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https://m.blog.naver.com/iamsuekim/221904277893
1부 - 인트로
아내 사샤와 나는 작년 봄부터 작은 목장 하나를 갖게 됐다. 그러니 이제야 사계절을 다 겪어본 셈이다. 지금부터 내가 농장에 관해서 들려줄 이야기는 조금... 특별하다.
작년에 이쪽 동네에서 원하던 일을 얻게 되면서 약 1년 전 아이다호 시골 동네로 이사하게 됐다. 시의회 자리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다 보니 얻을 수 있는 집이라고는 구질구질한 임대 집뿐이었다. 사람이 북적이는 시내라고 해봐야 유동인구가 3,500명 남짓 될 뿐이었다(실제로 시에 거주하는 주민 수도 1만 3천여 명뿐이다). 처음 이사했을 땐 이곳에 언제까지 머물지 알 수 없었다. 우리가 살았던 동네 중에서 가장 규모가 작았고, 우리가 경험했던 동네보다 더 '육체노동자'가 밀집되어 있었으며 훨씬 보수적인 분위기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이 동네에 빠져들게 되었다. 우리 부부는 하이킹, 캠핑과 스키를 정말 좋아했고, 나는 개인적으로 사냥과 낚시를 좋아했기 때문에 탐험할 곳이 수두룩한 아름다운 산과 협곡, 숲, 송어 가득한 강이 둘러싼 이 동네에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사샤 역시 한 달에 두어 번만 잭슨으로 출근하면 되는 보수 좋고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업을 가진 덕에 고립된 산중 마을에 계속 사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할 여지가 생겼다.
아직 자식이 없고(대신 대쉬라는 이름의 개를 키웠다) 아직 30대 초중반이었던 우리는 막 안정적인 수입원이 생긴 덕에 내 집 마련을 고려하게 되었다. 게다가 잭슨홀에서 돈이 넘쳐나는 사람들에게 밀려난 나름대로 돈 있고 '취미로 농부 생활을 하는' 부유한 사람들 덕분에 동네 역시 빠르게 개발되는 중이었고, 나 역시 주택담보대출 자격 덕분에 자금에 여유가 생긴 참이었다. 해군에서 보낸 6년 덕분에 학자금 대출도 거의 갚아가는 상황이라 추가 대출이 마냥 밉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임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지난해 봄, 우리가 사게 된 목장이 매물로 등록된 아침에 공인중개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당시 우리는 18,000제곱미터 정도 규모의 목장을 찾는 중이었는데, 중개업자가 마침 조건에 맞는 목장이 착한 가격에 등록되었으니 빨리 보러 가야 한다며 신나서 호들갑을 떨었다. 그날 오후 부동산에서 중개업자를 만나서 함께 목장을 보러 가는 길에 들은 설명은 다음과 같았다. 목장 규모는 약 16만 제곱미터로, 동부에 사는 일가가 만든 가족 신탁으로 운영되는 중이며 10년 이상 비어있는 곳이었다. 작년에 집안 어머니가 사망하면서 신탁에서 목장 매매를 목적으로 리모델링을 한 것 같았다. 남은 신탁기금은 자식들에게 돌아갔다고 했다. 아무튼 간단하게 말하자면 목장 주인은 언제라도 매매할 준비가 되어있었으며, 매매 시 아주 빠른 진행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였다.
군도에서부터 길게 이어진 진입로를 따라 들어가서 마주한 집과 주변 부지를 처음 본 순간은 절대 잊을 수 없다. 말이 안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었다. 지금도 목장에 들어서면 그 아름다움이 진하게 느껴진다. 집은 작은 언덕에 있는데, 목초지와 사시나무가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봄이 절정에 이르렀는지 초목이 한껏 우거졌으며 들꽃이 흐드러졌다. 새 지저귀는 소리가 넘쳐났으며 목장 자체에서 생기가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집은 25평 남짓으로 우리가 원했던 것보다 훨씬 작았다. 졸업 후 살았던 아파트보다 더 작은 크기였다. 하지만 현관이 매우 크고 울타리 쳐진 마당 조경이 잘된 편이었다. 오래된 큰 미루나무 몇 그루 있고 분리된 차고 역시 상태가 괜찮았으며 창고로 쓸 수 있는 공간이 두 개, 그리고 아주 낡았지 마구간이 딸린 건초 헛간도 있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것은 어디를 봐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는 사실이었다. 놀라울 만큼 아름다운 풍경이야말로 우리가 이곳과 사랑에 빠진 가장 큰 이유였다. 울타리 쳐진 마당 밖으로 약 10만 제곱미터가 넘는 목초지가 펼쳐지는데, 연못과 개울이 길게 뻗어있었다. 게다가 집 위로 보이는 소나무숲은 거의 6만 제곱미터 규모였다. 그리고 동쪽으로는 로드아일랜드주 크기와 맞먹는 국유림이 말 그대로 바로 옆에 붙어있었다.
우리 둘 다 목장이 무척 마음에 들었지만, 특히 사샤는 너무 신나서 어쩔 줄 모를 정도였다. 나는 가족이 많지 않았고, 사샤는 내 전부나 다름없었다. 해군에서 나와 규모가 큰 주립대에 새로 입학했고, 막 파병에서 돌아와 제대한 24살 신입생은 학교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해군들이여, 혹시 입학을 생각한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비추천이다. 감정적으로 철저하게 고립된 데다가 휘몰아치는 사회 불안은 악몽 수준이었다.
나는 바르게 폭력적으로 변해갔다. 술과 마약을 가까이하면서 점점 자기 파괴적으로 변했다. 그런 성향을 치유하는 방법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밖에 없었다. 사샤를 만나면서 나는 다시 정상 궤도로 돌아왔고, 사샤의 행복만이 내가 존재하는 이유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도 없었다. 지난 10년 동안 그 생각을 하루도 거르지 않으며 살아왔다. 그런 나였기에 목장을 보고 뛸 듯이 기뻐하는 사샤의 모습은 충분했다. 매매로 나온 가격은 우리가 생각했던 예산보다 조금 비쌌지만 그냥 지르기로 마음먹었다. 주택담보대출도 있고 목장 자체에 투자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결정이었다. 게다가 전에 살던 도시에서 친구들이 더 큰 돈을 얹어가면서 집을 산 것보다 저렴했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했다.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저질렀고, 우리 쪽에서 금액을 제시한 뒤 대답을 기다리기로 했다.
다음 날 오전 6시 30분, 중개업자로부터 이메일이 도착했다. 등록된 가격보다 더 낮게 부른 우리 가격에 목장주가 이의 없이 팔겠다고 대답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제 공식적으로 계약이 진행되는 것이었다. 몇 주 후, 우리는 건물 점검 및 심사와 관련 법적 서류를 받을 수 있었다. 의심이나 문제 될만한 여지가 전혀 없음을 확인하고 그다음 금요일에 계약을 성사한 뒤, 그날 밤 바로 입주했다. 캠핑용품을 동원해서 파스타를 만들고 현관에 펴둔 간이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냈으며 바람을 넣은 매트리스를 깔고 거실에서 잤다.
집이 생겼다는 생각에 굉장히 들뜬 우리는 환상적이고도 비현실적인 계획을 하나씩 세웠다. 첫날 밤에 스키 점프대를 설치하고 10개의 도전과제가 있는 양궁 코스를 만들어서 손님들을 위한 '작은 마을'을 구상했다. 그리고 개울가에 와인을 마실 수 있는 테라스도 몇 개 설치하기로 했다. 처음 15일은 이사하고, 적응하고, 정원을 꾸미느라 정신없이 보냈다. 사냥개인 대쉬 역시 천국에 온 것처럼 너무 좋아했다. 대쉬는 굳이 이유가 있지 않은 한 집안에 들어오지 않았다. 울타리 진 드넓은 마당과 그 너머로 보이는 엄청난 자연의 왕국이 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처음 몇 주 동안 사샤가 전경을 바라보며 떠올리는 경이로움, 흥분과 오랜 평온함을 절대 잊지 못하리라.
이사하고 3주 차가 되었을 무렵, 더는 이웃집에 들러 인사하는 것을 미룰 수가 없게 됐다. 더 미뤘다가는 '무례한' 이웃이 될 것 같아서였다. 근처에 다른 집이 더 있었으나, 같은 길목에는 딱 한 집만 있었다. 바로 북쪽에 위치한 121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목장이었다. 그곳에 댄과 루시 부부가 살았는데, 중개업자 말에 따르면 굉장히 친절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파이 두 개를 구워서 트럭을 타고 이웃집을 방문했다. 부부의 집은 진입로부터 정문까지 약 400m였는데, 주변으로 폰데로사 소나무와 살집이 통통하게 오른 젖소가 드문드문 보였고, 길 끝에 집이 자리했다. 멋진 집이었다. 비었던 적이 없는 집 같았다. 별이 보이는 산턱. 멋진 분위기. 정원 역시 손길의 흔적이 보였다. 집 양쪽으로 거대한 헛간 두 채와 트랙터 차고, 그리고 큼직한 작업실이 보였다. 집에 가까이 다가가자 진입로에 있던 노년의 남성이 우리를 보더니 손을 흔들며 천천히 다가왔다.
"보아하니 이번에 이사한 이웃집이구먼!" 댄이 따뜻한 미소를 던지며 말했다. "맞습니다. 저는 해리고 이쪽은 사샤예요." 70대 초반으로 보이는 댄은 상당히 정정한 모습이었다. 정확하고 강단 있는 움직임 덕에 50대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았다. 손은 물소 가죽처럼 거칠었고, 전체적인 모습은 나무로 만든 조각상 같았다.
그때 헛간에서 나이 든 여성이 나왔다. 댄과 비슷한 연령으로 보이는 그녀 역시 강인한 인상이었다. 현명해 보이는 그녀는 더는 놀랄 것이 없는 사람 같았다. 그녀는 자신을 루시라고 소개했다. 우리는 서로 소개하며 담소를 나눴다. 두 사람은 1980년대부터 목장에 살았으며 슬하에 둔 세 자녀는 모두 보이시에서 가정을 이루고 산다고 했다. 우리가 산 목장을 지은 가족은 사냥하러 1년에 두어 번 방문할 뿐이며 잭슨에는 저택을, 몬태나주에는 목장 여러 개를 소유했다고 했다. 그래서 항상 비어있던 목장에 실제 이웃이 생겼다는 게 기쁘다는 말을 덧붙였다. 부부는 파이 선물을 진심으로 기뻐하며,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하거나 들러요," 라고 말해주었다. 우리 역시 그 말에 감사를 표했다.
이제 '다음에 뵐게요'와 악수로 마무리하면 될 타이밍에 갑자기 댄이 은근슬쩍 웃으며 나를 가리키며 물었다. "혹시 군인?" "그게 그렇게 티가 많이 나요?" 나도 모르게 나를 내려다보며 되물었다. 그가 무릎을 탁 치더니 말했다, "저 멀리서 봤을 때부터 티가 나더군요! 육군? 해군?"
"해군기지 0311사단에 있었습니다."
"저런! 잠깐, '있었다'라고? 해군은 사망해서 소나무 관에 실려 나와야지만 나올 수 있는 곳 아닌가?" 와, 사람들이 저 말을 할 때마다 200원씩 받았으면 지금쯤 갑부가 되었으리라. "그런 셈이죠. 한 번 해병대는 영원한 해병대라고 하니까요. 하지만 여러분처럼 성실한 납세자가 제 대학 등록금을 내주고 있다는 걸 알고 난 후에는 뒤도 안 돌아보고 배를 떠났습니다." 어르신들은 이 말을 들으면 무조건 웃었다. 댄과 루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이구! 말 한번 잘하네. 나는 101사단에 있었어요. 70-71년도에 베트남전에 참전했소."
"듣기로는 그때 낙하산 부대도 낙하지점도 장난 없었다고 하던데요, 선생님."
"맞아요. 그땐 정말...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란 파병은 다녀왔소?"
"아프가니스탄으로 두 번 다녀왔습니다."
그 말에 댄이 대답하듯 미소를 지었지만 그 미소는 미안해하는 듯 억지로 짓는 느낌이 역력했다. "해군으로 아프가니스탄 파병이라면 정말 힘들었을 텐데..."
"다채로운 경험이었죠."
"확실히 그렇겠군." 댄의 미소가 호기심으로 바뀌었다. 아무래도 대화의 흐름이 바뀔 것 같았다. "지난 10년간 우리 부부와 우리 직원 몇 명이 그쪽 목장 부탁으로 보수를 받고 관리해왔어요. 대부분 나무와 관목을 정돈하거나 화재가 잦은 계절이 오기 전에 잔디를 손보거나 가끔 우물과 정화조를 확인하는 것 등이 대부분이죠. 근 10년 동안 거기서 말도 많이 타고 사냥도 정말 많이 나갔소. 우리만큼 그 땅을 잘 아는 사람도 없을 거요. 새로 이사한 만큼 몇 가지 알려주고 싶은 게 있어요. 그 목장을 운영하면서 꼭 알아야 할 중요한 관리 점검 목록이 있거든요. 조만간 들러서 같이 한두 시간 정도 주변 둘러보면서 알려드려도 될까요?"
그때 사샤가 끼어들었다. 언제나처럼 갑작스럽게, 내가 불필요하다고 느끼는 사교 활동을 거절하려는 낌새를 보이면 이렇게 치고 들어왔다. "그럼 정말 감사하죠! 목장에 대해서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받으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혹시 내일 저녁 시간 괜찮으세요?" 사샤가 내 팔을 꽉 움켜쥐면서 말했다. 아파, 참 고맙다, 여보. "네, 내일 저녁 괜찮으실까요, 댄, 루시? 어때요?"
"좋아요!" 루시가 말했다. "5시경에 갈게요. 인사 와줘서 고마워요. 앞으로도 이렇게 종종 들러줘요!"
그 말을 뒤로 우리는 차에 타고 출발했다. "이웃이랑 약속 잡았다고 징징대면 안 돼, 알았지? 저 사람들 진짜 친절해 보인단 말이야. 두 사람이 가진 지식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어, 응?" 언제나처럼, 사샤의 말은 옳았다. "알아, 알아, 자기 말이 다 옳아. 나도 즐기려고 해볼게. 두 분 다 강단 있는 사람 같더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게 다른 참전 군인과의 만남은 모 아니면 도였다. 가끔은 그들만이 동질감을 주는 존재이자 나를 이해하는 유일한 사람들 같았다. 하지만 어떤 때는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부류이기도 했다.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었다.
다음 날 아침은 목초지 주변으로 울타리 설치 작업하는 게 좋겠다 싶었다. 화재 계절에 대비해서 다가오는 주간에는 양을 들여 잔디를 미리 손보고 싶었다. 그리고 목초지 울타리 역시 제대로 손봐줄 필요가 있었다. 그날은 얼마나 좋던지. 대쉬와 함께 우리 셋만 즐기는 오전이었다. 왜, 그런 날 있지 않은가. 곧 있으면 다가올 여름의 긴 낮과 따뜻한 밤의 냄새가.
그날 저녁 5시경, 댄과 루시가 덩치 크고 오래된 포드 트럭을 몰고 진입로로 들어서는 게 보이기에 마중을 나갔다. 이웃집 부부와 부지를 도는 동안 대쉬가 우리 뒤를 바짝 따라왔다. 댄과 루시는 우물 펌프, 연중 계절이 변하면서 관개 방식에 따라서 대수층에 나타나는 미묘한 차이 등을 알려주었다. 더불어 마당에 심어진 과일나무 관리법, 엘크의 대이동에 따라 자주 망가지는 울타리 구역, 맛 좋은 버섯이 자라는 곳, 강우량이 많아지면서 개울이 범람하는 구간, 1-2년 사이에 죽을 것 같은 나무 몇 그루 등 다양한 것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그들 말을 들으면서 나는 금방 느낄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이 지역에서 엄청나게 긴 시간을 보내며 꼼꼼하게 살펴왔다는 것을. 인상적이고도 내가 작아지는 기분이었다. 자신을 둘러싼 자연과 이렇게 연결될 수 있다니. 나도 그러고 싶었다. 다시 집으로 향하는 길에 루시가 사샤에게 목초지에서 자라는 야생 아스파라거스를 보여주고 싶다면서 금방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사샤에게 팔짱을 끼더니 함께 꺄르륵 웃으며 가버렸다. 아마 내가 봤던 것 중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귀여운 광경이었다. 댄이 잠시 현관에서 대화할 수 있느냐고 묻기에 맥주를 권하며 자리에 앉기 전에 몇 병 더 챙겨서 나왔다.
시원한 맥주 첫입은 정말 기가 막혔다. 댄도 길게 한 모금 마시더니 옆에 내려놓고 의자를 옮겨 나를 정면으로 보고 앉았다. 편하게 자세 잡은 그가 팔꿈치를 무릎에 대고 깍지를 끼더니 내 눈을 응시했다. 조금 어색한 상황이었다. 댄은 말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상당히 긴장된 눈빛으로 말을 시작했다.
"해리, 아까 우리가 말해준 것들은 목장 관리에 꽤 도움이 되는 내용일세. 하지만 지금부터 해줄 이야기는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내용이야. 설명하기 어려우나 굉장히 신경 써야 할 것들이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아. 정말 중요한 내용이라는 걸 이해했는가?"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어색한 타이밍에 갑자기 등장한 진심 어린 염려에 나도 모르게 불안함을 덮기 위해 나온 반응이었던 것 같다. 댄의 말을 존중하기에 맥주를 내려놓고 그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거리고 말했다. "네, 댄. 말씀해주세요."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이... 이상하게 들릴 거야. 무서울 수도 있고. 하지만 내 말을 흘려들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네. 알겠는가? 이제 내가 해주는 말은 아마 자네의 목숨을 구하게 될 거야. 이렇게 생각하세. 자네는 이제 막 비행기에서 내린 새파란 이병이고 나는 부사관이야. 이병의 마음으로 부사관이 하는 말을 새겨듣는다고 생각하면 되네." 군대에 비유해서 상황을 설명하는 게 정말 유치하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댄이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이고 그를 쳐다봤다. "네, 잘 알겠습니다." 내 대답에 댄 역시 고개를 끄덕이더니 겉옷 주머니에서 접은 종이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렸다.
"내가 해줄 말을 종이로도 옮겨왔어. 자네와 사샤가 기억해야 할 것들이네. 습관으로 만들어야 해. 사본도 세 장 만들었네. 아마 루시가 지금쯤 사샤에게 같은 종이를 주면서 설명하고 있을 것이네. 이 종이로 또 사본을 만들어. 손으로 내용을 직접 써보기도 하세. 어디 널빤지 하나 구해서 거기에 새긴 다음에 침실에 걸어두는 것도 고려해 봐. 어떻게 해서든지 꼭 외워야 하네. 자, 이제부터 설명이 끝날 때까지 질문은 안 받겠네." 그가 양손을 모으더니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협곡과 산에 영이 깃들어있다는 것부터 받아들여야 해. 그 영의 존재는 설명하기 힘든 것이야. 이 지역에 사는 쇼숀족과 배넌족이 그 영에 이름을 붙여줬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 관계로 일단 계속 '영'이라고 부르겠네. 이곳에서는 알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 이상하고 위험한 일들이. 영에는 기이한 힘을 가지고 나타나며, 어떤 때는 굉장히 위험할 수도 있어. 위험하고도 치명적이지. 영은 하나의 정의나 존재로 제한할 수 없지만 이상한 현상의 배후이자 그 원동력인 것만은 확실하네. 안타깝지만 그 이상한 현상은 자네도 곧 알게 될 거고." 댄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하지만 영이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에는 규칙이 있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힘이 아니야. 그냥 모습을 드러내고 싶다고 나타나는 게 아니라는 걸세. 언제 나타날지 예측할 수 있어. 그것의 행동이나 방법은 계절과 연관되어 있다네. 꼭 지구와 관련해서 지켜야 하는 규칙이 있는 것처럼 말이야. 하지만 그 영을 화나게 만들거나 어떤 의미로든 선을 넘는다면, 남아있는 짧은 생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것이네. 지금까지 전부 이해했는가?"
여기까지 들었을 때 이미 할 말을 잃었고 소름도 끼쳤다. 댄이 말하는 내용 자체도 소름 끼쳤지만, 내가 생각했던 산속에 칩거하는 멋진 임꺽정 아저씨의 이미지를 가진 댄이 이딴 이야기를 한다는 것도 소름 돋았다. 나는 몸을 기울여서 사샤와 루시를 확인하려 했지만, 두 사람은 내 시야에서 벗어나 있었다. 댄은 이런 내 걱정을 눈치챘는지 이렇게 말했다, "두 사람은 걱정하지 말게. 계곡 근처에 앉아서 이야기하는 중일 거야."
나는 몸을 더 기울여서 목초지에 놓인 통나무 위에 앉아있는 두 사람을 확인했다. "루시도 사샤에게 같은 이야기를 해주는 중이야. 그러니까 내 말에 집중하도록 하게, 알겠는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댄. 집중하고 있어요."
"종이에 써 온 내용은 영이 자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방법이네. 영이 자네들을 알아가는 방법과 어떻게 장난치고 골탕 먹이는지 기록해두었어. 그리고 영이 그런 식으로 나타날 때마다 영과의 거리를 유지하고 자네와 아내가 안전하게 지낼 방법도 함께 써놨다네. 개중에는 내가 직접 고생해서 알아낸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처음 내게 이 목장을 팔았던 쇼숀족 장로가 알려준 방법일세. 해리 자네도 언젠가 그분을 만날 날이 올 거야. 장로와 그 가족이 여전히 이 근방에서 사냥하거든. 자, 그럼 이제부터 잘 듣게나..." 댄이 내게 몸을 기울였다.
"아까도 말했지만, 영은 다양한 방법으로 나타나지만, 언제까지나 계절에 기반해서 나타나네. 지금처럼 봄에 겪는 것과 겨울에 겪는 게 다를 거라는 말이네, 알겠는가? 그러니 이제부터 계절별로 짚어주겠네. 봄부터 시작하지."
"어, 알겠습니다."
"봄이 가장 수월해. 아직 영이 활발하지 않은 상태라서 쫓아내기도 훨씬 쉽지. 봄철에 영이 현신하는 방법은 단 하나로, 한두 번, 혹은 세 번까지 나타날 수 있지만 그게 다야. 봄철에는 '빛'이라고 부른다네. 발현하는 시간대는 일몰부터 일출이야. 뒷마당 연못이나 목초지를 따라 흐르는 개울에 생기는 회오리에서 가끔 발견할 수 있다네. 알겠나? 크리스마스에 볼 법한 빛이 생겨. 그렇게 밝은 빛은 아니지만 눈에 띌 정도라네. 빛을 못 보고 지나치거나 다른 게 반사됐다고 착각할 일은 없을 거야. 만약에 그 빛을 보게 된다면 하던 걸 멈추고 난로에 불을 때야 하네. 당황할 것 없어. 다만 하던 걸 꼭 멈추고 무조건 불부터 피워야 하네. 크게 피울 것도 없어. 집안 전체를 데울 정도까지는 필요 없지만 물을 데울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해. 불을 피우면 빛이 사라질 거야. 혹시 빛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불 크기가 너무 작은 것이니 장작을 더 추가하도록 하게. 그러면 사라질 거야. 빛이 사라지면 괜찮다는 것이니 불을 꺼도 된다네. 그렇다고 밤마다 빛을 찾아다닐 필요도 없어. 그저 우연히 발견할 경우에만 불을 피우면 된다네. 창가를 지나가다가 발견했다거나 밤중에 바깥을 보다가 연못이나 개울가에 비친 빛을 본 경우처럼. 혹시 없을지도 몰라서 땔감을 조금 준비해왔다네. 봄철을 대비해서 겨울에 모든 장작을 소비하지 말게나. 알았나?"
이게 도대체 무슨 개소리란 말인가. "뭐... 어... 알겠어요, 댄. 무슨 말씀인지는 다 알아들었습니다. 밤에 빛이 보이면 작게라도 불을 피우라는 거죠. 잘 알았습니다." 대답을 마치자 댄이 나를 10초간 빤히 바라보았다. 나 역시 눈을 피하지 않았다. 분명히 내게 장난을 치는 거다. 그렇다면 나도 계속 맞장구 칠 생각이었다. 하지만 선을 넘도록 두지는 않으리라.
"좋아... 자, 다음은 여름이네. 여름에는 영의 현신 자체가 굉장히 위험할 수 있으니 잘 새겨듣도록 하게. 하지만 말하기에 앞서서 물어볼 게 있네. 자네, 혹시 소총 있는가?"
"몇 자루 있습니다."
"몇 구경이지?" 댄이 물었다.
"보자... 22구경 두 자루, 556구경 두 자루, 30-30구경, 308구경, 30-06구경과 7mm 가지고 있어요. 거기에..."
댄이 손을 들며 내 말을 잘랐다. "그 정도면 충분해. 됐어. 하나라도 있으면 됐네. 현관에 상시로 한 자루 구비해두고 차고에도 두는 게 좋네. 그리고 목장 관련 작업이 있을 땐 항상 총을 가지고 다녀야 하네. 하지만 곰과 늑대가 뻔질나게 출몰하는 이런 산 중턱에 전직 해군이 들어왔으니 말 안 해도 총은 항시 소지하겠군."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여름에 영이 나타나는 것을 '곰 추격전'이라고 하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생기는 현상이고 이런 일이 생기면, 무조건 집 밖으로 나가야 하네. 우리도 집 안에 있는 동안에 현신이 시작되는 것을 본 적이 없어. 밖으로 나가서 적당한 곳에 있지 않은 이상 웬 남성이 굵직한 목소리로 고함치는 것을 들을 수 있을 거야. 그 목소리를 쫓다 보면 남자 하나를 발견할 걸세. 방금 태어난 것처럼 완전히 전라 상태의 남성이 중요 부위를 마구 덜렁이며 달리는 걸 볼 수 있다네. 거대한 검은 곰에게 쫓겨 숲에서 도망치고 있을 거야. 그리고 자네들에게 도와달라고, 살려달라고 하겠지. 여기서부터 중요하네. 어떤 상황이라도 남자가 가까이 오게 둬서는 안 되네. 집 주변 울타리는 충분해 보이는군. 내 경험에 따르면 그 남자는 직접 문을 열거나 90cm 이상 넘어가는 높이는 넘지 못해. 하지만 그가 어디서 나타나던지 무조건 자네를 향해서 다가올 거야. 그러니 그 전에 집 울타리나 목초지 울타리 아무데나 들어가서 사이를 막을 수 있다면 괜찮네. 그사이에 곰이 남자를 잡을 테니까. 하지만 나는 그냥 남자를 쏠 것을 추천하네. 쏘지 않더라도 곰에게 먹히겠지만, 남자가 먹히는 동안 제발 도와달라며 울고불고 배설물을 지리는 모습은 별로 보기 좋은 광경이 아니니 말이네."
댄은 맥주를 길게 한 모금 마시더니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곰은 걱정할 필요 없어. 자네에게 위험이 되지는 않을 거야. 내가 아는 바로는 곰이 직접 자네와 맞닥뜨릴 수 없어. 하지만 전라의 남성이 위험하다네. 남자가 자네나 사샤 근처에 얼씬도 못 하게 해야 해, 알겠는가? 그 남자는 자네들을 갈가리 찢어버릴 거야. 사실 남자를 피하는 건 비교적 쉬운 일이라네. 곰이나 남자나 달리기가 빠르지 않아. 가볍게 조깅하는 정도야. 일단 남자의 고함을 들으면 바로 위치를 확인하고 남자가 다가오기 전에 울타리든 문 뒤로 간 뒤 쏴버려. 그럼 시신은 곰이 처리할 걸세. 알겠는가?'
이야기가 이쯤 진행되니 헛웃음이 나올 뻔했지만 하도 신박한 이야기인 데다가 댄 역시 너무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이야기하는 바람에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네, 잘 알아들었습니다."
"자, 그럼 가을에 관해서 알려주지. 내 생각에 가을이 가장 별로인 것 같네. 가을은 '허수아비'라고 불러. 계절을 통틀어서 2-3번 나타나는 게 전부이지만, 한 번 상대하고 나면 죽을 때까지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을 거야. 가을에는 잠자리에 들었을 때만 나타난다네. 집 벽을 기준을 20-30m 거리 안팎에서 만날 수 있는데, 간단하게 말하자면 결국... 허수아비 같은 것을 보게 된다네. 캔버스 천과 삼베로 돌돌 말린 사람 크기 인형이라고 할까. 얼굴은 꽤 그럴싸해서 머리까지 꿰매어져 있다네. 키는 1.5-1.8m 사이에 옛 개척자 옷을 입고 있어. 끈 달린 모자에 원피스를 입기도 하고, 멜빵바지에 밀짚모자를 쓰기도 한다네. 젖은 밀짚으로 꽉 찬 느낌이야. 못해도 20kg은 나갈 거야. 자세는 제각각이네. 잔디나 벤치, 담벼락, 현관에 앉아있거나 울타리에 기대있거나 한다네. 절대로 몸을 숨기지는 않아. 사람이 밖에 나가는 순간 자기를 발견해주기를 바라는 것 같네. 물론 가까이 다가가도 움직이거나 하지는 않아. 슬쩍 밀면 젖은 밀짚 덩어리가 밀리듯이 쓰러진다네. 하지만 허수아비를 발견하면 꼭 옮겨줘야 해. 태워버려야 하거든. 그것만이 유일한 대처법이야. 불로 태워버려야 해. 재질이 뭔지 모르겠지만, 불만 제대로 붙이면 빠르게 타버린다네. 굳이 연기를 날릴 필요도 없고 30초면 다 타버릴 거야. 매번 그랬네. 다시 말하지만 그리 무겁지 않아. 하지만 무조건 옮겨야 해. 발견한 위치에서 집까지 거리가 30m 남짓인데 그사이에 불을 붙이면 허수아비가... 깨어나거든."
맙소사. 방금 '깨어난다'라는 표현을 쓴 거 맞지? "깨어난 허수아비는 불타는 몸으로 자네 집에 들어가려고 할 거야. 기본적으로 집을 태우라는 명령어가 임무로 입력된 것처럼 행동한다네. 그러니까 깨어나기 전에 미리 옮겨놓는 것이 좋아.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상한 일이 생기네. 허수아비가 진짜로 반항하지는 않지만, 뭐라고 해야 하나... 발작을 일으키는 것처럼 움직이고 이상한 소리를 낸다네. 하지만 태울 장소로 옮기는 동안에만 그런 현상이 생겨. 내버려 뒀을 땐 정말 가만히 있거든. 놈을 움직이기 시작하고 5-15초 사이에 보면 어느새 깨어나 있을 거야. 솔직히 심장이 덜컥 주저앉는 느낌이라네. 자네 손을 잡거나 일어나려고 할 수도 있고, 자네가 묶은 줄을 풀려고 할 수도 있네. 웬만하면 줄로 묶어서 옮기는 것을 추천하네. 개중에는 힘이 센 놈도 있기 때문에 직접 안아서 옮기는 건 안전하지 않아. 주먹을 휘두르는 놈도 있다네. 하지만 짧은 발작처럼 지나가는 행동이라서 금방 축 늘어질 거야."
댄이 다시 뒤로 기대어 앉으며 말했다. "하나 더 있네. 그들은 꼭 겁에 질린 것 같다네. 그러니까, 목숨을 잃을까 봐 두려워하는 것 같아. 곧 죽음이 임박했다는 사실을 아는 것처럼 말이야. 깨어난 허수아비는 말도 할 수 있네. 울기도 하지. 흐느끼는 것에 가깝다네. 다시 말하지만 깨어나 있는 시간이 매우 짧아. 하지만 그사이에 '제발 하지 마세요,'나 '맙소사,' 같은 말을 하면서 탈출할 기회를 노린다네. 그런 소리를 들어도 무시해야 해. 허수아비를 발견하면 발견한 날 일몰 전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태워야 해. 튼튼한 올가미 밧줄을 준비해둬. 허수아비를 발견하면 올가미로 엮은 뒤 태울 장소로 바로 끌고 가야 하네. 그래야 옮기는 동안 허수아비가 몸을 뒤틀며 반항하거나 자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 태울 장소에 도착하면 허수아비는 다시 생명력을 잃기 때문에 그때부터는 꽤 수월할 거야. 불이 굉장히 잘 붙기 때문에 성냥개비 하나만으로도 쉽게 태울 수 있네. 꼭 기억해. 집에서 너무 가까운 곳에서 태우려고 할 때만 위험해. 집 가까운 곳에서 시도하면 깨어난 상태를 유지하려고 든다네. 그렇게 되는 건 원하지 않을 거야. 알겠나?"
설명이 여기까지 왔을 때쯤, 나는 대놓고 웃는 중이었다. 하지만 가을 허수아비 이야기는 나름 오싹했다. 댄은 이 '존재'에 관해 언급하는 것 자체를 불안해했고, 그 불안감은 나에게로 퍼졌다. 같은 이야기를 들었을 사샤가 얼마나 불안해할지 짐작이 갔다. 댄이 다시 내게 물었다. "해리, 내가 말한 거 다 알아들었는가?" "네, 미안해요. 참 흥미로운 이야기네요... 그게, 음... 그러네요." 눈을 비볐다. 이야기가 점점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허수아비가 움직일 수 있으니까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태우라는 거죠?" 댄이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댄이 남은 맥주를 한 번에 길게 털어 넣었다. 나는 새 캔을 땄다. 댄이 심호흡하더니 앞에 펼쳐진 목장을 바라봤다. "그럼... 이제 겨울 이야기를 해볼까. 마지막이군." 그는 날카롭고 결연한 눈빛이 마치 나를 찌르든지 키스하든지 둘 중 하나를 저지를 것 같았다. "대부분에게 겨울 현신은 처리하기 가장 쉬운 대상이네. 아마 이렇게 말해도 될 것 같군. '겨울에는 영의 현신이 없다'고. 하지만 자네에게는... 있을 것 같아. 겨울에는 '유령'이라고 부른다네. 언제 나타나는지 예측할 수 없지만 보통 한 번으로 끝나지. 오히려 아무 일 없이 지나간 겨울이 더 많았다네. 한 번의 겨울에 두 번 현현한 것 외에는 겨울 현신은 없었어." 댄이 반다나를 풀어 이마를 닦더니 동쪽으로 난 산을 바라보았다. 굉장히 불안한 모습이었다. 그의 눈빛이 다시 내게 향했다.
"이제 사적인 질문을 좀 해야겠는데... 괜찮겠는가?" 예의상 하는 말치고는 이렇게 뜸 들이며 순수하게 물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럼요, 댄. 물어보세요."
"자네, 살인한 적이 있는가? 자네가 누군가의 죽음에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적이 있는지 궁금하네. 공중 지원 중 누군가를 죽인 경우는 제외하고 말이네."
"네, 있습니다."
"한 명 이상인가?"
"다 아프가니스탄에서였나?"
"네." 슬슬 짜증 나기 시작했다. 이 꼰대가 전쟁 자랑이나 늘어놓고 싶었다면 애초에 물어보면 되는 거였다. 지금껏 늘어놓았던 이상한 미신 이야기로 전쟁과 관련한 궁금증을 해결하려고 했다면 분량 조절에 실패한 것 같았다.
"몇 명이나 죽였는가?"
"음... 제가 기억하기로는 4명입니다. 직접 쏘고 사망하는 것까지 확인했어요. 하지만 정확한 수는 모르겠네요. 제가 죽였을 수도 있는 사람이 몇 명 더 있었거든요. 무슨 말인지 아실 거로 믿습니다." 댄이 고개를 끄덕였다. "산마루에서 누군가가 우리를 향해 무차별 공격을 퍼부었어요. 우리도 10명 이상 그 방향을 향해 쐈고요. 나중에 적군이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는데 누구 총에 맞아서 죽은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아니면 제가 쏜 총에 맞았는데, 죽진 않고 쓰러졌다가 나중에 도망간 경우도 있고요. 칼로 찌를 수도 있고, 혹은 양귀비밭에서 천천히 죽어갔을 수도 있습니다. 잘 모르겠네요.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니까요... 이런 이야기를 꺼리는 편은 아닙니다만, 도대체 왜 물어보는 건지 의도가 궁금하군요."
그러자 댄이 대답했다. "4명이라면 자네는 운이 좋군. 나는 베트남전에서 8명을 죽인 줄로만 알았어. 그러던 중 여기서 첫 겨울을 맞이했지... 알고 봤더니 내가 죽인 사람이 12명이나 되더군."
대체 무슨 개소리를 시작하려고 하는 걸까 싶었다. 그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겨울에 현신하는 영은 자네가 죽인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난다네. 그것도 자네의 땅, 자네의 목장에서 말이야. 그것도 한 번에. 영이 내가 죽인 사람을 어떻게 찾아내서 살인자가 여기에 있다고 알려주는 것 같네. 루시는 내가 죽인 사람이 나타나도 보지 못해. 사샤도 아마 똑같을 거야. 하지만 느낄 수는 있어. 느끼고, 이해하지... 루시는 가끔 듣기까지 한다네. 개들도 그 존재를 느끼지. 겨울에 목장을 둘러보다가 갑자기 부지 어딘가에서 사람 무리를 발견하게 되네. 수목선일 수도 있고 연못 근처에서 서성일 수도 있어. 원한을 모아서 자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까지 며칠 걸린다네. 처음에는 자네를 무서워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어. 하지만 결국 더 가까이 올 발판을 마련하지... 며칠이 더 지나면 자네 근처에 서성이는 것에 굉장히 부담이 없어진다네. 현관 앞에서 기다리기도 하고, 차 타러 가는 길에 동행하기도 하지. 화장실 창문 바깥에 서서 자네가 아침에 볼일 보러 오는 것을 기다리기도 해. 자려고 누우면 침실 창밖에 서서 밤새도록 비명을 지르기도 한다네. 똥에 냄새가 떨어지지 않는 것처럼 자네에게 철썩 들러붙게 된다고. 하지만 그런 그들도 속세와 관련된 특징이 있는 것 같다네. 예를 들어주자면, 내가 1970년에 베트남에 배치되고 얼마 안 됐을 때, 북 베트남군을 죽인 적이 있어. 내가 쏜 총알이 척추를 관통해 마비되고 말았지. 그가 진창에 넘어지는 걸 확인하고 다가가서 마실 물과 담배를 주었다네. 그리고 내가 손을 잡아주는 동안 사망했어..."
댄의 볼을 따라서 눈물이 떨어졌다. 맙소사. 아주 속내를 다 까발리는 사람이었군. "그는 나를 존경하는 것 같네. 겨울에 그들이 몰려오면 그 군인은 항상 자신만의 표식을 하지. 뒤로 물러나서 미소 지으며 내게 고개를 끄덕인다네. 가끔은 다른 유령이 내게 달려들어 고함 지르고 괴롭힐 때 뒤로 물러나서 안쓰럽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기도 해. 2년 전에는 목장에 시기보다 이르게 양이 태어났을 때, 그가 늑대 무리를 쫓아내 줬다고 믿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그와 나 사이에는 연대감이 있어. 존중에서 우러나는 연대감이지." 댄이 눈가를 훔치며 말했다.
"아무튼, 겨울 현신이 가장 오래 머물렀던 것은 최장 26일이었네. 보통은 12-15일이면 끝나네. 사라져버리지. 하지만 그들이 머무르는 동안에는 자네가 할 수 있는 게 없어. 하지만 지금부터 귀를 기울이고 듣게, 해리. 만약 그들이 집안에 들어오게 되면 자네를 해할 수도 있어. 사샤도 마찬가지야.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 해. 그것도 아주 필사적으로. 그들을 확실하게 막는 방법이 하나 있는데, 바로 양초야."
말을 마친 댄이 겉옷에서 6개들이 양초를 꺼내 내게 내밀었다. "어떤 초라도 상관없지만 안전을 위해서 최대한 오래가는 것으로 하게. 그들이 나타나면 마지막 빛이 사라진 후부터 다시 생길 때까지 자네가 죽인 사람 수만큼 초를 피워야 하네. 자네가 앗은 목숨이 4개라면 밤새 집안에서 4개의 초를 태워야 한다는 말이네. 그래야지 유령이 들어오지 못해. 개가 있는 것도 도움이 된다네. 다행히 한 마리 있군. 유령들이 개를 무서워하는 것 같으니 겨울에는 대쉬를 언제나 집에서 재우도록 하게. 이 정도면 된 것 같군. 하지만 해리... 상황이 녹록지 않을 거야. 자네들에게 더욱더 어려울 걸세. 유령이 나타나서 사라질 때까지, 음... 자네의 정신력을 극한으로 밀어붙이게 될 거야. 더불어 사샤도 마찬가지야. 사샤는 유령을 직접 볼 수 없지만 루시도 당했듯이 평범한 일상에 갑자기 유령 떼가 추가된 셈이니까. 하지만 자네가 유령을 집안에 들이지만 않아도 어느 정도 상황을 제어할 수 있을 거야. 모든 게 지나갈 때까지는... 알겠나?"
여기까지 들으니 이제 대놓고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이런 개소리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댄이 다시 말을 꺼내는 순간 내가 그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댄, 댄, 저기, 정말 미안하지만 그만 가봐야겠어요. 사샤와 루시가 걱정되네요. 가서..."
그러자 댄 역시 내 말을 자르며 말했다. "해리, 내가 말하지 않았는가. 루시가 사샤에게 같은 설명을 하는 중이라네. 나중에 둘이서 의논할 시간이 충분할 거야. 보게나." 댄이 내 뒤로 손짓했다. 개울 근처에서 집을 향해 앉아있는 사샤와 루시, 그리고 개울에서 물장구치며 노는 대쉬가 보였다. 그들을 자세히 보기 위해 현관 난간으로 다가갔다. 거리가 꽤 됐지만 겁에 질린 사샤의 얼굴이 똑똑하게 보였다.
사샤가 두려워하면 나는 폭력적으로 변한다. 언제나 그랬다. 손과 얼굴에 아드레날린이 치솟는 게 느껴졌다. 이 좆같은 장난도 이제 끝이다. 댄을 향해서 욕지거리를 내뱉고 목장에서 쫓아내야겠다고 생각하고 몸을 돌린 순간, 어느새 30cm도 안 되게 바짝 다가온 댄의 날카로운 눈동자가 보였다. 이런 눈빛을 처음 보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오랜만이었다...
"내 눈을 봐, 이 촌놈아. 내가 지금 장난치는 거로 보여? 내가 하는 말은 다 진짜다. 해군, 자네에게 새로운 적이 생겼다고. 알아들었나? 그 적군에 어떻게 맞서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는 것이라고. 내가 하는 말을 다 무시해버릴 수도 있지만 나는 멍하니 앉아서 두 사람이 다치는 꼴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같은 군인으로서 하는 말이네. 그러니까 도로 앉아. 입 닥치고 내 말 듣게. 부탁이네... 해리."
크게 심호흡을 반복했다. 대체 뭐야? 상황이 존나 이상한데. 아, 모르겠다. 일단 이 꼰대가 하는 개소리를 끝까지 들어보기로 했다. "알았습니다, 댄. 더 하실 말씀이라도?" 그러자 그가 뒤로 물러나더니 내 어깨에 손을 얹고 시선을 맞추면서 말했다. "자네는 좋은 사람인 것 같아. 사샤 역시 좋은 사람이고. 나는 두 사람이 안전했으면 좋겠네. 여기서 살면 그 영도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하네. 대처 방법만 잘 숙지하면 그렇게 나쁘지만도 않아. 하지만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절대로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이라면 지금 내가 하는 말이 전부 헛소리로 들리겠지만, 일단 자네가 여기에 완전히 정착하고 적응하게 되면 내가 말한 현상을 겪게 될 거야. 아마 2-3주 안에 연못에서 '빛'을 보게 될 걸세. 그때 내가 한 말을 기억했다가 그대로 해야 하네. 알았는가?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대쉬가 마당을 향해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 뒤로 팔짱을 낀 사샤와 루시가 걸어오는 게 보였다. 댄은 계속 말했다. "날 보게, 해리. 나는 미친 사람이 아니야. 루시 역시 정상이네. 우리가 하는 말은 전부 사실이야. 여기서는 똘똘 뭉쳐야 해, 알았나? 내가 한 말이 진실이라는 것은 조만간 알게 될 거야. 그저 미리 대비하는 게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당하는 것보다 낫지 않겠는가. 우리를 믿어야 하네. 처음 빛을 발견하면 불을 피우고 우리에게 연락하게. 그럼 우리가 오겠네. 빛을 보고 불을 피우지 않는다면, 그리고 산에서 드럼 소리가 들린다면 당장 사샤와 함께 여기를 떠나야 하네. 최대한 빠르게. 알았나?"
루시와 사샤가 현관에 도착했다. 나를 바라보는 사샤의 눈빛에 어리둥절함과 불신이 어렸다. 루시는 팔짱을 빼더니 내게 다가와서 손을 잡고 말했다. "댄의 설명 과정이 너무 무대포는 아니었기를 바라요. 하지만 그이가 하는 말도 그렇고," 루시가 사샤를 바라보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 "내가 자기에게 했던 말도 다 사실이에요. 들은 대로 해주면 돼요. 전부 다 써왔어요. 부디 연락하세요. 두 사람만 괜찮다면 주기적으로 와서 확인할게요." 댄보다 루시에게 강하게 나가는 게 더 힘들었다. 강인하고 부드러운 여성이었지만, 어쨌든 지금은 둘 다 가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괜찮습니다, 루시. 오늘 즐거웠고 이런저런 정보 알려줘서 고맙습니다만 사샤와 의논해봐야 할 것 같아서요. 다음에 또 뵙도록 하죠."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 둘은 떠났다. 둘은 출발하기 전에 미리 준비해온 장작더미와 성냥, 그리고 양초 한 가득을 차고 옆에 내려두고 떠났다. 사샤와 나는 현관에 앉아서 그들이 말해준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짚어보았다. 보아하니 루시와 댄은 정말로 같은 설명을 해준 것 같았다. 남긴 종이 역시 완전히 같은 내용이었다. 사샤는 히피스러운 면이 있었다. 자연을 사랑하고 동양 의학에 관심이 많았으며 장소와 물건이 가지는 '에너지'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 그렇다고 주술을 부리는 무당이라는 건 아니지만 관련된 현상이 있으면 즉시 영향을 받는다는 말이었다. 반면에, 나는 아니었다. 우리는 이미 와인 한 병을 다 비웠고, 나는 다음 병을 따는 중이었다.
"자기야, 솔직하게 말해서 둘 다 미친 사이코처럼 보였어? 아니면 정신적으로 이상한 사람들? 만약에 그게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라면 도대체 왜 여기까지 찾아와서 이제 겨우 이사한 이웃한테 자기들 이미지를 그렇게 망가뜨리느냔 말이야."
"나도 모르겠어, 사샤. 이웃이 생기는 게 싫을 수도 있지. 그래서 겁줘서 쫓아내려는 속셈일 수도 있고. 아니면 이상한 숭배 집단인 거 아니야? 아이다호 시골 마을에 그런 게..."
사샤가 고개를 저었다. "해리, 내가 보기에 두 사람은 정말 평범한 사람이야. 게다가 부동산 업자 말로는 두 사람이 이 지역에서 존경받는 인물이라고 했잖아. 게다가 자기 회사 사장도 댄 아저씨랑 아는 사이라면서. 게다가 댄에 대해서 좋게 말하기까지 했잖아!" 사실이었다. 내 사장님은 정말 괜찮은 사람이었고 사람을 보는 데 선수였다. 게다가 고등교육을 받고 전 세계를 누볐던 인물이란 말이다. 만약에 댄이 진짜로 또라이에 집단 숭배 일원이라면 우리 사장 같은 사람이 좋게 봐줬을 리가 없다. 게다가 결국 나도 댄과 루시가 마음에 들었으니까... 물론, '영'과 관련된 개소리를 지껄이기 전까지 말이다.
"나도 모르겠어 사샤... 차라리 봄에 나타난다는 그 빛을 보면 모를까. 우리가 출근한 사이에 댄이 저전력 LED 등을 연못에 던져놓을 수도 있겠다." 우리는 잠시 웃었다. 당장은 그 주제를 묻어두기로 했다. 당장 어디로 이사할 것도 아니고, 댄과 루시가 정말 정신병자 부부라면(그리고 그럴 가능성이 높다), 그저 또라이 이웃이 생기는 게 전부이니까. 사샤와 함께 남은 음식을 먹고 곧장 침대로 갔다. 사샤가 창문을 지날 때마다 밖에 보이는 연못을 확인하는 게 보였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출근했고, 우리 둘 다 평소와 같은 일주일을 보냈다. 토요일에는 마당과 정원 작업에 몰두했고, 원했던 모든 작업을 마쳤다. 이제 이곳이 진짜 집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토요일 저녁은 잭슨에서 가족을 만나러 온 친구들과 함께 시내에서 식사 거리를 준비하며 시간을 보냈다. 저녁으로 스테이크와 아스파라거스를 구워서 대접했다. 저녁 일정이 끝나고 현관에 나와서 맥주를 마시며 대쉬의 꼬리에 붙은 까끌까끌한 씨앗을 빼주었다(정말 존나 귀찮은 작업이다). 맥주를 마시려고 고개를 드는 순간, 목초지 어딘가의 무엇이 내 시선을 끌었다...
누런 공 모양의 빛이었다. 그것도 연못에서 비쳤다. 1m 정도 가라앉은 것 같았다. 여기서 심장이 안 벌렁대고 아드레날린도 솟구치지 않았다고 말한다면 나는 존나 구라쟁이가 되는 거다. 자리에서 일어나 난간으로 다가갔다. 대쉬가 나를 보더니 내가 바라보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나와 함께 목초지를 응시했다.
씨발. 아니 씨발. 빛이었다. 사진을 찍어서 사샤한테 보내줄까 했지만 놀라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차라리 총으로 쏴보는 건 어떨까 문득 궁금해졌다. 마침 308구경 조준경을 제대로 손봐서 옷장에 넣어둔 참이었다. 거리도 110m를 넘어가지 않으니 조준도 쉬울 터였다. 내가 그 잡것을 맞추면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어?
그때 무언가가 느껴졌다. 오랜 시간 잊고 있었던 느낌이었다. 집 위로 난 수목 경계선 사이에서 누군가가 나를 응시하는 게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서 확인했다. 대쉬 역시 시선을 느낀 모양이었다. 고개를 낮게 깐 대쉬의 털이 바짝 섰다. 낮게 으르렁대는 소리가 들렸다. 다시 고개를 돌려서 빛을 확인했다. 아까와 다른 위치였다. 적어도 3m는 움직였다.
첫댓글 헉헉 재밌다 대존잼 헉헉
존잼 미쳤다
와 진짜 재밌다 아니근데 왜 벌써부터 말을 안듣냐 우이구으이구
아 이 군무새놈... 말을 와 안듣노 ㅠㅠㅠㅠㅠ
말들어 이눔아ㅠㅠ
불피워봐 일단ㅜㅜㅜㅜㅜㅜ
나여도 저렇게 말하면 첨엔 뭔 개소리야..? 할거같은데 무섭다 ㅜㅜ 존잼 ㅜㅜㅜ
불피워봐 일단 ㅠㅠㅠㅠㅠㅠㅠ 와 2탄 빨리 보고싶다 개무서으ㅓ
와 대박 ..
재밋다...흥미롭따!!!!!
삭제된 댓글 입니다.
ㄱㅆ 헉쓰 여시 출처에 올라온 블로그에서 번역해준 글이야! 나는 퍼오기만 했어....!!!!!!!
번역 너무잘했다
헉헉 재밋다 앞부분전개가 느려서 설명이 와이래기노 했는데 시이바 느릴수록 몰입도가 굳이니까 더좋지요 헉헉 담편 존버,,,
삭제된 댓글 입니다.
ㄱㅆ 나도 궁금해서 계속 블로그 보는 중!! 존잼이여진짜
헐 개재밌다 대박
불피우라고...개답답하네 아니다 걍 믿지말고 죽으셈
ㅋㅋㅋㅋㅋ여시나같닼ㅋㅋ기
대미친 존잼이다.. 음~ 이거 대작스멜~~
헐 재밌다
불피워 시벌놈아ㅠ
와 재밌어
악빨리 다음편 올라오면 좋겠다 대존잼 개존잼
이런 레딧글 넘넘재밌어!!!
아 미친 이거 끝까지 읽으니까 새벽3시됨 존잼인데 너무 길다..
다음글 올라왔으면 ㅜㅠㅠ
헐 이제 막 시작했구나ㅜㅜ 2편 궁금하다
개재밌다... 말 들어 이놈아
재미있다 고마워 홍시! 근데 미국사람 총 더럽게 많네 ㅋㅋㅋ
나이거너무궁금해 대박인듯
개재밌다.. ㅜ불피워 ㅅㅂㅜㅜㅜ
헉학 재밌다 씌앙 주인공놈아 할배할매 말 들어!!!!!
헉헉2편어디노
와 흥미진진... 재밌다!!!! 불 얼른 피워 이놈아!!
와 너무 재밌닼ㅋㅋㅋㅋㅋㅋ ㅠㅠㅠ 그리고 확실히 양남이라 그런지 아내보고 귀엽다 그러고 아내가 겁에 질리면 폭력적으로 변하고... 한남은 아내한테만 폭력적인데... 하여튼 진짜 재밌다 ㅠㅠ 다음편 읽으러 갑니다~~~!
와씨 얼렁 불피워라ㅠㅠ
다음편 다음주 출근하면 봐야겠당ㅎㅎ
와씨 아이다호 잠깐 살았었는데 몰입감 개쩐다노ㅜ
아 뭔가 저 영이라는 존재들이 비유같아서 무섭다 벌써 ㅠㅠ
말좀 들어라 ㅜ
http://m.cafe.daum.net/subdued20club/RaxJ/89183?svc=cafeapp
다음편 헠헠감사핮니다
연어왔숩니다.... 정주행 갑니다
또보러왔습니다..
아악 대작의 느낌이 난다
루시 조깅 검색했다 끌려들어옴.. 네.. 주인님.. 연어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