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의피셜④] 밥 먹을 때 물, 소화에 안 좋다?
이유진 기자 8823@kyunghyang.com별 스토리 • 1시간 전
-식사 전후로 마시는 물은 만성적 소화불량과 뚜렷한 상관관계가 없다
-식사하기 직전에 마시는 500㎖ 가량의 물은 식사량 줄이는 역할 한다
신체 활동에 중요한 물, ‘물 마시기’ 어떻게 마셔야 건강에 이로울까?© 경향신문
우리 몸속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는 물. 이 중요한 물을 우리는 어떻게 섭취해야 할까? 세간에 상식처럼 통하는 물에 관한 이야기 중 식사를 할 때 물을 마시면 위액이 희석되어 소화불량에 걸릴 수 있다는 설이 있다. 사실일까?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건강·운동 의학 학술회 ARMS가 논문으로 검증해봤다.
위에 물이 들어간다는 것은?
음식을 섭취하고 위가 팽창하면 위액의 분비를 유도한다. 위에서는 하루에 2~3ℓ의 위액을 분비하는데, 그 속도는 공복일 때, 1㎖/min이고, 음식 섭취 직후 10~50㎖/min까지 증가한다. 음식의 양, 점도, 단백질의 함량은 위액의 분비량을 증가시킨다.
또한, 공복 상태에서 건강한 사람의 위 내 pH는 약 1.3~2.5이다. 음식을 먹으면, pH가 4.5~5.8 정도까지 증가한다.
식사 중 물을 섭취했을 때는 위 내 pH 변화가 있을까? 물을 마시면 위의 pH는 즉각적으로 증가하지만 지속 시간은 짧았다.
한 연구에서 하룻밤 동안 금식한 피실험자들을 대상으로 물 200㎖와 오메프라졸, 라베프라졸 등 위산을 억제하는 위장약(제산제)에 의한 pH 변화를 측정한 연구에서 물이 제산제보다 빠르게 위 내의 pH를 높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반면 물이 평균적으로 약 3분, 제산제는 훨씬 긴 시간 동안 pH를 유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우리는 이를 통해 물이 빠르게 위 내의 pH를 높이지만 그 지속시간은 짧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고체 음식과 액체를 함께 섭취하더라도 물의 지속시간은 약 3분으로, 고체 음식의 위 배출이 일어나는 3시간에서 4시간이라는 시간에 비하면 매우 짧은 시간이라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연구에서 ‘식사 중 수분 섭취’와 소화불량 사이에는 큰 관련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경향신문
식사 중 마시는 물, 소화 불량 쉽게 걸릴까?
“밥 먹을 때 물 많이 먹으면 안 된다.”
엄마에게 종종 듣는 밥상머리 잔소리다. 식사 중 마시는 물은 정말 소화불량과 상관관계가 있을까? 성인 476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지와 LCA(Life Cycle Assessment, 수명 주기의 모든 단계와 관련된 환경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방법론)를 이용해 실시한 연구에서 ‘식사 중 수분 섭취’와 소화불량 사이에는 큰 관련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일부 전문가들은 물은 우리의 소화 효소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을 주며, 식사와 함께 물을 마시는 것은 음식을 더 잘 부술 수 있게 해 우리 몸의 영양분 흡수를 돕는다고 주장한다.
단, 이러한 연구는 일정한 기간 위장 질환이 없었던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임을 고려해야 한다. 위장병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짧은 시간이더라도 위 내 환경 변화가 건강한 사람에 비해 더 큰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 위장병이 있는 사람이라면, 식사 중에 물 섭취에 주의를 필요로 한다.
식전에 마시는 물은 어떨까?
식전에 마시는 물은 포만감을 충족시켜 총 열량 소비의 감소를 부른다는 연구가 있다. 체중 조절의 효과적인 도구로 물 마시기가 유용한지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식사 전 물 마시기가 식사량 감소로 이어지는 데에 가장 주효한 점은 물과 식사 사이 시간 간격이다. 시간 간격이 길어질수록 포만감 효과는 감소한다.
다른 연구에서는 젊은이와 고령자를 나눠 물과 식사 사이 간격을 30분으로 설정하고 남성의 경우 500㎖, 여성의 경우 375㎖를 마시게 했다. 같은 식단으로 한 번은 물을 마신 후 먹게 하고 다른 날은 음식만 제공했다. 결과는 물을 마신 모든 사람이 식사만 했을 때 비해 쉽게 배부름을 느꼈다. 젊은이의 경우 총 에너지 섭취량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으나 고령자의 경우 에너지 섭취량 자체가 현저히 떨어졌다.
다이어트를 계획한다면 식전의 물 섭취가 식사량을 줄여 다이어트를 도울 것이다. 소화 흡수력이 떨어지는 고령자나 식사량이 원래 적은 성인이라면 식전 30분 내에는 물을 섭취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예상한다.
※본 기사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건강·운동 의학 학술회 ARMS가 제공한 자료를 2차 가공해 작성되었으며 자료의 출처는 의학·과학논문에 근거한다.
자료제공: SEVERANCE ARMS 김송주, 손진영, 이준현(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건강·운동 의학 학술회 ARMS)
SEVERANCE ARMS(세브란스 암스)는?
‘보다 많은 사람에게, 보다 올바른 건강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만든 연세대학교 학술회다. ARMS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의학·과학 논문을 분석해 검증된 운동, 식단관리, 건강 지식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제4회 청년 정책 경진대회 ‘우수상’, 제5차 국민건강증진 종합 계획 정책 제안 공모전 ‘대상’, 2022 보건산업 정책 아이디어 공모전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연구 내용을 모아 건강 다이어트 서적 〈몸 만들기 처방전〉을 출간했다.
이유진 기자 8823@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