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잃어버리지 않고
온전히 누리며 살아가고 있습니까?
마음의 주인으로서...
3부 * 생애~~~
(사랑은 마음의 날씨를 살피는 일인지 모른다)
글 / 이 기 주
(59)우월감을 느끼려고 험담에 가담하는 사람들
"이건 너희만 알아야 해, 비
밀이야, 비밀."
집 근처 카페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서 수련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일반적으로 비밀은 "너희한테
만 알려주는 거야" 라는 말을 필두로 하여 세상으로 빠르
게 퍼져 나가기 시작한다. 난 얼결에 귀를 쫑긋 세웠다.
그들의 대화는 다름과 같이 이어졌다.
"작년에 결혼한 A와B 있잖아,최근에 이혼했 대!"
"정말? 별거가 아니라 아예 갈라선 거야? 내가 그럴 줄
알았다니까, 미안한 말이지만 둘이 안 어울리긴 했어,"
"네 눈에도 그렇게 보였구나. 아무튼 내가 인생 선배로
서 결혼 생활에 대한 충고를 좀 해주려 했는데 말이야,
아쉽게 됬네, 하하하!"
비밀을 발설하는 사람의 입술에서 서늘한 웃음소리와
함께 '충고'라는 단어가 튀어나오는 순간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짐짓 궁금했다.
'아니, 충고라니 남의 결혼 생활에 충고해줄 수 있는 사
람이 있기나 할까, 그리고 그럴 줄 알았다니,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게 우리네 인생인데, 본인은 누군가의 삶을
예측할 수 있다는 거야, 뭐야?'
나는 이혼 당사자들을 향한 조롱과 뒷말에 점령당하다
시피 한 카페를 빠져나오면서 최근 이혼한 지인들의 이
야기를 떠올렸다.
한 지인은 결혼 생활 내내 불행했는데 이혼 후 더 깊은
불행으로 빠져든 것 같아서 안개 속을 걷는 기분이라고
말했고, 또 다른 지인은 결혼 때문에 한때 불행했었지만
이혼 절차를 마무리하고 나니 해방감은 물론이고 행복
감마저 느낀다며 눈앞이 선명해지는 것 같다고 밝힌 경
우도 있었다.
그들이 이혼을 결심한 배경과 원인이 각기 다른 만큼 이
혼 후 심경 또한 다 달랐다.
사정이 이러할진대, 사람들은 가까운 사람의 이혼 소식
을 접하면 사정을 헤아리긴커녕 당사자가 없는 자리에
모여 뒷담화에 열을 올린다. 그 과정에서 구미에 맞게
사실을 왜곡하기도 한다.
왜 우린 남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것일까? 어째서 남
이야기의 상당 부분은 꼭 험담으로 채워지는 것인가?
그 험담이 통상적인 비방이나 헐뜯음을 넘어 인간적인
모멸을 주는 단계에 이르는 이유가 뭘까? 도대체 왜?
《모멸감》을 쓴 김찬호 사회학자에 따르면, 한국인이 자
신의 존재 가치를 타인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순간 많이
행하는 방법이 상대에 대한 '모멸'이라고 한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주변을 보면 단순히 소문을 퍼
트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타인이 지닌 허물을 크게 부플
려 본인이 도덕적인 우월감을 느끼려는 목적에서 험담
을 일삼는 이들이 많다.
험담의 표적을 업신여기고 경멸하면서 자신이 그 사람
보다 온전한 존재임을 확인하려 든다고 할까,
하지만 자기 길을 묵묵히 걷는 사람을 가로막고 "이봐,
이 길은 아니야, 지금 어디로 가는 거야?"라는 식으로 훈
계하듯 캐묻는 사람일수록 정작 자신에 대해선 무지한
경우가 많다.
자기 삶을 확신하지 못하고 스스로 제 가치를 인식하
지 못하는 데서 오는 불안을 떨치고 싶어서 최선을 다해
'뒷담화'에 가담하고 타인을 모멸하는 것인지 모른다.
그들이 타인의 흠을 들추는 과정에서 동원하는 수단과
방법은 꽤 다양하지만 목적은 하나로 수렴한다.
어느새 희미해질 대로 희미해진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
하기 위함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P177 ~180
2022.12.14.水曜日
첫댓글 좋은글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