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유엔 추진 ‘현대판 노아의 방주’ 부산에 띄운다
유엔 해비타트와 부산시가 구상하는 해상도시 조감도. 부산시 제공
기후위기에 선제 대응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해상도시 건설이 부산에서 추진된다. 에너지와 물,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있어 현대판 ‘노아의 방주’라 불리는 이 해상도시는 장기적으로 1만 명이 거주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시는 유엔 해비타트와 ‘지속가능한 해상도시’ 파트너십 협약체결을 위해 영상회의를 열었다고 5일 밝혔다. 박형준 부산시장과 빅터 키숍 유엔 해비타트 부사무총장이 이날 오후 5시 화상을 통해 의견을 나눴다. 유엔 해비타트는 유엔 산하에서 인간 정주와 도시 분야를 관장하는 국제기구다.
에너지와 물, 식량 등 자급자족
1만 명 거주 세계 최초 해상도시
해비타트, 후보지 부산 최종 낙점
5일 시와 MOU 관련 영상 협의
부산월드엑스포와 시너지 기대
해상도시는 해수면 상승으로 위협받는 해안도시와 기후난민을 위한 프로젝트다. 기후변화로 2100년이 되면 해수면은 지금보다 평균 1.1m 상승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인구의 30%에 달하는 24억 명이 침수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
유엔 해비타트는 2019년 4월 해상도시에 대한 계획을 최초로 발표했다. 해상도시 건설에 필요한 자금은 유엔 해비타트가 전액 부담하고, 파트너 도시는 6000평에 달하는 해양 공간과 각종 인허가에 대한 협조만 제공한다.
유엔 해비타트가 구상하는 해상도시는 물에 뜨는 부유식 구조물 위에 정주생활을 할 수 있는 마을이다. 정육각형 모양의 유닛(생활공간)을 수십 개 만들어 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에너지와 물, 식량 등을 자급자족할 수 있고 환경을 훼손시키지 않도록 자원 재활용도 가능하다. 높은 파도나 태풍 등에 견딜 수 있게 설계되며, 유사시에는 선박처럼 다른 해양공간으로 마을을 이동할 수도 있다.
주택난을 해결한다는 측면은 인공섬과 유사하지만, 대규모 간척사업을 필요로 하는 인공섬은 수질 오염 등 환경파괴를 일으킨다. 부유식 구조물을 이용하는 해상도시는 해양생태계 오염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기술로 세워진다.
유엔 해비타트는 뉴욕, 아부다비 등을 후보지로 염두에 뒀으나 최종적으로 부산을 낙점해 실무적 협의를 이어나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은 동북아 대표 해양도시이고, 친환경 미래도시인 에코델타시티를 품고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부산시는 다음 달 자문단을 구성하고 연중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초기에는 해상도시를 관광자원으로 적극 활용하고, 도시가 안착된다면 1만 명가량이 이곳에 정주할 것으로 기대한다.
전문가들은 현재 기술로도 해상도시 구축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한국해양대 이한석 해양공간건축학과 교수는 “해상도시는 해수면 상승과 지진 등 자연재해에 적응력이 뛰어나 미래형 도시로 손색이 없다”면서 “밀물과 썰물, 해류 등 해상조건에 영향을 가장 덜 받는 입지를 선정하는 일이 관건”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형 태풍 등을 고려한다면 내해가 적합하며, 외해에 짓기 위해서는 도시를 둘러싸는 특수 구조물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시 도시계획과 관계자도 “어느 바다에 띄울지가 관건인데, 위치만 확정된다면 설계부터 준공까지 3년 내외면 충분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해상도시는 2030부산월드엑스포와 연계 가능성도 높다. 당대 최첨단 기술의 종합 전시장인 월드엑스포는 해상도시 관련 기술을 널리 알릴 좋은 기회다. 부산시 관계자는 “해상도시 기술을 선점해 2030부산월드엑스포와 연계한 시너지 효과도 막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