퓰리처상에 ‘우크라 마리우폴 참상’ 알린 기자들
AP취재팀, 함락前 3주 머물며 보도
생리대 속에 사진 파일 숨겨 반출
NYT도 우크라 취재로 국제보도상
지난해 3월 9일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외곽 지역에서 주 민들이 시신을 제대로 수습도 못 하고 참호처럼 판 고 랑에 내려놓고 있다. AP통신 사진기자팀의 퓰리처상 ‘속보 사진 부문’ 수상작. 마리우폴=AP 뉴시스
미국의 가장 권위 있는 보도상인 퓰리처상이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현장을 취재한 AP통신 기자들에게 돌아갔다. 마리우폴은 지난해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82일간 항전하다 점령됐다.
퓰리처상 선정위원회는 8일 공공보도 부문에 AP 영상기자 므스티슬라우 체르노우, 사진기자 예우게니 말롤렛카, 영상 프로듀서 바실리사 스테파넨코, 취재기자 로리 힌넌트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말롤렛카를 비롯한 AP 사진기자 6명은 우크라이나 민간인 피해를 생생하게 전한 사진 15편으로 ‘속보 사진상’을 받았다. 공공보도상은 퓰리처상 14개 언론 부문 중 유일하게 금메달을 함께 수여하는 대상 격이다.
AP 취재팀은 러시아군 점령 직전의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3주 가까이 머물며 외신으로는 유일하게 참상을 취재했다. 마리우폴은 우크라이나 남동부 돈바스 지역 최남단으로 크림반도와 연결되는 전략적 요충지다. AP는 이날 “(취재팀은) 마리우폴의 전략적 중요성을 직감하고 러시아 포위 전 마리우폴에 진입했다”며 “이것이 운명적인 결정이었음이 입증된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취재팀은 자신들을 뒤쫓는 러시아군을 피해 취재했다고 밝혔다.
속보 사진 수상작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공동묘지에서 노모가 아들이 담긴 관을 부둥켜안고 통곡하는 장면, 러시아군이 민간인 학살을 자행한 키이우 외곽 도시 부차에서 살해된 노인 시신 곁을 지키는 개 한 마리, 폭격을 맞은 마리우폴 산부인과 병원에서 구급대원들이 임신부를 이송하는 장면 등을 포착했다. AP 사진팀은 탐폰 생리대 속에 사진 파일을 숨겨 반출했다고도 밝혔다.
줄리 페이스 AP 수석부사장은 “AP 기자들은 러시아의 가짜뉴스를 반박하고 인도적 지원 경로를 개척함으로써 공익에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 탐사보도 부문은 미국 50여 개 연방기관 공무원 2600명의 부적절한 투자 등 이해충돌 의혹을 다룬 월스트리트저널(WSJ), 특종보도 부문은 시 공무원들의 인종차별 발언 등을 보도한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돌아갔다. 국내보도 부문은 워싱턴포스트(WP)의 낙태 특집 기사, 국제보도 부문은 뉴욕타임스(NYT) 부차 학살 기사 등이 수상했다.
이청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