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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이 상책입니다: 2005/02/05 1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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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의 정치는 드라마 이상으로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재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가 대권주자로 발돋움 할 때 막강했던 이인재를 격침 시키는 것 부터가 한편의 드라마였습니다. 상식적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안티조선의 선봉대가 되어 단숨에 친김대중 성향의 유권자를 사로잡았고 그것이 광주의 승리와 또 대통령 후보 자리에 오르게 한 것입니다.
대선후보가 되어 막강했던 이회창을 물리친 것도 한편의 드라마였습니다. 이인제는 이길 수 있어도 이회창을 이기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정몽준과 후보 단일화를 이끌어내고 설훈 김대업 등등의 인간들을 내세우고 또 충청도로 수도를 이전하겠다고 하는 등등 역시 상식적인 사람은 생각하가 어려운 방법으로 표몰이에 성공했고 마침내 대통령자리에 앉았습니다.
대통령 자리에 앉아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천신만고 끝에 자리를 차지는 했지만 곧 밑천이 드러나면서 그의 지지율은 바닥권으로 떨어졌습니다. 정치를 하는 것과 대통령으로 국정을 이끌어 가는 것은 다르니까 그럴 수 밖에는 없기도 합니다.
못해먹겠다, 10분의 일이 넘으면 그만 두겠다 등등 온갖 말들을 유행시키면서 노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더 이상 내려갈 데가 없는 바닥권 지지율로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그는 탄핵역풍이라는 사상 초유의 바람을 타면서 단숨에 자신의 기반인 열린우리당의 총선승리라는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열린우리당의 총선승리는 대선자금 보다는 탄핵역풍의 바람 때문이라는 것이 정확할 것입니다. 이 바람이 없었으면 열린우리당은 기껏해야 의석 수 수십석 이상을 넘기기 어려웠을 겁니다. 이념적인 성향이나 소속 정치인들의 경력을 보더라도 군소정당 수준을 결코 넘기 힘든 열린우리당이 원내 과반의석을 확보하고 집권여당의 구실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순전히 노대통령의 작품인 것입니다. 탄핵역풍의 결과로 김희선과 유시민 같은 희대의 코메디언을 계속 구경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제 대통령의 자리도 임기 중반을 넘어가고 다른 사람 같으면 그래도 임기가 끝나기 전에 뭔가 국가발전에 보탬이라고 할만한 것을 남기고 가야겠다고 생각할 싯점입니다만 그는 역시 이런 평범한 사람들과는 확실히 차원이 다릅니다.
정치인생 마지막 무대에서 그의 이러한 정치역정을 다시 한번 화려하게 보여줄 수 있는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가 이번에 도전장을 던진 상대는 노무현 정치인생의 마지막무대에 전혀 손색이 없는 최고의 상대입니다. 상대가 바로 살아있는 대한민국의 역사의 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죽은 박정희를 무덤에서 꺼 내서어 부관참시 하는 것 그것이야 말로 그가 지금까지 정치인생을 살아오면서 걸었던 최종적인 목표였고 그것 때문에 노무현이 존재했었는지도 모릅니다.
노무현하고 대통령하고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 탄핵역풍의 바람이었습니다. 그런데 노무현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또 국민들의 80%가 박정희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여론조사입니다.
박정희는 까발리기만 하면 국민들의 박정희에 대한 생각이 바뀔 것이라는 것이 노무현의 생각입니다. 박정희가 건드린 여자만 수백명이고 한일회담이 굴욕외교였고 동백림 인혁당 등 천인공노할 인권유린이 있었고 등등 박정희는 용납할 수 없는 인간이고 국민들에게 실상을 알리기면 하면 박정희는 영원히 인간말종의 반역자로 자신은 역사를 바로 세운 대통령으로 남을 것이고 자신의 후계가도에 최대 위협인 박근혜도 침몰 시켜 버릴 것입니다.
노무현은 자신이 약자이고 소수의 위치에 있는 것이 결코 불리하지 않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그의 힘은 소수일 때 오히려 더 강하다는 걸 인식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소수는 언제든지 뒤집어서 다수로 탈바꿈 할 수 있고 지금 자신이 처한 형편없는 지지율 같은 것은 언제든지 뒤집어 버릴 수 있는 그런 변수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런 삶의 역정이 박정희까지도 침몰시킬 수 있는 상대 쯤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 짐작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노무현이 박정희를 상대로 임기말까지의 전투태세를 가다듬고 있다면 박근혜는 전혀 새로운 의미에서 정치실험의 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노무현이 박정희를 얼마든지 침몰 시킬 수 있는 상대로 파악하고 있다면 박근혜는 노무현이 결코 자기 아버지를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노무현이 그냥 신문과 방송 책 문서 또 자기와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박정희를 파악하고 있다면 박근혜는 인간 박정희와 한집에서 같이 먹고 자고 하는 생활을 거의 30여년 동안 해 왔습니다. 박정희에 대해 수 많은 논란이 있지만 이 세상에서 지금 자기보다 박정희를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는 걸 박근혜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 정권이 박정희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예고하고 있어도 박근혜는 담담합니다. 그것이 어쩌면 세상 사람들에게 자기 아버지를 더 잘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사실 노무현의 정치적 의도와는 상관없이 박정희는 완전히 까발려볼 필요가 있습니다. 박정희를 발가벗기는 것이 인간의 참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 약점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이 있습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 했습니다. 박정희라고 해서 완벽한 인간일 수가 없습니다.
한강의 기적이 밝고 의지에 찬 박정희의 모습 만으로 된 것은 아닙니다. 박정희는 그 시대를 가장 정직하게 살아온 우리 선조의 모습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일제시대 태어나서 일본말로 공부를 했고 일본 천황에 충성을 맹세하는 제국주의의 장교가 되었고 어릴 때 보모가 짝지워 주는 여자랑 결혼을 했지만 그 당시 보통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죽기보다 싫어해서 형한태 죽어라고 얻어맞기도 했고 해방이 되고 국군의 장교가 되었지만 남로당에 연류된 것이 드러나서 죽음 일보 직전까지 몰렸고 그 바람에 박정희가 그 시절 그토록 좋아했던 이화여전 출신의 여성으로 부터 버림을 받아 목숨은 건졌지만 인생은 만신창이가 되었고 등등 온갖 삶의 모습이 박정희 한테서 뭍어 나옵니다.
자기 목숨과 가족들의 안위를 담보로 5.16군사혁명을 단행하였고 혁명 후 정부가 자리잡아 나가는 과정에서도 온갖 시행착오와 미숙을 노출시킵니다. 한강의 기적이란 것이 처음 부터 완벽한 시나리오로 자로 잰 듯이 착착 진행되어 온 것이 아니었고, 산업화와 경제개발의 경험이 없었던 군인들과 민간 전문가들이 일을 해 나가면서 배워나가는 현장의 모습이 바로 산업화의 과정이었던 것입니다.
박정희의 참 모습을 보는 것이 인간의 모습을 그대로 보는 것입니다. 그동안 한국사회는 다분히 유교적 명분론 또는 관념적 이상주의 측면이 강했습니다.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도 있는 것이 인간인데 인간의 어두운 면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나 사고방식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사람이라고 그 사람이 신과 같이 완벽한 사람들은 아닙니다. 그들도 약점도 있고 간통도 했고 때로는 친구를 배신도 했고 거짓말도 했고 등등 온갖 어두운 면이 다 있게 마련입니다. 인간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런 면이 있는 것입니다.
청와대에서의 박정희는 육영수와 치고박고 한 모습도 나오고 아랫도리의 일은 묻지 않는다는 일본 무사의 모습이 나오기도 합니다.
세계 어느 나라를 보더라도 영웅을 신으로 만드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습니다. 영웅이 신이되는 사회는 발전을 도모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항상 사회과학은 현실학문이다 그리고 경제를 도덕의 관념으로 보지마라 하는 말을 자주 합니다만 한강의 기적은 도덕적 명분론으로 된 것이 아니고 박정희는 결코 완벽할 수가 없는 인간입니다.
박정희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한국사회가 현실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사회로 이행이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할 수 있습니다. 박정희를 공격하는 사람들이 바로 인간은 어두운 면이나 약점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그런 진리를 모르고 있는 인간들이기 때문입니다.
박정희 시절의 인권유린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수천년동안 국가에서 죄인을 잡아다가 매질 하는 것이 합법이었고 심지어는 임금이 죄인을 불로 찌지고 ?고 하는 그런 역사가 이어졌던 나라에서 또 일제의 식민지배를 경험한 직후의 현실에서 고문이나 인권유린 같은 흔적이 없으면 그게 이상한 것입니다.
인권유린의 모습은 다시 확인시키고 공격하는 대상이 아니라 인권유린의 모습을 확인하고 이를 없애 나가는 것이 지금 정부가 할 일입니다. 박정희가 잘못한 것이 있으면 이건 박근혜가 사과하는 것이 아니라 노무현이 사과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걸 노무현은 도무지 이해 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을 세우고 공산침략으로 부터 조국을 지켜나가면서 이 정도의 경제적 대국이 된 것은 관념적 허구의 결과가 아닙니다. 현실 정치인 박정희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지금 경제가 이렇게 어렵다 살기가 힘들다 안보가 취약해간다 어쩐다 하는 것은 다 현실을 보지 않는 허구적 명분론에 집착하는 한국적 지식인과 정치인들의 사고방식 때문입니다.
그리고 노무현은 바로 이런 한국사회의 기형적 모습이 잉태한 사생아입니다. 그렇지만 세상만사 모두가 기형적인 모습이 오래 지속될 수는 없는 법입니다. 박근혜가 탄핵역풍의 바람 속에서도 한나라당을 기사회생 시킨 것이나 수십년간의 여론조사에사 한결같이 박정희에 대한 높은 지지와 인기는 박정희는 관념속에 들어 있는 신이 아니라 약점도 있고 부정적인 면도 있는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을 한 영웅이었다는 걸 국민들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노무현이 이인제와 이회창의 벽을 넘었다고 박정희까지 넘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분명 오판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정치인생을 무덤으로 몰고 갈 것입니다. 이인제와 이회창은 아직 가지 않았던 미지에 대한 관념이었지만 박정희는 (신이 아니라) 국민들과 동거동락을 같이한 현실 속의 영웅이기 때문입니다.
노무현의 박정희 공격에 혼란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안심인 것은 박근혜가 이 전쟁의 승패를 훤하게 꿰뚫어 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연 호랑이 새끼 다운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항상 막판 뒤집기로 재미를 본 노무현이 그것 때문에 막판에 스스로 모혈을 파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겁니다. 노무현이 박정희를 이렇게 요리하던 저렇게 요리하던 마음대로 하라고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최고의 방책입니다. 그냥 구경들만 하십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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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자 : 2005/02/05 11:59:30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