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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m.blog.naver.com/iamsuekim/221736137035
아무리 숙련된 배달원이라고 해도 오금 저리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첫 번째. 누군가 당신 차로 접근하는 것. 정말 이를 악물고 말하는 건데, 주문한 음식이 도착했으면 현관에서 기다려라. 배달원이 왔다고 친히 밖에 나와서 배달원에게 다가가는 것만큼 배달원을 과민하게 만드는 것도 없다. 당신의 의도 좋다고 해도 상관없다. 중간에서 만나고 싶지도 않다. 그냥 망할 문에서 기다리라고. 우리가 갈 테니까.
이런 일은 너무 잦기도 하고, 아직 누가 허튼짓을 한 적도 없지만, 누군가 다가올 때마다 내 본능은 오른쪽 주머니에 있는 칼을 뽑으라고 말했다.
두 번째. 문 닫기 15분 전, 100달러짜리 지폐를 낼 테니까 거스름돈을 준비하라는 쪽지를 문 앞에 덜렁 붙여놓는 것. 이런 경우 뒤에서 급습한다. 개인적으로 강도당한 경험은 없지만 도시 배달원들은 하나같이 있단다. 그리고 보통 강도들은 배달원이 근무를 마칠 때까지 기다린다. 배달원의 주머니에 현금이 두둑이 들어있다는 걸 확인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뭐... 피자 배달원에게 일어날 법한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 3층 높이나 그 이상 계단을 걸어 올라가야 하는 경우.
매년 이쯤, 날이 빨리 저물어 오후 6시면 바깥이 온통 캄캄해지기 시작하면 온갖 무서운 요소가 강조된다. 딱 10배 정도. 그리고 가을 막바지, 늦은 시간에 사람들이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 역시 별 도움 되지 않는다. 근무 시간 내내 완전히 이방인의 집에 가기 위해서 캄캄한 어둠 속을 걷는다는 것... 자, 그게 과연 얼마나 '재미있는' 일이겠는가?
아무튼, 내 이야기는 약 일주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작하기에 앞서서 이 이야기에 얽힌 일이 너무 많은 데다가 그중 대부분이 진행형이기 때문에 아마 이야기가 상당히 많이 나올 것 같다. 어쨌든,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시작하려면 제일 처음부터 풀어나가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날은 핼러윈 다음날인 토요일 밤이었다. 가게는 이미 이른 시간 장사를 접는 눈치였다. 배달 전화를 받을 무렵, 가게는 이미 바닥 청소 중이었다. 폐점까지는 20분, 새벽 1시에 닫는 토요일이니 전화 받은 시간은 오전 12시 40분이었다.
그러니까, 피자를 만들어서 굽고 배달지까지 가는 시간이 적어도 새벽 1시가 넘는다는 소리다. 주문한 주소지 건물 마당에 들어서는 순간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빨리 알아차렸어야 했다. 눈에 들어오는 가로등 하나 없는 데다가 불빛이라곤 내가 타고 온 차 헤드라이트와 이웃집에서 미약하게 새어 나오는 빛이 전부였으니까.
주소를 착각한 줄 알고 다시 확인했다. 집 앞 진입로에는 차 한 대도 없었고 불도 다 꺼진 상태였다. 게다가 누가 살만한 집도 아닌 것 같은 게, 마당에 무성한 잡초가, 심지어 잡초가 시들어가는 중이었고, 현관에 놓인 식물 역시 메말라 비틀어진 상태였다.
우리는 주문 받으면서 전화번호도 같이 받아놓기 때문에, 이 황폐한 건물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받아둔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가자마자 집 내부에서 주황빛이 반짝이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상대방이 전화를 받기 전에 잽싸게 끊고 차에 핸드폰을 뒀다. 왼손에는 피자를 들고 조심스럽게 현관으로 향했다. 오른손은 주머니에 있는 칼을 잡고 있었다.
문을 두드리고 열리기까지 기다렸다. 문이 열리자마자 너무 놀라서 피자를 떨어뜨리고 도망칠 뻔했다. 나를 맞이한 것은 흰 얼굴로, 눈동자가 있어야 할 부분에 판다처럼 검은 구멍만 있었다. 게다가 몸이 보이지 않았다. 정말 흰 얼굴 하나만 나온 것이다.
하지만 곧 현관 불이 켜졌고, 그 얼굴의 정체는 얼굴에 흰 물감을 칠한 남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가 감았던 눈을 뜨자 검은 구멍 가운데 눈동자가 보였다. 얼굴은 하얬지만 눈 주변도 그렇고 눈꺼풀까지 검게 칠한 것이었다. 게다가 옷도 검은 셔츠에 검은 바지라니, 내가 놀랄 법도 하다. 그런 내 모습에 그가 웃었다.
"씨발," 심장이 조금 진정되자 투덜거렸다. "아니, 진짜 장난이 심하잖아요."
그러자 그가 문을 활짝 열더니 웃으며 말했다. "미안해요. 재미있을 줄 알았어요. 춥죠? 돈 가져올 테니까 잠깐 들어와서 몸 좀 녹일래요?"
보통 같았으면 거절했겠지만, 그날따라 너무 춥고 마침 주머니에 칼도 있어서 경계가 살짝 누그러졌다. 하지만 집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솟아나는 긴장감에 안절부절못하며 거실에서 돈을 기다렸다.
집 안에는 세 명의 남성이 있었는데, 모두 위아래로 검은 옷을 입고 얼굴을 해골처럼 희게 칠한 상태였다. 게다가 뼈마디 모양으로 반짝이를 붙인 장갑을 착용한 상태였다.
한 명은 해골 모자를 쓰고 입술 위에 이빨을 그렸는데, 코는 까맣게 칠해서 보이지 않았다. 다른 하나는 대머리였는데, 머리에 그림을 얼마나 공들인 건지 진짜처럼 보였다. 목에서부터 삐져나온 척추 그림이 인상적이었다.
여자도 한 명 있었는데, 엄청나게 요염한 스타일로 화장한 상태였다. 속눈썹은 펄럭일 정도로 길었다. 화장이 아무리 두꺼워도 원래 미인임을 짐작할 수 있는 얼굴이었다.
그녀의 빛나는 초록색 눈동자는 음침한 남자들 사이에서 단연 돋보였다. 복장은 몸에 딱 달라붙는 전신 타이츠였는데, 몸매가, 와, 그 아름다운 두 눈보다 더 아름다웠다. 키는 작았다, 한 152cm? 하지만 나올 곳은 압도적으로 나온 그런 굴곡진 몸매였다.
대머리가 능글맞게 웃더니 내게 맥주를 권했다. 아마 긴장한 티가 너무 난 탓이겠지. 모든 사람이 그런 나를 보며 살포시 웃었으니까. "막 핼러윈 파티에서 돌아왔어요. 마실래요? 근무 중이신 건 알겠는데... 한 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요?"
그가 내게 윙크하며 말했다. 나는 캔을 받아서 시원하게 두 모금 들이켰다. "고마워요, 오늘 받은 팁 중에 단연 최고네요."
여자는 나를 보며 웃더니 현관문으로 빠져나갔다.
처음 나를 맞이한 남자가 돈을 들고나왔다. 다른 둘은 이미 피자를 먹는 중이었다. 그 순간, 나는 이 집이 얼마나 휑한지 눈치챘다. 안방에는 가구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난로에는 재가 시커멓게 쌓였고, 그 앞에 낡고 오래된 1인용 소파가 전부였다. TV도, 장식품도 일절 없는 집이었다.
"우리 복장 좀 평가해주세요." 처음 나왔던 남자가 내게 물었다.
"솔직히 말해서 지릴 뻔했어요. 그러면... 성공인가요?"
"'죽은 해골의 날'을 따라 한 복장이에요." 그가 설명했다. "완성형을 보여줄게요." 그가 부엌으로 들어가더니 엄청나게 큰 솜브레로와 피투성이 마체테를 가지고 나왔다. 그는 아래 링크와 같은 캐릭터를 따라 한 것 같았다.
Picture of Day of the Dead Holiday Calavera Skeletons | #16215 by JVPD | Royalty-Free Stock Illustrations
Picture of Day of the Dead Holiday Calavera Skeletons #16215 Photograph of a fierce calavera brandishing knife, crowd of calaveras behind him, in celebration of the Day of the Dead holiday of which the dead are remembered. [0003-0709-1520-3450] by 0003 Similar Images: More Illustrations of Skeleton...
imageenvision.com
그가 건네준 마체테를 재미 삼아 휘둘러봤다. 칼에 묻어있던 가짜 피가 내 옷과 얼굴에 튀었다. 온기가 느껴졌다는 사실이 살짝 혼란스러웠다.
세 남자는 음흉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은 내 오금을 저리게 했다. 전신에 닭살이 돋고 목덜미에 털이 빳빳하게 서는 것을 느꼈다. 나는 재빨리 그들에게 맥주 잘 마셨다고 전하고 조깅하듯 차로 뛰어갔다.
집에서 빠져나와 포장도로를 달리는 내내 바퀴가 굉음을 냈다. 하도 밟아대서 가게 도착까지 신기록을 세운 것 같았다.
가게에 도착해서 매니저와 함께 책상에 앉아 돈을 꺼냈다. 매출 전표와 현금을 맞춰봐야 내가 현금을 빼먹지 않았다는 걸 증명할 수 있으니까. 그 작업이 끝나야만 우리 둘 다 퇴근할 수 있었다. 나는 받은 팁을 세기 시작했고, 매니저는 책상에 올려둔 내폰을 들고 이리저리 살피기 시작했다. 그와 나는 꽤 친한 사이였기에 그런 건 아무렇지 않았다.
"자, 핸드폰에 소중이 셀카가 얼마나 많은지 한 번 볼까? 응?" 그가 내 사진첩을 열며 말했다.
"닥쳐, 쓰레기야," 그의 말에 웃으며 받아쳤다.
"어, 얘 죽인다. 누구야?" 그가 화면을 내게 보이며 말했다.
턱이 고장이라도 난 듯 입이 쩍 벌어졌다.
그 사진은 가까이에서 찍은 셀카였는데, 빛나는 초록색 눈동자를 가진 여자가 해골 분장을 한 모습이었다. 앙상한 손가락으로 입술을 지긋이 누르고 있는, 아까 그 여자. 쉬잇하는 듯한 포즈. 나는 핸드폰을 빼앗아 덜덜 떨면서 사진을 넘겼다. 그 다음 사진을 보는 순간, 나는 헉하는 소리를 내면서 핸드폰을 놓치고 말았다.
다음 사진 역시 그 여자였는데, 내 차 뒷좌석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서 찍은 셀카였다.
첫댓글 와... 쫄려ㅜㅜ
뭐야 같이 타고 온겨?!
머여,,무슨일이야,, ㅜㅠ
미국놈이라 그런가...? 핸드폰을 차에 두고가다니...? 대단한걸.. 왜 두고가지 외부에서는 핸드폰이 항상 주머니나 손에 있어야 맘이 편하던데
배달뽀이... 음주운전을 했군
오른쪽 주머니 칼 표현 보고 나만 고추 생각했네 따흐흑
여자 나갔다 할 때부터 짐작했다 대박