또는 국민 앞에 제왕으로 군림하고자 하는 등 여론의 지탄을 받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민주화 이후 가장 빈번하게 개혁의 도마위에 오르고 있는 것은 정치이다. 여기서 정치란 국회와 정당을 지칭한다. 국민의 의식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개혁의 요구는 그 어느 때 보다 강열하다. 하지만 지난해 줄곳 공전하고 있는 국회에 대한 실망감과 정당, 특히 당내 파벌 갈등과 정부 투쟁 일변도로 나가는 야당에 대한 실망감을 넘어 이제는 분노하고 있는 상황이다. 건전한 야당이 있어야 행정부를 견제하고 여당과 함께 입법 기능을 수행해할 수 있다.
하지만 거대 야당의 분열로 본래의 사명을 다 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거의 극에 달한 상황에서 일부 제기되고 있는 국회무용론도 나오고 있다. 필자는 국회가 여기까지 온 데에는 국회의원 개인의 자질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무엇이 국가를 위하고 어떻게 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것인지를 생각한다면 국회가 이렇게 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나라 보다 의회의 권한이 훨씬 막강한 미국조차도 정당 내부의 권력 구조를 분산시키는 일련의 정치 개혁을 통하여 의회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입법 기능을 강화할 수 있었다. 이 점에서 미국의 사례는 우리의 정치 개혁을 위해 의미 있게 받아 들여야 할 것이다.
미국은 두 차례에 걸쳐서 현재의 의회 정치를 실천한 중대한 정치개혁을 달성했다. 1900년대 초반에 소장 의원들의 주도로 하원의장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상임위원회 기능을 강화한 것인데 의회 개혁의 핵심은 하원의장이 독점하던 상임위원장 임명권을 빼앗고, 대신에 각 상임위원회 의원들 중 여당의 최다선 의원이 위원장을 맡게 하는 선임제(seniority rule)를 채택했다. 하원의장이 위원장 임명 권한을 통해 상임위원회를 장악해 실질적으로 의회의 독재자로 군림하던 시대를 종료시킨 것이다. 이러한 개혁이 달성된 이유는 당시 미국을 휩쓸던 혁신주의 운동의 영향이었다. 부패 정치에 대한 고발과 비판으로 시작한 혁신주의 운동은 국민적인 지지를 대폭 얻었고, 의회 개혁뿐 아니라 독점 기업 타파, 여성 참정권 허용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독선적인 정치의식을 보면 비례대표제는 맞지 않는다. 따라서 비례대표제를 없애고 국회의원 전원 선출제로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