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역
설레여 하는 성운때문에 따라나서긴 했지만.
진영의 뱃속에선 남모르게 천둥번개가 치고 있다.
" 얼굴이 왜그래? 가기 싫어? "
" 그게.. 난 원래 놀이기구 별루 안좋아해요. "
" 놀이기구 말고도. 볼거리가 얼마나 많은데.. 가면 제일 좋아라 할걸. "
" 사실... "
" 사실??? 뭐? "
" 뱃속에서 천둥번개가 치고 난리가 났다구요. 지금 엄청 고통스럽거든요. "
" 화장실? "
그래도 아가씨인데.. 참 민망하다. 노랗게 뜬얼굴로 시선은 딴쪽을 바라보며 어쩔수없이
조심스럽게 끄덕이는데.깔깔거리며 놀릴줄 알았던 이남자.
심각하게 머리를 긁적인다.
안되는 일본어와 영어로 화장실을 찾더니. 진영의 손목잡고 뛴다.
" 아~~ 뛰지 마요. 힘들어. "
" 그럼. 진작 얘기하지.. 어쩐지 새삼스레 진땀흘리며 어려워한다싶더니..
이놈의 나라는 화장실찾기가 왜 이렇게 어려워?
급한 사람 싸겠네. "
" ㅋ .. 아.. 웃기지 마요. 미치겠네. "
우여곡절끝에 화장실을 찾아들어갔다.
정말 하늘이 노랗게 되고. 식은땀까지 났다.
자기일처럼 손짓발짓 하면서 뛰어다녀준 성운이 고맙고 다정하게 느껴진다.
급한 볼일을 보고 났더니. 갑자기 민망한 기분이 든다. 손씻고 또 씻고 머리만지고 화장고치고
그렇게 시간을 끌수록 ..
그남자 얼굴을 어떻게 봐야하는건가..얼굴이 화끈거린다.
" 이제 급한일은 해결됐나봐? 부끄러워하기도 하네? "
" 근데.. 언제부터 반말이에요? 아깐 급해서 따지지도 못햇네... "
" 한이불 덮은 사이끼리 무슨 존댓말? "
" 난 결혼해도 부부간에도 존댓말 쓰길 원해요. 우리엄마 아빤.. 늘 서로 존댓말 하면서
존중하셨거든요. "
" 결혼을 하긴 할건가봐? "
" 존댓말쓰라구요. 서로에 대해 존중하는 맘.. 말에서 시작되는거라구요. "
" 누가 선생 아니랄까봐. 가르치긴. 알았습니다. 이제 해결됐으니. 가도 되죠? "
" 속이 아직은 안좋은데.. "
" 그럼 다시 들어갔다가 오든지.. "
" 아니. 뭐좀 시원한거 먹었으면.. "
" 시원한거? 뭐? 자양강장제? "
" 아니! 그런거 말구. 신라면에 청양고추 송송 썰어넣구 신김치랑.. 음~~ "
입에 군침이 돈다.. 지겨운 라면이 여기까지와서 왜 생각이 나는건지..
" 갑시다. "
" 어딜요? "
" 라면 먹으러. "
" 피! 라멘 이겠지. 으~~ 느끼해.. "
" 라멘 말고 신라면으로 .. 안가? "
" 여기서 신라면을 어떻게 찾아요? "
이남자 데체 정말 알기나 하고 가는건지. 콩글리쉬로 여기저기 물어가면서
골목골목 찾아가는데.. 저 멀리 아주 반가운 한국어 간판이 보인다.
<엄마 분식> 외국나오면 다들 애국자 된다더니.
한국어 간판이 이렇게 눈물나게 반가울줄 몰랐다.
들어가자 마자 동시에 한목소리로 해장라면이요~ 외치고 앉았다.
진짜 옆집 이모같은 아주머니가 눈이 똥그랗게 쳐다보신다.
" 둘이 어제 한잔 했어? "
" 이여자 혼자요. 시원하게 청양고추도 파팍 넣어주세요. "
" 계란 넣지말고요..~~"
후루룩 후루룩~~ 두사람 땀을 뻘뻘 흘리며 라면국물까지 헤치웠다.
마지막 단무지놓고 젓가락으로 실갱이를 하다가 너나 먹어라 하는 표정으로 진영이
젓가락 내려놓자.. 단무지를 성취한 성운. 기분이 약간 무안해진다.
냅킨 아닌 한국식 두루마리휴지가 식탁에 놓여있다.
외국인이 보면 기겁할 일이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다는게 참 기분 묘하게 좋다.
성운이 마지막 국물을 들이키고 휴지뜯어 땀닦고 있는데.
진영이 엄마처럼 얼굴에 붙은 휴지를 떼어준다.
" 자 ~ 이제 가도 되지? "
" 네! 가요. 가보자구요. 근데 이런데 있는건 어떻게 알았어요? "
" 가이드북.. 여행갈땐 미리 먹거리.볼거리 알아보고 출발해야지..
어제 인터넷으로 다~~ 공부하고 왔습니다. "
" 우ㅡ와~ 예습하는 학생이다. 희기종이다. . "
" 보기힘들어? "
" 요즘은 선행학습을 하지 예습은 안하잖아요. "
" 선행학습하고 예습하고 뭐가 달라. "
" 일본에 미리 왔었으면 선행이고 당신처럼 대충 훑어보고 오면 예습이죠. 뭐.. 가요. "
이남자 제법 꼼꼼하기도? 살짝 놀라며 기특해하는 진영의 표정에
칭찬받은 아이처럼 으쓱하는 단순한 성운.
# 동경 디즈니랜드,.
디즈니 만화들로 꾸며진 동화세상이다.
에버랜드와 크게 다를것 없어보이는.. 거슬리는 일본어가 낯설뿐이다.
다들 유치한 머리띠 하나씩 하고 있는데. 진영도 이에 질세라 머리띠 두개 사들고 나타난다.
" 뭐야? 나보구 이거 하라구? "
"유치한곳에 왔으면 완벽하게 유치해야죠.. "
"슈렉이네 ? 그럼 당신이 피오나 공주라구? "
" 너무 아니다라는 표정이시다. 좋아요. . 마법에 걸린 피오나로 해요. 그럼 됐죠? "
놀이기구를 보는 성운의 눈은 부페에 와서 뭐부터 먹을까 신나하는 어린아이처럼 천진하고 맑다.
그모습이 참 신선하게 느껴지는 진영.
'이남자.. 귀엽네. '
" 뭐부터 시작할까? "
" 시끄러운 놀이기구소리에 낯선 일본어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
" 저거부터"
성운이 처음으로 선택한것은 스페이스 마운틴!
밖에서 보여지는것은 우리나라 에버랜드 지구마을 처럼 생겨서 탈만해보인다.
까짓 무서우면 얼마나.. 하면서 함께 줄을 섰지만 처음타는 놀이기구에 줄이 조금씩 줄어들수록
걱정이된다.
.
" 이거 꼭 타야해요? "
" 당연하지. 홍콩디즈니에서도 탔었는데 진짜 재밌더라구"
" 타본걸 뭘 또 타요? 그냥 다른데 가요. "
어깨를 움추리며 살짝 떨린다.
" 추워? "
" 그럼 안추워요? 저게 뭐라고 저거 탄다고 서서.. 이게 뭐야. "
"타보고 나서 또 타자고나 하지마시죠. "
" 무서운건 아니죠? "
" 그냥 재밌는거. "
" 그냥 재밌는거?? "
40분쯤 기다렸을까 드디어 두사람도 탑승하게 되었다.
둘씩 앉는 의자에 앉자 잠시후 철커덕하고 안전벨트가 잠긴다.
들어서면 안될 감옥에 갇혀 문이 잠기는 소리처럼. 왠지 심장이 콩닥콩닥 뛴다.
" 진짜 별루 안무섭죠? "
" 서진영씨 정도면 신나게 탈정도.. "
" 네? "
" 재밌어,, 걱정말고 타보자구. "
" 무섭다.. 우선 어두컴컴한건 별룬데.. "
입구부터 어두컴컴하다. 조심스레 기차가 움직이는데..서부의 지하궹도같다.
아직은 속도가 빠르지 않은 탓에 레일아래로 낭떨어지가 그대로 보인다.
점점 깊은 어둠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제일 앞사람의 비명소리가 시작되고. 곧 진영에게도 그 공포가 시작되었다.
갑자기 온천지가 어두워지고 심장이 뚝 떨어지는 추락이 시작된다.
소리도 지르지 못한채 눈을 꼭 감는다.
제발 빨리 시간이 흘러라 생각하면서 나죽었소 한다.
이남자.. 재밌다더니..이남자 말을 믿은 내가 바보다. 혼자 여러가지 생각을 하는데.
어쩌다가 눈을 뜨면 깜깜하고 어디로 꺽일지 어디로 떨어질지 모르는 공포다.
순간 털컥하고 기차가 멈춘다.
" 재밌다면서? 이게 뭐야? "
" 재밌잖아? 안재밌어? "
" 내리면 봐. 죽었어. 아~~악!!! "
또다시 끝도 없는 낭떨어지로 추락한다.
정말 지구를 뚫고 남반구 뉴질랜드 쯤으로 나올것 같은 기분이든다.
제발 좀 끝났으면 하는 순간 기차가 덜컥하고 멈췄다.
두눈 꼭감은 진영.. 또 떨어지는가 싶어.
언제부터 잡았는지 성운의 손을 으스러질듯 꽉 잡고 놓지않는다..
" 다왔어.. 내려. "
" 어? 정말? "
" 손마디 다 멍들었어. 무슨 여자가 손아귀힘이 이렇게 세? "
안전벨트가 풀리자 내리고 싶은데.. 다리가 서지지 않는다.
성운의 부축을 받고 일어서서 내리는데.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갑자기 성운이 중국어를 한다.
이남자 정신없어 죽겠는데 뭐라는거야?
얼떨결에 부축받아 밖으로 나왔다.
상쾌한 초겨울 날씨가 시원하게 느껴진다.
" 왠 중국어? 진짜 중국어에요? "
" 사람들 다 쳐다보는데 한국사람인척 할순 없잖아. 중국인흉내라도 내야지."
" 진짜 중국어냐구요 ?"
" 어. 내가 일본어는 몰라도 중국어는 쫌 하거든. "
" 애국자였어요? 몰랐네? "
" 다음엔 뭐타지? "
" 좀 쉬었다가 이번엔 내가 타고싶은걸루. "
"타고싶은것도 있어? 좋아. 이번엔 뭐탈까? "
" 회전목마. 여기두 그거 있죠? "
" 내가 정말 이해안가는 사람들.. 애들처럼 놀이동산에서 회전목마타는사람."
" 왜요? 얼마나 낭만적인데.. 거울많이 달린 회전목마에서 노래들으면서 돌고 있으면
내가 오르골속에 있는 발레리나가 된것 같은 기분이거든여"
" 공주는 아니구? "
" 빨리. 어디에요? 회전목마의 좋은점 또하나. 줄을 많이 안서도 된다... "
툴툴 거리면서도 가이드책보며 회전목마를 찾는 성운이다.
유치하다는듯 비아냥거리는 성운과 설레이듯 기다리는 진영.
한타임이 끝나고 한사람씩 들어서는데.
진영과 성운사이에서 딱 끓어졌다.
" 어~~ 따로 타야겠다. "
" 난 기다리기 싫어. 혼자 타.. 사진찍어 줄테니..."
그러자 안내도우미가 두사람을 함께 말로 안내하는데 둘이서 함께 타는 말이란다.
이런 자세는 처음인데.. 정말 공주가 된것 같은 기분이다.
남자와 함께 타는 회전목마는 처음이다. 별루 설레지 않던 그가
갑자기 진짜 왕자님처럼 대단하게 보인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본동요가 끝나고 클래식 음악이 흐르자
순간 동화속의 공주님처럼 낭만적인 기분에 빠져든다.
" 소원성취했어요? 타보니.. 괜찮네. 그거. "
" 그죠? 너무 낭만적이죠? "
" 낭만은 무슨. 배안고파요? 햄버거라도 사올까? "
" 같이 가요. "
" 여기 앉아있어요. 곧 페스티벌할테니까 여기 자리 맏고 기다려요. 가서 먹을것좀 사올테니.. "
말릴틈도 없이 혼자 말하고 사라졌다.
한참기다려도 오지않는다.
페스티발 시간이 다되자. 어느새 진영주변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어디쯤 파고들며 올까 싶어. 계속 뒤쪽만 주시하는 진영.
페스티발이 시작 되었지만. 자꾸 뒷쪽만 보게된다. 앞쪽에선 화려하게 꾸민 공주와 미니미키..
플루토. 피글랫이 손을 열씸히 흔들고 있는데 진영의 시선은 수많은 사람들 속에 성운을 찾고 있다.
30분의 페스티발이 끝나고 사람들이 흩어진다.
이남자 도데체 햄버거 만들러 어디까지 간거지? 오기만 해봐. 하고 벼르고 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안보인다.
기분이 이상하다. 이많은 사람들 속에 아는사람.. 달랑 하나. 그가 안보인다.
말도 통하지 않고 그의 안부가 걱정이 된다.주변사람들의 웅성거림이 꿈속에 들어온듯
진영혼자 던져진듯한 기분이다.
아무데도 가지 않고 계속 기다렸다. 그가 돌아올까 .. 불안한 맘으로 .. 자꾸만 기다리게 된다.
" 헉. 헉. 한참 찾았네.. "
" 어디갔다가 이제와요? 당신때문에 페스티벌 하나도 못봤잖아요?? "
" 보고 있지. 왜 못봐? "
" 그게.. 아~~ 짜증.. "
" 아니. 아줌마들이 길을 안비켜 주잖아. 계속 뒤에서 기다렸지.
자~ 이거 햄버거랑 콜라. "
" 누가 햄버거 먹고 싶뎄어요? "
" 아줌마들이 큰 엉덩이로 자꾸 밀어서 콜라 쏟아질까봐 머리 위로 들면서 왔는데. 안먹는다구? "
그가 까치발을 하고 콜라 두개를 들고 서있을 생각을 하니. 우숩기도 하고
짜증이 나기도 한다.
" 선생님~~"
아이들이다. 진영과 성운이 콜라하나씩 들고 토닥거릴때 나타난 아이들. 질문이 끓임없이 이어진다.
" 누구에요? 쌤. 애인 ? "
" 어디서 본 얼굴인데... "
" 아~~ 그.. 러브하우스에 그 설계사 아니냐? "
" 그러네.. 두분 사귀세요? "
" 우리쌤이 느즈막에 복터지셨네.. "
" 야 ~ 너 할머니 같애..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
" 도데체 누가 진짜에요? 류지환하고는 아니에요? "
" 류지환을 걷어찬게 그럼 이분때문인가요? "
" 그렇지. 나때문이지. 우리 곧 결혼할꺼거든. "
" 진짜요? "
" 아~~ 류지환 아깝다. "
" 야~ 그자식.. 왕 재수야. 느끼하게 생겨서.. "
아이들끼리. 류지환과 정성운을 두고 저울질이다.
그러나 류지환보다는 성운에게 우호적인 아이들
뭔가 통하는게 있는지 진영이 없는 사이 열띤 토론을 벌인다.
카페 게시글
로맨스 소설 2.
[ 중편 ]
러브하우스12
꿈꾸는 아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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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0.08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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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두편씩 올려주시는데도 자꾸 더 보고싶포라~~정말 재미있어요
재미 있어여 자꾸 기다려 지는데 얼른 오세요~~~
언제 12편까지 나갔어요 요즘 시험기간이라 못들어왔어요 재미있게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