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사마소에서
김영신
개울 주위를 맴돌던 천년의 호흡이
월정교를 스쳐 기울어진 나무 대문을 두드린다
삐걱거리는 시간을 지나 판독 할 수 없는 현판 앞에 선다
띄음띄음 상형문자를 풀이해 봐도 풀리지 않아
암호를 해독하는 난감한 심정으로 퍼즐처럼 맞추어 본다
툇마루에 앉아서 바라보는 한문은
외계인이 남긴 별나라의 학문 대하듯 답답하다
먼지처럼 가벼운 후손으로 살던 내가 고성(古城)의
토론장에 앉아 오래 전 나누던 그들의 대화를 엿 듣고 있다
가지각색의 주장(主張)을 내세우며 국운이 자기네 손에 달린 양
양반들의 토론은 강약을 거듭하고
디지털의 사막에서 헤매던 내가
까마득한 시대의 현장에서 혼미한 정서를 가다듬는다
옛정취는 깊숙한 감정 몰입을 원하고
나는 홀로 현판 밑의 거미줄을 보고 있다
역사의 통로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우직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저 고요한 본질을 보며.
첫댓글 경주의 명소
사마소 문학기행 시햐이군요.
예전 TV에 한국기행에서 소개된 명소 중
어렴풋 기억납니다.
갑론을박 하며
예 선비들이 모여
정치 얘기 시 한 수 읊던 명소
바위에 새겨진 한자와 문자
결어부분에 맘길을 사로 잡습니다.
우직한 바위처럼
고요 속 외침을 던지는 메세지 본질을 보며...
향필하시길...
고요의 본질을 만지작 거린 시인의 심상에 박수를 보냄니다
고요가 파묵어온 억겁의 시간들
고요의 책갈피 속에 팔랑거리는 저 하류들
거미줄이 켜켜이 모로 썰어논 바람의 후손들
첫연에서 멋지게 구사하신 문장에 풍덩 빠젔습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묵을수록 난해해지는 역사 혼미한 정서를 가다듬어 몰입으로 본질을 보신 시인님..
시인은 무엇인가 명확하게 말할줄 알아야 한다고 하는데..잘 배우고 갑니다..
감상 잘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