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안으로 착각하지 마세요… ‘습성’일땐 단기간에 실명도
황반변성
‘나이 관련 황반변성’은 건성과 습성으로 나뉜다. 건성의 경우 심한 시력 상실을 유발하지는 않지만 일부는 습성으로 진행될 수 있다. 동아일보DB
황반변성은 3대 실명 질환 중 하나다. 다양한 원인으로 발병할 수 있지만 가장 주요한 위험 인자는 ‘나이’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이유로 주로 ‘나이 관련 황반변성’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황반변성은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도 증가한다.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노인인구 증가에 따라 황반변성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에 따르면 황반변성의 진료 인원은 2017년 16만6007명에서 2021년 38만1854명으로 4년간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연평균 증가율은 약 23%로 나타났다.
나이 관련 황반변성은 건성(비삼출성)과 습성(삼출성)으로 나뉜다. 건성의 경우 심한 시력 상실을 유발하지는 않지만 일부는 습성으로 진행할 수 있다. 습성으로 진행하면 황반 밑에서 비정상적인 혈관(신생혈관)이 자라는데 이러한 신생 혈관은 우리 눈의 망막 중에서 특히 중요한 황반부에 삼출물, 출혈 등을 일으켜서 중심 시력에 영향을 준다.
주요 증상으로는 중심 시력의 저하로 인해 글자나 선이 흔들려 보이거나 굽어져 보이고 가까이 있는 물체가 비틀려 보이는 현상을 경험한다. 또한 단어를 읽을 때 글자에 공백이 보이거나 그림에서 어느 부분이 지워진 것처럼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보통 중장년층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시력 저하 및 관련 증상을 단순 노안으로 착각하거나 오해하기 쉽다는 점이다.
습성 나이 관련 황반변성의 경우 진행 속도가 매우 빨라서 수 주 안에 시력이 급속히 나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발생 후 2개월부터 3년 이내 비교적 단기간에 실명을 초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에는 나이 관련 황반변성으로 대부분의 환자가 심각한 시력 저하 또는 실명으로 이어졌으나 다행히 현재 효과적인 치료 약제들이 도입돼 있어 제대로 치료만 받는다면 효과적으로 시력을 유지하고 개선할 수 있다. 비정상적인 혈관의 생성을 돕는 것으로 알려진 혈관내피성장인자(VEGF-A)를 차단하는 안구 내 주사제들이 사용되고 있다. 해당 치료제들은 출혈, 부종, 삼출물을 감소시켜 시력의 손실을 막거나 시력을 호전시키는 효과가 있다. 치료제 종류 및 환자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평균적으로 연 5∼7회 정도 주사를 맞으면 된다.
최근에는 투약 간격을 최대 16주까지 늘려 연 3회 주사가 가능한 최신 약제(성분명 파리시맙, 제품명 바비스모)도 국내에 도입돼 기존 치료제의 잦은 투여에 따른 불편함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파리시맙은 기존에 황반변성을 포함한 신생 혈관성 망막 질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혈관내피성장인자와 더불어 혈관 안전성을 저해하는 안지오포이에틴-2를 동시에 차단하는 새로운 기전의 이중 특이항체 신약으로 현재 건강보험 급여 등재를 기다리고 있다.
박영훈 서울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습성 나이 관련 황반변성은 만성 진행성 질환으로 안타깝게도 완치가 어려운 질환이다. 한번 나빠진 시력은 회복할 수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조기에 발견하고 하루라도 빨리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며 “최근에는 투여 횟수를 줄인 신약 등 효과적인 안구 내 주사제들이 다양하게 도입돼 시력 저하 및 실명으로 이어지는 부담을 막을 수 있는 만큼 비슷한 증상을 겪는다면 즉시 안과전문의를 찾아 정밀검사를 받아보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홍은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