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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숙경
책장 끝에 귀를 대고 내가 너를 넘기면
흔들리면 안 된다고 말한 밤이 서성인다
하늘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아침을 또 펼치고
흔들리며 넘어지며 내가 나를 읽는다
바람이 나 몰래 앞 페이지를 펼쳐놓아
여전히
지나가지 못한 채
행간을 서성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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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넘기는 행위를 삶과 기억, 자기 성찰의 과정으로 전환한 작품이다.
“흔들리며 넘어지며 내가 나를 읽는다”는 구절은
‘넘기다·넘어지다·읽다’의 의미망을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하늘이 아침을 펼치고 바람이 앞 페이지를 열어놓는 이미지도 참신하다.
특히 “여전히 / 지나가지 못한 채 / 행간을 서성이는”이라는 미완의 결구는
아직 통과하지 못한 기억과 상처를 문법적으로도 끝맺지 않음으로써 여운을 남긴다.
다만 결말의 의도적 미완성이 시조 종장의 단단한 집약감보다는
산문시적 개방성에 가까워 최종 선정작과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 웹진《문예마루》(2026년 8월호) - AI가 주목한 이달의 작품 우수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