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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 손 좀 잡아줘
시대의 분주함에 머릿속의
정답 없는 매일매일이 엉켜버리기
전에
있지, 지금 손을 잡아줘
또 버릇처럼 강한 척 하고
솔직해질 수 없다고 혼자서
울기 전에
웅덩이에 비치는 맑게 개인 하늘
새가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을 날아가
붙잡은
손을 꼭 쥐고서 저 무지개를 뛰어넘자
언젠가 어느날엔가 나를 좋아할 수 있게 되도록
더더욱 힘차게 앞으로 걸어갈 수
있도록
몇 번이나 가만히 웅크리고 앉아 울었지만
반드시 포기하지 않을거야 꿈꾸는 미래를 이 손으로 붙잡을 때까지
( Saiunkoku ED Single - It's my life )
진한 비웃음을 흘린 그는 얼굴 표정과는 다른 거친 동작으로 그녀를 벽으로 몰아 세웠다. 그
충격에 짧은 신음소리를 내뱉은 그녀는 이제는 머릿속에 박혀버려 영원히 잊히지 않을, 우아하게 흩어져 낙하하는 그의 검은빛 망토를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 벽에 부딪힌 잠깐의 시간 동안 흔들려 버린 시야가 바짝 다가온 그의 미소와 함께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멈춘
듯,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막감 속에 숨 쉬는 것조차 잊어버린 그녀가 간간히 거친 숨을 내뱉을 때 그가 그녀의 힘없이 늘어진 손을
잡았다.
마치 닿지 못할 것에 닿았다는 듯 조심스레 닿는 듯 하더니 이내 강한 힘으로 그를 향해 잡아 당겼다. 무언가 보이지
않는 것에 사로잡힌 듯이 서투르게 힘을 낭비하던 그는 자신과 가까워진 그녀의 손을 자신의 얼굴에 갖다 대었다.
“잊지 마시길.”
차갑게 내뱉는 말.
손바닥을 통해 느껴지는 차가운 기운.
그의 표정이
묘하게 변하는듯 하지만 갑작스레 흐려지는 시야에 보이지 않는다.
Parallel lines
눈을 뜨자 보이는 새하얀 천장. 줄곧 어두움에 묻혀 있던 까닭에 익숙해지지 않는걸까. 눈을
찌르는듯한 통증에 두어번 눈을 깜빡여 새하얀 풍경을 눈에 담았다.
잊혀졌으면 했던 꿈을 꿨다. 정말로 잊고 싶던 그와 얽힌 일.
모든 것을 알지 못한 채 웃으며 떠들던 그 추억들마저 기억속에서 사라지길 바랬을 정도로 싫은 기억. 잠깐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 한켠이 아파올
정도로 힘겨운 기억.
오늘은 왠지 하루종일 기분이 나쁠것만 같은 예감이다. 그리고 저것 역시 마찬가지.
그녀는
침대에 누운 그대로 고개를 돌려 봉인이 뜯긴 채 낡은 탁자 위에 올려진 한 장의 편지로 시선을 던졌다.
두 조각으로 잘려진
금빛의 화려한 독수리문장이었을 봉인.
발신인은 세일룬의 왕녀, 아멜리아 윌 테슬라 세일룬.
근 3년만에 그녀와
만나게 되는 계기이기도 했다.
*
익숙하기는 하지만 그간의 세월을 말해주듯 낯선 세일룬은 여전히 밝은 분위기였다. 복잡해 보이는 시장
한쪽에 작은 천막을 쳐놓고 팔던 닭꼬치구이를 하나 손에 쥔 그녀는 단 두 번의 동작으로 고기들을 입안으로 털어 넣은 채 앙상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꼬치대를 휘휘 흔들며 주위를 둘러보더니 우뚝 서버렸다.
분명 도시의 분위기는 밝았다. 도시 전체를 이용한 마법진 덕분에
자타가 공인하는 안전한 곳이었고, 생긴 것 답지 않게 백성을 세세히 배려하는 필씨의 치세 덕분에 백성들은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었다. 누구하나
불편한 기색 없이 웃으며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웃음 뒤에 감추어진 한 가닥의 불안. 그것이 그녀가
느낀 이색적인 기운이었다. 그 불안이 아멜리아가 보낸 편지와 관련이 된 것 같은 직감에 그녀는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내뱉은 한숨을
날려버리려는 듯이 꼬치대를 아무렇게나 던져버릴 때 그녀가 걸어온 길 뒤쪽이 소란스러워졌다. 뒤이어 그 소란의 원인이 된 것이 점점 다가오는
듯하여 건물 벽 쪽으로 붙어서자 화려해 보이는 마차들과 그 마차를 호위하는 사람들을 태운 말들이 그녀의 곁을 지나쳐 갔다. 무리의 제일 앞에서
마차를 몰고 가는 사람의 손에 든 깃발의 문장과 마차에 박혀 있는 문장을 보아하니 어느 나라의 사신인듯 해보였다.
그들이 향하는
방향은 이 도시의 중심, 세일룬 성. 그녀가 가야하기도 했던 곳이었다.
아멜리아의 서신과 다른 나라의 사신의 방문. 그리고
도시의 불안감. 어디와 전쟁이라도 하려는 것일까. 정의와 평화의 결정체라고도 볼 수 있는 이 나라가? 아멜리아가 들었다면 자다가도 일어나 정색의
반동으로 천장까지 뛰어올랐다가 그 힘을 주체하지 못해 바닥과 천장을 오가는 스프링 현상을 보여주면서도 그녀의 정의를 줄줄이 읊어가며 부정할만한
것이었기에 헛된 망상은 그만 두기로 했다. 지금 그녀가 해야 할 것은 이런 망상이 아니라 아멜리아를 만나기 위해 성으로 가는
것이었다.
그다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걸음으로 걷기를 몇십분, 그녀의 시야에 성문이 보였다. 왠지 낯선 풍경에 잠시 한숨을
돌리는 사이 또다른 마차가 그녀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이것으로 벌써 다섯째다. 하나같이 과시라도 하듯 여럿의 수행원을 대동하고 위엄있는 문장이
찍힌 화려한 마차들. 그리고 모두다 성 안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보아 뭔 일이 있음이 분명했다.
역시 그 꿈은 예지몽이었을까.
오랜만에 꿈에 나타는 그로 인해 역시 오랜만에 반가운 이를 만나러 가는 길조차 전혀 즐겁지가 않다. 한숨 섞인 헛웃음을 내뱉고 다시금 발을
움직였다. 그런 그녀가 성문 앞에 도착했을 때는 일곱 번째 마차가 막 통과허가를 받고 성 안으로 들어가던 찰나였다.
그 일행이
모두 다 성 안으로 들어가기를 기다린 후 그녀는 어울리지 않게 서류종이를 든 경비병에게 다가갔다. 종이를 보며 인상을 찡그리던 경비병은 무언가를
체크하다가 자신의 앞에 선 그녀를 발견하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한가히 여행을 하다 길이라도 물어볼 법한 차림새의 그녀가 각국의 국빈들이 줄지어
방문하는 이때에 안 그래도 폭발할 것 같은 머릿속을 더 복잡하게 해 줄 것이라 단정 지으며 손을 내저었다.
“길이라면 상가 쪽으로 가서 물어보세요. 지금은...”
“리나
인버스.”
그녀, 리나는 경비병의 말을 자르며 그의 앞에 한 장의 문서를 내밀었다. 난데없이 눈앞에 그녀가 내민 문서로 시야가 가려진 그는 신경질적인 동작으로 그 문서를 낚아챘다.
“아멜리아 왕녀를 만나러 왔으니 헛소리 말고 안내해.”
“거참, 왕녀님을 아무나 만날
수 있는지 압니까? 그것도 알현신청도 하지 않....”
말 또한 신경질적이게 내뱉던 경비병은 리나가 내민 문서 한가운데에 찍힌 왕가의 문장과 아멜리아의
싸인 옆에 찍힌 왕녀의 인장을 발견하고는 그대로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리고는 경비병의 임무를 충분히 수행하기 위해 당황하려는 자신을 추스르고는
성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러자 다른 쪽에 서 있던 경비병이 업무용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성내의 안전을 위해 귀하께서 보이신 인장을 확인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니 양해해 주십시오.”
전후사정도 설명하지 않은 채 꽁무니에 불붙은 듯 성안으로 뛰어 들어간 경비병보다는 나아 보이는 인상에 리나는 친히 기다려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성벽에 기대어서 다른 경비병들의 곁눈질을 무시하며 서있기를 몇 분, 성 안쪽에서 여러 사람의 것으로 보이는 듯한 발자국 소리가 났다. 그제야 몸을 바로 세운 리나의 앞에는 뛰어갔던 경비병과 비슷한 미소를 지으며 서 있는 한 여인이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리나 인버스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무척 차분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하는 솜씨가 성에서의 그녀의 직분을 말해주는 듯 했다. 그에 비해
그녀의 뒤에 서 있는 두 명의 여인들은 웃고는 있었지만 급하게 뛰어온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는 작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아마도 이 능글능글해
보이는 여인은 시녀장 쯤 되고 그 뒤는 견습시녀 정도 되는 모양이다.
그녀의 안내를 받으면 들어간 성 안은 성 밖의 분위기와
닮았으면 닮았지 달라 보이지는 않았다. 평소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얼굴 가득 알 수 없는 표정을 내지으며 달려가는 관리서부터 위기감을
조성하려는 듯 우르르 몰려다니는 사람들까지 마치 성 밖에서 사람들이 모여 쑥덕대는 것과 다를 것이 뭐가 있었을까. 정리되지 않는 듯한 그 모습에
리나는 포옥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인버스님, 리나 인버스님!”
그렇게 성 안의 분위기에 정신이 팔려 있을 무렵에 조금은 화가 난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리나는 갑자기 거울을 들이대 놀란 고양이마냥 화들짝 놀라며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를 안내하던 여인의 거리와는 대략 3미터 정도. 그녀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고 집중을 해버린듯 했다.
“아, 미안미안.”
무안하게 베시시 웃어보이고는 그녀에게로 걸어갔다. 그녀는 참 복잡한 감정을 담은 눈으로 리나를 바라본
뒤 자신의 입장을 기억해내고는 몸을 돌려 걸어가기 시작했다. 멋대로 서 있던 리나를 나무라지도 않은 채 입을 다물고 걸어가는 그녀를 리나 역시
찍소리도 못한 채 따라 갈 수밖에 없었다.
정원과의 조화를 고려한 대리석 복도를 지나서 새하얀 벽에 화려한 벽걸이 등이 달린
복도에 이르기까지 오직 침묵으로만 일관하던 여인은 목적지에 도착한 듯 발걸음을 멈추고는 빙글 몸을 돌렸다. 속내를 읽을 수 없는 그녀의
무표정함이 묘하게 불편했다.
“리나 인버스님. 아멜리아 왕녀님을 만나기에 앞서 몇가지 지켜주셨으면 하는 것이
있습니다.”
“네?”
딱딱하게 굳어버린 빵을 씹는듯한 각진 말투에 리나의 입에서는 저도 모르게 존댓말이 튀어 나온다.
“오시면서 보셨다시피 현재 성 안은 몹시도 어수선한 상태입니다. 모든 관리들이 눈이 돌아가게 바쁜
상태인 것이지요. 그만큼 높으신 관리분들은 눈코뜰 새 없는 시간을 보내고 계십니다. 아멜리아 왕녀님도 그 안에 포함이 되십니다. 이런 상황에
외부인의 방문 및 관리가 매우 어려운 상태입니다. 죄송하지만 아멜리아 왕녀님을 알현하시기 전까지는 성 안을 마음대로 돌아다니시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에? 지금 나보고 아멜리아가.. 아니, 아멜리아 왕녀님이 부를 때까지 방 안에 처박혀 있으라는
말이에요?”
“네. 부디 그렇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오리하르콘을 정확한 간격을 유지하며 썰어내는듯한 말투에 반박할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그럼 아멜리아는 언제쯤 만날 수 있나요?”
다소 강압적인 부탁, 아니 명령에 슬쩍 왕녀님 소리를 빼먹고 묻자 여인의 입이 굳게 다물어지는 듯하더니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한 리나는 손을 들어 눈을 비볐다.
“왕녀님을 알현할 수 있을 때 제가 다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아멜리아가 찾기 전까지 방 안에만 있으라고? 이게 무슨 소리?
리나가 순간이해력을
넘어선 여인의 말을 이해하려 안간 힘을 쓰고 있을 때 안내된 방앞에 오기까지 리나의 뒤를 감시하듯 따라오던 두 사람이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
왠지 떠밀려 방 안으로 섰다고 생각되는 순간 오리하르콘 여인이 방문 앞을 막아서듯 자리했다.
“불편하신 것 없이 모시겠습니다. 그럼 편히 쉬시길.”
거대한 석상처럼 자리한 여인이 꾸벅 인사를 하자 조용히 방문이 닫혔다. 손님용 방이었던만큼 관리가
이루어지던 방의 문이었던지라 소리 없이 닫혔지만 리나에게는 마치 감옥의 철창마냥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닫히는 듯 들렸다.
마치
화려한 감옥에 들어온듯한 느낌. 어이없이 성 안에 감금당한 리나는 재빨리 창문으로 달려가 뛰어내릴 듯 매달렸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어수선한
분위기에 멈춰서고 말았다.
분명 아멜리아에게서 온 편지에 찍혀있던 인장은 가짜가 아니었다. 아무래도 자신의 감금 아닌 감금과 이
어수선한 분위기는 무언가 묘한 연관이 있는 느낌이었다. 푸르디 푸르게 펼쳐진 하늘색이 무색하도록 한숨을 내쉰 리나는 화려한 레이스로 장식된
침대로 걸어가 귀찮은 듯 몸을 묻었다.
뭐 될대로 되라지.
눈가에 들어간 힘을 풀려 리나는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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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랜만에 써서 그런지 감이 안 잡히네요:D
이래저래 시점도 섞이고 엉망입니다그랴~ [...우훗]
선물용 글인만큼 잘 써야 할텐데
걱정이.....................
ps.수호냥, 완결까지 좀 시간이 걸릴듯한데, 괜찮지? ;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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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나,나도 있어'ㅂ'!!<- 역시나 진지한 분위기.......(흐믓) 다음편 기대할게/ㅂ/
워어어어어! 기대하고있어!! (+ㅁ+)乃 [척]
옴허, 잘 봤어요. 토요일을 이용해 장편도 잘 읽었어요! 하하;; 그나저나 나 수험생인데..ㅠ 넘흐해요! 장편을 읽게 만드시다니!<-[..]ㅋㅋ 완젼 끌려버려서 도중에 그만 둘 수 없었어요;ㅁ; 글솜씨가 대단하셔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