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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사건 파일을 덮은 그녀는 길게 기지개를 폈다. 철야는 피부 미용에 안 좋다며 투덜대는 것도 지친 지 오래. 가브 부장은 싹 무시하고 지금부터 늘어지게 잠이나 자야지, 계획을 모두 짠 후에 걸죽하게 뽑아 놓은 진한 커피를 마셨다. 자판기 커피가 더럽게 맛이 없다고 큰 맘 먹고 돈을 모아 커피 메이커기를 샀다. 다들 만원씩 걷어! 그렇게 탄생한 메이커기는 비록 작아도 자판기보단 맛있는 커피를 배출했고 그녀와 같은 밤샘 작업 동지들에게는 필수 목록이 되었다.
“하아. 이러다간 아주 낮과 밤이 바뀌겠어,”
야식을 사러 나간 가우리는 아직도 돌아올 생각을 안 했다. 그래도 어디서 넘어졌거나 길을 잃어버린 건 아니라고 확신했다. 새벽 4시에 문을 연 가게가 주변에 없다는 걸 감안한데다가 이 근방은 눈감고도 찾아다닐 길이 되었다는 걸 적용하면 아무리 그의 머리가 해파리일 지라도 언젠가는 돌아오겠지 생각이 든 것이다.
머리를 크게 뒤로 재끼자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하늘보다 낮고 청소를 해 줘야 깨끗해지는 천장. 이래저래 심심하지 않게 대충 맞춰진 무늬를 보니 병원이 생각났다. 결국 목적했던 바는 이루지 못하고 돌아온 그 날. 벌써 일주일이 지난 일이었다.
강력계 형사인 그녀가 총격전과 동료 및 자신의 부상에 익숙해 졌다 한들 인간의 광기 어린 자해에는 역시 두려움이 일었다. 피에 젖은 보라색 머리칼이 떠오르자 몸이 살짝 떨려왔다.
[제로스는 이제 괜찮아. 넌?]
그렇게 흘리는 피는 두려웠다.
[한 두 번이 아닌걸. 어쩌면 이번엔 얌전한 케이스인지도 몰라. 스스로 잠재워졌잖아.]
제르가디스의 전화통호가 계속 머리에서 울렸다. 반복되고 또 반복되어 같은 내용의 전화통화를 몇 번이고 한 것 같았다.
[별다른 일은 없었어. 계속 잠들어 있었거든. 그러다가 갑자기 어제 사라져서 찾다가 보니까 쓰레기 소각장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멀리 안가서 어느 정도 안심하고 있는데 왼손을 불쑥 소각로 안에 집어넣는 거야. 불속에. 금방 빼서 심하게 다치진 않았지만.]
“미친놈….”
[그때 일은 미안하다 리나. 아멜리아에게도 전해줘.]
제르가디스의 전화를 끊고는 바로 그녀에게 전화했다. 다행히 아멜리아는 밝은 아이였고 금방 현실로 돌아왔다. 더 이상 병원에 가겠다는 말은 하지 않고 아직 무섭기는 한 모양이었지만 리나를 통해 들은 제르가디스의 사과에 펄쩍 뛰면서 응했다. 사과할 일이 안된다고….그게 지금으로부터 8시간 전의 이야기. 갑자기 껌을 씹고 싶었다. 질겅질겅 질기고 새콤하거나 달콤한 물이 색소맛과 함께 우러나오는.
“응….”
빛을 오래 쳐다보니 눈이 시려서 그대로 눈을 감았다. 시야가 어두워지니까 시린 눈에서 눈물이 나며 조금은 편해졌다. 역시 빛 때문이 아니고 졸려서 아픈 게 분명하다. 감은 눈으론 보이지 않지만 갑자기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이렇게 오래 있으면 안 좋아요.”
“나도 알…… 에엨!”
퍼뜩 눈이 떠짐과 동시에 그만 뒤로 넘어가 버렸다. 콰당! 커다란 소리와 함께 바닥과 멋지게 이마 박치기. 이번엔 아파서 눈물이 찔끔, 부딪친 부분을 부여잡고 주저앉았다. 원흉인 놈은 자지러지게 웃어댔다.
“아하하하하! 큭큭…”
“야, 이놈아! 사람 놀래 키지 좀 마!”
“하핫, 하, 리나 씨. 왜 이렇게 웃겨요? 킥킥.”
아직도 진정이 안 되서 킥킥 거리는 뒤통수를 후려갈기고 싶었지만 환자복 사이로 들어난 하얀 붕대를 보자 그럴 맘이 싹 사라졌다. 왼손은 손가락까지 붕대가 감겨있고 오른손은 팔에만 하얗게 감아 놨다. 왠지 저걸 보니까 새우가 먹고 싶어졌다.
“…… 너 그거.”
“아아, 이거요? 제르가디스씨한테 못 들으셨습니까?”
“…… 들었어.”
바닥에 그대로 있는 것 보단 조금 폭신한 저 의자에나 앉는 게 낫다 싶어 먼지를 털고 일어나 털썩 주저앉았다. 책상위에 얌전히 앉아있는 제로스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그런 그녀를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가만 보니 언제 빼갔는지 그녀의 노란 쿠션을 포근히 감싸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그는 늘 왼손에 무언 갈 쥐고 있었다. 옷자락이라든지, 저런 베개라든지, 그것도 아니라면 책상 모서리라도.
“불구덩이에 아주 뛰어 들지 그랬어. 응?”
“소각로 입구가 너무 작아서 팔 밖에 안 들어 갈 것 같았어요.”
뭐야? 몸이 다 안 들어가니까 팔만 집어넣어? 기가 막혀서 대꾸할 맘도 생기지도 않았다. 평소처럼 저렇게 생긋 웃는 면상이 가능키라는 한 건가. 살점이 떨어져 나갔을 오른팔을 물끄러미 다시 쳐다보았다. 역겹다거나, 뭔가 그런 느낌은 없었다. 미쳤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왠지 그 자해 행위는 돌아버릴 정도로 불쌍해 보였었으니까.
“왜 왔어?”
“새삼스럽게 왜 오다니요.”
“이…! 하아…. 관두자. 여기가 아무리 경찰서라고 박아 넣어도 계속 찾아오는 놈이니까.”
“좋죠?”
“밤손님보다 질이 나쁜데 좋기는 뭐가 좋냐? 이 스토커야.”
“스토커?”
“몰라? 싫다는 데 계속 따라다니고 사진 찍고, 짝사랑이 지나친 거야.”
“저 리나씨 짝사랑 안 하는데요? 가슴 납작한 여자는 제 취향 아니에요.”
철컥 강력계 형사의 총이 장전. 자, 겨누는 방향은 보라색 머리통.
“아이, 농담이에요 농담.”
어차피 들이된 건 가스총이었다. 진짜 총탄이 들어간 총은 서무실에 있을 땐 서랍에 넣어 둔다. 언제라도 꺼내기 쉽게 해놓긴 해도 역시 실탄이 들어간 묵직한 느낌은 꼭 죄의 무게 같아서 싫었다.
“취향도 있었냐?”
“취향?”
“여자 취향 말이야.”
“아아 그다지.”
“?”
“생각 해 본 적 없어요. 그냥 말한 것 뿐이에요.”
“그렇겠지.”
인간을 혐오하는 저 망할 놈의 녀석이 무슨 취향일까. 눈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아주 가끔 들어나는 그 보라색 눈동자에 타인이 비쳐질 때 제로스는 혐오와 증오가 가득 찬 눈으로 조소를 머금곤 했다. 그 모습이 소름끼치도록 무서웠다. 저 녀석이 정말 인간일 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산에 눈이 그쳤어요.”
“어, 내가 간 날 그쳐 있었어.”
“…….”
“벌써 3월까진 하루도 안 남았어. 정확히 20시간 정도 후면 3월. 본격적인 봄의 돌입이지. 뭐 꽃샘추위라도 오면 눈이 올지도 모르겠지만.”
“봄….”
“그래, 봄. 눈도 다 녹고 네 녀석 집에도 꽃도 피고 그러겠지. 정원에 말이야.”
“전 집이 없습니다.”
“집이 없기는, 돌아가서 머리 붙일 때 있으면 그게 집이지 뭐.”
“……!”
“안 그래?”
“…….”
이번엔 그녀가 생긋 웃었다. 웃고 있는 눈 모양새지만 빤히 쳐다보는 제로스의 시선이 조금은 부담스러웠다.
“왜?”
“…… 뭐가요?”
“뭐 할 말 있냐?”
“아니요.”
“근데 왜 그렇게 쳐다봐? 너 정말 나한테 반했냐?”
“아니요.”
똑 부러지게 대답하고는 이제 창밖을 멍하니 쳐다본다. 갑자기 시선을 돌리니까 어색해져 버렸다. 뭐, 언제 저 녀석과 절친하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었을까. 가우리가 오면 조금은 편하지 않을까. 가우리는 아이들을 잘 돌보았다. 가우리와 있을 때면 꼭 얌전한 고양이처럼 굴어서 과연 그 금발 해파리의 솜씨가 굉장하구나, 라고 새삼 깨닫곤 했으니까.
“뭐 마실래?”
오늘은 일이 끝나서 조금은 여유가 있었다. 그래 여유. 멍청하기 그지없어 안 먹어 멸치 쪼가리처럼 말라비틀어진 망할 놈을 위해 약간의 여유를 줄 순 있었다. 묘하게 농담이라던가 말이 없어진 저 하얀 면상이 어색하기 짝이 없으니 그가 좋아하는 자판기 코코아라도 뽑아주자 싶어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붕대 돌돌 말린 팔이 어깨를 감싼다. 들어난 목으로 보드라운 머리칼이 부벼지자 어쩐지 닭살이 돋았다. 색색 쉬는 숨. 꼭 고양이가 어깨에 들러붙은 것 같았다. 머리가 띵 하고 아프다. 어지럽고 이상한 기분. 얼굴이 벌게진 그녀가 휘휘 손을 내젓는데도 꼭 붙어서 얼굴을 파묻었다.
“뭐, 뭐, 뭐하는 거야! 이 썩을 놈아!”
“…….”
“야!!!! 이 저질! 변태! 멍청이!”
“…… 불….”
“뭐?!”
“…….”
새빨간 그대의 머리칼. 타오르는 불처럼 어깨에서 길게 흘러내려 넘실대는 그 탐스러운 머리채. 좋은 냄새가 나거나 그러건 아니었다. 잘 빗지 않아서 엉크러진 머리칼을 조물거리는 느낌에 기분이 잔득 나빠져서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꼭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뭐하는 거야! 정말 변태라도 되려고 작정했어? 이!”
“… 아니요.”
“??”
“아무것도 아니에요.”
따듯한 것이 멀어졌다. 망할 녀석은 점점 멀리 떨어져갔다. 그리고 처음에 앉아 있던 대로 그 상태로 가만히 책상 위에 살짝 앉았다. 다리를 굽혀 발목을 엉덩이 치로 올리고 발목을 꼭 부여잡는다. 생긋 웃으면서.
“리나씨 코코아 얻어먹어야지요. 빨리 가서 사와요.”
“뭐, 뭐시야?!”
“어라? 한입으로 두말하십니까? 정말, 약속 못 지키는 못난이♡”
“이자식이~~~~~~~~!”
“자자, 욕하면 정말 얼굴 못생겨집니다. 화내느라 주름이 잔뜩 지거든요. 스마일~.”
“…… 하아… 내가 말을 말자. 거기 꼼짝 말고 기다려라.”
“네에~”
꼼지락거리는 발가락. 오늘은 슬리퍼를 신고 와서 차갑게 물들지는 않았겠지. 차가운 보라색 눈동자가 빛을 받아서 반짝인다.
“당신은 불이에요. 뜨겁고 열정적이게 타오르는 사람. 하지만 이미 주인이 있기에 누그러진 불. 당신은 그걸로 족합니다. 리나씨.”
조용한 실내에 자판기 소리가 울린다. 동전이 들어가는 큰 소리.
“버림받은 새끼 고양이.”
여아부화….
“신이 선택한 존재란 건 없습니다. 인간에게 공평한 것이란 죽음 뿐, 사후 세계에 대해 그리 믿지 않는 건 아니지만 아주 믿는 것도 아닌 나. 어차피 그런 게 존재한다 한들 이 더러운 몸뚱어리는 어느 곳으로도 향하지 못하겠죠. 언젠가 찾을 안식처를 헤매며 어쩌면 존재하지도 않을 낙원을 찾아 드는 건 불로 뛰어드는 저 나방과도 같은 것.”
욕심에 일그러진 세상 속에서 더 이상 살아갈 이유가 없다는 걸 알고 있는데.
“제로스. 아무것도 없을 나. 그 이름이 정해진 순간부터 내가 남길 수 있는 건 없던 거곘죠.”
발목을 더 꽉 붙잡았다.
“존재하지 않아야 할 생명. 그런 게 정말 있다면….”
시선이 바닥으로 내리 깔렸다.
“이것이 당신에게 해야 했던 마지막 이야기. 5가지의 나만의 동화책. 욕심 많은 돼지, 사랑에 보답하는 인형, 버림받은 소년, 바보 같은 금붕어, 그리고 아무것도 남지 않을 소년.”
텅 비어버린 동화책의 마지막 장은 이 손으로 장식해야 하는 걸까.
“갑자기… 슬퍼요.”
“뭘 그렇게 꿍얼거려?”
“….”
뜨거운 코코아가 모락모락 김을 피우며 눈앞에 들이밀어 졌다. 칠흑의 암흑보다 더 깊고 죽음보다 고요한 암자색의 눈동자. 그녀는 그걸 똑바로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나 피곤하거든? 그러니까 빨리 마시고 후딱 가라. 아니다. 데려다 주든지 할게. 가우리 오면 시켜서. 언제 올지는 모르겠지만 설마 6시 까지 안 오겠냐.”
“7시면 사람들 오지 않습니까? 그럼 당신 곤란할 텐데.”
“뭐, 어떻게든 되겠지. 아니면 제르가 튀어 들어올 도 모르고.”
“당신이란 사람은….”
“응?”
“…… 아니요.”
“뭐라고 했어 임마.”
“비밀입니다.”
“야, 코코아 빼앗는다.”
“준거 뺏는 사람이라니 얼마나 치사할까.”
“얼씨구?”
“아아, 좋은 향기♡”
“놀고 있네. 빨리 불어. 뭐라고 했어.”
“…… 그렇게 듣고 싶어요?”
“응.”
“그럼 귀 가까이.”
“에이 씨, 빨리 말해!”
“어휴, 성질도 급하기는. 역시 철분이 부족해서… 아아, 그래서 리나씨 키도 작고 그러 군요.”
의자가 번쩍 하늘로 치솟았다.
“아하하하!”
활짝 웃어 재끼는 인간 면상에 의자를 내지를 자신은 있었지만 죽기라도 하면… 그래, 부상자의 헛소리로 치부하고 나 자신을 진정하자. 잠도 못잔 짜증나는 상태에서 화를 내면 정말 피부 망가질라. 이 미소녀 천재 형사 리나 인버스. 참자!
그녀는 심호흡을 두 번 했다. 그리고 제로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 볼게요.”
“엥?”
“걸어서 가면 되요. 사람들 눈에 안 띄게 갈 자신 있어요.”
“뭘 믿고?”
“돌아갈게요. 당신 말대로.”
“… 무슨 장난이야?”
“코코아, 잘 마셨습니다. 그럼 리나씨.”
자박 자박. 말릴 틈도 없이 문으로 걸어가서 달칵 열었다. 왜 그런 걸까 갑자기 다리가 뻣뻣하게 굳은 것 같았다. 붙잡을 수가 없어.
“안녕히.”
문이 닫혔다. 그림자가 사라져 버렸다. 어둠이 물러가고 여명이 터온다. 새벽, 새벽의 아침 해가 밝아온다. 문득 달력의 년도가 잘못 됐다는 걸 알았다.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일까. 새 달력을 찾아 날짜를 보자. 아니, 컴퓨터의 시계를 보자. 가져간 마우스의 옆에 뜨는 노란 창엔 3월 1일이라는 말이 찍혀있다. 이미 봄은 와 있었다.
“…… 봄?”
벌컥! 문이 열렸는데 아무 반응이 없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제르가디스. 의사 선생님 한발 늦었어.
“제… 르?”
“리나! 제로스는?”
“…… 모, 못 만났어?”
“뭐?”
“지금 내려갔단 말이야, 그것도 그래 한 30초 전에!”
이제야 몸이 움직인다. 공기의 장벽이 사라지고 그녀의 팔 다리가 자유로워짐과 동시에 그녀는 옥상으로 뛰어 올라갔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저 옥상에 봄이 터오는 새벽녘에 그 녀석이 웃을 것 같아서.
[안녕히.]
개뿔이 안녕이냐!
제르가디스가 급하게 그녀를 쫓아가다 문득 아래층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끼긱거리는 문이 반쯤 열려있는 옥상. 그 문을 열어 재끼자 눈부신 태양이 쏟아졌다. 아직, 아직 5시인데.
“앗….”
인공 형광등 빛과 너무 다른 그 따스하고 포근한 엄마의 품 같은 빛.
“…….”
좁은 옥상에 펼쳐진 광활한 장면. 멀리 새벽에 잠긴 도시.
“…… 없… 잖아.”
무슨 생각을 한 걸까. 붉은 머리칼이 흩날려 남아있던 온기를 바람이 훔쳐갔다.
†
그의 발이 빨라졌다. 내려가는 건 어렵지 않았다.
속력을 내야 돼. 멀리 도망가면 안 돼. 제발!
아니, 그를 놓아주는 게 옳은 걸까. 죽음의 길로? 그가 갈망하던 영원한 끝. 그곳으로?
아니야, 그건 틀려! 적어도 눈앞에서 사람이 죽는 꼴은 보지 않겠어, 그놈이 어떤 놈일 지라도!
투명한 유리문이 활짝 열렸다. 유리문인데 빛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아. 철야로 서 입구를 지키던 경찰관이 파뜩 놀라 졸리우는 잠을 쫓았다. 저 문을 넘어서, 달려가야 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허억, 허억….”
“…… 조금만 더 늦었다면… 정말 가버렸을 거 에요.”
처절한 애환이 담긴 보라색 눈동자.
“리나 씨가 알려 주었습니다. 나란 것도 일단 돌아갈 집이 있다고.”
“…… 너….”
“…… 다시는 몰래 나오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까.”
“…….”
“… 늦지 않아서 다행이군요. 제르가디스씨.”
조금만, 아주 조금만, 조금만 더, 이 세상에 있고 싶다.
부단한 욕심. 불 속에 뛰어들어 나를 버리고 싶었는데
뒤를 돌아보니까, 그 어둠 속을 보니까, 작은 빛이 움직였다.
빛, 빛, 빛.
저 불이 아무리 밝다 해도, 달과 별의 빛을 이기지 못했다.
다시 보니 불에도 그것을 제압할 주인이 있었다.
어둠에 있어도.
그렇다면 이 존재도.
조금쯤은…
행복을 찾아도 되는 걸까.
제로스.
아무것도 없을 이름.
그 이름에
무언가를 가져도 되는 걸까.
“… 병원에 돌아가요, 의사 선생님.”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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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핫, 마지막 이야기 드디어 올라왔습니다! (자축)
하루만에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내용으로 써야지 계획한 글이
자그마치 몇달인지... 읽어주신 분들께 면목이 없습니다.
제 글을 세개나 아슬아슬하게 붙지 않고 올리는 것에 대해 일단 첫번째로 죄송하고
이런 글 때문에 눈과 머리가 혼란스러워지셨을 분들에게 다시 죄송합니다.
완결맺는게 무서워 장편 쓰는것도 싫어했던 터라 이렇게 마지막 이야기를 쓴게
나름대로 신기하군요.
사실 처음에는 이것과 전혀 다른 결말이었습니다만
쓰다가 갑자기 바꿔버렸습니다.
거기에 가우리 리나 제르가 처음만난 외전이라든가
제로스가 병원에서 어떻게 탈출하는지에 대한 짤막한 이야기라든가
몇가지를 더 쓸 생각이었습니다만.
(조금 쓰기는 했습니다만..................)하핫.
아직 쓰레기통에 완결나지 않은 많은 장편을 보며 한숨을 쉬고 있습니다.(은근슬쩍 광고)
히나리아라는 뜻도 없는 제목을 보고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면서
현혼은 이대로 어둠속으로.
첫댓글 우와아, 완결이군요오 ㅠㅠㅠ 많이 기다렸어요.<- 안돌아가셔서 다행이에요오. 새드인줄 알고 두근두근했슴;ㅈ;... 어둠속으로 가지마셔요오오. ;ㅈ;ㅈ;<--
우와~ 완결축하드려요^^ 내심 처음 의도했던 결말도 보고싶어요;; 그리고 제로스에 관련된 외전도 굉장히 기대됩니다. 도대체 어떤 범죄를 저질렀길래... 그리고 제로스의 5편의 동화도 기대되고요;; '역시 실탄이 들어간 묵직한 느낌은 꼭 죄의 무게 같아서 싫었다.' 그리고 이 부분 너무좋아요 죄의 무게..;;; 앞으로도 건필하세요^^
우와아아! 완결축하드려요!!(실은 축하드리지만 무지 슬픈;;) 완결이라니... 완결이라니....그럼 다음편이 전혀 나오지 않는 다는 뜻이군요...(울먹) 뭐, 정말 외전이 나온다면......+ㅂ+ 그나저나 아직 두근 거리는 이 고동은 언제 멈출까나요? 어?든! 그럼 언제나 건필하세요!!
아아;ㅁ; 어제 밤을 지새워[?] 다 읽었습니다만 바로 잡들어버려 지금 와서 리플 남깁니다^^ 정말 잘 봤어요.. 제로스가 범죄자로 나오는 건 꽤 있는 것 같았지만, 이런 제로스라니! 정말 멋졌어요. 제로스와 제르가디스의 의미 없는 대화가 정말 마음에 들더라구요..[아니... 어쩌면 작가님은 심오한 의미를 담았을 수도=ㅁ-!!<<] 사실 슬레이어즈 버닝하게 된 지도 얼마 안되었기 때문에 너무 늦어버려서..좋은 팬픽같은 거 구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멋진 글 금방 찾아볼 수 있다니, 정말 고마워요! 사실 갑작스레 슬레버닝은 하게 되었지만, 마땅히 '예쁘다' 싶은 커플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중이었거든요..
그런데 玄魂님 소설 읽다보니, 뭐랄까. 이 커플도 괜찮군. 얘네둘도 괜찮네! 하며 슬레의 세계에 빠져버렸어요~<< 다시 한 번 고마워요..하하;; 그나저나..저 이 소설 네이버 블로그에 퍼가도 될까요? 어차피 관리 안하구 그냥 개인용 창고처럼 쓰기 때문에 따로 보러 올 사람도 없고..하지만 소장하고 싶어서..하하;; 만약 허락해주신다면 기쁘게 가져가겠지만 조금이라도 거슬리신다면 부담스러워 말고 바로 거절하세요^^ 아, 단편들도 모조리 다 잘 읽었습니다. :D
호호 잘 읽었습니다~
아하하하하하하하.... 글 몰아서 보느라 죽는줄 알았습니다(먼산) 잘 쓰시는군요^^ 이런식의 제로스도 좋은데요? 언제나 형식을 깨버리는건 재밌는 일이죠(웃음) 이거 보면서 친구랑 채팅하니까 실없는 소리가 나오더랩니다(하하) 온리 단편인 이녀석과는 차원이 다르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