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내어 읽지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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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쓸 때는 사탕처럼 말을 혀로 굴려볼 필요가 있어요. 베토벤의 어느 사중주곡 테마는 ‘내가 돈이 어디 있나, 이 사람아!’ 하는 빚쟁이의 어조에서 나왔다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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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라는 말보다 ‘쌍판’이라는 말이 훨씬 실감나지요. 구어는 활어(活語)예요. 비어, 속어, 은어는 시의 보고(寶庫)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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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말에 가깝게 쓰세요. 그래야 자연스럽고 리듬과 어조가 살아나요. 첫 구절만 봐도 머리로 썼는지, 입으로 썼는지 알 수 있어요. 입술로 중얼거리고 혀로 더듬거려보세요. 내용은 하나도 안 중요해요. 그렇게 해야 내용도 살아나게 돼요.
- <무한화서>(이성복)
(잎갈나무를 닮은 상록수) 개잎갈나무
(소나무과/늘푸른바늘잎나무/꽃 10~11월/열매 다음해 10월)
개잎갈나무의 고향은 인도의 서쪽 히말라야산맥 주변이다. 전체적인 나무 모양이 기다란 원뿔 모양으로 아름다워서 대표적인 관상수로 손꼽히며 세계적으로 널리 심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남부 지방에서 가로수나 공원수로 주로 심는다.
개잎갈나무는 늘푸른바늘잎나무로 줄기가 높이 30m 정도로 곧게 자란다. 나무 모양이 잎갈나무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낙엽이 지지 않는 늘푸른나무라서 개잎갈나무라고 한다. 북한에서는 ‘설송나무’라고 부르며, 나무이 모양이 삼나무와 비슷해 ‘히말라야삼나무’라고도 하고, 영어 이름대로 ‘히말라야시더’라고 부르기도 한다.
암수한그루로 늦가을에 꽃이 피며 솔방울 열매는 다음해 가을에 익는다. 따라서 꽃과 열매를 동시에 볼 수 있는 나무이다. 솔방울은 가을에 갈색으로 익으면 통째로 부서지면서 솔방울조각과 씨가 함께 떨어져 나간다. 분비나무나 일본전나무 등도 개잎갈나무처럼 솔방울이 통째로 부서진다.
-<나무해설도감>(윤주복)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다음 문장을 보면서 생각해보자.
“입술로 중얼거리고 혀로 더듬거려보세요. 내용은 하나도 안 중요해요. 그렇게 해야 내용도 살아나게 돼요.”
글 고치기의 시작은 소리 내어 읽기다. 그런데 매번 그러기 힘들다. 나 같은 경우는 말을 내지 않고도 속말로 읽는다. 오래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그런데 소리 내어 읽는 거 대부분 거의 안 한다. 왜 그럴까? 소리 내면 걸리고 그러면 그걸 고쳐야 하는데 그게 어렵기 때문이다. 소리로 말하는 순간 느낌이 달아나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수정한다. 때에 따라서 각자 알아서 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나도 내 시를 쓰고는 가끔 읽어본다. 낯이 뜨거워서 읽기 어렵다. 고치려고 해도 엄두가 안 난다. 일단 묵혀 둔다. 다시 그걸 꺼내 들여다본다. 유치찬란하다. 쪽팔려서 읽지를 못한다. 그러면서 달라지는 것이겠지.
솔방울이 통째로 부서지는 나무라? 다큐에서 본 적이 있다. 솔방울이 찰나에 부서지고 날개 달린 씨들이 사방으로 날아갔다. 눈으로 직접 보려면 그 앞에서 기다려야 하는데, 그런 열정은 아직 없는 것 같다. 아직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