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에 사라진 구두가 사십여 년이 지나고 돌아왔다.
유난히 푸르렀던 그해 오월 광주.
구두는 왜 사라졌고, 주인은 누구일까?
열세 살 소년이 바라본 5·18 운동 이야기.
1980년에 사라진 구두가 사십여 년이 지나고 돌아왔다
구두는 왜 사라졌고, 주인은 누구일까?
열세 살 소년이 바라본 5·18 민주화 운동 이야기
1980년 5월 18일 아침, 군인들이 광주의 한 대학교 앞을 막아서요. 학교로 들어가려는 학생들과 등교를 저지하는 군인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지요. 끝내 학생들은 거리로 나가 목소리를 내고, 그렇게 광주에서는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집니다. 《이토록 푸른 오월에》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던 그해 오월 광주에서 벌어진 일들과 5·18 민주화 운동을 대하는 지금의 이야기를 담은 역사 동화입니다.
색색의 꽃이 핀 현재, 수호네 집에 전화 한 통이 걸려 와요. 광주 인근 건축 공사장에서 고모할아버지로 추정되는 유해를 발견했다는 전화였지요. 그날부터 고모할머니의 얼굴엔 웃음이 사라져요. 그리고 고모할머니는 사십여 년 만에 주인 없이 집에 돌아온, 유해와 함께 묻혀 있던 ‘구두 한 짝’을 밤마다 되뇌지요. 영문을 모르는 수호는 아빠에게 무슨 일인지 물어보고, 수호의 아빠이자 고모할머니와 역사의 소용돌이에 함께했던 정욱은 과거로 돌아가 1980년 5월 광주에서 있었던 열흘간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담임 선생님 결혼식 축가를 위해 광주로 온 열세 살 정욱, 결혼식을 앞둔 예비 신부이자 늦깎이 대학생을 꿈꾸는 고모, 고모에게 공부와 사랑을 가르친 고모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시위에 앞장선 준호 형. 평범한 시민들이 왜 민주화를 외치게 되었는지, 열세 살 소년을 따라 알아보아요.
민주주의를 외치는 목소리가 가득했던 그해
유난히 푸르렀던 광주를 뒤흔든 사건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의 죽음 이후, 민주주의를 외치는 시위가 곳곳에서 일어났어요. 사람들은 자유로운 민주 사회를 꿈꿨지만, 새로운 군부 세력인 신군부가 권력을 장악하고 말았지요. 전국의 대학생들은 군인들에게 저항했어요. 시위가 계속되자 신군부는 1980년 5월 17일 24시, 비상계엄령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곳곳에 군인들을 배치했지요.
전라남도 화순군에 사는 정욱은 몇 달 전부터 광주에 가는 날만을 기다렸어요. 담임 선생님이 광주 시내에서 결혼식을 올리는데, 반장의 자격으로 축가를 부르기로 했거든요. 결혼식 하루 전날 정욱은 광주에 도착해요. 광주에서 일을 다니는 고모, 예비 고모부와 함께 세 사람은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요. 5월 18일 아침이 밝아오고, 정욱과 고모는 결혼식장으로 향해요. 고모부는 밤사이 비상계엄령이 확대된 이유를 알아본 뒤 결혼식장으로 오겠다고 하지요. 하지만 식이 끝날 때까지 고모부는 나타나지 않고, 바깥에선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지지요.
예식이 끝나고 하객들과 섞여 밖으로 나왔다. 날씨는 화창한데, 공기가 아까와는 달랐다. 코가 맵고 싸하고 재채기가 터졌다. “정욱아, 아무래도 짜장면은 다음에 먹고 바로 화순으로 가는 게 좋겠다. 에취! 최루탄 가스가 날아온 걸 보니 시위가 크게 번진 것 같아서. 터미널이 멀지 않은께, 택시를 타자.” (52쪽)
붉은 피로 물든 거리와 푸른 내일을 위해 거리로 나선 사람들
가까이 또는 멀리서 조명하는 역사적 현장
이미 시위가 번진 마당에 터미널로 가는 건 쉽지 않았어요. 길 한복판에서 군인들이 시위를 진압하는 것을 물론, 버스를 멈춰 세우고 무고한 승객들을 때리고 잡아갔거든요. 광주 시내를 가로지르는 큰 도로 금남로는 순식간에 붉은 피로 물들고, 시민들은 쉽지 않은 싸움이라는 걸 알면서도 푸른 내일을 위해 거리로 나서요. 끝내 화순으로 돌아가지 못한 정욱은 고모와 함께 각자의 위치에서 5·18 민주화 운동에 함께해요. 고모는 돌아오지 않는 고모부를 찾아다니면서도 다친 이들을 발견하면 주저 없이 병원에 데려가고, 정욱은 고모부와 그런 고모부를 찾아 나선 고모가 무사히 돌아오길 기도하지요.
열세 살 정욱이 민주화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란 어려워요. 어른들도 아이가 위험한 상황에 빠지는 것을 원하지 않고요. 다만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은 정욱의 간절한 마음을 알기에, 정욱 주변의 어른들은 위험하지 않은 선에서 최선을 다해 도와줍니다. 그렇게 정욱은 들려오는 소식들에 누구보다 귀 기울이고, 검은 리본을 만들기 위해 어설픈 가위질을 하고, 서점에서 만난 준호 형이 운전하는 자전거 뒤에 앉아 조심스레 회보를 나눠 줘요.
준호 형이 일부러 자전거 속도를 낮춰 분수대를 한 바퀴 돌았다. 나는 조심스레 손을 뻗어 회보 여러 장을 높게 멀리 뿌렸다. 바람에 꽃잎 떨어지듯 분수대 주변으로 민주 회보가 떨어졌다. (89쪽)
이 밖에도 《이토록 푸른 오월에》는 진실을 보도하지 않는 당시 언론, 시민들이 직접 진실을 적어 알리는 소식지, 시민군들에게 나눠 주던 주먹밥, 택시와 버스 수백 대를 앞세운 시위 등의 역사적 현장을 가까이 또는 멀리서 조명합니다.
시간은 흘러 어느새 일주일이 지나고, 그날도 역시 고모부를 함께 찾아 나선 정욱과 고모는 길거리에서 주인 없이 나뒹굴고 있는 구두 한 짝을 발견해요. 고모부의 구두였지요. 이틀 뒤 새벽, 많은 사상자를 낳은 5·18 민주화 운동은 계엄군의 최종 진압으로 끝이 나며 정욱이 들려주는 과거 이야기도 막을 내립니다.
그사이 길을 가던 몇 사람이 다가왔다. 머리가 하얀 할머니는 굽은 허리를 접고 고모 옆에 앉아 혼잣말을 했다. “신은 여그 있는디. 두 발들은 어디로 갔당가?” 오늘은 손꼽아 기다리던 고모의 결혼식 날 5월 25일이었다. 그런데 신랑은 신부에게 구두 한 짝만 남긴 채 사라졌다. (109쪽)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5·18 민주화 운동 기록물’
지금의 우리는 5·18을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처음 유해 발견 소식을 들었을 때와 달리 고모할머니는 회복된 모습을 보여요. 혼자 마음속에 묻어 두었던 일들을 조금씩 풀어놓으며 나아진 것이지요. 《이토록 푸른 오월에》에서는 사십여 년이 지난 지금, 5·18 민주화 운동을 대하는 여러 긍정적인 모습들을 보여 줍니다. 사건을 직접 겪었던 고모할머니는 자신이 겪은 일을 글로 써 알리고, 가족과 함께 민주 묘지에 찾아가요. 조금은 떨어져서 사건을 겪었던 아빠 정욱은 매년 5월을 기념하고, 그때 알게 된 사람들을 때때로 추억하지요.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던 요즘 어린이 수호는 5·18 민주화 운동이 무엇이고 왜 일어났는지 알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그날의 아픔을 간직한 이들에게 위로의 노래를 들려줍니다.
2011년 5·18 민주화 운동 기록물이 유네스코 인권 분야 세계 기록 유산으로 등재되었어요. 광주 시민과 대한민국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가 1980년 5월 광주에서 있었던 열흘간의 항쟁을 소중히 기념하게 된 거예요. 비록 수많은 사상자를 낳은 항쟁이었으나, 우리나라에 참다운 민주주의가 뿌리는 내리는 데 큰 도움을 주었지요. 《이토록 푸른 오월에》를 통해 5·18 민주화 운동을 온전히 알고,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일깨우길 바랍니다.
<가깝지만 먼 〈근현대사 100년 동화〉 시리즈>
〈근현대사 100년 동화〉는 가깝지만 먼 근현대사의 여러 사건을 동화로 담은 시리즈예요. 잘 몰랐지만 꼭 알아야 할, 알고 난 후에는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우리 근현대사의 10가지 사건을 소개하지요. 지금의 우리와 밀접하게 이어져 있는 사건들을 통해 과거를 바로 보고, 현재를 다시 보아요.
● 1894년 동학 농민 운동 《녹두밭에 앉지 마라》
● 1907년 헤이그 특사 파견
● 1919년 3·1 운동 《3·1 운동 일기》
● 1923년 관동 대지진 조선인 대학살 《괴물들의 거리》
● 1943년 일제 강제 징용 《지옥의 섬, 군함도》
● 1948년 제주 4·3 《동백꽃, 울다》
● 1950년 6·25 전쟁
● 1960년 4·19 혁명 《4월의 소년》
● 1970년 전태일 열사 사건 《11월 13일의 불꽃》
● 1980년 5·18 민주화 운동 《이토록 푸른 오월에》
<추천사>
1980년 5월 광주는 봄이 아니라 참혹한 겨울이었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시민들은 갑작스레 끔찍한 일들을 마주했습니다. 두려움이 앞섰지만, 서로를 돕기 위해 헌혈을 하고, 주먹밥을 나누고, 시신을 수습하고, 총을 든 시민군이 되었습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었던 5·18이었습니다. 이 동화를 통해 그 열흘간의 이야기를 만나 보길 바랍니다.
- 원순석(5·18기념재단 이사장)
<차례>
꽃 피는 계절 9
구두 한 짝 14
1980년 그날 24
혼자 부른 축가 40
이토록 푸른 오월에 52
서점에서 만난 형 60
폭도는 누구지 71
이불을 뚫고 들어온 사람들 78
총을 든다는 것 90
신랑 없는 결혼식 99
우리는 민주 시민입니다 110
시간의 강을 흘러와서 117
│역사 탐구│
5·18 민주화 운동은 왜 일어났을까? 126
피로 물든 금남로에서 외치다 128
민주화의 씨앗이 되다 130
<작가 소개>
▶ 글 윤자명
MBC 창작 동화 공모전에서 장편 부문 대상을 받으며 작가가 되었어요. 내가 쓴 책이 누군가를 행복한 상상 속으로 이끌어 주기를 소망합니다. 아르코 문학 창작 기금을 2회 받았고, 쓴 책으로 《11월 13일의 불꽃》, 《태평양을 건너간 사진신부》, 《조선의 베스트셀러 필복전》, 《시월의 편지》, 《헤이그로 간 비밀 편지》, 《하늘을 품은 소년》, 《조선의 도공 동이》 등이 있습니다.
▶ 그림 윤봉선
서양화를 전공하고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수채화 물감과 색연필, 종이 콜라주 등 온갖 재료를 가지고 놀며 그림을 만듭니다. 그림책 《세균맨과 위생 특공대》, 《조금 다른 꽃눈이》를 쓰고 그렸으며, 《씨앗 세 알 심었더니》, 《세찌는 엄마가 셋》, 《은행나무의 이사》, 《콩알탄 삼총사》, 《아빠랑 안 맞아!》, 《넌 토끼가 아니야》 등 여러 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