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놈이 서울 처음 와 염냥 줌치 차고 옆 사람에게 묻듯이
" 제천 공설운동장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라고 물으니
" 제천 추우면 철원 뺨 때리러 가여~ "라고 하며 길을 가르쳐 주는 사람의 모습을 보니 그제서야 처음 느껴보는 한파였다.
운동장은 시외버스 터미널 가까이에 있는데 여기에서 걸어 가기에는 좀 멀긴 하다. 택시를 타면
기본요금이면 된다 해서 택시를 탔다. 둥근 운동장 출입문 위에 ' 제천전력관리처"라는
懸板이 붙어있다.
사옥이 공설운동장인 것은 이 사업소가 얼마나 다급하게 조직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사무실이라는 로커룸에 들어서니 좌우로 참새가 날개를 펴
1 층에는 총무 , 기획 ,상황실 , 용지 1, 용지 2
처장실, 부처장실, 2 층에는 송전 1 , 송전 2 , 변전 1 , 변전 2 , 예비군 대대를 힘겹게 품에 안은 듯하며 계통도에는 345 kv 신제천 ,154 kv 제천, 충주, 원주 , 춘천 , 강릉 , 동해 , 태백 전력소가 붉은 선으로 표시되어 있고 그 아래에 66 kv 변전소가
검은 선으로 거미줄처럼 엮여있다. 엉켜져 있는 내 마음 같다.
이번 간부 초임 인사는 나도 내가 원하는 부서로 가려고 신경 쓰려고 했는데 순위가 빠르다고
조그마한 여유도 주지 않고 연고도 없는 곳으로 발령 내 버리다니 왜 이리 운이 없을까
이 회사 첫 근무지도 연고와는 관계가 없는 영남화력발전소였다, 첫 보직인 발전용 B.C 油 담당은 매일 아침 전날에 석유공사에서 파이프 라인으로 공급된 양과 발전으로 사용된 양을 계측하기 위해 저유조의 돔 지붕 위에 올라 설치되어 있는 맨홀 뚜껑을 열고 깜깜한 기름 탱크 속에 줄자의 錘가 BC 油 표면에 닿자마자 당겨 올려야 한다. 그때 울산 앞 바다에서 朔風이라도 불어오면
몸을 가누기도 어려웠던 시절을 돌이켜보며
이까짓 거 해버렸다.
꿈도 꾸지 않은 타향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내가 내 四柱를 보니 사주 기운이 " 憾傷的이고 弱 하다 "라고 나왔다. 근본 성격이 그렇다면
갑자기 바꿀 수는 없는 일이니
논두렁을 베고 죽더라도 내 쪼대로 살았던 지난 세월을 里程標로 삼아 남은 세월은 憾情의 낭비 없이 보내야겠다.
낱알이 영글어 고개 숙인 벼 이삭에 붙은 메뚜기를 잡아 강아지풀 줄기에 꿰어 뽁아 먹고 , 웅덩이에서 개골개골하며 잘 노는 개구리 잡아 뒷다리 떼어내 구워 먹고 단백질 보충했다.
미나리꽝에서 미나리 다듬는 아줌마에게 미나리 얻어 생으로 씹어 먹어 비타민 보충하며 살아온 어린 시절의 삶을 돌아보니 인간관계에서 여드름같이 돋아난 마음의 障壁이든, 平地風波
를 겪으며 생긴 아주 높은 요새 같은 장벽이든
그것을 허물고 나온 과정이 아름답다고 여겨질 뿐 달리 아름답다고 여길 만한 것이 마음에 떠오르지 않는다.
제천 전력관리처는 충청북도, 강원도 , 경상북도 일부에 전력 계통을 연계하여 전력을 공급하는
교두보 구축과 전력수송로 확충으로 전력의 안정적 공급과 공급신뢰도 향상에 기여해야 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었다.
그 막중한 임무를 가지고 있는 본부 사옥이 이곳 공설운동장 로커룸인 것은 이 사업소가 얼마나
다급하게 조직되었는지 알 수 있다 .
제천시는 조선시대에 제천현과 청풍군으로 불리다 40년대에 제천현의 읍으로, 1980년도에 시로 승격, 95년도 시군 통합 되어 현재에 이름인 제천시가 되었다.
위치적으로 충북,강원,경북의 중부내륙권 중심지에 놓여 있어 교통∙물류의 요충지로 중앙선․태백선․충북선이 +자형철도로교차하고 있으며
중앙고속도로, 동서고속도로가 통과한다.
하지만 위치가 강원도 쪽으로 너무 치우쳐 충주로 이전이 검토 되기도 했다.
천혜의 자연관광인 3대 국립공원 월악산, 소백산, 치악산 중심 에 있고 의림지, 박달재, 청풍호반 등 관광자원이 있어 마음만 먹으면 고즈넉함에 빠져볼 수 있는 곳도 많이 있다.
나는 산의 고즈넉함을 즐기려 온전한 정신이 아니었음에도 나 홀로 산행하다가 구사일생 한 때가 서너 번 있었다.
한 번은 산악회 따라 밀양에 있는 산에 갔는데
일행은 다 놓치고
나 혼자 정상 확인하고 하산 도중에 또 정상 2 km란 팻말을 확인했으나 정상을 지나 온 걸로 여기고 길이 열리는 곳으로 이동 하던 중 등산로가
아님을 감지했으나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여 그 길을 고집하고 길을 재촉하니 70도 내지 80도 급경사에 발바닥 하나 디딜 수밖에 없는 길이 인위적으로 파져 있었다
밑을 보니 까마득히 보이는 계곡에 흐르는 물이 보였다.
비는 조금씩 굵어지고 있어 이 길에 목숨을 걸었다. 물속에 솟아있는 바위를 좌표로 하여 소나무 뿌리 등을 이용하여 하산에 성공했으나 비는 폭우로 변했고 내 위치는 알지 못했지만 계곡 위에
2층 펜션이 보였고 비가 퍼붓고 있는 아스팔트 길이 보였다. 앞을 가리는 비를 헤치며 열려 있다고
판단되는 방향으로 계속가니 타이탄 한 대가 맘추어 섰다.
나는 문짝을 거칠게 열어 젖히고 말없이 조수석에 앉았다
젊은이 " 시외버스 정류장에 데려다 드릴께요 " 라고 하며 웃었다
이름도 정확하게 모르겠는데 정각산인가한다
이런 젊은 이가 있어 세상이 살고 싶어 진다
첫댓글 2008년 8월 15일 나하고 같이 산악회따라 밀양 정각산에 간거는 맞는데 뒤따라 오던 우꼬이가 천천이 갈테니 정상에서 보자고해서 정상에 먼저 가있어도 도통 오지를 않아 오던길을 다시 돌아가 보아도 없고 이리저리 찾아 헤메다가 '오던길을 되돌아 중도하산을 했나보다' 하고 찾는걸 포기하고 하산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산을 해보니 내가 맨 꽁지였고 우꼬이도 보이지 않았고 산악회 일행들도 우꼬이를 보지도 못했단다. 우꼬이 와이프한테 전화를 해보니 밀양에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다네^^ 휴~~ 무사하니 천만 다행인데 나는 너무 늦게 내려오는 바람에 산악회에서 준비한 닭백숙도 못 먹고 쫄딱 굶었다...
그런데, 그날 비는 한방울도 오지 않았다^^
우꼬이하고 같이 산에 갔다가 비를 쫄딱 맞은 곳은 2007년 7월 오대산 노인봉~소금강 코스를 갔을 때이다... 밥도 구룡폭포 근처에서 비를 맞으면서 서서 먹었었지^^
2008/8/15 밀양날씨
평균기온:26.4℃
최고기온:33.4℃
최저기온:23.0℃
평균운량: -
일강수량:40.5mm
8월 중 최고 강수량 기록
기상청 D/B
집중호우 였구만
내가 살아 난 것이 신기히네
그날의 내 블로그 기록에는 하루 종일 쨍쨍한 한여름 날씨였고 내 기억에도 분명 비는 전혀 오지 않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